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영화에 한 줌(zoom) 톡, 맛살라 톡


 * 본 글은 지난 2014년 4월 12일에 있었던 영화 《런치박스》의 토크에 관한 글로 관련 인물들은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이니셜로 처리했음을 양해 바랍니다.


 * 글의 스크롤 압박으로 인해 인덱스를 나눠 게재했습니다. TOP을 누르시면 목차로 가고 목차에서 소 제목을 누르시면 소제목으로 바로 연결됩니다. 








패널 소개

 

raSpberRy(호스트. Meri.Desi Net 운영자)


J군과 그 여친 A님(J군은 이미 《지상의 별처럼》에서 놀라운 지식과 입담을 자랑하는 논객)



2013/10/08 - [인도영화 이야기/영화의 전당] - [톡! 톡! 톡!] '지상의 별처럼' 맛살라톡 후기




영화논객 C님(이 분 역시 과거 맛살라 톡의 원조격인 상영회 프로그램의 원년멤버)


2011/09/23 - [인도영화 이야기/영화의 전당] - 톡! 톡! 톡! 영화 'Zindagi Na Milegi Dobara'



Cha모 님(익스트림무비 소속의 게스트. 안타깝게 무산된 《굿모닝 맨하탄》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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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먹은 음식은 콜리플라워가 아니다.

- 정확하게는 ‘알루 고비’라고 합니다. 물론 콜리플라워가 들어가는데 알루 고비라는 이름에서 ‘알루’는 감자, ‘고비’는 콜리플라워를 뜻하기 때문이죠. 물론 인도 음식점에서 흔히 팔고 있으니 궁금하시면 한 번 드셔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근데 이거 먹으면 가스가 잘 차는지는... 

 

 

 

알루고비

 

 


 그래도 영화 《런치박스》에는 ‘빠니르’나 ‘빠라타’같은 인도 음식의 이름들이 대부분은 원래대로 들어가 있습니다. 얼마 전 개봉한 《굿모닝 맨하탄》에서는 ‘빠라타’를 ‘난’으로 퉁치는 대담한 오역(!)을 범했는데 그래서 저희가 이번에 인도음식점에서 빠라타를 먹으면서 확실히 다르다는 걸 느끼고 왔지요.



왜 에그플랜트(가지)에는 ‘에그’가 들어갈까?

 

 

 

- 가지는 나무에서 자라는 식물로 다 자라기 전에는 마치 하얀 색의 계란이 나무에서 열리는 것 같이 생겨서 에그플랜트(eggplant)라 불립니다. 이건 토크때 의문을 가졌지만 아무도 답변을 할 수 없었던 부분이라 제가 뒤늦게 인터넷에서 찾아봤지요.



안띠(aunty)는 이모일수도 있고 이모가 아닐 수도 있다.

- 영어를 직독하면 그냥 ‘아줌마’가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아줌마의 높임법(?)이 아주머니이듯 힌디어에서도 ‘님’을 뜻하는 지(ji)를 붙여 안띠지(aunty ji)로 붙이면 끝. 제 생각에 위층의 안띠는 가족관계가 아니라서 ‘이모’라고 부를 필요는 없지만. 식당에서도 가족관계가 아닌 식당 아주머니를 ‘이모’라고 부르는 우리의 정서로는 뭐 그럴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입니다. 



부탄가스는 또 왜 부탄가스일까?

- 정말 영화와는 상관없는 의문이지만 일라와 사잔이 행복의 목적지로 삼은 곳이 부탄인 만큼 그냥 왜 부탄이라는 나라와 부탄가스는 무슨 관계인지가 궁금해졌습니다. 

 여기서 ‘부탄가스’의 부탄의 영어 스펠링은 butane으로 ‘뷰테인’이라고 읽어야 하고 행복의 나라 부탄은 ‘Bhutan’으로 전혀 다른 스펠링임을 알 수 있습니다. 참고로 부탄은 방글라데시 북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국민의 75%가 불교의 교파중 하나인 라마교를 믿는 불교국가라고 합니다. 


 Cha님의 말에 따르면 부탄이라는 나라는 사고가 날 일이 없어서 신호등도 없고 아이들을 모두 데려다 키우기 때문에 고아도 없는 나라라고 합니다. 또한 여행객수를 제한하고 있는데 공식적이지는 않지만 자연 보호를 위해 여행객들로부터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한다고 하니 사잔과 일라는 다시 생각해봐야 할 수도... 



다바왈라(dabbawala)

 

 

- 도시락을 뜻하는 다바(dabba)와 약간 낮은 계층의 심부름꾼을 뜻하는 왈라(wala)의 합성어인데요. 이미 우리는 영화를 통해 다바와 왈라를 모두 만난 적이 있습니다. 바로 인도영화 ‘스탠리의 도시락’의 원제가 바로 'Stanley ka dabba' 니까요. 사실 힌디어로는 강세가 뒤에 붙어서 ‘다빠’라고 부르는 게 더 원어에 맞습니다. 

 왈라는 오스카상 수상작인 ‘슬럼독 밀리어네어’에서 만난 적이 있지요. 영화의 주인공인 자말의 직업이 바로 사무실에서 짜이를 나르던 짜이왈라였으니까요. 아마 많은 분들이 그 영화를 통해 《런치박스》의 주인공 이르판 칸을 처음 만나셨을 겁니다. 

