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내 이름은 칸>과 <세 얼간이>로 웃었지만 그 이후로는 편법개봉, 편집개봉, 사기개봉에 시달려야 했던 대한민국의 인도영화.


 과연 이 두 편의 영화가 판을 다시 짤 수 있을까요?


 인도영화를 좋아하는 제가 목숨걸고 소개하는 2014년 우리나라에 개봉될 두 편의 인도영화를 소개합니다.



 

 잉글리쉬 빙글리쉬





 감독: 가우리 신데

 주연: 스리데비, 아딜 후세인, 프리야 아난드, 아미타브 밧찬


 

 <Synopsis>

 두 자녀를 키우는 중년부인 샤시. 평범한 아내가 되기만을 바라는 무심한 남편과 영어를 못한다고 무시하는 딸을 둔 샤시. 그런 그녀에게 조카의 결혼 준비 때문에 혈혈단신 미국으로 가야 하는 미션이 생겼다. 하지만 영어 때문에 서러움을 당한 샤시. 그녀는 4주간 영어 완전 정복을 위해 학원에 등록한다. 






 영어 때문에 서러워 울어봤나?


 인도의 거의 필수적인 제2외국어는 영어겠지만 그것은 신식 교육을 받은 사람에게 가능한 일. 하물며 초중고 12년을 겪으면서도 영어와 씨름해야 하는 우리는 오죽할까. 발 사이즈와 똑같은 토익실력, 외국인만 만나면 ‘스미마셍’하고 도망가는 우리가 만약 미국 맨하탄처럼 영어만 써야 하는 곳에 떨어진다면?


 영화 ‘잉글리쉬 빙글리쉬’는 언제나 영어 울렁증을 가지고 있는 우리의 공감대를 확 잡아 끌 그런 영화다.





 인도영화는 이제 여자가 움직인다.

 영화가 여성에 대한 시각을 잘 다루고 있는 것은 아마도 이 영화의 각본가이자 감독인 여성인 가우리 신데 감독의 시선이 잘 묻어난 까닭일 것이다. 언제나 남성 캐릭터의 부수적인 역할을 맡고 ‘둘은 결혼하여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로 끝나는 인도영화의 여성캐릭터에 현실감을 불어 넣어주었다. 





 그리고 15년만에 복귀한 은막의 여왕 스리데비(Sridevi). 63년생으로 올 해 쉰이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인도의 대표 방부제 외모를 자랑하는 여배우로 꼽히는 그녀는 15년을 영화 활동을 쉬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러운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이 사람을 주목하라!



 우리나라엔 영화 <블랙>으로 잘 알려진 인도의 국민배우 아미타브 밧찬이 영화 속에 출연하는데 바로 가우리 신데 감독의 남편인 R. 발키 감독의 전작에 모두 출연했던 인연 때문. 극중에서 밧찬은 비행기를 처음 타 봐 고생하는 샤시를 도와주는 멋진 신사로 등장. 짧은 순간에도 오랜 여운을 안겨 줄 것이다. 


 또한 샤시의 무심한 남편 역을 맡은 아딜 후세인은 비록 짧긴 하지만 <라이프 오브 파이>에서 어린 파이의 아버지 역할을 맡아 카리스마 있는 연기를 보여주었는데 최근 인도 안팎의 많은 작가 감독의 영화에 캐스팅되어 이름을 알리고 있다.  




 런치 박스 





 감독: 리테쉬 바트라

 주연: 이르판 칸, 니르맛 쿠르, 나와주딘 시디퀴



 <Synopsis>

 은퇴를 앞둔 홀아비 사잔. 도시락 배달 서비스를 받던 그는 배달부의 실수로 일라의 남편에게 가야 할 도시락을 전해 받는다. 일라의 도시락은 계속 사잔에게 배달되고 서로가 사소한 메시지를 담은 쪽지를 주고받다가 나중에 그 쪽지는 서로의 인생담을 실은 편지로 커져간다. 





