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a Hero!

 


  어느 순간부터 히어로물은 상당히 현실적인 모습을 띄게 되었습니다. 우선 적을 예로 들면, 세계를 위협에 빠뜨릴 가공할 적이 아닌 어딘가에 있을 법한 중동의 테러리스트, 더욱 조직화 되는 암흑세력, 경제를 파탄에 빠뜨릴 적까지. 대적해야 할 상대는 뉴스의 해외나 사회면에서 익히 봐왔던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한 편 요즘 등장하는 히어로들는 평범한 사람인 경우도 있고, 특수한 능력이 없는 경우도 있으며, 심지어는 오히려 적보다도 열세에 놓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갑자기 뜬금없이 히어로물의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매일같이 ‘어렵다’, ‘힘들다’를 외치는 요즘, 과연 이런 우리의 삶을 구원해 줄 현실적인 히어로를 본 적이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런 존재를 만난 적이 있으며 그 존재는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가져다주었는가라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질문을 하기 전에 우리는 현재 우리의 삶에 대해 떠올려 보게 됩니다.

 

  여기 우리의 삶을 대변하는 두 친구 라주와 파르한이 있습니다. 인도의 1%에 해당하는 성적으로 명문 공대에 합격한 이 친구들이 놓인 문제는 자신의 꿈과 현실 사이의 괴리입니다. 사진에 흥미와 소질이 있지만 성공을 위해 떠밀리듯 공대생의 길을 택한 파르한과 어려운 집안을 살리기 위해 명문대라는 성공의 발판을 밟은 라주는 현대 젊은이들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들이 팬티만 입고 선배들에게 쇼를 보여주는 기숙사 신고식에서 처음 란초를 만납니다. 놀라운 기지로 선배를 보기 좋게 골탕 먹인 란초는 이후에도 쭉 딱딱한 교수들과 시스템에 저항합니다. 

  사실 인도의 명문대를 우리의 SKY같은 학교에 대입해 보면 쉬운 답이 나옵니다. 열심히 학점 올리고, 외국어 공부에 자격증을 취득한 뒤, 선배들한테 잘 보여서 길 틔워주면 줄 잘 서서 대기업에 들어가 떵떵거리고 살 수 있습니다. 이게 현실의 매뉴얼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그런 위치에 올라서도 꿈을 포기하는 게 아냐’하고 합리화를 시킵니다. 사실 그런 이야기는 그런 위치에 오르지도 못하고 꿈을 향해 전진하지도 않는 그저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의 입에서 많이 들었죠. 

 마치 현대인의 행복은 우리가 결혼정보회사 평가 몇 등급이냐에 좌우되는 것과 같은 현실입니다. 과연 성인이 되는 관문에 있는 대학생이라는 이름의 젊은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만나보고 이야기를 나눠보면 이들 역시 그렇게 학습되었는지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합니다. 

 영화 ‘못 말리는 세 친구’는 이런 현재의 시스템, 특히 돈벌이의 사다리로 전락한 대학교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입니다.

 

  감독 라즈쿠마 히라니는 이미 ‘문나바이’ 시리즈를 통해 엘리트주의를 비판한 적 있습니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기술을 다루지만 정작 인간과 가까워지지 않으려는 의학계나, 인도를 대표하는 인물이지만 정작 현대에선 잊혀져 가는 간디와 철학의 사유를 그야말로 ‘무식한’ 조폭의 시각을 통해 보여주던 히라니 감독은 ‘못 말리는 세 친구’에선 돈, 경쟁, 꿈이라는 이야기를 더 사실적으로 더 직설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영화 ‘못 말리는 세 친구’는 마치 히어로물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시각으로 보았을 때 란초라는 인물은 히어로 물에서나 등장하는 비현실적인 인물이기 때문인데 어떻게 보면 과학적 지식이 축적되어 있고 그것을 잘 활용하는 천재적인 인물이 세상에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세상의 부조리나 교육의 현실에 대해 시원하고 통쾌한 솔루션을 제공해주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들은 그렇게 해야 할 의무가 없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려움은 극복해야 할 문제고 그것을 이겨내야 비로소 인간승리’라는 공식이 머릿속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 어려움이 현실의 부조리일 때도 똑같이 쓰여서는 안 되지만 우리는 그런 부조리한 어려움까지 너무 당연할 정도로 수용하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그 영리한 사람들도 그런 현실을 순응하면서 살아왔습니다.

