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4일부터 25일까지 미친듯이 영화제에 다녔습니다.
 예년에 비해 많은 영화를 보았습니다만 그 중 제 전공인 인도영화를 중심으로 영화제에서 얻은 느낌과 영화의 감상 그리고 영화제와 관련된 인도영화 이야기들을 끄적여 봤습니다.



 ‘발리우드 : 위대한 러브스토리’
 인도영화 팬으로서는 땡큐지만 개막작으론 무리수.


 2011년 제1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PiFan)의 개막작은 '발리우드 : 위대한 러브스토리'로 선정되었습니다. 이 영화가 선정되고 나서 일부 언론에서는 부천의 무리수라는 평가를 많이 내렸습니다. 심지어 일부 언론에서는 부산영화제때 개막작으로 선정된 인도영화를 언급했으니 인도영화에 대한 비아냥거림이 일부 있지는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실 PiFan에서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영화도 개, 폐막작으로 선정한 바 있는데 유독 이 인도 다큐멘터리를 걸고넘어지는지 모르겠더군요. PiFan측의 취지가 취지였던 만큼 그런 불편한 관념들을 말끔히 씻어줄 좋은 작품이 나오기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 영화는 80분간의 맛살라의 향연입니다. 물론 메시지는 있습니다. 다만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그래 이래서 인도영화가 이런 길을 걷게 되었군’하고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정도는 아닙니다.

 사실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모든 사람들이 작가를 이해해준다고 생각하고 영화를 만들지는 않죠. 물론 자신이 세계적으로 엄청나게 알아주는 작가라면 보는이들이 작가의 방식을 영화의 존재만으로 이해할 수 있겠지만 이 영화는 아닙니다.


 인도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적어도 이 영화에는 가치를 증명하는 ‘이유’가 있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부 인도영화 팬들에게 느꼈던 아쉬움인, ‘우리를 인정하지 않는 이들을 굳이 잡으려 하지 말라’는 정신이 이 영화에는 들어있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그냥 원래 인도영화 팬들인 사람끼리 웃고 즐기기엔 개막작으로서의 ‘발리우드의 존재와 그 가치’를 표현하기엔 너무 부족한 영화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Technical Report



 부천체육관에서 감상했습니다. 사실 부천체육관에서 영화를 감상하는 것은 처음인데요. 최신 영화기 때문에 필름 상태가 좋았던 것도 있겠지만 영상상태와 음향 모두 만족스러웠습니다. 어떤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상당히 높은 퀄리티를 자랑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자체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맛살라 시퀀스들의 필름상태는 최상이었습니다. ‘옴 샨티 옴’같이 2,000년 후반에 나온 작품들은 당연히 좋은 퀄리티를 자랑하고 있지만 과거 마두리 딕시트의 90년대 영화, 구루 더뜨의 고전 영화 등도 놀라운 필름 보존 상태를 보여주었던 것이 놀랍더군요.

 
과거 2003년 PiFan프로그램 팀이 발리우드 특별전을 하면서 인도 측에 받았던 ‘험악한’필름상태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그래도 아직 인도에서 자신들의 영화의 필름을 잘 보존하는 경우가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인도영화 팬으로서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가능성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영화의 보존과 필름의 복원에 대한 노력에 비추어 볼 때 만약 이 영화의 블루레이가 출시된다면 인도영화팬이나 발리우드의 맛살아 영화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이라면 꼭 사야할 타이틀이라는 생각이듭니다. 다만 이 영화의 가치가 맛살라 모음집으로서 그치는 데는 다소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요.




 ‘로봇’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한 부분은 아마 ‘인도에서 Sci-Fi 장르를 만들면 어떤 영화가 나올까’하는 것이었을 것입니다. 구성은 예상한 대로 흘러갔지만 그래도 기대했던 것 보다는 많은 의외성을 느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저 역시 이 영화를 보면서 그런 ‘의외성’을 느꼈지요.

 사회나 영화 속의 ‘도구’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저는 마르스(전쟁의 신)와 비너스(사랑의 신)가 불을 어떻게 쓰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합니다.

 영화 ‘로봇’은 그 ‘도구’에 대한 기본적인 이미지들을 맛깔나게 그려나간 영화입니다. 하지만 ‘로봇’은 다른 도구들과는 달리 ‘인간성’이라는 요소를 개입시켜 단순히 도구 이상으로의 로봇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하려 하는데요. 철저히 상업적인 영화인 탓에 심각한 철학을 논하지 않습니다. 최대한 대중적인 시각으로 그 면면을 그려나가죠.

 유튜브나 각종 커뮤니티에 떠돌던 액션 시퀀스 영상이나 코믹한 요소로 단순히 유치한 영화로 치부하기엔 영화 ‘로봇’은 기술에 대한 보통사람들의 솔직한 시선과 휴머니즘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유머가 녹아있는 영화입니다. 대부분의 인도영화는 기대보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감상을 하기 마련이고 그 선입견에 부합하는 요소가 있다고 영화가 가진 좋은 점을 놓쳐버린다면 그보다 안타까운 일도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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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는 부천시청에서 감상했는데, 영화의 기술적인 부분을 언급하기 전에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영화는 블루레이 포맷으로 상영되었습니다. 미처 필름을 수급하지 못해 블루레이 포맷으로 상영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합니다.

 영화 ‘로봇’은 두 가지 버전의 블루레이가 인도에서 출시되었습니다. 하나는 힌디어 버전이고 하나는 텔루구어 버전인데 영화 감상 결과 텔루구어 버전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일단 소스는 좋은 선택입니다. 사운드가 상당히 떨어지는 힌디어 버전과는 달리 텔루구어 버전은 주요 맛살라 장면들의 사운드와 후반 액션 시퀀스의 사운드가 잘 살아있는 타이틀입니다.


