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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2.31 2011년 raSpberRy's BEST 10 (7)


 역시 올 해도 개봉작, 미개봉작 10편씩을 뽑았습니다.
 자꾸 마이너하고 키치한 취향이 드러나는 것 같아 누구와도 리스트를 공유할 수 없을 정도네요. 그러나 후회는 없습니다. 개인적인 취향도 존중 받아야 하잖아요 ^^

<< 국내 개봉작 >>



#1


3 idiots

 



 중간자의 영화와 영화적 효용론

 만약 절세미녀가 있다고 해보자 그런데 누군가 저런 미녀를 얻으려면 안정된 직장에 적어도 연봉 1억은 벌고 외제차를 끌고 다녀야지라고 한다면 누가 그 미녀에게 접근하려 할까. 물론 우리 삶속에 선입견이라는 것은 무서운 일이지만 가끔 소위 어려운 영화라는 것들이 그렇게 느껴진다.

 식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말을 너무도 쉽게 한다. 한 가지 매체, 텍스트, 결과물 등에 대해 비평할 때 어렵다 느끼면 책이라도 찾아보고 심지어 인터넷이라도 뒤져보는 수고를 하라고, 물론 인문학이 위기가 찾아온 것은 나로서도 안타깝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을 지금 세상을 사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한다 한들 대중들이라는 이름의 사람들이 그 말을 들을까? 만약 학교에서 내주는 숙제처럼 시켜서 한다한들 그것이 관객 스스로의 것이 될 것인지는 의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세 얼간이’라는 영화에 감사한다. 물론 이 영화는 완전한 영화가 아니다. 혹자는 유치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 관객이 열광한 것과는 달리 영화 전문가나 파워 블로거 같은 부류의 사람들에게 이 영화가 언급되거나 좋게 평가가 내려지지도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단순히 영화를 보고 단편적인 오락적인 재미를 느끼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내면에 대해 누구나 이야기를 하고 텍스트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이는 긍정적으로 볼 만 하지 않을까?

 나는 영화를 볼 때 그 영화가 관객들에게 어떤 자극을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영화가 삶의 매개체가 될 수도 있고, 감동을 줄 수 있으며, 프로파간다 내지 선동이 아닌 이상 속된말로 ‘쓸 만한’ 혹은 ‘써먹을 만한’ 영화기를 바란다. 이런 효용론적 관점은 사실 전문가들에게는 유치하거나 혹은 위험한 행위로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영화를 보고나서 관객들에게 바로 고차원적인 정서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고 나는 그 역시 ‘단계’라는 게 있다고 본다.



 평론가는 아니고 하나의 대중이고 그냥 무리속의 관객이고 싶어 하는 나는 ‘관객의 입장’이라는 것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그리고 그들이 단순히 표면적인 ‘재미’를 떠나 하나의 입장을 지니고, 영화를 평론가적으로까진 아니더라도 마치 ‘시’에 나온 김용택 시인이 사과를 대하는 것처럼 사과를 만져도 보고, 색깔도 보고, 한 입 베어 물어도 보는 ‘사과’같은 영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영화는 점점 대형 제작, 배급사에 의해 오락의 도구로 전향되어 가며 빛을 잃어간다. 물론 ‘세 얼간이’ 역시 상업영화고 그런 맥락에서 나온 영화지만 극장을 나오는 순간 망각과 함께 사라지는 영화와는 달리 어떤 개념을 지니고 있다. 그 개념을 굳이 마음에 들어 할 필요는 없다. 영화에 대한 담론이 굳이 ‘트리 오브 라이프’나 ‘안티 크라이스트’ 같은 영화에만 있으라는 법은 없지 않나.

  ‘세 얼간이’는 그것이 남들에겐 좋든 그렇지 않았든 하나의 텍스트를 지니고 그것을 사람들끼리 공유하거나 혹은 의견을 나누는 경우가 많았던 영화였다고 본다. 앞으로 상업영화도 이런 류의 영화들이 계속 나와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생각하는 것 그 자체가 철학이니까.




#2
Drive



 숨 막힌다는 표현이 어울릴 올 해의 영화.

 가끔 영화로 예술 감각을 표현하는 것 중에 영화라는 매체로는 불가능한 감각(시각과 청각을 제외한)을 전달하려는 시도들이 있는데 이를테면 영화로 음식의 맛을 전달하려고 하거나 냄새를 표현한다든지 하는 것 말이다. ‘드라이브’ 같은 영화는 영화로 무게를 재려는 시도를 했다. 특히 슬로우모션 등을 사용한 중량감의 표현은 영화의 분위기를 극대화 시킨다.