  이런 현실적인 모습과 비교해, 란초라는 인물은 천재에, 바른 의식, 영리함과 막힘없는 언변까지 갖춘 그야말로 가공의 인물입니다. 그가 가진 능력으로 주변 사람들이 꿈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고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는 인물이며 동시에 부와 허영을 쫓지 않고 학문의 유용함과 즐거움을 추구하는 인물이기도 하죠. 

 마치 자신의 부를 이용해 악과 대결하는 토니 스타크(아이언 맨)나 브루스 웨인(배트맨)같은 존재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그들과의 차이가 있다면 그들이 우리에게 직접적인 해를 끼치지 않는 가상의 적들과 대결을 하는 것에 비해 란초가 맞서는 것은 돈벌이로 전락한 대학, 꿈대신 물질적인 부를 택한 대학생, 그리고 무한 경쟁에 찌든 현대사회의 모습입니다. 

  조금 슬픈 사실은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그런 캐릭터를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제가 몰라서 그렇지 분명 자신의 부나 지식 또는 다른 능력을 이용해 많은 이들을 돕고 현재의 부조리한 사회를 고치려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만들어진 시스템에 순응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라는 매체는 참 좋은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줌으로서 어떤 생각을 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니까요. 저는 영화가 망각의 매체로 귀결되는 모습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영화 ‘못 말리는 세 친구’는 우리가 고민하는 문제들에 대해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물론 큰 물음인 ‘도대체 인생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같은 물음엔 해답을 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 해답에 이르도록 보탬이 되는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 극중 란초가 보여준 야외 샤워는 일류 대학에 걸맞지 않은 열악한 시설에 대한 일종의 프로테스트(항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 인도영화 마니아를 자청하고 있지만 솔직히 처음으로 남들에게 자신 있게 권해줄 수 있는 인도영화가 생겨서 뿌듯합니다. 특히 많은 분들이 인도영화의 내용이나 이야기 구조, 내러티브에 대해 비판들을 많이 하시는데 그런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합니다. 

  * 영화제로 끝이라는 생각이 아쉽기는 합니다. 

  * All Izz Well!



Posted by 라.즈.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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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타니야

    지난 2월 스트리밍으로 이 영화를 처음 접했을 때가 갑자기 생각나요.
    라주가 병원에 입원했고 란초가 동생 사진을 들이밀었을 때 서비스가 중단되어 2시간 정도 지난 후 다시 접속했던 기억이.... 당시는 위키에서 줄거리도 안 보고 봤던 것 같은데 그래도 무척 재미있었죠. ㅎㅎ

    2010.07.21 14:17 [ ADDR : EDIT/ DEL : REPLY ]
  2. 한동안 만듦새로나 흥행으로나 3이디엇을 넘어설 영화는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무랄데 없죠(특히 고전영화식으로 라주의 집을 표현한 부분이 맘에 드는데)
    남에게 주저없이 추천할수 있고. 이런저런 사실도 인정하고 별점을 더 높게 주지만
    역시 저는 데브디가 더... 좋아요. 탁월함과 선호도가 늘 같이 가진 않더라구요. ^^

    2010.07.26 02:29 [ ADDR : EDIT/ DEL : REPLY ]
  3. 장마비

    란초란 인물은 완벽하여서 현실에 존재할 거 같지 않은 인물이긴 하죠 어쩌면 히어로물일 수도 있고 판타지일 수도. 우리 모두가 곁에 두고 싶어하는 그래서 서로 영향을 주고 받기를 원하는 가공의 인물말입니다

    2010.07.27 10:07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