 하지만 듣기에는 시청에서 블루레이 포맷을 상영하기 위해서는 포맷을 변환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저는 영화 기술자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지만 포맷이 변환되면서 영상과 사운드가 팍 죽어버렸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실 시청의 경우 작년에는 사운드 시스템에서 노이즈가 심하게 나는 악점이 있었는데 올 해는 그 부분이 개선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부분을 떠나 영화 ‘로봇’의 사운드는 상당히 취약했습니다. 홈시어터에서 DTS로 신나게 듣던 그 사운드가 아니었어요!!


 시청보다는 비교적 음향시설이 좋은 프리머스에서 영화를 감상한 지인의 리포트에도 이런 문제점이 드러났습니다. 영화 ‘로봇’은 단순히 시각적인 효과나 줄거리뿐이 아닌 청각적인 즐거움도 함께 느껴지는 영화인데 상당히 아쉬움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이 영화는 영문자막이 제공되지 않고 텔루구어 버전으로 상영이 되었는데 영화제 측에서 이 부분에 대해 공지를 하지 않았더군요. (영문자막이 없다는 것만 공지됨)주말이라 인도 관객들도 일부 보였는데 과연 어떤 느낌으로 집에 돌아갔는지 궁금합니다.


 아마 앞으로도 영화제에선 블루레이 포맷의 출품은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요.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지베타 포맷보다는 훨씬 퀄리티가 뛰어나니까요. 헌데 포맷을 변환해 버리면 소용이 없는 듯합니다.(전문가 분께서 이 부분을 보시면 지적 부탁드립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상영관에 블루레이 포맷이 손실 없이 상영될 수 있는 방법이 강구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옴 샨티 옴’ 발리우드 영화의 A to Z


 발리우드 영화는 참 아이러니합니다. 발리우드 영화가 인도영화의 대명사가 되어 있고, 맛살라 영화가 모든 발리우드 영화처럼 여겨지니 말이죠. 즉, 전체 인도영화의 10% 정도에 불과한 발리우드산 맛살라 영화가 마치 인도영화의 전부인 듯 보여지고 있지요.

 하지만 그 맛살라 영화가, 또 발리우드 영화가 인도 영화를 많은 이들에게 알렸고, 인도영화의 부흥을 가져다주었던 것은 사실이죠. 이처럼 발리우드산 맛살라 영화가 인도의 랜드마크가 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옴 샨티 옴’은 그 발리우드산 맛살라 영화들에 대한 오마주 영화이자 동시에 현대 발리우드 맛살라 영화를 대표하는 작품이기도 하죠. 얼핏 보면 그저 유치함이 절절 흐르는 인도산 코미디 영화일 뿐이지만 영화에 몰입할 수 있는 요소들을 잘 갖춰서 적절한 타이밍에 보여주는 영화라 평가하고 싶습니다.


 인도의 상업영화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사랑의 완성을 그려나가는 작품들이 많습니다. 끝이 뻔하다 할 수도 있겠지만 인물의 유형이나 극을 이끌어나가는 요소와 그 과정을 살펴보면 나름 재밌습니다. 아무도 가보지 못한 70년대 발리우드 영화판을 우리의 정신 못 차라는 주인공이 관객들에게 안내해줍니다. 물론 절세미녀의 여주인공과 함께, 넋 빠지게 만들 춤도 영화에 빼놓을 순 없죠.

 만약 관객들이 그 요소의 단 하나라도 관심을 갖게 된다면 이 영화는 보는 이들에게 즐거운 엔터테인먼트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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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천시청과 만화영상박물관에서 감상했습니다. 발리우드 맛살라 영화의 미덕은 다채로우면서 조화로운 색감인데, 안무가 출신인 파라 칸 감독은 다년간의 노하우를 이 영화에 쏟아냅니다. 70년대 원색 계통의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는 의상들과 적절한 조명의 사용이 이 영화의 장점인데요, ‘옴 샨티 옴’을 재밌게 보셨고 발리우드 맛살라 영화에 관심이 생겼다면 영화 ‘메 후 나’의 ‘Tumse Milke’라는 곡과 ‘Housefull’의 ‘Dhanno’라는 맛살라 영상을 찾아보시면 그녀가 ‘옴 샨티 옴’에서 보여주었던 조화로운 색감 표현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영화의 장면 연출도 좋았지만 필름 상태가 좋아서 몰입도가 좋았습니다. 아무리 공들인 장면이라도 노이즈와 함께 감상한다면 그 맛이 떨어지겠죠.


 단, 올 해 만화영상박물관 상영은 조금 아니었습니다. 저음부분에서 심하게 갈라지는 소리가 났는데, 유달리 인도영화가 음악사용이 잦다는 것을 볼 때 만화영상박물관의 사운드 시스템은 취약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유독 인도영화 뿐 아니라 ‘슬랩스틱 브라더스’같은 작품을 감상했을 때 역시 이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작년 ‘카미니’같은 작품을 감상했을 때는 크게 무리가 없었던 것에 비하면 올 해는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작년 비슷한 문제가 있었던 부천시청의 사운드 시스템을 옮겨왔을 거란 말도 안 되는 추측도 해보게 됩니다.

 


‘다방’ 인도사회의 부정부패의 미니멀리즘


 인도의 많은 감독들에게 우타프라데쉬라는 곳은 범죄영화로서 많이 거론되는 지역입니다. 실제로도 ‘내 이름은 칸’의 개봉당시 샤룩 칸을 박해했던 인도의 극우정당인 쉬브 세나가 이곳의 달리트(하층계급)들을 박해했던 곳이기도 하죠.

 또한 이곳의 많은 사람들이 자원 난에 허덕이며 그래서 그런지 범죄도 많은 곳입니다. 그 지역 사람들에게는 상처겠지만 어쩌면 영화를 만드는 이들에겐 매력적인 지역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영화는 이곳출신의 경관 출불 판데이의 액션 활극과 가족문제에 대한 소극이지만 사실 이것들은 인도 사회 부정부패의 축약판이기도 합니다. 부패한 정치와 불안정한 치안, 무방비 상태의 서민들과 범죄의 순환이 강렬한 음악과 신선한 카메라 워크와 함께 120여 분간 펼쳐집니다.



