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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영화 이야기/영화의 전당

[Meri.Desi.Net] 시즌 1 클로징 2010 인도영화 스페셜 : 2010년 BEST FILM 10


 이제 포스팅도 몇 개 안남았습니다. 올 해도 한 해를 결산하는 의미에서 2010년 감상한 인도영화 중 가장 좋아한 영화 열 편을 꼽아봤습니다. 


10. Rakht Charitra


 텔루구의 정치인 라빈드라의 비극을 영화화한 ‘Rakht Charitra’는 지금까지 내가 본 인도영화중 가장 센 영화였다. 영화 속에 등장하던 각종 폭력장면이 불편하다가도 이내 드는 생각은 내가 인도가 아닌 대한민국에서 태어나서 다행이란 생각이 아니었다. 정치가 아직은 민주적이고 지킬 수 있을 때 스스로 지켜야 이런 비극이 없다는 것이었다.


 

9. Udaan

 


 시카고 선 타임즈의 유명 평론가 로저 이버트의 말대로 정말 세계의 어느 누가 봐도 공감대를 살만한 한 소년의 성장 극으로 대중적이기 보다는 작가 중심적이긴 하지만 볼리우드에 깔끔한 연출과 각본을 보여주는 상당히 좋은 작품이 하나 나와서 기분이 좋다.

 달리기 같은 상징적인 소재들이 마음에 들고 영화 전반에 감도는 색감들이 인상적이다.


 

8. Once Upon A Time In Mumbaai

 

 


 낭만주의 갱스터물이라는 독특한 향취를 지닌 이 범죄 로맨스 영화는 인물간의 대결이나 조직범죄에 대한 면모를 기대한다면 조금 실망스러울 수 있지만 각기 다른 두 세계에서의 사람간의 관계는 어떻게 구축되는가에 초점을 맞춰 영화를 감상한다면 꽤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영화다.


 

7. My Name Is Khan


 

 카란 조하르 감독이 이야기했듯 ‘내 이름은 칸’은 러브 스토리고 사랑을 이야기할 때의 감성을 정말 잘 표현한다. 때문에 나는 중반까지는 별을 만점을 주고 싶다. 다만 칸의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는 태생적인 결함 때문에 내 이 영화에 대한 애정으론 감당할 수 없는 감독의 메시지까지 받아들여야 했고 그것이 기분 좋게 만드는 이 영화를 최고로 칠 수 없는 이유가 된다.


 

6. Raajneeti

 

 


 대하드라마처럼 찍기는 짧고 보통 영화보다는 길고 묵직해야 하는 이 영화의 욕망은 생각보다는 평범한 각본을 낳게 했지만 이런 대단하지 않은 각본을 대작으로 빛나게 해 준 것은 배우들 하나하나의 노력 때문이었다고 본다. 나나 파테카, 아제이 데브건, 아르준 람팔이 절제된 연기로 영화의 격을 높여주고 있다. 배우가 살린 대표적인 볼리우드 영화로 보고 싶다.



 

5. Dabangg


 

 영화 ‘다방(Dabangg)’은 단순히 오락 액션물로 치부하기엔 아까운 작품이다. 최근 ‘카미니’나 ‘Ishqiya’ 등의 영화들에서 우타 프라데쉬(Uttah Pradesh) 지역이 난민과 하층민, 그리고 범죄의 온상이자 정치의 도구로 많이 등장하는데 ‘Dabangg’ 역시 그런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영화의 주인공인 출불 판데이를 비롯해 두 명의 여인을 제외하곤 주요 인물들이 이기적이고 심지어는 자신의 욕망을 위해 살인과 폭력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른다. 비록 그 모습이 심각하기 보단 오락영화로 희석되긴 했지만 정치와 경찰권의 횡포를 안티히어로를 주인공으로 가족이라는 모습 하에 우회적으로 또 우화적으로 그리고 있다.



 


 영화 ‘Dabangg’의 인물들과 사건은 남인도 오락영화에선 종종 볼 수 있는 캐릭터와 내용인데 볼리우드식으로 매끄럽게 변환되고 허를 찌르고 맛깔 나는 대사들과 연기력을 갖춘 볼리우드 중견 배우들의 연기력이 어우러져 영화를 가치 있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인도영화 팬들 사이에서 ‘느끼대왕’으로 낙인찍힌 살만 칸의 독특하고 코믹한 캐릭터가 영화의 맛을 더해주었다.



