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4일부터 25일까지 미친듯이 영화제에 다녔습니다.
예년에 비해 많은 영화를 보았습니다만 그 중 제 전공인 인도영화를 중심으로 영화제에서 얻은 느낌과 영화의 감상 그리고 영화제와 관련된 인도영화 이야기들을 끄적여 봤습니다.
‘발리우드 : 위대한 러브스토리’
인도영화 팬으로서는 땡큐지만 개막작으론 무리수.
2011년 제1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PiFan)의 개막작은 '발리우드 : 위대한 러브스토리'로 선정되었습니다. 이 영화가 선정되고 나서 일부 언론에서는 부천의 무리수라는 평가를 많이 내렸습니다. 심지어 일부 언론에서는 부산영화제때 개막작으로 선정된 인도영화를 언급했으니 인도영화에 대한 비아냥거림이 일부 있지는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실 PiFan에서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영화도 개, 폐막작으로 선정한 바 있는데 유독 이 인도 다큐멘터리를 걸고넘어지는지 모르겠더군요. PiFan측의 취지가 취지였던 만큼 그런 불편한 관념들을 말끔히 씻어줄 좋은 작품이 나오기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 영화는 80분간의 맛살라의 향연입니다. 물론 메시지는 있습니다. 다만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그래 이래서 인도영화가 이런 길을 걷게 되었군’하고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정도는 아닙니다.
사실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모든 사람들이 작가를 이해해준다고 생각하고 영화를 만들지는 않죠. 물론 자신이 세계적으로 엄청나게 알아주는 작가라면 보는이들이 작가의 방식을 영화의 존재만으로 이해할 수 있겠지만 이 영화는 아닙니다.
인도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적어도 이 영화에는 가치를 증명하는 ‘이유’가 있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부 인도영화 팬들에게 느꼈던 아쉬움인, ‘우리를 인정하지 않는 이들을 굳이 잡으려 하지 말라’는 정신이 이 영화에는 들어있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그냥 원래 인도영화 팬들인 사람끼리 웃고 즐기기엔 개막작으로서의 ‘발리우드의 존재와 그 가치’를 표현하기엔 너무 부족한 영화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Technical Report
부천체육관에서 감상했습니다. 사실 부천체육관에서 영화를 감상하는 것은 처음인데요. 최신 영화기 때문에 필름 상태가 좋았던 것도 있겠지만 영상상태와 음향 모두 만족스러웠습니다. 어떤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상당히 높은 퀄리티를 자랑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자체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맛살라 시퀀스들의 필름상태는 최상이었습니다. ‘옴 샨티 옴’같이 2,000년 후반에 나온 작품들은 당연히 좋은 퀄리티를 자랑하고 있지만 과거 마두리 딕시트의 90년대 영화, 구루 더뜨의 고전 영화 등도 놀라운 필름 보존 상태를 보여주었던 것이 놀랍더군요.
과거 2003년 PiFan프로그램 팀이 발리우드 특별전을 하면서 인도 측에 받았던 ‘험악한’필름상태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그래도 아직 인도에서 자신들의 영화의 필름을 잘 보존하는 경우가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인도영화 팬으로서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가능성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영화의 보존과 필름의 복원에 대한 노력에 비추어 볼 때 만약 이 영화의 블루레이가 출시된다면 인도영화팬이나 발리우드의 맛살아 영화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이라면 꼭 사야할 타이틀이라는 생각이듭니다. 다만 이 영화의 가치가 맛살라 모음집으로서 그치는 데는 다소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요.
‘로봇’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한 부분은 아마 ‘인도에서 Sci-Fi 장르를 만들면 어떤 영화가 나올까’하는 것이었을 것입니다. 구성은 예상한 대로 흘러갔지만 그래도 기대했던 것 보다는 많은 의외성을 느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저 역시 이 영화를 보면서 그런 ‘의외성’을 느꼈지요.
사회나 영화 속의 ‘도구’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저는 마르스(전쟁의 신)와 비너스(사랑의 신)가 불을 어떻게 쓰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합니다.