 그리고 영화 《런치박스》를 잘 보시면 다바왈라 말고도 사무실에 물을 가져다주는 다른 왈라도 보실 수 있습니다. 그 사람들은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빠니왈라(paaniwala)라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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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남자 -사잔


 영화에서 사잔의 캐릭터는 이 한 장의 사진으로도 충분히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넓은 직장에서 혼자 밥을 먹는 외로운 남자. 그의 경력은 35년째이고 실수 한 번 없던 프로이지만 어떻게 보면 외골수 같고 어떻게 보면 조용하고 근엄한 직장의 선임입니다.


 그런데 존재감이 하도 없거나 아니면 타인과 소통을 안 해서 구설수에 오르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토크 때는 얘기하지 않은 부분이지만 극중 후임자인 셰이크가 이런 말을 하거든요.


 “선배님은 고양이를 발로 차서 죽였다는데 사실인가요?”

 “아니야. 거지가 길을 묻는데 밀쳤더니 차에 치어 죽더군.”

 (유머 센스하곤...)


 J군은 영화 《런치박스》가 일본에서 만든 인도영화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하면서 사잔의 캐릭터가 마치 일본영화의 은퇴를 앞둔 중년 선임 상사의 모습과 같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사실 일본영화에서도 개인주의적인 외로운 사람들이 많이 그려졌기에 더 그런 느낌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츤데레’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새침하고 퉁명스러운 모습을 뜻하는 ‘츤츤’에서 나온 말인데 처음에는 여성 캐릭터에 쓰다가 점점 남성 캐릭터로도 확대되었죠. 사잔은 무뚝뚝하고 퉁명스러우며 고독한 캐릭터이지만 나름 츤데레적인 기질이 있는 사람입니다. 이를테면 다른 부서 사람과 잠담을 하고 있는 후임 셰이크가 교육을 받으러 오기를 바라며 눈치를 주거나 혹은 집앞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건넛집 아이의 가족이 식사하는 모습을 약간은 부러운 듯하며 바라보는 모습에서 이 사람이 표현에는 서툴지만 상대방의 관심을 바라는 마음이 있음이 영화속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여자 -일라


 일라는 사잔에 비해서는 사람들과 잘 소통하는 편입니다. 물론 영화속에 많은 인물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위층의 안띠(aunty)와 소소한 일상을 나누고 라디오를 들으며 남편에게 무슨 음식을 해 줄까를 계속 생각하고 있지요. 


 일라의 모습에 남편은 관심 없어 합니다. 일라는 적극적이면서 동시에 수동적인 복합적인 인물이지요. 기꺼이 요리를 하고 젊은 시절의 옷을 꺼내 입지만 그조차도 자신의 행복이 아닌 남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것이니까요. 


 하지만 그 기대가 무너지는 순간에 일라는 너무도 자신을 작은 사람으로 추락시켜 버립니다. 이를테면 남편에게 인정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어색함을 감추지 못하고 빨래를 걷는 평범한 주부로 자신을 내려 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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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는 정말 적은 예산으로 만들어졌다는 느낌이 듭니다. 특별한 공간을 빼고는 일라는 영화 속의 대부분을 집에서 보내지요. 사잔은 이동 경로가 많지만 그것을 직장-기차-집에만 할애하고 있습니다. 


 이런 공간의 한정성은 외적으로는 비용 문제겠지만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지극히 일상적인 공간은 영화적으로는 ‘정체되어 있는 사람들’ 이라는 의미로 부여할 만 할 것입니다. 이를테면 사잔의 경우는 고독하게 일만 하는 사람이고 곧 은퇴를 앞둔 사람이라 생활의 변화에 대한 희망 같은 건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인물이죠. 일라의 경우는 살림 잘하고 남편에게 사랑받는 전형적이고 보수적인 주부로서의 삶이 최고라고 여겼을 것입니다. 어머니와의 유대를 위해 영화 속에서 두 번의 방문을 하는 것 빼면 그녀가 자발적으로 공간이동을 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앞서 점심시간에도 언급했듯 사잔은 혼자서 밥을 먹습니다. 카메라는 외로운 늑대처럼 밥을 먹는 사잔을 정면에서 비추다가 셰이크의 등장으로 프레임에 셰이크를 담으면서 변화를 줍니다. 단지 편지만이 자신의 삶에 끼어든 것이 아니라 직접적으로도 변화하게 된 상황이 같은 공간을 다루면서도 구도를 다르게 해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죠.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쇼트 중 하나는 거울에 비친 피사체인데 영화 《런치박스》는 일라와 남편의 관계를 거울 속의 피사체로 표현합니다. 논객인 C님의 말에 따르면, 영화속에서 일라는 실제 인물로서도 거울 속의 피사체로서도 남편을 갈구하고 있지만 무심한 남편은 일라의 시선을 피함과 동시에 거울 속의 피사체에서도 빠지고 말죠. 이를 통해 영화는 남편이 일라에게 무심하거나 더 나아가 일라를 피하려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라와 사잔이 서신을 주고받으면서 공간에도 변화가 생기는데 이를테면 사잔은 아내를 생각하며 잠시 아내의 묘를 찾아갑니다. 아마 사잔은 이 이벤트를 통해 자신의 딱딱했던 생활 이면에는 누군가의 온기가 남아있음을 느꼈을 겁니다. 