 주인공인 출불 판데이 역할부터 독특한데요. 사실상 이 영화는 인도영화의 전형적인 권선징악형 영화가 전혀 아닙니다. 주인공부터가 도덕적 판단을 상당히 배제하는 인물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주인공 출불과 악당인 체디의 대결은 선과 악의 대립이나 정의의 구현 따위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어쩌면 주인공 출불은 체디 못지않은 지독한 악당이죠.

 그런데 이 불편한 모습들은 순환적인 구도를 보여줍니다. 불안정한 가족이 불안정한 치안을 낳고 부패한 정치는 그 가족을 이용하고 불안정한 치안을 이끄는 불량한 경찰이 악당과 대결하죠.


 그럼 왜 인도인들은 이 비싼 홈드라마에 열광했을까요. 
 사실 요즘 인도에서는 정의감에 불타는 주인공을 내세운 영화들보다는 가장 이기적인 사람을 주인공으로 놓고 있습니다. 순선의 목적으로 자발적인 정의를 추구하는 사람들 보다는 개인적인 불쾌함으로 악의 무리를 척결하는 이들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합니다.

 어쩌면 부패한 사회에 있어 ‘내 일 아니면 상관없는’이들에게 사회의 좋지 못한 파장이 돌아왔을 때를 가상으로 체험하게 해주며 청량감을 느끼게 하는 것일 수도 있겠죠. 다만 차이가 있다면 부정부패는 그대로지만 현실에는 다방스러운(겁 없는) 인물이 존재하지 않는 다는 것 뿐.


 Technical Report


 영화제 마지막 날 부천시청에서 감상했습니다.

 지난 7월 16일에 심야상영을 보고 나오던 한 관객이 ‘역시 B급 영화는 부천시청 같은 곳에서 봐 줘야 해’하고 이야기 하는 것을 들었는데, 저는 인도영화야 말로 부천시청에서 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는 인도영화 관련 글들을 쓰고 있지만 인도에는 한 번도 가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인도의 극장의 느낌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시설은 좋지 못한 대형극장에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메우고 웃고 떠드는 분위기를 연출하는 인도의 극장이 바로 부천시청과 비슷하지 않나하고 저만 생각해 봅니다.


 영화의 원래 필름상태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영화 ‘다방’의 영상은 그렇게 깔끔해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사실 이 영화의 블루레이를 먼저 감상했는데요. 블루레이의 경우는 갈색톤, 붉은색 톤이 많았고 색의 선명도가 그리 높지는 않은 타이틀이었는데 원본 필름을 보니 블루레이를 제작한 팀이 마스터링에 상당히 신경을 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자막을 만들어 본 적이 있었는데 영화를 보다보니 제가 오역했던 부분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자막 중 몇몇 부분은 좀 위트 있게 처리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영화제 밖 인도영화 이야기

 영화제 밖에서 많은 분들을 만나서 인도영화를 주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그 중 가장 이슈가 되는 몇 가지를 뽑아봤습니다.


‘로봇’이 발리우드 영화라고?


 영화제의 티켓 카탈로그에도 소개 되었고 많은 분들이 리뷰를 쓰실 때 영화 ‘로봇’을 발리우드로 표기하셨지만 엄연히 이 영화는 남인도 영화입니다. 굳이 가져다 붙인다면 ‘콜리우드’쯤 되겠죠.


 발리우드가 북인도 영화시장을 대표하는 뭄바이, 예전의 봄베이와 할리우드의 합성이었던 것처럼, 콜리우드는 첸나이의 C를 따다 만들어서 Collywood가 된 셈입니다.

 영화 ‘로봇’의 주인공이자 우리나라 인도영화 1호로 오해받고 있는 ‘춤추는 무뚜’의 주인공 라즈니칸트와 발리우드 스타로 더 많이 알려진 아이쉬와리아 라이 두 사람은 사실 타밀 영화계를 대표하는 스타입니다. 또한 이 영화의 음악을 맡았고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스코어로 세계적인 스타가 된 음악감독 A. R. 라흐만 역시 타밀이 낳은 대표적인 뮤지션이죠.


 이처럼 남인도 계통의 영화들은 인도영화의 2인자 역할을 하며 발리우드 영화와는 다른 매력으로 인도영화 팬들을 사로잡았고, 특히 요즘같이 맛살라 영화가 뜸한 발리우드의 빈틈을 노려 정통 맛살라를 추구하며 세계의 인도영화 팬들을 하나 둘 섭렵해가는 중입니다.

 심지어 요즘 발리우드는 남인도 영화들을 이식하는 공정을 거치고 있고 2008년 ‘가지니’를 기점으로 많은 남인도 영화들이 발리우드에 리메이크 되어 흥행을 거두고 남인도의 감독, 스탭, 배우들이 발리우드에 건너오면서 무시무시한 위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아마 조만간 발리우드의 판도는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입니다. 이유야 어쨌든 서로의 좋은 콘텐츠를 받아들인다면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여전히 높은 점유율!


 인도영화는 PiFan의 효자종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개막식 매진을 시작으로, 7월 16일자 ‘로봇’은 80% 이상, 7월 17일자 ‘옴 샨티 옴’은 100%에 가까운 좌석 점유율을 보였고, 7월 19일자 ‘다방’은 그날 평일 상영작중 가장 먼저 매진이 되었고, 7월 21일 목요일 ‘로봇’역시 매진, 영화제 마지막 날인 7월 25일자 ‘다방’역시 매진 사례를 기록하면서 PiFan에서의 인도영화의 인기를 과시했습니다.