영화 ‘로봇’은 그 ‘도구’에 대한 기본적인 이미지들을 맛깔나게 그려나간 영화입니다. 하지만 ‘로봇’은 다른 도구들과는 달리 ‘인간성’이라는 요소를 개입시켜 단순히 도구 이상으로의 로봇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하려 하는데요. 철저히 상업적인 영화인 탓에 심각한 철학을 논하지 않습니다. 최대한 대중적인 시각으로 그 면면을 그려나가죠.
유튜브나 각종 커뮤니티에 떠돌던 액션 시퀀스 영상이나 코믹한 요소로 단순히 유치한 영화로 치부하기엔 영화 ‘로봇’은 기술에 대한 보통사람들의 솔직한 시선과 휴머니즘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유머가 녹아있는 영화입니다. 대부분의 인도영화는 기대보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감상을 하기 마련이고 그 선입견에 부합하는 요소가 있다고 영화가 가진 좋은 점을 놓쳐버린다면 그보다 안타까운 일도 없을 것 같습니다.
Technical Report
영화는 부천시청에서 감상했는데, 영화의 기술적인 부분을 언급하기 전에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영화는 블루레이 포맷으로 상영되었습니다. 미처 필름을 수급하지 못해 블루레이 포맷으로 상영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합니다.
영화 ‘로봇’은 두 가지 버전의 블루레이가 인도에서 출시되었습니다. 하나는 힌디어 버전이고 하나는 텔루구어 버전인데 영화 감상 결과 텔루구어 버전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일단 소스는 좋은 선택입니다. 사운드가 상당히 떨어지는 힌디어 버전과는 달리 텔루구어 버전은 주요 맛살라 장면들의 사운드와 후반 액션 시퀀스의 사운드가 잘 살아있는 타이틀입니다.
하지만 듣기에는 시청에서 블루레이 포맷을 상영하기 위해서는 포맷을 변환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저는 영화 기술자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지만 포맷이 변환되면서 영상과 사운드가 팍 죽어버렸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실 시청의 경우 작년에는 사운드 시스템에서 노이즈가 심하게 나는 악점이 있었는데 올 해는 그 부분이 개선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부분을 떠나 영화 ‘로봇’의 사운드는 상당히 취약했습니다. 홈시어터에서 DTS로 신나게 듣던 그 사운드가 아니었어요!!
시청보다는 비교적 음향시설이 좋은 프리머스에서 영화를 감상한 지인의 리포트에도 이런 문제점이 드러났습니다. 영화 ‘로봇’은 단순히 시각적인 효과나 줄거리뿐이 아닌 청각적인 즐거움도 함께 느껴지는 영화인데 상당히 아쉬움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이 영화는 영문자막이 제공되지 않고 텔루구어 버전으로 상영이 되었는데 영화제 측에서 이 부분에 대해 공지를 하지 않았더군요. (영문자막이 없다는 것만 공지됨)주말이라 인도 관객들도 일부 보였는데 과연 어떤 느낌으로 집에 돌아갔는지 궁금합니다.
아마 앞으로도 영화제에선 블루레이 포맷의 출품은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요.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지베타 포맷보다는 훨씬 퀄리티가 뛰어나니까요. 헌데 포맷을 변환해 버리면 소용이 없는 듯합니다.(전문가 분께서 이 부분을 보시면 지적 부탁드립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상영관에 블루레이 포맷이 손실 없이 상영될 수 있는 방법이 강구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옴 샨티 옴’ 발리우드 영화의 A to Z
발리우드 영화는 참 아이러니합니다. 발리우드 영화가 인도영화의 대명사가 되어 있고, 맛살라 영화가 모든 발리우드 영화처럼 여겨지니 말이죠. 즉, 전체 인도영화의 10% 정도에 불과한 발리우드산 맛살라 영화가 마치 인도영화의 전부인 듯 보여지고 있지요.
하지만 그 맛살라 영화가, 또 발리우드 영화가 인도 영화를 많은 이들에게 알렸고, 인도영화의 부흥을 가져다주었던 것은 사실이죠. 이처럼 발리우드산 맛살라 영화가 인도의 랜드마크가 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옴 샨티 옴’은 그 발리우드산 맛살라 영화들에 대한 오마주 영화이자 동시에 현대 발리우드 맛살라 영화를 대표하는 작품이기도 하죠. 얼핏 보면 그저 유치함이 절절 흐르는 인도산 코미디 영화일 뿐이지만 영화에 몰입할 수 있는 요소들을 잘 갖춰서 적절한 타이밍에 보여주는 영화라 평가하고 싶습니다.