 

4. Ishqiya


 '옴카라', ‘카미니’ 등의 영화를 만든 볼리우드 범죄영화의 명장 비샬 바드와즈의 수제자이자 공동 각본가인 아비쉑 초베이의 입봉작으로 물건이 하나 나왔다.


 볼리우드 메이저 영화 치고는 20 Crores라는 많지 않은 예산으로 꾸린 이 영화는 기존 볼리우드 영화의 화려함을 기대했다면 작은 소 범죄극에 지나지 않겠지만 적어도 각본의 탄탄함이나 배우들의 열연만큼은 올 해 어떤 영화보다 뛰어나다.



 

 한탕을 노렸으나 덫에 걸린 두 범죄자가 물질적인 욕망과 성적인 욕망을 위해 그들의 옛 동료의 미망인에게 접근하지만 오히려 영리한 그녀에게 압도당한다는 이야기도 재밌지만 무엇보다 그 미망인을 연기한 비드야 발란이 맡은 팜므파탈 캐릭터는 인도식 느와르 영화의 놀라운 변주를 보여준다.

 

 한정된 표현, 한정된 공간, 한정된 자본 속에서 기대하지 못한 것 이상의 결과물을 냈다.

 볼리우드 영화임을 잊고 하나의 영화로 봐주길 원한다면 적극 추천한다.


 

3. Raavanan



 마니 라트남 감독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정말 비싼 실험 하나를 감행했다. 마니 라트남 감독이 액션 감독으로 변신했다는 기대를 안고 영화를 선택한 관객들은 상당한 실망감을 안겠지만 그가 사회를 보는 시선과 영화적인 시도는 절대 변하지 않는다.

 

‘Ayitha Ezhutu’와 ‘Yuva’를 동시에 만들었지만 지금의 ‘라아바난(타밀버전)’과 ‘라아반(힌디버전)’의 분위기와는 다를 것이다.

 라아반은 라마야나에 나온 악당의 이름인데 강자이자 주인공의 역사에서 패자는 당연히 악역으로 묘사되기 마련이다. 마치 영화 ‘300’에 등장한 크세르크세스가 위압적인 전제군주처럼 묘사되는 것과 비교해보면 그럴 만도 하다.

 


 마니 라트남 감독은 같은 이야기를 대사의 생략, 연출의 변화를 통해 같은 이야기도 얼마나 다르게 보이게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나름 비싼 실험을 감행했는데, ‘라아반’에는 공감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라아바난’에선 어느 정도의 개연성을 찾게 되었다.

 영화 ‘라아바난’은 또한 독창적인 영상을 선보이고 있다. 인도영화는 물론 최근 그 어떤 영화에서도 보기 힘들었던 화려하고 독특한 미장센을 선보이고 있는데 공통점은 없을지 모르지만 이명세 감독의 ‘형사’같은 영화도 생각났다. 단순히 극적인 구조의 평이함, 내러티브 부족 등으로 비판받기엔 아까운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2. Love Sex aur Dhokha

 

 


 가끔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가’ 하고 비아냥거림을 듣는 영화들이 있다. 형이상학적이고 관념적인 영화는 그렇다 치지만 ‘Love Sex aur Dhokha (이하 LSD)’ 같이 극적 구조가 명확한 영화들은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결론만 말하면 훔쳐보기에 대한 작가 디바카 배너지의 의식이고, 우리는 그것을 훔쳐보고 있다. 심각하게 포장한 아마추어리즘에 영화가 장난 같아 보일 수는 있다. 몇몇 인영 팬들에겐 관객모독 영화로 낙인찍히기도 했다.

 

 영화 ‘LSD’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어떤 도구를 이용해서 영화를 찍더라도 의식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파라노말 액티비티’같은 영화가 무섭지 않다면 그 영화 자체가 무섭지 않은 것이지 캠코더로 찍었기 때문이 아닐 것이다.




 ‘LSD’가 이야기하려 했던 것은 사실주의고 볼리우드의 허구성을 비웃고 있다. 많은 인도영화 팬들이 샤룩 칸의 영화를 좋아하지만 현실에선 그런 샤룩이 이룬 해피엔딩을 이룰 수 없고 겉으로는 사랑 이야기 같지만 알고 보면 그 남자는 한 번의 성관계를 원하고 있으며, 폭로는 정의의 표현이 아닌 이슈 메이킹과 돈벌이의 연장이다.