 아이러니하게 이 영화의 색감은 밝은 형광색 같기도 하고(실제로 그런 빛의 사용이 많다. 마치 서양 영화의 모델들의 백열전구가 빛나는 거울이 있는 분장실에서 볼 수 있는 그런 분위기 말이다) 혹은 에나멜 색 같기도 한데 남성적이고 마초적인 영화에서는 잘 표현되지 않는 세계의 어쩌면 몽환적이라 볼 수 있는 색채의 세계에서도 니콜라스 벤딩 레픈은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무게감을 잔뜩 실어낸다.



 이런 피상적으로는 부조화한 색채와 영화적 중량의 표현에 90년대 비디오 영화를 보는듯한 착각이 드는 복고적이고 사이키델릭한 음악까지 ‘드라이브’는 올 해 개인의 감수성과 표현을 얼마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가에 대한 자신만의 숙제를 최대한 정성들여 한 놀라운 결과물이라 본다.



#3
恋の罪



 소노 시온에게는 쉬어가는 페이지였고 혹평도 많았지만 정작 나는 소노 시온의 그 판에 박힌 정서를 배반하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물론 이 영화에서도 역시 소노 시온표 코드와 전형들이 등장하지만 공동체와 와해, 철학의 정립과 해체 그러면서 더 확고해지는 개인주의적 경향이라는 소노 시온의 약간은 독설과 광기로 얼룩진 이야기 한마당이 그의 그 어떤 영화보다도 흥미진진하게 표현된 영화라고 생각한다.


#4
Moneyball




 ‘머니 볼’은 야구영화라기 보다는 야구를 빙자한 한 분야에 대한 애정에 관한 이야기다. 심지어 이 영화의 소재를 야구에서 다른 것으로 치환하더라도 놀라울 정도로 보편적인 정서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영화의 러닝타임동안 한 남자가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는 방식에 대해 차분한 어조로 이야기한다. 하지만 말은 차분할지언정 그 속에는 뜨거움이 느껴진다.


#5
Perfect Sense



 신개념 좀비영화인데 어찌 보면 이 영화에서 나열하는 감각에 대한 요소들과 그 의미적인 부분이 너무 도식적이고 눈에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가 이야기 하려하는 현대인들의 상실에 대한 부분들이 너무 구구절절이 와 닿는다. 사실 이런 극단적인 설정을 제외하더라도 영화는 우리들이 얼마나 많은 것을 잊고 사는 지 보여준다. 어쩌면 그것이 예술적인 감수성만을 나타낸 것이 아니라 너무 사소하고 일개의 감각이라 부를 수 있는 부분까지 말이다.


#6
북촌방향



 홍상수 영화의 팬이지만 ‘북촌방향’은 나만의 이야기를 누군가 다른 화법으로 이야기 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극히 개인적으로 다가온 영화였다. 영화의 구조나 스토리텔링, 인물의 입체감과 공간 등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가 나오겠지만 적어도 나와 다른 누군가에겐 그저 인생을 달관한 한 철학자의 철학 레슨일 수도 있고 허구임에도 불구하고 느껴지는 하나의 실존하는 듯한 인생일 수 있을 것이다. 와 닿는 부분이 있었지만 여전히 어렵고 나쁘지 않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다시 볼 수 없을 것 같은 영화다.


#7
جدایی نادر از سیمین 



 이 영화는 사실 현대에만 있을 법한 이야기는 아닐 거란 생각이 들었다. 마치 오래전부터 구전되어 흘러오는 이야기 같고 범 시대적이며 언젠가는 말 많은 아낙들이 친구나 친지 이야기 하듯 농담조로 했을 법한 그런 이야기다. 하지만 범인(凡人)들의 농담과는 달리 이 보편적인 이야기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유별난, 어찌 보면 기구한 스토리를 나누기 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단순히 사건이 주는 팩트의 확인이나 편들기 같은 입장 표명이 아닌 사건에 대한 육하원칙의 재정의를 관객에게 고스란히 던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8
Black Swan



 많은 이들이 이 영화를 애로노프스키의 미장센(특히 고전 영화들에서 차용한)이나 나탈리 포트만의 연기에 주목해서 보았는데 개인적으론 한 미성숙한 인간이 성(性)에 눈을 뜨는 과정에 주목해 영화를 보았고 이 영화에 주어진 설정과 인물간의 얽혀있는 성이라는 새로운 세계와 그 불편함(!)을 잘 표현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잘 보면 영화나 다른 매체를 통해 우리가 이미 봐온 상투적인 성에 대한 은유를 쓰고 있음에도 영화 ‘블랙 스완’은 그런 것들이 잘 먹히는 것 같다.