인도의 상업영화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사랑의 완성을 그려나가는 작품들이 많습니다. 끝이 뻔하다 할 수도 있겠지만 인물의 유형이나 극을 이끌어나가는 요소와 그 과정을 살펴보면 나름 재밌습니다. 아무도 가보지 못한 70년대 발리우드 영화판을 우리의 정신 못 차라는 주인공이 관객들에게 안내해줍니다. 물론 절세미녀의 여주인공과 함께, 넋 빠지게 만들 춤도 영화에 빼놓을 순 없죠.
만약 관객들이 그 요소의 단 하나라도 관심을 갖게 된다면 이 영화는 보는 이들에게 즐거운 엔터테인먼트가 될 것입니다.
Technical Report
부천시청과 만화영상박물관에서 감상했습니다. 발리우드 맛살라 영화의 미덕은 다채로우면서 조화로운 색감인데, 안무가 출신인 파라 칸 감독은 다년간의 노하우를 이 영화에 쏟아냅니다. 70년대 원색 계통의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는 의상들과 적절한 조명의 사용이 이 영화의 장점인데요, ‘옴 샨티 옴’을 재밌게 보셨고 발리우드 맛살라 영화에 관심이 생겼다면 영화 ‘메 후 나’의 ‘Tumse Milke’라는 곡과 ‘Housefull’의 ‘Dhanno’라는 맛살라 영상을 찾아보시면 그녀가 ‘옴 샨티 옴’에서 보여주었던 조화로운 색감 표현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영화의 장면 연출도 좋았지만 필름 상태가 좋아서 몰입도가 좋았습니다. 아무리 공들인 장면이라도 노이즈와 함께 감상한다면 그 맛이 떨어지겠죠.
단, 올 해 만화영상박물관 상영은 조금 아니었습니다. 저음부분에서 심하게 갈라지는 소리가 났는데, 유달리 인도영화가 음악사용이 잦다는 것을 볼 때 만화영상박물관의 사운드 시스템은 취약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유독 인도영화 뿐 아니라 ‘슬랩스틱 브라더스’같은 작품을 감상했을 때 역시 이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작년 ‘카미니’같은 작품을 감상했을 때는 크게 무리가 없었던 것에 비하면 올 해는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작년 비슷한 문제가 있었던 부천시청의 사운드 시스템을 옮겨왔을 거란 말도 안 되는 추측도 해보게 됩니다.
‘다방’ 인도사회의 부정부패의 미니멀리즘
인도의 많은 감독들에게 우타프라데쉬라는 곳은 범죄영화로서 많이 거론되는 지역입니다. 실제로도 ‘내 이름은 칸’의 개봉당시 샤룩 칸을 박해했던 인도의 극우정당인 쉬브 세나가 이곳의 달리트(하층계급)들을 박해했던 곳이기도 하죠.
또한 이곳의 많은 사람들이 자원 난에 허덕이며 그래서 그런지 범죄도 많은 곳입니다. 그 지역 사람들에게는 상처겠지만 어쩌면 영화를 만드는 이들에겐 매력적인 지역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영화는 이곳출신의 경관 출불 판데이의 액션 활극과 가족문제에 대한 소극이지만 사실 이것들은 인도 사회 부정부패의 축약판이기도 합니다. 부패한 정치와 불안정한 치안, 무방비 상태의 서민들과 범죄의 순환이 강렬한 음악과 신선한 카메라 워크와 함께 120여 분간 펼쳐집니다.
주인공인 출불 판데이 역할부터 독특한데요. 사실상 이 영화는 인도영화의 전형적인 권선징악형 영화가 전혀 아닙니다. 주인공부터가 도덕적 판단을 상당히 배제하는 인물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주인공 출불과 악당인 체디의 대결은 선과 악의 대립이나 정의의 구현 따위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어쩌면 주인공 출불은 체디 못지않은 지독한 악당이죠.
그런데 이 불편한 모습들은 순환적인 구도를 보여줍니다. 불안정한 가족이 불안정한 치안을 낳고 부패한 정치는 그 가족을 이용하고 불안정한 치안을 이끄는 불량한 경찰이 악당과 대결하죠.
