2010년  올 해도 개봉작, 미개봉작 10편씩을 뽑아봤습니다.

 예전만큼은 영화제나 시네마테크에 잘 안다니다 보니 올 해는 흥미 위주의 작품들이 많이 선정되었다는 생각이 드는데 한 편으론 제 취향이 독특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 국내 개봉작 >>

 

 

#1


Social Network



 

 이 영화를 극찬하는 이들은 숨막힐 듯한 연출력, 속도감과 드라마를 극찬하지만 사실 평론가적 기질을 버리고 봐도 사람 사이의 네트워크에 관련된 이런 저런 모습들을 오랫동안 그리고 많이 봐 온 나로서는 누군가 인간관계에 대한 문제를 다뤄주기를 바라왔었고 비슷한 영화들은 많지만 이렇게 재미있고 심도있게 다뤄진 영화는 아마 훗날에도 이 영화만 기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가공되었긴 하지만 실화라는 사실이 놀라운데 과묵하지만 생각을 알 수 없는 ‘천재’와 영악한 ‘비즈니스맨’ 근면하지만 재능은 없는 ‘친구’ 그리고 그들과 얽힌 여러 사람들의 면모와 그들의 이런 행동은 왜 이렇게 되었을까에 대한 모습을 보는 것들이 재밌었다. 
 잠깐, 인물과 그에 얽힌 사람들의 구조를 보는 것은 다른 영화에도 익히 있는 구조인데 왜 이 영화만 재미있게 보았을까? 마크 주커버그라는 거물의 실화를 다룬 이야기라서? 물론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단순히 이 영화는 그런 가십에 집중하는 편은 아니다.


  내가 본 ‘소셜 네트워크’ 속의 마크 주커버그는 마치 감독 데이빗 핀처를 바라보는 시선과 같았다 완벽해서 재수 없는 차가운 천재의 모습, 그 때문이었는지 그의 영화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지만 한 편으론 정교한 기계를 보는 것 같았지 따뜻한 파이의 냄새를 맡는 느낌은 아니었다고 본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의 영화에서, 물론 있긴 했지만, 기술적인 혁신이나 완벽함 보다는 오히려 인간사이의 문제도 잘 다루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점에서 ‘소셜 네트워크’를 올 해 최고의 영화로 올리고 또한 데이빗 핀처 감독에게 감사하고 싶다. 어떻게 보면 이 영화에서 표현된 사람들의 아름답고 추한 관계 우리가 모두 한 번 쯤은 겪었을 모습들이다. ‘소셜 네트워크’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 아니었을까.



 


 

#2

Un prophete



 

‘예언자’는 단순히 범죄 영화 정도로 그려지기 쉽지만 백지 상태의 한 사람이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지적인 재미가 느껴지는 영화다.



  이 영화는 범죄영화의 모습을 하고 있긴 하지만 학습과 그 활용이라는 측면에 있어서 장르영화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는 작품으로 감각적인 영상과 음악은 동시대의 관객을 만족 시킬 뿐 아니라 ‘대부’를 잇는 하나의 클래식으로 자리 잡을 무서운 영화다.

 


 

#3

Inception



 

 꿈에서 꿈으로 들어가는 많은 영화들이 있었다. 그 많은 꿈속의 연기자들의 활약을 그린 영화들이 임무수행에 집중이 되어 있었던 반면 ‘인셉션’은 하나의 가정을 위해 꿈에 대한 개념을 정리해 나간다.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고 정말 나오려면 기술이 꽤나 멀듯한 이 이야기는 실제 코딩(꿈에 들어가는 것)에 대한 교본처럼 그려지고 있는데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그것을 잘 펼쳐낸다.