#9
奇蹟



 ‘기적’이라는 영화에서 바라는 염원은 소박하고 대단하지 않지만 한 편으로는 그런 모습들을 ‘순수함’으로 받아들여도 좋을 것 같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는 볼 때마다 놀라운 것이 남들이 만들면 소품 같아 보여 보잘 것 없는 이야기에 생명을 불어넣는다는 것이다. 또한 그가 그리는 이 작은 이야기들은 착하긴 한데 바보 같지 않아서 좋다. 한 편으로는 인공적이고 계산적이지도 않다. 마치 유기농 채소로 만든 하나의 장국 같은 영화라고 하고싶다.


#10
L'Illusionniste



 자크 타티의 영화를 많이 보진 못했지만 많지 않은 대사와 모든 극중 인물들에 대한 페이소스 그리고 아름다움 이면의 가슴을 아리게 하는 여운이 있었던 것 같다. 이상하게 ‘일루셔니스트’역시 ‘윌로씨의 휴가’ 같은 영화처럼 시간이 지나면 딱히 생각나는 장면은 없을지라도 행복했으면 하는 사람이 쓸쓸함을 안고 돌아가는 뒷모습처럼 이 영화도 그렇게 남을 것 같다.


* 그 밖의 영화들: 고백, 고지전, 완득이, 소스 코드, 푸른 소금, 악인,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 국내 미개봉작 >>

#1

The Future




 지구를 한 바퀴 돌아 다시 그대에게로



 ‘인셉션’에서의 에셔(Escher)의 그림은 수학적이지만 2차원의 공간에서 3D를 표현하고자 했던 무한 전개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반면 ‘미래는 고양이처럼’이 가지고 있는 에셔의 그림의 이미지는 무한 루프를 통한 권태감과 운명의 반복이다.

 하나의 기점으로 뫼비우스를 그리며 순환하는 하나의 인연은 단지 그들이 만나는 지점에서 교감한다고 믿지만 서서히 반대 방향으로 내딛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주는 영향으로 상대방에게 기쁨을 주거나 혹은 비극을 안겨주는 독특하지 않은 일상적인 인간관계관을 독특한 시각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어찌 보면 데뷔작인 ‘미 앤 유 앤 에브리원’의 주인공을 기점으로 한 인간들의 나뭇가지형 (혹은 마인드 맵 같은) 인간 관계론을 이번에는 사람을 줄이고 대신 세계를 확장해서 표현한 것이다.

 개인과 인간의 다중적인 세계와 감성을 입체적으로 표현하고자 한 영화로 이 영화의 성공여부는 이 영화를 받아들이는 사람의 몫이겠지만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텍스트로서의 3D 영화라고 보고 싶다.



#2
Endhiran




 화성의 도구와 금성의 도구... 어차피 도구일 뿐

 영화 ‘로봇’을 보고 나면 합체 용가리로 대표되는 유치하고 황당한 액션을 생각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인간이라는 존재들이 펼치는 비인간성과 반대로 기계가 가지고 있는 휴머니즘이라는 생각의 전복을 그렸던 흥미로운 영화였다고 본다.



 실질적인 주인공인 로봇 치티는 인간들의 욕망이 커져가는 과정에서 진화하고 있다. 그리고 의도적이었는지 우연의 산물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악해지기 전의 그는 파괴보다는 창조를 중심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그런데 인간이 도구를 다루는 관점이 독특하다. 전쟁과 같은 거창한 프로젝트를 행할 막강한 기술력으로 로봇을 대하는 이가 있나 하면, 소박하지만 인간으로서는 쉽지 않고, 좀 더 나은 결과물을 제공해 줄 사적인 도구로서의 로봇을 사용하는 이도 있다. 어차피 인간의 이기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는 매한가지지만.

 ‘도구’로서의 로봇이 ‘인성’을 갖게 될 경우에 인간은 그 상황을 어떻게 대처하게 될까. 사실 그것에 대한 대답은 이미 소설이나 다른 영화를 통해 그려진 바 있기에 지금 이런 영화가 나와 봐야 구태의연하겠지만 단지 차이가 있다면 과거에 그런 화두를 던졌던 작품들이 나오던 시절에는 그 당시의 테크놀로지가 구현되지 않은 사회였고 지금 등장한 영화 ‘로봇’은 비롯하여 아직까진 가상이지만 너무 멀 것 같지 않은 시점에서 만들어졌다는 데에도 나름의 의의를 두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영화 ‘로봇’은 단순하지만 영화가 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가장 꾸밈없이 솔직하게 보여주고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3
Super



 아무도 동의하지 않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킥 애스’를 능가하는 영화였다고 본다. 물론 그 영화를 따라올 아이콘이 될 만한 캐릭터나 속도감, 화려함은 없다. 정말 불안정하고 배고파 보이는 영화에다 주인공들마저 루저니까.

 인디영화의 정신으로 비타협적으로 만들 수 있는 슈퍼히어로 워너비 영화였다고 할까. 어쩌면 메이저 배우들을 데려와 놀려 만든 제임스 건판 ‘톡식 어벤저’라고 볼 수 있겠다.

