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영화의 단점으로 꼽히는 것 중의 하나는 내러티브적인 요소였습니다. 물론 모든 영화들이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주로 비판의 대상이 되었던 영화는 아무래도 상업 맛살라 영화였을 것입니다. 장시간의 러닝 타임과 2.35:1의 비율을 자랑하면서 지나칠 정도로 리얼타임에 가까운 설명이 들어가지만 실제로 그 이야기를 축약해 보면 정말 별 것 없다고 말이죠.

 오늘 언급할 영화 ‘Yutham Sei (가칭: 그들만의 전쟁, Yuddham Sei로도 표기)’는 비록 상업영화의 틀을 하고 있지만 기존 인도식 맛살라 영화와는 다른 영화라 기존의 인도영화에 접근하는 방식으로 해석하기에는 다소 어폐가 있는 영화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까닭에 인도영화에서 느껴졌던 다소 아쉬웠던 부분들을 비교해서 보는 흥미로운 설정도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영화 자체의 분위기가 맛살라 영화와는 동떨어진 세계를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 처음부터 어두운 밤 한 여인이 범죄자로 보이는 이들에게 급습을 당하는 이야기로 시작, 새해 전날 축제의 현장에서, 또 사람들이 많이 몰려드는 공원에 놓인 정체불명의 상자로부터 이 이야기는 시작되니까요. 

 사건을 맡을 주인공 JK는 러닝타임이 7분이 다 되어서야 등장하지만 말주변도 없고 상당히 과묵한 사람입니다. 영화의 분위기 자체도 이 주인공만큼이나 말 수가 적은 편입니다. 더구나 밤, 밀실, 실내에서 영화가 진행되는 까닭에 영화의 어두운 분위기가 공간적, 시간적 배경을 통해 반영되는 상당히 침울한 영화입니다. 형형색색의 사리를 입은 미녀들이나 잘생긴 남자 주인공의 춤사위를 기대하는 관객들에겐 기피 대상이 될 것 같습니다.

 이 영화의 분위기와 유사한 영화는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가 그랬듯, 누군가의 고통, 나와 다른 이해를 가진 누군가와의 갈등 같은 요소가 영화 속의 중심 사건으로 터지고 그 과정을 인물의 대사보다는 행동에서 보여지는 디테일이나 공간 활용, 미장센 등으로 처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Yutham Sei’는 인도영화 답지 않은 흥미로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여담이지만 박찬욱 감독이 ‘JSA’이후 관객들의 기대를 접어버리고 선택했던 작품이 ‘복수는 나의 것’이었던 것을 보면 기존 인도영화의 팬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살짝 궁금해지기도 하는데요.




 사실 영화 ‘Yutham Sei’를 박찬욱 감독의 영화에 비견할 정도는 아닙니다. 감독 미쉬킨(Mysskin)은 일반적인 관객들이 상식선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요소를 통해 영화에 사용된 폭력에 대한 부담감을 덜고 있다든지, 맛살라 장면을 삽입하는 등의 요소를 통해 인도의 상업영화로서의 적당한 타협을 하고 있으며 몇몇 연기가 거슬리는 배우들이 등장하지만(사실상 주연인 JK역의 체란 역시 감정 표현 부분에 있어서는 약간 좀 어색했다는) 영화가 2 Crores의 저예산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나 150분이라는 러닝타임동안 우직하게 사건의 과정을 보여주지만 촘촘하게 구성된 각본으로 어느 부분도 대충 넘길 만한 부분이 없으며, 영화에 등장하는 독특한 미장센들은 영화의 독창성을 느끼게 해 줍니다.

 이를테면 각본의 부분에서는 영화의 수사라는 서치라이트를 키면 이와 관련된 인물들의 윤곽이 드러나지만 단순히 ‘누구’를 아는 것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 관객들은 ‘왜’와 ‘어떻게’에 주목하게 되니까요. 어쩌면 이제는 식상해 보이는 반전주의(反轉主義) 스릴러의 치명적인 오류에서는 벗어난 영화라고 볼 수 있겠고, 미장센의 부분에서는 일본 사무라이 영화를 차용한 듯한 육교위의 난투극이나, 대상을 비뚤어지게 잡거나 회전을 시키는 등의 독특한 카메라 워크가 인상적으로 느껴지지요.

 이렇게 영화 ‘Yutham Sei’는 영화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 충분히 영화의 아쉬운 점을 커버하는 좋은 영화입니다. 다소 잔혹하긴 하지만 봉준호나 박찬욱 감독의 영화가 그렇듯 다시 돌려보면서 디테일을 봄직한 영화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 미쉬킨(Mysskin)이란 감독은 꼭 기억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필모그래피가 독특해요. 전작은 기타노 타케시의 ‘기쿠지로의 여름’의 리메이크였고, 대표작은 형사 느와르 영화고 ‘Yutham Sei’ 이후 차기작은 UTV에서 배급하는 히어로물이라고 하는데 어떤 영화가 나올지 사뭇 기대됩니다.

 * 극중 주인공인 JK역이 상당히 인상 깊었습니다. 약간은 고전적인 외유내강형 캐릭터에요. 선량한 사람들한테는 업신여김을 당해도 군소리도 못하고 악당에겐 바로 주먹이 날아가죠. 최근에 니콜라스 벤딩 레픈 감독의 ‘드라이브’를 재밌게 봐서 라이언 고슬링이 맡았던 역할과도 언뜻 매칭이 됩니다. 캐릭터로서의 매력은 버린 까닭에 모든 캐릭터를 잘 살린 영화는 아니었지만 몇몇 캐릭터는 꽤 인상적이었어요(배우의 연기력 때문에 그렇게 생각했을 지도) 나중에 스핀오프로 만들어졌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 개인적으로 제가 영화 프로그래머라면 강력하게 추천하는 영화지만 어디 틀어줄 공간도 없고 수입하기엔 수익성이 떨어지는 영화기는 해요. 혹여 궁금해 하시는 분이 계시면 개인적으로라도 보여드리겠습니다.


Posted by 라.즈.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