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Fi 영화라 하면 대부분 영화 ‘아바타’나 ‘로봇’처럼 테크놀로지적 요소들이 직접 시각적으로 드러나는 영화를 생각하기 쉽지만 Sci-Fi 영화가 Science Fiction을 뜻하는 만큼 과학적인 요소를 중심소재로 이야기를 그려나가는 것을 뜻한다는 점에서 그 범위는 더 넓어질 것이라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흥미로운 Sci-Fi 장르의 영화를 언급해볼까 합니다. 얼마 전 개봉한 앤드류 니콜 감독의 ‘인 타임’과 발리우드영화 ‘Aa Dekhen Zara’입니다.




 두 영화는 몇 가지 흥미로운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나는 거창하지는 않지만 스토리라인만으로 관객의 관심을 끌어 모을 독특한 소재를 자랑한다는 것이죠.

 ‘인 타임’ 같은 경우는 인간의 수명을 시간으로 지배하는 사회를 그려나갑니다. 특히 하루 벌어 하루를 먹고 살아가는 빈민가의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그려나갑니다. ‘Aa Dekhen Zara’ 역시 근근이 살아가며 빚더미에 앉은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이런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은 것은 극단적인 상황에 놓인 인물을 중심으로 놓음으로서 극적인 상황이 진행 될 것을 암시하죠. 하지만 그 극단적 상황은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희망 없는 인물을 통해 그들에게 자본을 혹은 자본을 끌어 모을 어떤 수단을 줌으로서 그들을 영화의 내러티브가 마련한 새로운 게임으로 초대하고 있다는 점이죠.




 ‘인 타임’의 경우는 착취당하는 하층과 금융 재벌에 대한 대결 구도를 통해 이야기를 진행해 나갑니다. 이런 이야기가 흥미로워지는 이유는 실제로 세계적으로 금융업계가 서민들을 희롱하고 그들을 위기로 몰아넣었기 때문이죠. 세계적으로는 서브프라임 사태가 있었고 우리나라에선 삼화 저축은행이나 부산 저축은행 같은 사건들을 통해 그 어두운 단면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영화 ‘인 타임’이 그런 사회적인 면면들에 대한 배경지식을 짧게나마 관객들에게 전달해주거나 혹은 영화를 보고나서 그런 모순들을 직시할 정도로 탄탄한 영화는 아닙니다. 그 점이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한 편으로는 영화를 보기 전에 그런 배경지식을 가지고 영화를 본다면 이 영화를 비판하게 되더라도 영화의 의미에 대해서는 한 번 짧게나마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에 비해 ‘Aa Dekhen Zara’는 어떤 사회적인 함의를 담고 있다기 보다는 사람의 솔직한 자본주의적인 욕망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사실 자본에 대한 욕구만 다룬다면 그냥 주인공에게 로또 1등 당첨을 시켜주면 되겠지만 그러면 극적 재미가 없어지겠죠. 뭔가 인물을 전지전능하게 만들 도구를 쥐어주고 그것을 통해 인물의 욕구를 실현시켜 주는 동시에 그를 위기에 빠뜨리죠.


 인도영화를 소개하는 만큼 인도영화적인 관점으로 ‘Aa Dekhen Zara’를 해석해 보면 더 흥미로운 이야기를 얻어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인도영화에서 나타나는 상위 계층의 주인공들을 (특히 샤룩 칸이 라즈나 라훌이라는 이름으로 많이 연기했던 ^^) 보면, 사실 그들이 인도인을 대표하는 인물도 아니고 그들의 감성을 대변하는 인물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그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는 이유는 관객들이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은 허구속의 부를 자신의 눈으로 대리만족하고 싶어 한다는 의미는 아닐까 합니다. 세 시간동안 유복하고 행복한 가족의 모습을 느껴보고 싶었을지 모르죠.

 그런 의미에서 ‘Aa Dekhen Zara’는 지극히 현실적인 인물에 허구적인 상상을 더한 나름 더 리얼리티에 근접하고자 한 판타지 Sci-Fi 영화죠. 미래를 찍는 사진기를 가지는 것이나 부잣집에 태어나는 것이나 어차피 둘 다 가망성 없기는 마찬가지지만 적어도 인물의 상황이나 성격은 보통 사람들과 다를 바 없으니 말이죠.

 


 안타깝게 두 영화의 만듦새가 좀 더 좋았더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인 타임’ 같은 경우는 감독 자신의 감수성에 기대 속된말로 잉여적인 장면을 너무 많이 추가했지요. 속도감 있는 것은 좋지만 설명이 부족하니 설득력이 부족하고 인물들은 로빈훗 놀이에 취해 현대적인 도적이 되죠. 저는 그 설정이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앞서 언급했듯 현대의 금융업계는 많은 비리와 보이지 않는 착취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그들의 악(惡)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고 따라서 인물들의 소위 ‘자신만의 정의’에는 그 정당한 의도가 없죠. 저처럼 사전지식을 갖추고 있는 관객들에게도 인정받기는 힘들 정도니 말이죠.

 그나마 ‘인 타임’보다는 안전한 길을 선택한 ‘Aa Dekhen Zara’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갖추긴 했지만 연출력과 배우들의 부족한 연기가 영화를 망쳐 놓았지요. 정말 형편없는 추격씬과, 정말 오그라드는 맛살라 장면과, 극을 이끌어나가는 두 주연배우(닐 니틴 무케쉬와 비파샤 바수)는 포스가 부족했죠. 오히려 악역을 맡은 라훌 데브가 그들을 압도할 정도였으니까요.

 영화의 아쉬운 만듦새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들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요소가 있다면 바로 과학적 상상력이라는 점입니다. ‘인 타임’은 요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치곤 다소 저렴한 4천만 달러에 제작되었습니다. ‘Aa Dekhen Zara’는 얼마나 들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많은 비용을 들일만한 영화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이처럼 사람들의 상상력 그리고 나아가 욕망을 자극하고 생각을 이끌어내는 영화를 만드는 데는 비용보다는 아이디어가 중요함을 보여주고 있죠.


 요즘은 대중영화에도 현실에 대한 소재가 잘 먹혀들어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대중영화의 기능론적인 부분을 중시하는 저로서는 그냥 그 시간만큼을 망각하고 웃고 즐기는 영화보다는 아쉬움에 비판은 하더라도 이런 영화가 조금 더 유익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Posted by 라.즈.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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