 제임스 건 감독은 전작 ‘슬리더’에도 그랬지만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는 그 어떤 호감의 요소들을 완전히 비틀고 무너뜨린다. 모두가 똑같은 시대에 아예 반골기질로 나는 다른 걸 할 거라고 으름장 놓는 사람들보다 똑같은 얼굴인척 괴짜질 하는 사람들이 더 얄밉기는 하다 하지만 차이가 있다면 전자는 말만 꺼내놓고 안하는 사람이 태반인데 비해 후자는 어떻게든 한다.


#4
Yutham Sei



 영화 ‘Yutham sei’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가 그랬듯, 누군가의 고통, 나와 다른 이해를 가진 누군가와의 갈등 같은 요소가 영화 속의 중심 사건으로 터지고 그 과정을 인물의 대사보다는 행동에서 보여지는 디테일이나 공간 활용, 미장센 등으로 처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도영화 답지 않은 흥미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150분이라는 러닝타임동안 우직하게 하지만 촘촘하게 독특한 미장센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5
Pret svuj zivot (teorie a praxe)




 영화에는 자본이 필요하겠지만 그것을 만들 돈 보다는 영화를 영화답게 해 줄 개념과 그것들을 구체화한 이야기가 필요함을 작가라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꾸준히 설명해주고 그 율법이 흐트러지지 않게 다음 세대에게 유지하는 게 필요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올 해 얀 슈반크마이어의 고군분투는 겉으로는 귀여웠지만 실상은 처절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6
Les nuits rouges du bourreau de jade



 서구인들이 보는 오리엔탈리즘을 많은 사람들은 편협한 시각이라고 불편해 하지만 한 편으로는 요상하게 변형되어 변종을 낳는 경우가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쥐스킨트의 ‘향수’의 주인공 그루누이가 만든 전에 있었음직도 하고 없는 것 같은 향수와도 같은 영화다. 만든 이는 자신의 영화를 두기봉 영화처럼 보이고 싶어 하는 프랑스 감독, 재료는 느와르적 요소와 성적 충동, 외국인의 시각으로 본 타국의 정서. 물론 이런 결과물을 얼마나 많은 이들을 좋아할지는 의문이지만


#7
Shaitan



 최근 인도영화를 통틀어 가장 실험적인 영상을 보여주는 영화 ‘Shaitan’은 사실 많은 광고나 뮤직비디오, 실험 영상들을 레퍼런스로 삼아 영화를 진행해 나간다. 사실 요즘 영화, 인도영화를 떠나서 어떤 새로운 개념을 도입한다든지, 실험을 한다든지, 문법을 새로 정의한다든지 하는 모습을 잘 만나기 힘들었는데 이 이야기는 많은 이들이 납득할만한 ‘이야기’를 갖추고 하나의 ‘도전’을 감행한다는 데서 높게 평가할 만하다.


#8
Hobo With a Shotgun



 키치하고 잔혹한 B급 그라인드 하우스 영화치고 고퀄리티다. 키치하고 저속한 매력 속에 진지함과 우수가 표현되어 있다. 룻거 하우어가 맡은 이 영화의 주인공은 초인이 아닌데 반해 악으로 찬 사회는 거대하며 잔혹한 장면들이 연속되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과장된 사회의 해악이 낄낄대며 웃고 보기엔 너무 참혹하다. 아마 이 영화를 정신적 도피처로 삼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어쩌면 그 소격효과가 아직은 우리가 누군가를 어엿비 여긴다는 인간이라는 걸 말해주는 건 아닐까? 아니면 말고.


#9
The Woman



 러키 매키 감독은 데뷔작인 ‘메이’부터 호러영화로 인류학을 다루는 독특한 이력을 지닌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The Woman’은 너무도 치졸하고 표면적이지만 그러기에 더욱 잔혹하게 다가오는 인간의 폭력을 사정없이 보여주고 있다. 설정 자체가 극단적이고 비현실적인 상황이라 평범한 우리들이 보기엔 가소로워 보일지 모르나 마치 뉴스에 등장할법한 폭력범죄 사건을 ‘사건’보다는 ‘환경’에 집중해서 보여주었던 것이 좋았다.


#10
Animal Kingdom



 비슷한 시기에 호주에서 비슷한 정서의 영화 두 편이 나왔다. 부산국제영화제의 화제작인 ‘Snowtown’도 그랬지만 폭력으로 자신의 성장을 방해받는 한 소년의 시각에서 그려진 하드보일드 영화다. 하지만 너무나 느릿하고 멘탈붕괴적인 ‘Snowtown’보다 인물이나 사건에 대한 몰입도가 있고 깔끔한 전개가 느껴지는 이 영화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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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라.즈.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