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밖의 이야기들2011. 7. 20. 12:16



 저는 2008년 처음으로 인도영화 커뮤니티에 가입했습니다. 우연히 캐나다 극장에서 인도영화에 빠져들고 한두 편을 보게 된 것이 샤룩 칸의 ‘신이 맺어준 커플’과 아미르 칸 ‘가지니’를 보고는 만약 누군가가 인도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영화는 어떻다는 얼리어답터적 욕구를 분출하고 싶었던 것이죠.

 처음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인도영화 커뮤니티인 I본부에 들어갔습니다. 그곳에 글을 남겼지만 솔직히 재미없었습니다. 리액션이 없었거든요. 

 실의에 빠져있던 때 M본부라는 곳을 발견했습니다. 그곳은 커뮤니티적인 요소가 가득해서 즐겁더군요. 
 캐나다에 있을 당시였는데 그곳에서 활동하기 위해 매주 인도영화를 챙겨봤고 짤막한 리뷰들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5월 한국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얼마 후엔 늘 그랬듯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열렸고 저는 역시 관객으로 참여했지만 이번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저는 ‘빌루’의 상영 때 부천시청에서 느껴졌던 그 열기를 기억합니다. 샤룩 칸이 모습을 드러낼 때 들리던 함성소리와 많은 관객들과 느꼈던 영화의 맛살라 장면들, 그리고 사람들과 모여 술자리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무엇인가 이곳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즐거움도 오래 가지는 못했습니다. 사실상 제가 그곳에 들어왔을 때 역시 작은 균열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극복해나갔습니다. 마치 영화 ‘내 이름은 칸’에 나오는 ‘Hum honge kami(우리는 이겨낼 거야)’라는 노래처럼 말이죠.

 2010년 2월 저는 한 통의 편지를 받게 됩니다. I본부의 본부장님이 쓰신 것이었는데 그 중 이런 대목이 있었습니다. “당신이 가는 그 커뮤니티는 겉으로는 대단해 보이지만 사상누각일 뿐이다.” 글쎄 당시로서는 아예 그런 모습도 보이지 않는 그분의 커뮤니티를 느끼고 나니 좀 어이가 없더군요. 
 하지만 어쩌면 그 분 말씀이 맞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이미 그런 모순들이 2년 사이에 크게 두 어 번 빵빵 터졌고 처음에는 방관자로 ‘나만 재밌게 활동하면 되지’하고 생각했던 것이 어느새 제 일이 되어 있을 때는 좀 아쉬움이 느껴지더군요.


 2009년 ‘빌루’ 상영 뒤풀이 때의 느낌을 저는 아직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때 즐겁게 이야기하던 사람들. 하지만 지금. 어떤 분은 생활에 쫓겨 활동을 잘 못하시고, 어떤 분들 사이는 다툼이 생겼고, 또 어떤 분들은 그런 모습이 싫어 영영 떠나시거나 개인 활동으로 돌아서신 분들도 계십니다.

 지난 주말 ‘로봇’이나 ‘옴 샨티 옴’의 상영장에서 눈에 익은 몇몇 분들과 마주치곤 했습니다. 몇몇 분들께는 안부를 전하고 어떤 분들은 그냥 모른 척 넘어가야 했습니다. 지금까지 언쟁을 벌인 사람들을 생각하면 그 사람들이 싫다기 보다는 좀 아쉽고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잘못이라 생각하는 부분은 인정하지만 가끔 뒷소리가 들리면 씁쓸하기도 하죠.



 가끔 영화제의 프로그래머 분들이나 인도영화를 수입하는 영화사 쪽에서 인도영화 커뮤니티에 물으실 때면 할 말이 없어집니다. 저는 늘 사람들을 만나면 이야기합니다. 아무리 이곳을 제 활동기지로 삼는다고 해도 블로그는 블로그일 뿐, 중심은 커뮤니티가 되어야 한다고 말이죠. 
 제가 추구하는 바는 인도영화에 애정을 가진 사람들이 어떤 영향력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최근 협회라는 곳도 생겼지만 제가 추구하는 바는 그것이 어떤 하나의 헤게모니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닌 인도영화 마니아들의 여론의 장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죠. 이를테면 최근 이슈인 인도영화의 러닝타임을 지킨 상영 같은 것들 말이죠.

 인도영화가 수면위로 올라오고 있는 지금 오히려 인도영화 팬층은 파편화되고 소극적이 되었으며 더 조용해 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계속 커뮤니티 활동을 하고 있고 또 그것을 추구합니다. 과거의 불미스러운 일들에 대해서도 데였다고 생각하고 분노하거나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살지는 않습니다. 그저 그 사람들과 생각이 달랐던 것뿐이죠.

 당신이 해볼 생각은 없냐는 이야기에 솔직히 자신도 없고 제가 잘 하는 것이 추진보다는 아이디어를 만들어 함께 하는 것, 조언 하는 것에 더 익숙해서 그런 것도 있습니다. 또한 인도영화 쪽에서 제가 봐온 사람들처럼 혼자 모든 것을 짊어지고 하는 것은 자신을 지치게 하기 십상이고 또 독단의 우려도 있기 때문이죠. 블로그로 날고 기어봐야 소용없습니다. 많은 이들의 목소리가 중요하죠. 사람이 중요합니다.


 이제 영화제가 끝나갑니다. 또 많은 분들이 조용히 부천을 다녀가실 것이고 올 해도 여전히 상영관은 관객들로 가득 채워질 것입니다. 하지만 웬지 올 해는 예년에 비해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합니다.




Posted by 라.즈.배.리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