 


 제보가 하나 들어왔는데, 영화 속에서는 지정학적 위치 역시 영화에서 하나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사잔이 사는 동네는 크리스찬들이 사는 지역이고 일라가 사는 지역은 힌두교도들이 사는 지역이라 두 사람이 이런 식으로 엮이지 않으면 서로 만날 수 없다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현실적이지는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애틋한 이야기를 만들어내지는 않았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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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의 제목은 《런치박스》입니다. 사실 인물이 놓인 공간도 그렇고 대부분 할애하는 시간 자체가 지극히 일상적입니다. 


 그런데 영화에 등장하는 몇 안 되는 인물들 중 대부분이 ‘끝’에 가까운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실체는 드러나지 않지만 안띠와 식물인간 남편이라든지, 영화의 끝까지 누운채 죽어가는 일라의 아버지와 그를 수발하는 어머니, 주인공 사잔 역시 은퇴를 앞둔 회계사로 미래를 준비하기 보다는 인생을 정리하는 단계에 들어서 있지요.


 이들에게 《런치박스》라는 이름으로 대표되는 식사 행위는 지극히 일상적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오랫동안 혼자서 식사를 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잔에게는 더 특별할 게 없는 일상이지요. 퇴근 후에 이웃집 사람들이 식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냥 부러워 하지만 창문은 닫히고 맙니다. 그리고 그는 우리에겐 3분 카레나 다름없는 인스턴트 식품으로 연명합니다. 


 사람들은 ‘먹고 사는 것’에 대한 일상에 대해 매우 지쳐있습니다. 사잔과 같은 사람은 더 기대할 것이 없지요. 하지만 똑같이 만들어진 배달 음식이 아닌 누군가를 위해 정성이 들어간 음식이 그의 감각을 깨웁니다. 그리고 업무 인수인계라는 새로운 미션이 그에게 이벤트가 되었고 일라와의 소통이 새로운 이벤트가 됩니다. 



 그런데 소통이 처음부터 이루어졌던 것은 아닙니다. 까다로운 성격답게 사잔은 일라의 음식에 대한 비평을 던지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런데 일라는 사소한 고민거리를 사잔에게 털어놓지요. 그런데 여기서 의문. 왜 일라는 이름도 모르는 사잔에게 고민을 털어놓을까요. 


 시네토크 당시 신지혜 아나운서는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에게 속내를 털어놓는 것이 더 쉬울 수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를테면 최근에 개봉한 《우아한 거짓말》에서 천지(김향기 역)는 이웃집 오빠(유아인 역)에게 고민을 털어놓는데 사실 아는 사람에게 이야기하면 더 가볍게 받아들이거나 오히려 더 무겁게 생각할 수도 있고 화자조차도 이야기를 하기 전에 이것저것 걸러내다 보면 결과적으로 시원하게 털어놓을 수 없기 때문은 아닌가 저만 생각해 봅니다.


 J군의 말에 따르면 초반에 사잔은 쪽지에 딱히 진정성을 보이고 있지 않다고 합니다. 일라의 고민에 대해 사잔은 이거 해보세요, 저거 해보세요 하면서 피상적으로 대답을 하는데 두 사람의 심리에 큰 변화를 가져다주는 사건이 일라가 부탄으로 떠나고 싶다고 이야기 할 때였지요. 사잔은 ‘저와 함께 가요’라는 쪽지를 보내는데 다른 쪽지들과는 달리 유일하게 내레이션이 사용되지 않고 실제로 사잔의 쪽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처리하지요.

 C님의 말에 의하면 그 부분은 감정표현을 배우를 통해 드러내지 않고 관객들에게 직접적으로 표현한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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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군은 영화의 아날로그적인 요소들이 낡고 오래 된 것들 - 그것이 후졌다거나 뒤떨어졌다는 의미가 아닌, 마치 오래된 괘종시계를 보는 것과 같이 - 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는데요. 일단 편지를 주고받는 것 자체가 상당히 고전적인 방식의 소통이지요.


 극중 셰이크는 사잔에게 하는 “어, 요즘은 편지 안 쓰는데 이메일을 쓰죠.” 하는 이야기나 안띠는 CD나 MP3 같은 건 안듣는다는 이야기에서 그런 것들을 느낄 수 있었지요. 

 그 중 압권은 사잔이 부인과의 추억을 돌아보고자 낡은 비디오에 테이프를 넣는 장면이었습니다. 카세트 데크가 본체 위에 올라와 있는 방식이 독특했는데 C님의 말씀에 따르면 실제로 그런 모델은 80년대에 쓰이던 모델이고 90년대에는 정면으로 밀어 넣는 방식의 모델로 바뀐 거라고 합니다.

 

 

 

사잔의 집에 있던 비디오 카세트는 대략 이런 모델이었다

 


 Cha님께서는 영화의 소통 방식이 상당히 오래되어 다른 소재들이 언급되지 않았다면 정말 옛날을 배경으로 한 영화처럼 보였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합니다.