 2010년 PiFan 화제작이자 최근 개봉을 앞둔 모 인도영화를 빗대 한 관객은, ‘인도영화는 영화제에서 보는 게 갑(甲)’이라는 표현을 썼는데요. 영화제의 인도영화의 열기를 느낄 수 있어 즐거운 이야기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극장에 개봉되기도 쉽지 않고, 개봉 된다 해도 온전한 영화를 볼 수 없는 아쉬움이 느껴지는 표현이라 생각하니 가슴이 짠해지네요.



PiFan이 한 물 간 인도영화를 틀 수 밖에 없는 이유


 제목은 PiFan을 비꼬는 것 같지만 사실상 PiFan의 프로그램 선정을 옹호하는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왜 이미 퍼질 대로 퍼진 영화들을 영화제에서 상영하는가에 대한 의문에 대한 답변을 하고 싶었습니다.


 비교적 최신 영화를 상영하는 것이 원칙인 영화제 특성상, 영화제에 상영되는 영화들은 적어도 전년도 페스티발 시즌 이후에 공개되거나 혹은 미공개된 영화들이 엔트리에 들어가기 마련입니다. (쉽게 표현하면, 올 해의 경우 2010년 7월 중순이후 현지나 타 영화제에서 공개된 영화 내지 아예 공개가 되지 않은 영화가 되겠죠.)

 인도영화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요. 아무리 ‘로봇’이나 ‘다방’같이 현지에서 대박이 났다고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3개월 내지 6개월 내에는 DVD같은 2차 매체로 출시가 됩니다. 2차 매체에 뜨는 순간은 바로 불법 동영상이 도는 시점이죠.


 그렇다면 이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11년 영화제에선 2011년 상반기 영화를 상영하면 되지 않겠냐고, 논리적으로는 좋은 생각이지만 안타깝게 상반기 시즌에 상영되는 인도영화는 대부분 주목받지 못하는 영화들인데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대개 화제가 되는 인도영화들은 연말에 공개됩니다. 관례적으로 그렇기도 하고 EID, 디왈리 같은 인도의 명절도 하반기에 있다 보니 ‘진짜’라인업은 하반기에 몰리게 되죠.

 또한 인도의 상반기는 크리켓 시즌이라 다소 극장의 좌석 점유율이 저조한 편입니다. 운좋게 이 시기에 ‘내 이름은 칸’같은 영화가 개봉될 때도 있지만, 대개 3월에서 4월경에 개봉되는 대부분의 영화들은 배급의 덕을 못 본 작은 영화나 실험적인 영화, 아트하우스 계열의 영화들이죠.


 영화제에 프로그램을 선정되기 위해서 대개 영화를 픽업하는 시점은 3월에서 4월경인데 최신성을 생각해서 이 시기에 개봉하는 영화를 선정할 때 영화제의 관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화제작을 고르기는 수월치 않습니다.

 또한 영화가 흥행을 거둔 것, 현지에서의 영화의 평가 등도 좋은 요소가 될 수 있는데 미개봉작을 픽업하자면 리스크가 크니 흥행이나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영화들, 소위 검증된 영화들을 고르다보니 대개 전년도 영화를 고를 수밖에 없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몇몇 인도영화 팬 분들은 ‘이미 집에서 봤다’고 귀찮다고 영화제에 안 오시겠다고 하시는 분도 뵈었는데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솔직히 같은 인도영화 팬으로서 안타깝습니다. 올 해 상영된 모든 인도영화들은 발품을 팔아서라도 충분히 스크린에서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단순히 큰 스크린으로 내가 좋아하는 인도영화를, 또 배우를, 큰 스케일로, 좋은 음향시설로 본다는 것 이상으로 하나의 애정을 표현하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한 상영관에서 그 정서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 역시 즐거운 일이죠. 분명 인도영화는 집에서 혼자 보는 것과는 다른 어떤 독특한 맛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즐거운 기운이 사라지지 않게 계속 영화제에서 인도영화가 상영되도록 바라고 있습니다.


 아무튼 올 해도 좋은 영화를 선정해주신 프로그램팀 여러분, 또 보러와주신 관객님들, 열심히 애써주신 자원봉사 여러분, 그리고 앞으로 인도영화를 수입하실 또 수입하신 영화사 관계자 분들, 저변확대를 위해 오늘도 신도들을 챙기시는 인도영화 팬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내년에는 더 즐겁고 신나는 영화제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Posted by 라.즈.배.리


 지난 7월 16일부터 24일까지 일주일 남짓한 기간동안 영화제를 다녀왔습니다.

 많은 영화를 보았습니다만 그 중 제 전공인 인도영화를 중심으로 영화제에서 얻은 느낌과 영화의 감상을 끄적여 봤습니다. 

 

‘못 말리는 세 친구’ 못 말리는 대박

 


 아무래도 이번 PiFan의 화제작(전체 작품을 통틀어서)중 하나가 바로 이 영화가 아닐까 합니다. 상영작중 가장 긴 러닝타임을 한 작품이고 우대받는 듯 하면서 나름 불리했던 상영조건(일요일 마지막 상영 같은)에도 불구하고 금요일과 일요일 좌석 점유율 80%이상, 토요일 매진, 그리고 또 한 번의 앵콜 상영 역시 90%에 달하는 점유율을 보이면서 재관람 관객까지 끌어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사실 이미 어둠의 경로로 본 주변 사람들의 유혹에도 불구하고 영화제를 통해 첫 감상을 하게 된 저는 시종일관 터지는 재미와 인생을 성찰하는 시간을 함께 가지며 뿌듯한 마음으로 극장을 나올 수 있었습니다.

 인도영화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많이 있습니다. 특히 각본의 취약성, 춤과 노래 등이 꼽히는데요. 후자는 마치 랜드마크와도 같은 속성이니 관객들이 영화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아량을 보인다고 하더라도, 전자인 영화 자체가 부실하면 그 흡입력도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일부 인도영화 마니아들은 '그런 모습도 귀엽고 사랑스럽게 봐 달라'고 하지만 실제로 인도 내의 관객들도 인도영화의 그런 모습을 싫어하고 부끄럽게 느꼈던 가운데 이제는 영화들이 탄탄한 각본과 구성을 갖추어 ‘영화다운 영화’가 많이 나타나는 느낌입니다.

