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3월 7일에 발리우드에서는 세 편의 영화가 개봉되었습니다. ‘데브다스’ 등의 영화로 우리나라의 인도영화 팬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마두리 딕시트와 90년대 미녀스타로 주목받았던 주히 차울라가 주연을 맡았던 ‘굴랍 갱(Gulaab Gang)’, 인도와 파키스탄 간의 갈등을 풍자한 로맨틱 코미디 ‘토탈 시야파(Total Siyappa)’, 그리고 오늘 소개해 드릴 ‘퀸(Queen)’ 세 편의 쟁쟁한 영화들이 인도의 홀리(holi) 축전 시즌을 앞두고 관객들에게 선을 보였습니다.

 

 다른 영화에 비해 ‘퀸’은 주연인 캉가나 라넛을 제외하곤 스타도 없고 화젯거리도 없던 이 영화는 다른 영화들에 비해 상영관도 적게 잡혀서 조용히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평단과 관객들의 좋은 평가를 받으며 경쟁작들과의 승부에서 역전승을 펼쳤습니다.


 

 영화 ‘퀸’은?

 

 

 

 

 같은 대학에 다니는 비제이에게 한 눈에 반한 라니는 그와의 결혼을 꿈꾸고 있습니다. 흥겨운 결혼식 파티까지 마쳤지만 정작 그에게 돌아온 것은 파혼 선언. 수치심에 펑펑 울던 라니는 신혼여행으로 떠나기로 했던 파리와 암스테르담에 혼자 가기로 결심하지요. 그리고 그곳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자아를 찾게 됩니다.

 

 비틀즈가 그랬듯 흔히 자아를 찾으러 인도에 가는 경우가 많은데요. 반대로 인도인들은 인도에서 자아를 찾을 수 있을까요? 아마 관습과 관념, 생활에 젖어서 그런 생각을 못하고 살지 모릅니다. 영화 ‘퀸’의 주인공 라니처럼 말이죠.

 

 주인공의 이름인 ‘라니’는 ‘여왕(queen)’이라는 뜻입니다. 자신을 못나고 하찮게 여겼던 아가씨는 영화 속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을 통해 자신이 아름답고 재능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흥행은 파죽지세

 

 

 

 

 영화 ‘퀸’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상대적으로 열세에 놓였던 영화였습니다. ‘굴랍 갱’이 1,500 여개의 스크린, ‘토탈 시야파’가 800여개의 스크린, 그리고 ‘퀸’이 ‘토탈 시야파’에 못 미치는 800개 남짓한 스크린에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평가를 받으며 ‘굴랍 갱’의 두 배가 넘는 18 Crores, 우리나라 돈으로 31억 원의 수익을 거두며 삼파전에서 우세한 결과를 보였습니다.

 

 2주차 흥행 성적은 21.2 Crores로 1주차를 훌쩍 뛰어넘는 스코어를 기록했는데요. 대부분의 인도영화들이 첫 주 수익에 비해 둘째 주 수익은 급격히 감소하는 것과 다르게 영화 ‘퀸’은 오히려 수익이 상승하는 이변을 낳았습니다. 이는 2001년 영화 ‘가다르(Gadar)’이후 13년 만에 있는 일이라고 합니다. 아마 대작이 출연하지 않는 이상은 꽤 오랫동안 스크린에서 사랑받을 거라 생각됩니다.

 

 이렇게 평단과 인도 관객의 성원 속에 현재 7천여 명의 관객 투표에 IMDB 점수 9.1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현지 평가

 

 

 

 현지의 까다로운 평단까지 일제히 호평을 보냈습니다.

 별점리뷰를 소개해 올리면...

 

Rohit Khilnani(India Today)  많은 제작비, 대형 스타가 아니고도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다  ★★★★
Taran Adarsh(Bollywood Hungama)  전형성을 벗어난 각본, 노련한 연출  ★★★★
Rahul Desai(Mumbai Mirror)  손목의 헤나처럼 진귀하고 정교하다  ★★★☆
Aniruddha Guha(TimeOut Mumbai)  재미있고 가슴 따뜻한 영화  ★★★★
Raja Sen(Rediff)  캐릭터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
Saibal Chatterjee(NDTV)  빛나는 작은 보석  ★★★★
Sarita Tanwar(DNA)  극장을 나갈 때는 행복함을 안고  ★★★★☆
Rajeev Masand(CNN-IBN)  라니의 자아 찾기 여행이 당신의 마음에 들어올 것  ★★★★
Anupama Chopra(Hindustan Times)  캉가나 라넛의 승리  ★★★☆
Meena Iyer(Times of India)  캉가나 라넛의 빼어난 연기  ★★★★
Mansha Rastogi(nowrunning)  소박함으로 심금을 울리다  ★★★★
Shubhra Gupta(Indian Express)  매우 인도스러우면서도 근사한 글로벌 영화  ★★★★
Mohar Basu(Koimoi)  눈물이 떨어지는 순간에도 웃음이 난다  ★★★★

 

 

 배우 캉가나 라넛

 

 

 

 

 아마 우리나라의 영화팬들, 심지어는 인도영화 팬들에게도 이 배우는 생소하지만 이상하게도 우리나라와 인연이 많은 배우이기도 합니다. 바로 그녀의 초기작 중 하나가 아누락 바수 감독의 ‘갱스터’라는 영화인데요, 바로 우리나라에서 촬영되었던 영화이기 때문이죠.