 모 평론가분의 리뷰에 따르면 거리상으로는 가까이 있지만 모바일을 쓰는 남편과의 소통 단절과 실체도 드러나지 않는 안띠와의 아날로그식 소통은 상당히 대조적이라고 합니다. 영화는 이런 구식 소통을 통해 잃어버린 현대인의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 편, 이 영화는 플래시백 기법이 쓰이지 않았지만 유사한 분위기로 플래시백을 자아내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는데 C님인지 J군인지 누가 언급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잔이 베란다에서 뒤를 돌아보면서 아내와의 추억에 대한 소회를 늘어놓을 때 뒤를 바라보던 모습은 진짜 과거이든 현재시점에서의 회상이든 이유야 어쨌든 과거를 돌아보는 느낌을 주려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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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살라 톡을 하기 전에 뭔가 정보를 얻고 저도 느낌을 공유해보고자 지난 4월 10일 목요일에 하는 신지혜 아나운서의 시네마 톡을 다녀왔습니다. 그곳에서 ‘인도영화’가 생소하고 낯설고 독특한 까닭에 이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더라고요. 그때 그곳에 계셨던 분들이 제가 쓴 이 글을 보실리도 없고 신지혜 아나운서께서 잘 정리해주셔서 굳이 쓸 필요가 없긴 하지만 혹시 궁금해 하실까봐 그때 나왔던 인도영화 관련 이야기를 해 보면,

 

 


 Q. 인도영화는 원래 뮤지컬 영화(소위 '맛살라'라 불리는)가 많은데 이런 영화도 있어서 독특했다. 여기에 연장선상으로 cha님의 의문일수도 있는, 《런치박스》는 일반적인 인도영화가 아닌가?


 A. 물론 이런류의 영화는 계속 존재했고 특히 지역 특색적으로 이런 영화가 성행하는 곳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사트야지트 레이의 영향 때문인지 벵갈어권 지역에서는 이런 《런치박스》같은 작가주의 경향의 영화들이 많이 나왔고 우리에게 친숙한 소위 ‘발리우드’는 아무래도 맛살라 영화들이 우세하기는 하죠.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영화들도 공존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Q. 극중 셰이크가 담배가게 노점상 아저씨한테 외상으로 담배를 가져가는데 인도에선 흔한 일인가?


 A. 인도 여행을 다녀오지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만 인도라면 아마 그렇지 않을까 하네요. 회사 앞이고 하니 손님들을 잘 알아볼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혹은 그렇지 않더라고 해도 손님을 신뢰했다고 봐도 좋을 것 같고요.



 Q. 인도영화에서는 사리 입은 여성들이 많은데 실제로 그런가?


 A. 인도에서 사리는 생활이죠. 현대적인 복장을 갖춘 여성들도 많긴 하지만 주로 인도의 여성들은 사리를 입는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사실 토크 중에는 영화 《런치박스》와는 상관없이 별별 인도영화 이야기가 마구 튀어나오기도 했습죠. J군이 제가 끌고 가서 처음 같이 봤던 영화 《가지니》라든가 C님이 이야기한 《Ki Aag》같은 망작들... Cha님이나 J군의 여친의 경우는 인도영화가 초행길인데 이상한 영화 얘기하지 말자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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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포함존 (본 파트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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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신지혜 님이 진행한 시네토크에서 마지막 관객이 했던 이야기에 대한 답변을 하고 싶습니다. 그 관객은 이 영화가 각본상을 받았다고 하는데 자신은 ‘다크나이트’ 같은 영화와 비교해서 잘 쓴 각본인지도 모르겠고 남우주연상을 받았다는데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의 매튜 매커너히 같은 배우와 비교해 딱히 연기를 잘 한건가 의심이 간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물론 ‘다크나이트’는 정말 잘 만든 영화이고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의 매튜 매커너히는 정말 오스카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다만 영화와 배우를 비교하기에 《런치박스》와 배우 이르판 칸은 꽤 지점이 다른 영화와 배우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크나이트’를 예로 들어볼까요? 이 영화는 스릴과 액션의 완급조절로 관객의 심장을 죄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영화입니다. 반면 《런치박스》는 그냥 물 흘러가듯 흘러가는 영화라 호흡이나 흐름 자체가 다르죠. 소위 ‘재미’론으로 따져도 추구하는 재미가 다릅니다. 《런치박스》의 경우는 인물간의 심리, 그리고 사건이나 소재가 주는 영화적인 의미를 곱씹으며 봐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영화입니다.

 

 


 배우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매튜 매커너히는 누가 봐도 오스카상 감인 배우입니다. 물론 이 표현은 그를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 평론가가 보든 일반 관객이 보든 그의 연기에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도록 연기를 합니다. 하지만 이르판 칸은 그의 연기를 돋보기로 들여다  봐야 합니다. 영화가 진행되어 가면서 점점 변해가는 그의 표정이나 고독함과 함께 애정을 갈구하는 모습이나 노년으로 접어드는 한 남자의 회한 등이 정말 절묘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인도의 오스카라 불리는 올 해 Filmfare를 비롯한 각종 시상식에선 《달려라 밀카 달려》의 파르한 악타르가 남우주연상을 휩쓸었지요. 물론 파르한이 누가봐도 만족스러울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시상을 결정할 수 있다면 이르판 칸에게 남우주연상을 주었을 것입니다. 인도에서 감정을 표면적으로 잘 표출하는 배우는 많지만 미묘함을 주는 배우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고 생각하니까요.