그런 점에서 ‘못 말리는 세 친구’는 인도영화의 정체성과 동시에 여러 관객을 포용하는 보편적인 모습, 그리고 작품성을 만족시키는 영화로, 인도영화에 관심을 갖는 분들께 권해드리기 좋은 작품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Technical Report


 부천시청에서만 2회를 감상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프리머스 상영관의 영사기보다 부천시청 영사기가 더 좋다고 느끼고 있는데요. 같은 필름을 틀더라도 얼마만큼의 선명도를 구현하느냐, 그 문제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부천시청은 고질적으로 음향에 문제가 있습니다. 가끔가다 특정 음역에서는 ‘빠각’하는 뼈 부러지는 소리가 납니다. 하긴 부천시청의 낙후된 좌석들을 보면 영화 속에서 나는 것이 아니라 의자라도 무너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만, 같은 날 ‘화룡’을 봤을 때는 그런 거슬리는 소리를 듣지 못했는데 유독 두 편의 인도영화, ‘못 말리는 세 친구’와 ‘알라딘’을 볼 때 그 소리가 나서 상당히 신경이 쓰였습니다. 

 시청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경우가 영화제 기간에만 국한되어 사운드 시스템에 대한 보강을 안 하시는지 모르겠지만 ‘국제영화제’ 타이틀을 걸고 하는 행사라고 한다면 웬만하면 이번에는 바꾸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자막의 경우는 국내에 떠도는 자막을 보지 못해 비교를 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나쁘지 않았습니다. 사실 영화의 자막에 의존해 감상한 것이 아닌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에 자막은 거드는 역할밖에 안했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하나 알게 된 사실은 ‘All Izz Well’을 ‘올 이즈 웰’ 보다는 ‘알리즈웰’이라고 부르는 게 낫다는 것 정도.

 

‘카미니’ 여러 계층이 외면한 비운의 영화


 

  부천 초이스에 소개되었지만 그 어느 누구 하나 돌보지 않았던 영화 ‘카미니’는 영화제 내내 그 어떤 존재감을 주지 못하고 쓸쓸하게 영화제에서 내려왔습니다.

 사실 대한민국에서 인도영화 자체도 그 저변이 높지 않은 편이지만 영화를 선택함에 있어서 대부분은 샤룩 칸과 같은 배우를 위주로 선택하지 ‘작가’의 개념을 받아들이는 경우는 없습니다. 

 또한 시네필들 사이에서도 인도란 나라는 작품이 나오기 보다는 그들만의 엔터테인먼트가 양산되는 나라로 인식되어 외면을 받았습니다. 때문에 부산국제영화제나 PiFan에서 ‘작가’의 영화를 많이 소개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선택하는 관객들은 그런 의식을 하지 않았죠.

 올 해, 영화 ‘카미니’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 영화는 2009년, 변화하는 볼리우드 영화의 조류의 선방에 있던 영화였지만 이 점은 관객들 사이에서 크게 와 닿는 부분이 아니었죠. 그 이유는 아래 밝히겠습니다만 상영관 분위기는 싸늘했고 인도영화 커뮤니티에서도 딱히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던 영화였습니다. 



 
Technical Report

 한 번은 프리머스 9관에서, 다른 한 번은 만화영상진흥원에서 관람했습니다. 

 필름이 노이즈도 적고 상당히 좋은 편이었습니다. 이전에 프로젝터로 Moserbaer에서 출시된 ‘카미니’의 블루레이를 본 적이 있었는데 색 표현이 너무 하얗다 보니 대부분의 인물들 얼굴이 검게 보이는 경우가 나타났습니다(상당히 짧은 모니터링이라 다시 체크를 해봐야 할 것 같지만...) 색채 구현이 필름에서만큼 자연스럽지는 못했다는 것이죠.

 사운드 이야기를 하면 솔직히 만화영상진흥원에서 영화 ‘카미니’의 사운드가 100% 구현되지는 못했다고 봅니다. 소리가 들어가는 느낌이 났는데요. 이를테면 영화의 타이틀곡 격인 노래 ‘Dhan Te Nan’이 나오는 부분에서 프리머스 상영관에서의 사운드는 자연스러웠는데, 만화영상진흥원 관람당시엔 보컬과 비트 부분만 강조되고 나머지는 소거된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보컬의 목소리에 ‘쿵쾅’하는 소리만 남았다고 설명 드리면 이해가 빠르실 듯.

 자막의 경우는 다소 딱딱함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사실 여러 편의 영화의 자막을 담당해야 하는 번역가로서의 중압감은 이해가 가지만 영화의 인물, 은유적 표현 등을 잘 살리지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러브 아즈 깔' 시대가 변하면 사랑의 방식도 변한다

 

 올 해 ‘못 말리는 세 친구’가 있다면 2008년에는 ‘옴 샨티 옴’이라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매진 사례를 기록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이 정통 맛살라 영화에 눈에 띄는 신인스타가 한 명 등장했으니 바로 디피카 파두콘이라는 배우입니다. 서구적인 외모 덕분에 정통 맛살라 영화보다는 다소 모던한 느낌의 영화에 많이 출연하고 있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러브 아즈 깔’은 적절한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러브 아즈 깔’은 변하는 현대의 사랑 못지않게 변해가는 볼리우드 영화의 사랑이야기를 보여줍니다. 지고지순하고 선택의 자유가 없었던 옛날의 사랑, 마치 샤룩 칸이 보여준 정통 멜로드라마의 세계가 바로 과거의 사랑이라면 현대의 사랑은 메신저와 휴대폰 문자 메시지로 이루어지고 실제로 만나서 나누는 대화도 그처럼 짧은 문장이고, 따라서 솔직하고 거침이 없는 모습입니다.