  ‘인셉션’이 잘하고 있는 것 또 한가지는 방금 언급한 ‘교본’의 역할이다. 다분히 철학적이고 작가주의적인 영화는 현학적인 상징과 은유를 등장시키고 개념을 정의해 이론서처럼 포장할 것이다. 그리고 ‘인셉션’ 이전의 코딩을 다룬 영화들은 등장인물들의 미션 자체에만 집중해 오락적인 요소를 드러내겠지만 ‘인셉션’은 그 두가지를 적절히 잘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4

Daybreakers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의 기초적인 도식화에 식상함을 느낄지 모르지만 오랜만에 등장한 고딕 호러라는 점이 반가웠고, 현대 사회를 우화적으로 그린 영화라는 점에서 상당히 주목할만한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만약 우리가 피를 필요로 하는 뱀파이어고 오늘과 내일의 생존을 거는 시기에 우리의 기존 삶에 혁신을 가져 올 것을 찾지 못한다면 종말은 외적 요인이 아닌 내부적인 갈등에 의해 이루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이 영화는 정말 ‘호러’가 맞다.

 

 

#5



 

 아름답게 살고 싶지만 아름답지 않은 세상을 사는 한 낭만주의적인 노인의 이야기를 그리는데 불안한 사회의 불안한 주인공이라는 설정은 이제 약간은 식상한 설정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창동 감독은 자신의 문학적인 노련함으로 충분히 아름답고 또 사회적이며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가슴 뭉클하게 만드는 영상시 한 편을 스크린에 써 내려갔다. 하지만 상처를 받을 아름다운 사람들의 생각에 너무 가슴이 먹먹해진다.

 



#6

부당거래




 이상하게 잘 만든 영화일수록 부조리한 사회에 중지(中指)를 날리기 보다는 현실에 씁쓸한 수긍을 하게 만든다는 생각이 든다. 약자를 업신여기는 범죄영화들도 그렇고 이 영화 역시 그렇다. 하지만 모두가 자신에게 즐겁지 않으면 귀를 막아버리는 사회에 ‘부당거래’는 철저히 재미로 부당한 현실의 모습을 만화경처럼 보여준다.

 

 

#7

Up in the Air



 

‘사람을 안다는 것’에 대한 떠돌이 남자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그린 수작으로 보는 이들의 뒤통수를 치는 대사들이 일품인 영화다. 이런 영화들이 가르쳐주는 진리는 역시 사람 사이의 관계 형성이 가장 어렵고 쉽게 할 수 있는 것들도 자신의 의지 때문에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끔 자명한 진리도 이야기해주면 더 빛난다는 것!

 

 

#8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박흥용의 원작을 보지 못했지만 화려한 액션과 해학적인 각본이 조화를 이룬 멋진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는 단순히 황정학과 이몽학의 대결이 아닌 목적 없이 (혹은 목적을 숨기고)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의 비극을 그리고 있다. 그들의 지극히 개인적인 열정이 충돌하고 그것이 보여준 쓸쓸함은 사실 대중들이 즐거워 할만한 내용은 아니었다고 본다. 마치 느와르 영화의 정서를 느끼게 한 잘 만든 무협극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9

된장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와 비교되었지만 개인의 어떤 천재성보다는 ‘된장’이라는 것의 의미를 시각적으로 전달해주고자 했던 초현실적인 영화로, 영화속에서 마이크로이즘이나 나노이즘에 매력을 느끼는 (나같이)특이한 관객들에겐 흥미로운 영화일 수 있다. 안타깝게 이런 영화들은 큰 틀을 놓치고 헤매는 경향이 있지만 ‘된장’이 주는 정서에 초점을 맞추고 조각난 단서를 찾아가는 스릴러가 아닌 단서가 주는 향취에 집중하면 조금 더 재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10

Centurion



 

 닐 마샬 감독의 거친 숨결이 느껴지는 작품으로 역사적 미스테리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사실 ‘디센트’를 더 큰 무대로 옮기면서 상대방을 괴물이 아닌 숙명적인 존재로 그리면서 이들의 관계에 장난을 치고 있다. 원초적이기는 하지만 전쟁과 같은 절명의 상황에 놓이는 것에 대한 체험을 해 보고 싶은 사람들은 이 영화를 추천한다. 그리고 영화는 더 나아가 그런 불안 속에서도 지킬 것들을 이야기해준다.