 연명을 위한 음식이 아닌 삶의 음식으로


 아마 딱딱한 회사생활에 지친 현대인에게 점심식사 시간은 가장 큰 활력소가 아닐까 싶다. 그건 일단 ‘먹고 살자고 하는 거지’하는 마음에서 일을 하는 건 누구나 똑같기 때문. 하지만 단순히 사람은 먹기 위해 사는 걸까? 이 소소한 도시락 사건은 이런 고독한 현대인에게 물음을 던진다. 거대한 도시 뭄바이에서 아내를 잃고 홀로남아 이웃집의 식사하는 모습을 쓸쓸히 바라보는 사잔의 모습이나 무심한 남편을 등지고 딸과 도망치고 싶어 하는 일라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먹는 것 이상의 삶을 느끼게 된다.  





 탄탄한 준비 끝에 완성된 프로젝트

 2012년 베를린 영화제의 ‘탈렌트 프로젝트 마켓’ 등에서 인정받은 이 각본은 다국적 영화인들의 손을 거쳐 관객들을 만났다. 심지어 유럽의 작가주의 영화를 소개하는 매치팩토리 같은 회사까지 관심을 보이면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이 사람을 주목하라!


 인도에는 샤룩 칸, 살만 칸, 아미르 칸이라는 칸(Khan)이라는 성을 가진 대표적인 배우 세 명이 있는데 나는 욕심이 있다면 영화의 사잔 역을 맡은 이르칸 칸 까지 넣고 싶다. 사실상 이르판 칸은 일반적 발리우드 스타일과는 거리가 있는 배우로 작가 감독과 함께 작업하곤 했던 정통 연기파 배우다. 그러다보니 인도보다는 해외의 작가주의 영화들을 통해 이름이 알려진 또 다른 의미의 해외파 스타라고 할 수 있고 최근에는 아마 <라이프 오브 파이>의 어른 파이로 많이 봤을 것이다. 






 또 한 명을 빼 놓을 수 없는데 바로 나와주딘 시디퀴라는 배우. 최근 작가주의 감독들에 의해 러브콜을 받는 이 배우는 제2의 이르판 칸으로 불리며 메소드 연기자로 급상승중. 영화 속에선 사잔의 후임으로 온 셰이크 역을 맡아 엉뚱한 캐릭터를 맡아 웃음을 자아내고 있다. 







 두 영화. 이것만은 알고 보자

  두 가지 영화에서는 놀라울 만큼의 공통점이 있는 두 영화!  이 점을 주목하라!





 인도뿐 아니라 인도 밖에서도 인정받다!


 <잉글리쉬 빙글리쉬>와 <런치박스> 두 영화 모두 인도 안팎에서 비평과 흥행에 모두 성공을 거두었는데 <잉글리쉬 빙글리쉬>는 2012년 토론토영화제에서 먼저 상영되어 호평을 얻었고 우선 인도를 비롯한 발리우드 영화 동시개봉 권역에서 모두 좋은 흥행성적을 거두었다. 뿐만 아니라 2012년 인도의 주요 언론, 리뷰어, 비평가들로부터 2012년의 영화 중 한 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2013년 초에는 홍콩에서 15주 동안이나 상영되어 2012년 비중화, 비영어권 영화로서는 6위에 해당하는 큰 성과를 거두었고 일본에 열린 영화제 상영당시 상당한 호평을 받고 2014년 상반기 개봉 대기중이다. 최근에는 대만에 개봉되어 ‘세 얼간이’를 잇는 흥행 돌풍을 모으고 있는데. 개봉 3주차인 2014년 1월 2일 기준으로 480만 타이완달러가 넘는 수익을 기록했다. 