 볼리우드의 모습역시 영화 속 사랑이야기처럼 변해갑니다. 기다림과 운명의 연속인 옛날의 사랑이야기는 솔직한 표현과 도전으로 바뀌고 또한 펀자비들의 맛살라 춤판은 클럽음악으로 바뀌었으며, 미인의 기준도 많이 바뀌었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와 사람 표현만 바뀌었을 뿐 사랑 이야기는 그다지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누구나 해피엔딩을 꿈꾼다는 것. 이별을 하고 있는 순간에도 말이죠.


 Technical Report

 마지막 날인 25일 일요일에 만화영상진흥원에서 관람했습니다.

 올 봄, 본 영화의 블루레이가 출시되었을 때 모니터링 결과는 다소 처참했습니다. 색감이 다소 떨어져서 실망스러웠는데, 회상 신의 경우 감독의 의도대로 뿌옇게 처리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극중 비르(과거의 남자)의 챕터에서 그런 의도가 있었는지도 알고 싶었지만 결과적으로 영화 배급사인 EROS의 저질 블루레이 출시 문제임이 판명이 났습니다.

 영화의 필름 상태는 잡티 없이 깨끗합니다. 덕분에 톱스타인 디피카 파두콘의 표정의 디테일을 즐길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고 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 블루레이 디스크가 출시되었음에도 영화에 관심 있는 분들께 좋은 타이틀이라고 구매하시라는 권유를 못하겠습니다.

 

‘알라딘’ 눈으로 즐기는 킬링타임용 영화 


 사실 알라딘을 패밀리 섹션으로 선정했다고 했을 때 과연 가족단위의 관객들이 이 영화를 재밌게 볼 것인가에 대해 약간은 의아해 했습니다. 많지는 않게 가끔 폭력적인 장면도 나올뿐더러(때문에 영국 배급당시 12세 관람가 평가를 받음) 20대 청년 알라딘이 사랑하는 아가씨한테 구애를 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니,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내용은 아니었기 때문이죠. 어떤 분들은 아라비안나이트의 알라딘쯤 되겠거려니 하고 사전 정보 없이 영화를 보신 분들도 계실 거라고 봅니다. 

 하지만 가끔 판타지의 세계를 자신들의 정서에 담아 녹여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09년 우리나라 흥행작중 하나인 ‘전우치’가 바로 그런 예죠. 사실 이런 시도가 많지 않았던 까닭에 영화의 완성도와 영상구현을 동시에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쉽지 않다고 봅니다. 

 가까운 나라 일본을 보면 그런 시도를 많이 하고 있는데 솔직히 그 결과물을 지켜보면 다소 만족스럽지는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알라딘은 약간 각본이 허술하기는 하지만 특수효과의 완성도는 꽤 높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또한 맛살라 영화를 원하는 인도영화 마니아 관객들에게 이번에 소개된 다섯 편의 영화중 가장 맛살라 스타일이 강한 영화가 아니었나 되묻고 싶기도 합니다. 사실 이런 영화에 완성도는 각본의 충실함보다는(아예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특수효과에 더 그 중심을 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저만의 생각입니다. 오락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호불호가 갈리는데 주인공이 사랑을 필요로 하고 그것을 지켜나가는 모습을 코믹하게(소위 인도 영화스러운 유치함으로) 그리는 모습도 나쁘지 않았다고 봅니다.


 Technical Report


 7월 19일 일요일 부천시청에서 관람했습니다.

 사실 인도에서 영화가 흥행에 참패한데다 배급사가 EROS Entertainment인 까닭에, 혹 블루레이가 출시된다 하더라도 앞서 언급한 ‘러브 아즈 깔’의 케이스처럼 좋은 퀄리티를 기대할 수는 없지 않나 합니다. 따라서 필름으로 본 것이 다행이었고 상당히 만족스러웠습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영화 후반부, 알라딘과 자스민이 레스토랑에서 데이트를 하는 장면에서 갑자기 필름의 퀄리티가 좋아집니다. 훨씬 더 부드럽고 선명도가 높아지며 색감도 약간 청명한 녹색 빛이 강해지는데요. 사실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그것이 필름상태인지 촬영 장비의 교체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런 부분이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의도적인 느린 연출이 있어 가끔 이것이 렌더링에 의한 지연 때문은 아닌가 의심이 가는 장면이 일부 포착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점을 너무 거슬리지 않게 받아들인다면 영화 ‘알라딘’은 꽤 괜찮은 영상을 구현합니다. 

 사운드는 ‘...세 친구’ 리뷰에서도 언급했듯 시청 자체의 결함 때문에 영화 감상의 흐름이 깨지곤 했습니다. 영화 후반에는 높은 음역을 표현하는 일이 많아 스피커에 심한 낙석현상(!)이 일어나더군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이 점 상당히 거슬립니다만 아무래도 영화제 위원회보다는 시청 쪽에 직접 건의를 넣어야 할 것 같네요.


‘Dev.D’ 의외의 영화, 의외의 수확


 ‘데브다스’하면 대부분 샤룩 칸이 주연을 맡았던 2002년도 작품을 많이 떠올립니다. 인도에선 ‘로미오와 줄리엣’격의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사실 영화화 된 경우는 20회도 채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 50년대 작품과 2002년도 앞서 언급했던 그 작품 정도가 높은 지명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Dev.D’는 ‘러브 아즈 깔’과 공통분모가 많은 영화입니다. 펀자브 지역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 젊은 남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새로운 시대의 사랑이야기라는 것, 타인을 배려하는 데는 미숙한 이기적인 남자주인공의 모습도 그렇죠. 음악이 좋다는 점도 빼 놓을 순 없을 것입니다. (여담이지만 ‘러브 아즈 깔’의 감독 임티아즈 알리가 바로 ‘Dev.D’의 아누락 카쉬압 영화에서 배우로 데뷔합니다)