 

   

<< 국내 미개봉작 >>

 

#1


3 idiots



 

 2009년 1위 작품인 사부 감독의 ‘게어선’과 함께 ‘왜’라는 것에대해 적어도 나에게는 큰 해답을 준 작품으로 영화에 대한 내 대답은 ‘알리즈웰(All Izz Well)’이다.


  서점에 즐비한 처세술책들처럼 요즘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대부분 그 방법이 정해진 모양이다. 명문대학교에 들어가 대기업에 입사해 억대 연봉을 받고 그 부를 내 자손에게 물려주는 것. 물론 그렇게 사는 것도 어렵고 노력을 요한다는 건 이해한다. 하지만 그렇게 살지 않는다고 해서 얼간이(idiot) 취급을 받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영화는 인도의 명문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화의 초반에 학장인 비루는 떨어진 인도의 다른 수재들의 원서를 보여주며 제군들은 일단은 경쟁에서 승리했다고 말한다. 경쟁의 연속에 도태됨을 걱정해야하는 인간은 사회라는 거대한 기계의 노예가 되어버렸다.


  그 세 시간에 가까운 시간동안 숱한 에피소드들을 보여주며 관객들을 웃기고 또 울린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해답을 주는 것일까? 결론만 말하면 아니다. 하지만 그 에피소드가 단순히 재미만을 주려고 나타난 것은 아니다. 사실 해답은 없다. 원작자인 체탄 바갓, 각본가이자 감독인 라즈쿠마 히라니가 보여준 것이 해답이라곤 볼 수 없다. 인간은 불완전하고 따라서 그들이 제시한 답이라 할 순 없을 것이다.


 다만 그것은 ‘해답’이라는 말 대신 ‘대안’이라는 말로 쓰인다. 란초가 우주선에서 쓰기 위해 만년필을 개발한 사실을 연필을 쓰면 된다고 비웃지만 비루는 연필을 쓰다 심이 무중력에 떠다니며 기계들을 고장 낼 수 있다고 말한다. 즉 영화는 어떻게 살든 자기 자신에게 후회하지 않는가라고 했을 때 그렇다는 대답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이 정답이라고 말한다. 물론 우리는 영웅을 그리워하기 때문에 천재에 가슴마저 따뜻한 란초에게 더 눈길이 가는 것일 뿐.



 

 

#2

告白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이 이번에도 물건 하나를 뽑아냈다. 한정된 공간과 인물들 만으로도 상당히 시각적이고 청각적으로 영화에 몰입하는 효과를 끌어내는 이 작품은 충격적인 소재의 이야기를 정말 소름 돋게 하고 있다.

  테츠야 영화의 장점은 배우들을 상당히 잘 살려내고 있다는 것인데 창백할 정도로 건조하고 공포스러운 마츠 다카코와 무서운 신예 오카다 마사키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사건 못지않게 인물의 변화와 그들의 행동에 주목하게 만드는 영화인만큼 감정선을 완벽하게 표현해야 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는 이 두 주인공은 놀랍게도 그들의 역할을 소화해 냄으로서 오히려 배우의 후유증을 걱정해야 하는 지경이다. 마치 ‘악마를 보았다’의 최민식처럼.




  잘 만든 소설을 원작이 트렌드인 일본영화에서 ‘고백’이 주는 의미는 흥행 이상일 것이다. 등급이나 이야기에 관계없이 잘 만든 영화에 관객들이 찬사를 보인다는 것에서 하나의 희망이 보인다. 조만간 우리나라에서도 만날 수 있다하니 기대하시길.

 


 

#3

Mr. Nobody




 자코 반 도마엘이 오랜 시간 고뇌했지만 이미 찰리 카우프만 같은 작가들이 그 세계를 형성해 놓았기에 다소 식상해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심각한 철학으로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하지는 않는다. ‘사랑의 가능성’에 대한 한 남자의 소고는 누구의 스타일과 비교하기는 억울한 도마엘 감독의 노력이다. 너무도 경쾌한 ‘Mr. Sandman’이 슬프게 들리는 영화.