 

 

 



 혹시 제 글을 보시는 분 중에 인도영화를 많이 보신 분이 계시다면, 또한 그런 생각해보신 적 없나요? 인도에는 정말도 다양한 음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도 음식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는 좀처럼 드물었다는 걸요. 그나마 요즘에야 ‘스탠리의 도시락’과 같은 영화들이 나왔는데 제 추측으로는 아마도 이것은 너무도 일상적이지 않아서 그런가 합니다. 


 인도의 주류 영화들은 주로 꿈의 공장으로서의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은 사랑이야기나 정의를 부르짖는 액션 히어로의 모습은 철저히 관객을 현실에서 분리시켰지요. 이런 풍토에서 《런치박스》와 같은 영화는 따분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그런 인도영화가 인도의 엔터테인먼트가 될 수는 있을지 몰라도 꼭 인도영화를 대변한다고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런치박스》는 인도인의 것과 그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더 솔직하게 잡아냈다는 점에서 저는 자신있게 이 역시 인도영화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사실 이런 저런 썰들을 풀어보았지만 감상은 관객 개인의 몫이겠지요. 다만 저희들이 늘어놓은 토크를 보면서 ‘아 그랬어?’하면서 괄목하실 수도, ‘그게 뭐 대단한 건가?’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다만 영화에 대해 느끼는 재미가 단순히 영화의 표면에서만 느껴지는 재미가 아닌 영화를 돌려보고 뒤집어도 보면서 각자가 느끼는 재미가 되었으면 하는 방향에서 토크를 해보았습니다. 다음에는 더 다양한 분들과 이야기를 나눠봤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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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밖에... 


* 사잔의 아내가 즐겨보던 시트콤의 제목은 ‘Ye Jo Hai Zindagi’로 1984년 인도의 국영 채널에서 방영되었습니다. 오후 9시에 방영된 이 시트콤은 총 59회로 방영되었다고 하네요.


* 영화에는 ‘Pardesi Jana Nahi’와 영화 《Saajan》의 주제곡이 절묘하게 쓰였지요. 특히 일라가 ‘Saajan’을 들을 때 동냥하는 아이들이 ‘Meri Saajan(나의 사잔)’ 하면서 노래를 부르고 다니는 모습은 마치 사잔에게 원격으로 전하는 메시지 같이 느껴지기도 했지요. 


* 저는 영화가 은근히 디테일에 신경을 쓴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정말 사적인 부분 때문이었어요. 이를테면 사잔이 점심을 먹으러 갈 때쯤 혹은 다바왈라들이 도시락 배달을 할 때쯤의 시각이 진짜 12시에서 2시 사이였거든요. 


* 만약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를 한다면 알렉산더 페인 감독에 잭 니콜슨이 주연을 맡으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어바웃 슈미츠’를 생각하지는 않았고 사잔의 캐릭터를 보면서 의외로 ‘이보다 좋을 순 없다’를 더 떠올렸었지요.


* 셰이크는 고아일까에 대한 생각을 잠깐 해봤습니다. 물론 인도에는 고아들이 많기는 하지만 자기가 살던 마을에서 도망쳐서 이름과 신분을 바꾸면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더러 있거든요. 이르판 칸이 주연을 맡았던 《빌루》에서 주인공 빌루 역시 신분이 다른 아내와 결혼하면서 자기가 살던 마을에서 도망치기도 했었지요. 왜 그런 일이 발생하는지는 인도사회의 상당히 어두운 이야기들이 얽혀있지만 이 글에서는 여기 까~지 (마침 저희가 간 음식점에서 영화 《빌루》에 삽입된 맛살라 시퀀스인 ‘Maarjaani’가 나오더군요. 참고로 Cha님은 인도의 맛살라 장면을 처음 보셨다고 ^^)

 

 

 

 


* 영화의 마지막 부분 사잔이 기차를 타고 가는 장면에서 저는 이상하게 윤종신의 ‘너에게 간다’라는 노래가 생각났습니다.

 

 

 

 


* 혹시 자신의 토크 내용 중 빠진 부분이 있다면 신고(!)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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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근성가이 raSpberRy입니다.


잘못 전달된 편지가 전해준 사랑. 올 봄에는 따뜻한 사랑이 있는 인도영화와 함께하세요


영화 '런치박스'와 함께 하는 맛살라 톡 진행해 봅니다.



영화소개


 따뜻함과 외로움이 공존하는 인도 최대의 도시 뭄바이. 은퇴를 앞둔 사잔 페르난데스 일상에 작은 변화가 찾아옵니다. 

 무심한 남편을 잡기 위해 만든 일라의 도시락이 사잔 앞으로 배달 된 것.

 낯선 이에게 보낸 한 장의 편지가 그들의 인생을 변화시키는데.

 칸 영화제를 비롯한 국제 영화제와 전세계 흥행으로 작품성과 대중성을 만족시킨 인도영화가 옵니다.