 

 물론 관객은 그걸 알고 나서 ‘So What!’을 외친다. 혹자는 이런 모습을 보기 위해 인도영화를 본 게 아니라고 인도영화를 보는 게 아니라고 말하지만 우리나라에 강우석 같은 감독이 있으면 한 편으로 홍상수 같은 감독이 존재하는 게 인도에선 말이 안 되라는 법이 없다.

 사실 이런 영화는 우리나라 감독이 찍어도 비난받기는 매한가지겠지만.

 



1. 3 idiots

 

 


 2010년 한 해는 그야말로 ‘알리즈웰’을 외치는 한 해였다.

 영화라는 매체가 주는 기능은 현대는 오락적인 기능이 심화된 느낌이다. 재미가 없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메시지가 강하거나 미학적인 성격이 강한 영화도 존중되어야 하지만 다른 사람이 많이 봐주기를 바라는 영화라면 그 영화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3 idiots’는 표면적인 재미와 함께 누군가는 이야기해주길 바랐던 이야기를 해 준다.


 서점에 즐비한 처세술책들처럼 요즘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대부분 그 방법이 정해진 모양이다. 명문대학교에 들어가 대기업에 입사해 억대 연봉을 받고 그 부를 내 자손에게 물려주는 것. 물론 그렇게 사는 것도 어렵고 노력을 요한다는 건 이해한다. 하지만 그렇게 살지 않는다고 해서 얼간이(idiot) 취급을 받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영화는 인도의 명문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화의 초반에 학장인 비루는 떨어진 인도의 다른 수재들의 원서를 보여주며 제군들은 일단은 경쟁에서 승리했다고 말한다. 경쟁의 연속에 도태됨을 걱정해야하는 인간은 사회라는 거대한 기계의 노예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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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세 시간에 가까운 시간동안 숱한 에피소드들을 보여주며 관객들을 웃기고 또 울린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해답을 주는 것일까? 결론만 말하면 아니다. 하지만 그 에피소드가 단순히 재미만을 주려고 나타난 것은 아니다. 사실 해답은 없다. 원작자인 체탄 바갓, 각본가이자 감독인 라즈쿠마 히라니가 보여준 것이 해답이라곤 볼 수 없다. 인간은 불완전하고 따라서 그들이 제시한 답이라 할 순 없을 것이다.


 다만 그것은 ‘해답’이라는 말 대신 ‘대안’이라는 말로 쓰인다. 란초가 우주선에서 쓰기 위해 만년필을 개발한 사실을 연필을 쓰면 된다고 비웃지만 비루는 연필을 쓰다 심이 무중력에 떠다니며 기계들을 고장 낼 수 있다고 말한다. 즉 영화는 어떻게 살든 자기 자신에게 후회하지 않는가라고 했을 때 그렇다는 대답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이 정답이라고 말한다. 물론 우리는 영웅을 그리워하기 때문에 천재에 가슴마저 따뜻한 란초에게 더 눈길이 가는 것일 뿐. 하지만 그래도 보고싶다. 그런 인간적인 천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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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언급

 

 개봉시기를 놓쳐 올 해에 보게 된 인상깊은 영화 두 편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Wake Up Sid!


 신인인 아얀 무케르지 감독이 각본, 연출을 맡고 무서운 신예 란비르 카푸르가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개봉당시 인도의 많은 평단으로부터 찬사를 받았던 작품입니다. 일단 철 없는 부잣집 도련님이 집을 나와 자립을 한다는 내용이 끌려 이 영화를 선택했는데요. 시드라는 철부지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한 란비르 카푸르와 신선하고 재미있는 각본이 잘 만난 영화라는 평가를 내리고 싶습니다.



Naan Kadavul 


 마니 라트남이 극찬한 타밀의 작가주의 감독 Bala가 만든 이 작품은 상당히 독특하고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마치 멕시코의 알레한드로 조도롭스키의 영화를 보는 것 처럼 아름다우면서 동시에 과격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이 영화는 자신을 신이라 생각하는 무법자와 신에게 버림 받았다고 생각하는 장애인 천민들의 이야기를 통해 Bala 감독은 구원에 대한 자기 문답을 하고 있습니다. 조도롭스키의 '엘 토포'나 '성스러운 피' 같은 작품을 좋아하신다면 강력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