 

 

#4

стилаги(Hipsters)




 러시아에도 격동의 시대가 있었을까? 마치 ‘헤어스프레이’가 세대의 고정관념에 반항했듯 이 영화는 서구의 문물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졌던 러시아 사회를 비판한다. 어떻게 보면 단순히 목표의식 없이 문화를 즐기는 낙천적인 인물들의 일방적인 반항의 모습과 사회 인식이 영화속에서 줄타기처럼 그려지지만 시종일관 유쾌함을 잃지 않는다. 영화는 오히려 ‘철들었음’이라는 이름의 변절 보다는 그런 낙천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아니었을까?

 

 

#5

維多利亞壹號 (Dream Home)



 

‘이사벨라’를 만든 팡호청은 원래 하려던 이야기를 숨기고 엉뚱한 것을 보여주는 스타일의 영화를 만드는 감독인데 ‘드림 홈’은 정말 웃기면서도 충격적이다. 마치 ‘사회성’을 ‘지닌 데드 얼라이브’랄까 홍콩의 한 막장여인의 이야기 같지만 서브프라임 사태나 재개발, 하우스 푸어 등의 사태를 지켜보는 우리에게 이 우화가 낯선 이야기는 아닌듯 하다.

 

 

#6

Love Sex aur Dhokha



 

 올 해 볼리우드에서 튀어나온 가장 희한한 영화로 상당히 싸구려의 느낌을 주려하고 영화속 인물과 영화를 보는 관객 모두를 조롱한다. 바로 지극히 ‘개인적인’ 영상장비들을 통해 말이다. 영화의 카메라들은 영화속에서 사실을 훔쳐봄으로서 관객이 기대했던 볼리우드식 해피엔딩의 진실을 냉정하게 비트는 진실의 카메라고 이에대한 반응은 ‘Wow’ 아니면 ‘So What!’일 것이다. 물론 ‘So What!’ 쪽이 더 많긴 했지만.

 

 

#7

Raavanan



 

 데칼코마니는 가운데를 접어 대칭의 그림을 만드는 기법이지만 그 왼쪽과 오른쪽이 같은 것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라아바난’(타밀판)은 못난 쌍둥이인 '라아반'(힌디판)에 대한 마니의 숨겨진 대답이랄까. 사람들이 어떤 인물이나 사건을 보는 시각을 비틀고자 했던 그는 이렇게 자신의 이름을 걸고 정말 비싼 실험 하나를 감행했다.

 

 

#8

惡人



 

 사건의 진실보다 무서운 사람의 편견에 대해서 츠마부키 사토시, 후카츠 에리, 키키 키린같은 멋진 배우들이 생애 최고의 열연을 펼치고 있는 영화로 또한 스릴러의 분위기와 함께 사랑이야기를 어색하지 않게 표현하고 있는 작품으로 보여주는 영화마다 성장하는 모습이 느껴지는 이상일 감독의 연출력또한 볼 만 하다.

 

 

#9

Shadow



 

 비록 도식적이고 기초적인 은유기는 하지만 전쟁에 대한 참상을 공포영화적인 감수성에 담아낸 고통 체험영화로 감독은 80분동안 악마적인 고문과 절망과 희망의 계속적인 이미지와 느낌들을 영화속에 던져내고 있는데 그 면모가 상당히 효과적이다. 앞으로의 작품 활동이 기대되는 호러영화 감독.

 

 

#10

Ishqiya



 

 물질적인 욕망과 성적인 욕망을 가지고 한탕을 노린 두 범죄자의 이야기로 전원을 배경으로 팜므파탈이 등장하는 시골 느와르라는 우아한 영화. 인도의 작가감독 비샬 바드와즈의 수제자 아비쉑 초베이의 이 놀라운 데뷔작은 한정된 표현, 한정된 공간, 한정된 자본 속에서 기대하지 못한 것 이상의 결과물을 냈다.



 매 년 영화 관람 편수가 줄어들고 있어 영화적인 호기심은 많이 줄어든 것 같지만 편 수 못지않게 깊이있는 관람과 자기 색채가 확실해 진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드네요. 여러분들은 2010년 한 해 좋은 영화들 많이 보셨나요?

그럼 2011년도 좋은 영화와 함께 하시길




Posted by 라.즈.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