영화가 끝나고 인도음식을 아니 찾을 수 없다는 그 영화 '런치박스' 


맛살라 톡과 함께 하세요



지난 톡 보기



2014/03/23 - [인도영화 이야기/영화의 전당] - '트리쉬나' 영국 감독이 만든 수정주의 맛살라 영화


2013/10/08 - [인도영화 이야기/영화의 전당] - [톡! 톡! 톡!] '지상의 별처럼' 2차 맛살라 톡 후기


2013/10/08 - [인도영화 이야기/영화의 전당] - [톡! 톡! 톡!] '지상의 별처럼' 맛살라톡 후기


2011/10/31 - [인도영화 이야기/영화의 전당] - [톡! 톡! 톡!] Meri.Desi Net 시즌 2 마지막 토크


2011/10/13 - [인도영화 이야기/영화의 전당] - [톡! 톡! 톡!] 영화 'KO'편


2011/09/23 - [인도영화 이야기/영화의 전당] - 톡! 톡! 톡! 영화 'Zindagi Na Milegi Dobara'



* '맛살라 톡'은 해당 영화사, 극장측, 인도음식점과는 무관하며 비상업적으로 이루어집니다.


* 극장 대관행사나 GV가 아닙니다. 하지만 관련 프로그램에 저를 써주신다면야 기꺼이 ^^


* 이번 톡엔 영화 관계자를 게스트로 섭외중입니다. 단, 사정에 따라 게스트가 불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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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라.즈.배.리
인도영화 이야기2014.03.21 00:39

 

 

 

 

인도의 유적지와 전원, 그리고 뭄바이의 화려함을 영화로 만나보시지 않으렵니까?


영화 '트리쉬나' 맛살라톡을 진행해볼까 합니다.


참여를 원하시는 분은 덧글로 남겨주세요 ^^



영화소개


영화 '트리쉬나'는 장르와 배우들을 넘나들며 다양한 영화를 만들어 온 영국의 작가 마이클 윈터바텀의 2011년 작품으로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프리다 핀토가 주연을 맡고 있습니다. '더버빌가의 테스'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한 여인의 세 번에 걸친 삶의 여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이번영화는 영화가 끝나고 GV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상훈 작가와 가수 메이비 씨가 나온다고 하네요. 물론 제 토크와는 아~무 상관 없지만 영화에 관련해 좋은 이야기를 더 남길 수 있는 자리라 생각됩니다.


참여를 원하시는 분은 덧글이나 방명록에 비밀글로 연락처와 함께 참여 의사를 밝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토크는 인도음식점에서 진행됩니다. 인도음식 못 드시면 말씀해주세요.


감사합니다.




* 맛살라 톡은 극장 대관행사나 GV가 아닙니다. 따라서 KU 시네마테크측과는 아무 연관이 없음을 밝힙니다. 하지만 어디서 관련 프로그램에 저를 써주신다면야 기꺼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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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라.즈.배.리

 

 본 글은 2012년 9월 9일 작성되어 2013년 11월 2일에 마이그레이션 되었습니다.

 

 

 

 

 

 

 

 

 

 

 

 

 

‘지상의 별처럼’은 이미 여러 번 감상했는데, 그 중 이미 두 번은 영화제를 통해 감상한 적 있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영화라 친구에게 소개해준다는 의미에서 함께 관람했습니다. 우려했던 바와는 달리 좌석점유율이 상당히 높아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주인공 이샨이 가족과 멀어지고 뜻하지 않은 환경이 주는 시련을 겪는 과정에서 많은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것 같더군요. 많은 관객들이 적지 않은 자극을 받았고 영화 상영 끝에는 박수가 나왔습니다. ‘다크나이트라이즈’ 이후 일반 상영관에서 박수갈채가 나왔던 것은 오랜만인 것 같네요. 그게 또 인도영화라 기쁩니다.

 

  사실 영화는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어른들을 위한 영화죠. 단지 러닝타임 때문은 아니고,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정면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랄까요. 제 앞에 앉은 한 아이는 기강(紀綱)이라는 단어가 어렵다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영화가 끝나고 조금은 늦은 점심을 나누면서 친구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한 것을 적어봤습니다.

 

 

 

 


  친구는 영화도 잘 나왔지만 무엇보다 영화를 이끌어간 이샨 역의 다쉴 사페리에 대해 영화 상영이 끝나는 내내 극찬을 아끼지 않았는데요, 감독이자 주연(이라 쓰고 조연이라고 하고 싶은)인 아미르 칸이 등장할 때 까지 이샨이라는 인물은 극의 중심이 되어 관객을 웃기고 울리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었죠.

 

  저 역시 그에 동감하고 2008년 Filmfare를 비롯한 인도의 주요 영화상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게 되는데 당시 그 친구의 나이가 열 두 살이었죠.

 

  아미르 칸은 영화의 촬영을 앞두고 이샨 역할을 맡을 배우를 오디션을 봤는데 마음에 드는 배우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한 어린이 배우 워크숍에서 다쉴 사페리를 보았고 그의 연기가 마음에 들어 그를 캐스팅하게 되었다고 하네요.