 

 모델 출신의 이 배우는 마헤쉬 바트 사단의 B급 영화에서 커리어를 쌓아오면서 약간 마이너한 이미지를 보이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2008년 영화 ‘패션’으로 인도에서 가장 권위적이 영화상인 National Awards 등을 수상했지만 여전히 B급 영화에서 연기력을 소비하고 고정된 이미지를 보여주는 데 그쳤지요.
 

 인도의 온라인 미디어지인 Rediff에서 독설로 유명한 영화 평론가 라자 센이 캉가나 라넛을 두고 발리우드의 부적응자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그녀는 모델 출신이라는 경력 때문에 배우로서의 이력보다는 화보 촬영이 더 인상적인 커리어로 남았던 것 같습니다.

 그랬던 이 배우가 영화 ‘퀸’을 선택한 것은 신의 한 수라고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인도의 모든 평단이 그녀의 사실적인 연기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으니 말이지요.


 

 영화를 만든 사람들

 

 

[부산 국제영화제 당시 비카스 발 감독 (사진 제공: 떼조로)]

 

 

 감독은 신인인 비카스 발 감독이 맡았습니다. 그의 데뷔작은 인도의 3대 칸(Khan)중 한 명인 살만 칸이 제작한 ‘Chillar Party’였는데 저예산 영화였고 소소한 성공과 호의적인 평을 받았던 영화였고 이번 두 번째 작품에서 코미디 장르를 잘 다루는 감독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인도에 코미디물을 만드는 감독은 많지만 제대로 만드는 작가는 ‘세 얼간이’를 만들었던 라즈쿠마르 히라니 정도를 꼽을 수 있는데 아마 비카스 발 감독이 자신의 능력을 살린다면 인도에서 꽤 좋은 감독으로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를 걸어도 좋겠습니다.

 
 영화의 각본가들도 주목할 만한데요. 바로 여성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만큼 여성 작가의 센스가 잘 발휘된 작품이기 때문이죠. 남자로서는 비카스 발 감독이 유일하게 각본에 참여했고 차이탈리 파마르, 파르비즈 셰크, 안비타 더뜨, 그리고 주연배우인 캉가나 라넛이 대사를 쓰면서 각본에 참여함으로서 우먼파워를 여실히 보여주었지요.

 
 이 영화를 제작한 사람도 반드시 언급할 필요가 있는데요. 영화의 제작자는 바로 아누락 카쉬아프 감독. 2003년 문제작이었던 ‘Paanch’를 감독하면서 발리우드 영화의 대표적인 뉴웨이브 감독으로 주목받았습니다. 지금은 프로듀서로도 활약하며 인도에서 재능있는 작가들과 배우들을 발굴하고 있는데요. 그는 최근 우리나라에도 개봉했던 영국영화 ‘트리쉬나’나 곧 개봉을 앞두고 있는 ‘런치박스’의 제작을 담당하기도 했습니다.

 

 
 raSpberRy의 짤막한 리뷰

 

 

 

 

  영화 ‘퀸’은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를 가졌고 관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보였습니다. 저도 그 자리에 있었는데 신인 감독에 스타급 배우가 없어서(캉가나가 인도에서 스타이긴 하지만 제 기준으로서는 여전히 마이너였던 까닭에) 별 기대를 안 하고 봤는데 상당히 좋았습니다. 발랄한 에너지가 스크린 가득 넘쳐흐르는 영화였다고 할까요?

 

 어떻게 보면 국내에도 소개되었던 ‘굿모닝 맨하탄(English Vinglish)’의 아류 같은 느낌이 들 수도 있겠지만 일단 화자를 젊은 세대로 설정하고 독창적인 흐름과 톡톡 튀는 대사들로 완전히 차별화를 꾀했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 당시 GV때 한 관객이 이 영화에는 집단 군무가 없는 것 같다고 지적 한 바 있지만, 지적과는 달리 이 영화에는 분명히 맛살라(인도식 뮤지컬) 장면이라고 할 만한 부분이 있긴 합니다. 물론 그것이 자주 나오는 것도 아니고 세트 연출이 아닌 실제 벌어지는 상황을 옮긴 듯한 사실적인 묘사를 했던 까닭에 어쩌면 인도영화의 그런 요소들을 싫어하는 관객에게도 크게 부담 없이 작용하지 않을까 합니다.

 

 과거 발리우드 영화들이 현실과 완벽하게 분리된 오락을 추구했다면 영화 ‘퀸’은 사실적인 이야기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물론 ‘해외여행’이라는 것 자체가 많은 인도에게는 현실성이 없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영화는 단지 ‘해외여행을 했다’가 아니라 그곳에서 주인공 라니가 무엇을 얻었는가를 더 중요하게 다룬 영화기 때문에 완전히 현실과 괴리된 영화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영화 ‘퀸’은 인도에서 살아가는 라니같은 평범한 여성들, 그리고 더 나아가 연애와 결혼이라는 기성화 된 꿈의 공장에 갇힌 세상의 여성들에게 들려주는 하나의 모험담으로 보고 싶습니다.

 

 인도영화가 들어올 기회가 더 많아질지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일입니다만 만약 영화 ‘퀸’이 국내에도 개봉된다면 저 역시 이 영화를 자신 있게 추천 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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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라.즈.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