 한 편 <런치 박스>역시 만만치 않은데 2013년 칸 영화제에 상영되어 비평가주간 관객상을 수상하면서 작품성을 먼저 인정받더니 2013년 9월에 인도에서 개봉되어 개봉당시 비평가들의 만점에 가까운 호평을 받으며 총점 5점 기준 4.3점 이상의 높은 점수를 받으며 개봉 11주 동안 슬리퍼히트를 기록하면서 흥행에 성공, 이 여세를 몰아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에 개봉되어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언론, 평단에서 꼽은 2013년 최고의 영화로 선정되기도 했던 이 영화는 2014년 2월에는 아트영화 전문 레이블인 소니 픽쳐 클래식 배급으로 미국에도 소개될 예정이다.






 인도영화는 무서운 신예가 이끈다.

 영화 <잉글리쉬 빙글리쉬>와 <런치박스>모두 성공적인 데뷔작으로 꼽히는 영화이자 인도영화에 대안으로 언급되는 영화이다. 여담이지만 2014년 상반기 발리우드 주류 영화들의 라인업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아직도 발리우드에는 사랑 영화 일색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방식이 현대의 의식을 따르고 있고 장르영화에 취약했던 발리우드가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시도를 같이 행하고 있지만 아직 소위 정통 발리우드 스타일이라 부를 수 있는 연애 영화에서는 크게 벗어나지 못해 아쉬웠는데 이 두 영화는 그런 전형성을 탈피했다. 


 현재 발리우드 영화는 인도영화의 인간미, 색채감, 음악적 감각과 같은 장점은 살리되 좋은 각본보다 기획 위주였던 안일한 제작방식이나 연출가보다 배우가 앞서는 스타만능주의를 탈피하기 위해 영화판에서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온 작가들에게 그 길을 열어주고 있는 추세이다. 이런 작가군의 성장과 함께 발리우드 영화의 양적인 발전 못지않은 질적 발전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인도의 어느 영화보다 여성을 잘 이해하는 영화

 여성이 총리를 했고 어느 나라 못지않게 여성 감독이 많은 인도이지만 정작 사회의 보수적인 풍토는 여전하고 심지어는 최근 벌어진 인권 유린 사태에 인도는 아랍권 지역 못지않게 여성이 살기 힘든 최악의 나라로 인식되고 있기도 하다. 

 어쩌면 기존 발리우드 영화는 좋은 남자를 만나서 결혼에 성공하는 그런 구도의 영화가 많았고 허구로서의 영화적 허용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있었다면 여성이 자신의 배우자 혹은 사랑을 스스로 선택하는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지금 인도영화 속 여성의 모습은 조금씩 달라져 간다. 사랑 이상의 더 많은 사회적 권리를 찾고자 하고 기존 사회에서 요구했던 굴레를 벗어나 자신이 원했던 것을 스크린 속에 그대로 보여주고자 한다. 


 최근 흘러나오는 외신 보도만 들으면 걱정이 앞서는 것은 사실이지만 발리우드의 주류 영화계에서 진짜 여성이 그려진다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긍정적인 신호라고 생각되는 바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두 편의 인도영화는 우리의 그런 인도에 대한 우려의 시선을 와해시킬 수 있는 좋은 영화다. 





 앞서 언급했던 대로 인도영화에 대한 기대감과 열기는 많이 사그라들었지만 저는 이 두 편의 영화가 다시 인도영화에 대한 열기를 고조시킬 수 있을 거라 봅니다. 물론 소위 말하는 정통 맛살라(인도식 뮤지컬) 영화가 아닌 까닭에 영화를 알리시는 분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다루실지는 모릅니다. 영화 <블랙>이 그랬던 것처럼 최대한 인도색을 자제한 영화라는 표현을 쓰거나 아예 ‘인도’에 대한 단어를 빼버릴 지도 모르죠. 하지만 현명하신 분들일 거라 믿고 결코 그러지 않을 거라 믿어봅니다. 그리고 저를 비롯한 누군가가 이 영화들이 개봉했을 때 “어, 인도영화다!” 하면서 다시 수면위로 올라온 인도영화에 대해 부각시키주기를 기대할 뿐입니다. 


 

 


Posted by 라.즈.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