 

 

  발리우드는 이렇게 재능 있는 배우를 얻었지만 안타깝게 쓸 줄은 몰랐습니다. 발리우드에선 어린이를 위한 영화를 만들 일이 없었거든요. 그건 그렇다고 하더라도 일반 극영화에서 어린이 캐릭터 자체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도 있습니다. 영화는 주연이든 조연이든 대부분 성인 연기자들이 영화를 꾸려나갔기 때문이죠.

 

  결국 3년 만에 이란영화 ‘천국의 아이들’을 리메이크(라고 하고 베낀) ‘Bumm Bumm Bole’라는 영화에 출연하게 되지만 흥행과 비평에 쓴맛을 보고 다쉴은 또 그렇게 잊혀지게 됩니다. 그나마 2011년 이후에야 어린이를 중심으로 한 영화들이 하나둘 주목받기 시작하지만 안타깝게 이 꼬마스타가 설 자리는 없었습니다. (그나마 지금은 방년 17세)

 

 


 

‘지상의 별처럼’의 각본을 쓰고 올 봄에 개봉했던 ‘스탠리의 도시락’을 감독했던 아몰 굽테는 인도에서 자신의 영화 ‘스탠리의 도시락’에 관한 세미나가 있던 자리에서 인도는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영화들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안타까움을 표명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 인도영화가 규모와 질적으로 성장하고 다양해진 만큼 어린이 관객을 잘 이해하는 영화들 역시 많이 나오지 않을까요.

 

 

 

 

 

  저는 예전에도 언급한 바 있지만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고 그런 모습이 바람직하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물론 그것이 작가주의 영화가 되었든 상업영화가 되었든 말이죠. 배우의 힘도 중요하지만 일단 작품이라는 배의 키를 잡은 사람은 감독입니다.

 

  또한 지양(止揚)해야 할 모델은 과거의 홍콩영화라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오우삼이나 왕가위 같은 몇몇 재능 있는 감독들이 있었지만 철저한 상업영화를 지향하다 보니 홍콩영화를 이끄는 것은 골든하베스트같은 거대 제작사와 주윤발이나 성룡같은 스타 배우들이었죠.

 이런 스타시스템 위주의 영화산업은 세대교체기에 들어가면 힘이 부치기 마련이고 새로운 감독을 맞이하거나 새로운 스타를 발굴하는 노력이 없었던 까닭에 국내의 홍콩영화에 대한 인식은 그냥 돈 많이 들인 중국 무협영화 정도를 받아들이는 수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한 인도영화 커뮤니티에서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하는 감독이 있냐고 물어봤는데 쉽게 대답하는 분들이 없더군요. 아직 인도영화 팬들에게는 영화의 작품성보다는 배우에 치중해서 영화를 보는 인식이 크기 때문은 아닌가합니다.

 

  그런데 우리영화를 보면 참 독특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소위 작가감독이라는 감독에게 톱스타나 인지도 있는 배우들이 캐스팅을 요청하는 사례가 많죠. ‘피에타’로 황금곰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에게 배우 장동건 측에서 먼저 접근했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죠. 박찬욱 감독이나 홍상수 감독 역시 영화의 상업성과 관계없이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그들의 영화에 출연을 희망합니다.

 

  인도에도 작가 감독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네요. 발리우드에서 작가로 인정받는 마니 라트남, 아누락 카쉬아프, 비샬 바드와즈 같은 감독들은 샤룩 칸과 작업하고 싶어 하지만 샤룩 측에서 별 관심을 갖지 않죠. 한 때는 샤룩 칸이 ‘아쉬람’ 등을 만들었던 인도출신의 여류 작가감독 디파 메타와 접촉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무산되었죠.

 

 

  친구의 말에 따르면 현재 발리우드는 우리나라의 10여 년 전 작가감독이 태동하던 과도기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 역시 동감하고요. 소위 뉴웨이브 작가라 불리는 감독들이 출현하고 계속 영화를 만들어가고 새로운 감독에게 기회를 전해주는 과정이 불과 4-5년이라는 빠른 시간 안에 일어났습니다. 올 해 경쟁부문에는 없었지만 다섯 편이나 되는 인도영화들이 칸 영화제의 주요 섹션에 상영되기도 했죠.

  다만 거대해지는 규모만큼이나 영화적인 내실 역시 함께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인데 예전에 비해서 인도영화가 많이 나아졌다는 생각에 이제는 많은 관객들이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인도영화가 많이 들어왔고 대체적으로 개봉은 질적으로 양질의 영화들이 관객들을 찾았다고 생각합니다. 하긴 지금 비영어권 영화들은 불황과 싸워야 하는 까닭에 (‘세 얼간이’ 같은 모델의) 어느 정도 상업성을 갖춘 양질의 영화가 들어와야 하겠죠.