 다만 비슷한 재료를 놓고 요리하는 법은 요리사마다 다르기 마련이겠죠. ‘Dev.D’는 조금 더 솔직하게 연애를 하는 그리고 상처를 받은 인간의 내면을 파고듭니다. 볼리우드 영화에서 이처럼 감정의 극한을 묘사한 작품은 흔치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도 독특하고 짜임새 있었습니다. 다만 음악의 사용은 조금 과잉이었던 것 같은데 한 편으로 이 영화의 O.S.T.에 열광하다 보니 다른 관객들에겐 단점으로 보일 수 있는 이런 것들이 제게는 장점이 되긴 했습니다.(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이런 말을 하면 어딘가에선 돌 맞을 소리겠지만 사실 ‘Dev.D’라는 영화를 2002년도 작품인 ‘데브다스’보다 좋아합니다. 원작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2002년도 작품에서 주축을 이루는 세 사람, 데브, 파로, 찬드라무키의 이해 못할 로맨스, 왜 파로와 데브는 서로 돌아서고, 찬드라무키는 왜 싫다는 데브를 좋아하며(배드가이라 그런가?), 데브가 너무 오버스러울 정도로 찬드라무키를 싫어하는가를 공교롭게 다섯 번이나 이 영화를 감상했는데도 불구하고 잘 이해할 수가 없더군요. 영화 ‘Dev.D’는 그런 알쏭달쏭한 인간의 관계와 감정을 잘 설명해 준 영화라서 좋았습니다. 


 Technical Report

 7월 16일 금요일에 감상했습니다. 영화제 첫 관람작이었는데 사실 필름의 상태는 불만이었습니다. 영화제 측에서 상영관 앞에 프린트의 상태에 대해서 공지를 했지만 2008년부터 필름으로 보기만 벼르던 이 영화를 좋지 못한 판본으로 만난다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더군요. (PiFan에서 봤던 80년대 영화 ‘브라질’의 화질을 보는 수준이었습니다. 한 편, 영화의 제작사인 UTV사에서 출시된 DVD를 보면 영화의 원본은 상당히 부드럽고 감각적인 영상입니다)

 반면 필름의 상태는 아쉬웠지만 사운드는 최상이었습니다. 곡의 모든 트랙이 잘 녹음되었고 아쉬운 화면 상태를 ‘듣는 영화’모드로 바꿔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자막번역하신 분의 노고가 이 영화에서 잘 드러났는데요. 140여분 펼쳐지는 생각보다 많은 대사와 음악 트랙을 모두 번역하는 것이 곤욕인데 높은 수준의 번역을 보여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영화제 밖 인도영화 이야기

 영화제 밖에서 많은 분들을 만나서 인도영화를 주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그 중 가장 이슈가 되는 몇 가지를 뽑아봤습니다.

 

 《‘Dev.D’같은 영화는 왜 선정되었을까 》


 사실 은근히 슬리퍼 히트를 기록했지만 ‘데브다스’ 드립이 없었더라면 ‘카미니’와 같은 길을 걸었을지도 모르는 영화 ‘Dev.D’는 사실 인도영화 팬들 사이에선 그야말로 아웃 오브 안중이었던 영화였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영화들은 계속 영화제의 문을 두드립니다. 

 부천영화제가 바라보는 인도영화에 대한 시각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많은 프로그래머 분들이 지향하는 점은 영화의 현재와 미래입니다. 물론 일부 작품은 그런 비전 때문이 아닌 순수하게 관객 지향, 즉 흥행을 위해 선정되는 경우도 있고 그 두 가지 조건이 모두 만족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실 어떤 분들은 올 해도 샤룩의 영화가 부천에서 상영되기를 바라며 ‘마이 네임 이즈 칸’에 대한 기대감에 차 있었지만 올 해는 샤룩 칸의 영화가 부천을 찾지 않았죠. 

 팬들이 기대하는 영화가 모두 영화제에 수용될 수는 없는 일입니다.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분들이 앞서 말한 비전과 영화제 내의 흥행성을 동시에 생각해야하다 보니 절충안을 내놓게 되는데 ‘알라딘’같은 영화는 흥행에 중점을 두고 반면 ‘Dev.D’같은 실험적인 영화로 비전으로의 측면을 부각시킵니다.



 또한 영화제는 자주 초청하는 작가의 영화가 있는데요. 인도영화만 예로 들면 부산 영화제는 마니 라트남(사회성이 있는 영화를 주로 만드는 작가주의 감독) 같은 감독의 영화를 잘 소개하고 ‘Dev.D’의 아누락 카쉬압 역시 ‘블랙 프라이데이’등의 굵직한 작가주의 영화로 부산을 찾은 바 있어 그의 실험적인 영화가 영화제에 상영되는 것이죠.

  이렇다 보니 ‘의외의 영화’, ‘인도영화 같지 않은 영화’ 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고 이것은 굴레가 될지 신선한 충격이 될지는 관객이 결정하는 부분입니다. 다만 안타깝게 많은 인도영화 마니아들은 이런 영화들을 제쳐놓고 영화를 선택하지요.


 《 시네필과 인영 마니아 그 페러렐한 세계 》

 앞에서도 언급했듯 인도영화 역시 새로운 비전, 소위 뉴 커런츠라는 것이 존재하지만 영화제에서 영화를 즐기는 시네필들이 인도영화를 찾아보는 경우는 별로 없다고 봅니다. 오래 전부터 선입견이 존재해왔기 때문인데요. 사실 인도의 영화는 작가의 고뇌를 통해 만들어지는 영화보다는 엔터테인먼트적인 측면이 강하게 드러났기 때문이죠. 

 물론 사티야지트 레이나 리트윅 가탁같은 거장들도 존재하지만 ‘인도영화’를 생각할 때 그런 감독들의 영화보다는 화려하고 시끄러운, 소위 맛살라라 불리는 뮤지컬 영화가 먼저 떠오르기 마련입니다. 

 기존의 시네필들이 접한 영화들, 일본이나 유럽의 작가주의 영화나 혹은 정통 헐리웃 블록버스터급 영화들과 비교하면 인도영화는 낯설고 영화 같지 않은 영화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이고 심지어는 혐오와 기피의 대상이 됩니다. 그리고 이 분들이 영화산업 혹은 전문가 집단으로 영향력을 뻗치면서 인도영화에 대한 편견은 달러 맨디의 음악(소위 훍뚝송)이나 남인도의 황당한 경운기 액션영화라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되고 일반 대중들과 시네필의 인도영화에 대한 편견은 쉽게 지워지지 않게 됩니다.

영화 '물랑루즈'. 가끔가다 이렇게 인도영화로 새는 시네필들도 있다



 한 편 인도영화 마니아들 사이에서의 고정관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많은 분들을 만나면 그분들의 말씀은 익숙한 영화가 좋지 낯선 영화는 거리감이 느껴진다고 합니다. 가끔 시도를 하지만 대부분은 고개를 절레절레. 마음의 준비가 안 된 것인지 받아들일 마음이 없는 것인지 그 내면은 잘 알 수 없지만 말이죠. 

 결국 영화제를 통해 소개되는 뉴 커런츠 계열의 인도영화들은 두 계층으로부터 쉽게 외면 받는데요. 그렇다고 이런 흐름을 포기할 것인가에 대해선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 인도영화다운 인도영화? 점점 보기 힘들 것 》

 저는 인도영화 마니아를 표방하고 있지만 ‘진정한 인도영화’, 소위 누군가 말하는 ‘제대로 된’ 인도영화라는 게 뭔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인도는 지역마다의 색도 다르고 맛살라 영화라 불리는 뮤지컬 못지않게 ‘카미니’같은 범죄영화도 오래전부터 그 명맥을 유지해 왔으니까요. 

 굳이 그 용어를 정의하자면 ‘현재 인도영화 마니아들이 기대한 유형의 영화’라고 볼 수 있는데요. 그런 색채를 가진 영화는 작년, 부산영화제의 화제작 ‘신이 맺어준 커플’같은 영화로, 공식이 쉽게 드러나는 영화입니다. 그 공식이라 함은,

  미취학 아동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쉬운 내용. 톱스타(주로 샤룩 칸), 화려한 볼거리, 일단 신남, 가끔 눈물, 어쨌든 해피엔딩을 향해 달려가는 주인공들, 이런 공식이 있는 영화인데요. 슬슬 이런 영화를 볼리우드에선 쉽게 만날 순 없을 것이란 전망입니다.

'전형적인' 인도영화의 모습으로 언급되는 '신이 맺어준 커플'



 그 이유는 첫째. 비용문제. 톱스타들의 몸값이 인상하면서 그들이 출연하는 영화의 제작 편수가 많지 않다는 점. 이를테면 앞서 언급한 샤룩 칸 같은 배우는 최고 20 Crores의 몸값을 받는데 인도 대작영화의 제작비가 50-70 Crores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대작 영화가 많아야 1년에 1-2편이 전부. 또한 배우 못지않게 세트나, 의상, 높아지는 인건비 역시 무시 못 할 조건이죠.

 둘째. 멀티플렉스의 증가로 멀티플렉스형 관객이 양산된다는 점인데요. 사실 이것은 복합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대개 젊은 관객층이 멀티플렉스로 향하고, 이들은 볼리우드 영화 못지않게 헐리웃 영화를 선호하며, 따라서 영화 기준도 서구적이고, 그 감상도 서구적이라 기존 볼리우드의 결점이었던 탄탄하지 못하며 뒤떨어진 방식의 영화는 외면하는 분위기라는 점입니다.

 셋째. 인도의 관객들이 이젠 심각한 영화를 잘 받아들인다는 점인데요. 2010년 상반기 ‘맛살라 영화’라는 브랜드로 성공한 영화는 디피카 파두콘이 출연하는 ‘Housefull’이라는 영화를 빼곤, 모두 진지한 드라마, 범죄영화가 그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사실 PiFan 화제작이자 최대 흥행작이었던 ‘못 말리는 세 친구’역시 간간히 맛살라 장면을 삽입한 사회 풍자 드라마로 봐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아이러니하게 2010년 PiFan의 상영작중 맛살라 영화의 명맥을 가지고 있는 ‘알라딘’은 사실상 인도에선 실패한 영화입니다. 나머지 네 작품은 비평과 흥행에 성공을 거두었지요. 이것은 요즘 변하고 있는 인도영화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흐름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봅니다. 

정치라는 심각한 주제에도 역대 흥행순위 3위를 차지한 'Raajneeti'



 그렇다면 소위 ‘인도영화다운’ 아니 ‘현재 인도영화 마니아들이 기대한 유형의 영화’를 찾는다면 세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평소에 보던 영화에 향수를 느끼던지, 아니면 아직 맛살라의 향취가 남아있는 남인도 영화에 도전하던지, 그냥 흐름을 받아들이고 덧 맛살라스러운 영화도 편식하지 말고 발을 담그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끝으로 인도영화가 개봉은 아직 힘든 시점이라 영화제 등 공식적인 공간을 통해 많이 상영이 되어야 하고 그 명맥이 계속 유지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런 기회를 삼아 많이 봐줘야 한다는 것이죠. 사실 이것은 인도영화 마니아들에게만 국한 되는 것은 아닙니다. 기존 관념에 자리 잡고 있던 내용 없고, 유치하고, 촌스러운 영화가 이제는 어느 정도 구색을 갖추고 있습니다. 안타깝게 지금 우리는 생활에 찌들다 보니 영화를 보는 데는 상당히 인색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영화 자체가 다양성을 많이 잃어가는 시점에서 인도영화를 논한다는 것은 배부른 소리일지 모르겠지만 계속 추구하다보면 언젠가는 길이 보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Posted by 라.즈.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