 

  작년 모 IPTV 사업 건으로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는데 개인적으론 덧없는 물량화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모 IPTV의 발리우드 전용관이 그랬죠. 한 서른 편이 넘는 영화들이 소위 '벌크'로 들어왔지만 그 중에 쓸 만한 영화는 몇 편 안되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이렇게 돈을 쓸 바에 양질의 영화 몇 편을 들여와서 이 영화들에 주력하는 것이 더 좋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친구의 말로는, 제 생각처럼 좋은 것 몇 편을 들여오는 것도 좋지만 우리에게 생소한 문화는 일단 문화적인 갭을 뛰어넘어야 하는 부담도 생기기 때문에 이 부분에 있어 리스크가 생길 수도 있으니 혹자는 영화의 퀄리티와 상관없이 물량으로 밀어붙이는 이른바 ‘상놈마케팅’이라는 것을 업계에서 쓰고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단순한 예를 들어 보여줬는데, 만약 누군가가 그리스의 문화를 알려야 한다고 가정했을 때 가장 손쉽게 쓰는 방법이 ‘그리스의 아침드라마를 푸는 것’이라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물론 아침드라마인 만큼 퀄리티가 떨어지는 까닭에 호기심에 보는 것 아니고서야 이 콘텐츠를 볼 리는 없죠. 그런데 간혹 걸려드는 유저가 발생을 하고 이 유저를 통해 그리스의 말이나 문화에 대한 인식이 생겨나게 됩니다.

 

 

 


  영화 ‘지상의 별처럼’에서 주인공 이샨은 '디왈리'가 끝나면 기숙학교로 가게 되는데요. '디왈리'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더라도 이것에 대한 몇 가지는 얻게 되죠. 축제구나 그리고 이 날은 폭죽놀이를 하는구나 정도. 이것만으로도 인도의 풍습에 대한 몇 가지 정보를 얻게 되는 셈이죠.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그리스 드라마 까짓것 안보면 되겠지요. 그런데 이런 방법이 있다고 합니다. 바로 zip-zap 이론이라는 것인데, TV미디어가 발달하고 많은 채널이 생기면서 TV유저들은 이리저리 ‘뭐 재밌는 것 없나’하고 TV를 돌려보는 버릇이 생겼다고 합니다. 대체적으로 대중의 관심을 끄는 TV 프로그램은 연속해서 방영되지 않고 2-3시간 텀을 두고 방영이 되는데 이 사이의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하면 시청자를 잡을 수 있다는 이론이죠.

 

  인도영화에서 가장 최근 좋은 사례는 ‘왕의 여자’라는 제목으로 방영된 ‘조다 악바르’라 보고 싶습니다. 화려한 궁중의 세트와 복식을 만날 수 있는 영화로 주연배우도 미남 미녀인 까닭에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기가 쉽죠. 다만 zip-zap이론이 더 효과적으로 작용하려면 해당되는 콘텐츠의 수가 많아야 한다는 조건이 있는데 IPTV는 ‘접속’이라는 불리함이 있는 까닭에 힘들고 케이블 TV를 이용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2차판권으로 방영되는 인도영화 콘텐츠가 많지 않은 것은 이런 점에서 조금 부족하지 않나 합니다.

 

 

 

 

  인도영화 이야기를 하다가 난데없이 지난 9월 8일 이슈가 되었던 24인용 텐트 설치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처음에는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당최 이해가 안 가더군요. 24인용 텐트를 쳐서 뭐하자는 거지? 왜 이런 것에 사람들이 열광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친구의 말을 들으니 이해가 가더군요.

 

  저는 몰랐지만 처음에 이 이벤트는 ‘24인용 텐트를 혼자 칠 수 있는가’에 대한 화두로 시작되었고 벌레라는 분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증명하기까지의 과정이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이루어 진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사건이 ‘증명’이 아닌 온라인의 세계를 떠도는 자게이들의 새로운 놀이문화에 대한 욕망의 실현이라는 텍스트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텐트를 치냐 안치냐는 중요한 게 아니라 텐트치기라는 이벤트를 통해 사람들 사이에서 참신한 놀거리가 생겼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하더군요. 이 이야기를 듣고 저는 무릎을 쳤습니다.

 

 

 


  샤룩 칸의 ‘빌루’라는 영화에서는 시골에 온 샤룩 칸을 보기 위해 붓붓디야라는 작은 마을에 사람이 몰리고 직접적으로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이름 없는 작은 마을의 이벤트와 심지어는 새로운 상권이 형성되는 과정이 간략하게 나타나 있죠. 뜬금없는 이벤트를 통해 등장한 사람들과 부각된 것들,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새로운 이야기들이 비록 그 생명력은 짧을지언정 사람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전해준 것이죠.

 

  꽤 오래전 저는 공식적으로 인도영화의 마케팅답게 맛살라 플래시몹같은 걸 하면 마케팅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아이디어를 낸 적이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못했죠. (하지만 최근 일본에서는 영화 ‘로봇’ 개봉당시 비슷한 이벤트를 벌였던 적이 있었죠)

 

  모든 인도영화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놀이’나 ‘참여’라는 키워드에 걸맞은 맛살라형 인도영화가 개봉된다면 이런 이벤트는 많은 이들에게 즐거움과 새로운 관심의 창출이 될 것입니다. 최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옴 샨티 옴’ 야외상영같은 경우도 재탕 삼탕이라는 비판적인 견지에도 큰 성공을 거두었으니까요.

 

 

 

 

  * ‘지상의 별처럼’의 주인공 다쉴 사페리군은 올 해 디파 메타 감독의 대작 ‘Midnight's Children’에 출연합니다. 국내에도 수입이 되었다고 하네요.

 

  * 긴 러닝타임에도 완전판 개봉이라는 어려운 시도를 하신 배급사 앳나인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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