그럼 왜 인도인들은 이 비싼 홈드라마에 열광했을까요.
사실 요즘 인도에서는 정의감에 불타는 주인공을 내세운 영화들보다는 가장 이기적인 사람을 주인공으로 놓고 있습니다. 순선의 목적으로 자발적인 정의를 추구하는 사람들 보다는 개인적인 불쾌함으로 악의 무리를 척결하는 이들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합니다.
어쩌면 부패한 사회에 있어 ‘내 일 아니면 상관없는’이들에게 사회의 좋지 못한 파장이 돌아왔을 때를 가상으로 체험하게 해주며 청량감을 느끼게 하는 것일 수도 있겠죠. 다만 차이가 있다면 부정부패는 그대로지만 현실에는 다방스러운(겁 없는) 인물이 존재하지 않는 다는 것 뿐.
Technical Report
영화제 마지막 날 부천시청에서 감상했습니다.
지난 7월 16일에 심야상영을 보고 나오던 한 관객이 ‘역시 B급 영화는 부천시청 같은 곳에서 봐 줘야 해’하고 이야기 하는 것을 들었는데, 저는 인도영화야 말로 부천시청에서 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는 인도영화 관련 글들을 쓰고 있지만 인도에는 한 번도 가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인도의 극장의 느낌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시설은 좋지 못한 대형극장에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메우고 웃고 떠드는 분위기를 연출하는 인도의 극장이 바로 부천시청과 비슷하지 않나하고 저만 생각해 봅니다.
영화의 원래 필름상태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영화 ‘다방’의 영상은 그렇게 깔끔해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사실 이 영화의 블루레이를 먼저 감상했는데요. 블루레이의 경우는 갈색톤, 붉은색 톤이 많았고 색의 선명도가 그리 높지는 않은 타이틀이었는데 원본 필름을 보니 블루레이를 제작한 팀이 마스터링에 상당히 신경을 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자막을 만들어 본 적이 있었는데 영화를 보다보니 제가 오역했던 부분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자막 중 몇몇 부분은 좀 위트 있게 처리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영화제 밖 인도영화 이야기
영화제 밖에서 많은 분들을 만나서 인도영화를 주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그 중 가장 이슈가 되는 몇 가지를 뽑아봤습니다.
‘로봇’이 발리우드 영화라고?
영화제의 티켓 카탈로그에도 소개 되었고 많은 분들이 리뷰를 쓰실 때 영화 ‘로봇’을 발리우드로 표기하셨지만 엄연히 이 영화는 남인도 영화입니다. 굳이 가져다 붙인다면 ‘콜리우드’쯤 되겠죠.
발리우드가 북인도 영화시장을 대표하는 뭄바이, 예전의 봄베이와 할리우드의 합성이었던 것처럼, 콜리우드는 첸나이의 C를 따다 만들어서 Collywood가 된 셈입니다.
영화 ‘로봇’의 주인공이자 우리나라 인도영화 1호로 오해받고 있는 ‘춤추는 무뚜’의 주인공 라즈니칸트와 발리우드 스타로 더 많이 알려진 아이쉬와리아 라이 두 사람은 사실 타밀 영화계를 대표하는 스타입니다. 또한 이 영화의 음악을 맡았고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스코어로 세계적인 스타가 된 음악감독 A. R. 라흐만 역시 타밀이 낳은 대표적인 뮤지션이죠.
이처럼 남인도 계통의 영화들은 인도영화의 2인자 역할을 하며 발리우드 영화와는 다른 매력으로 인도영화 팬들을 사로잡았고, 특히 요즘같이 맛살라 영화가 뜸한 발리우드의 빈틈을 노려 정통 맛살라를 추구하며 세계의 인도영화 팬들을 하나 둘 섭렵해가는 중입니다.
심지어 요즘 발리우드는 남인도 영화들을 이식하는 공정을 거치고 있고 2008년 ‘가지니’를 기점으로 많은 남인도 영화들이 발리우드에 리메이크 되어 흥행을 거두고 남인도의 감독, 스탭, 배우들이 발리우드에 건너오면서 무시무시한 위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아마 조만간 발리우드의 판도는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입니다. 이유야 어쨌든 서로의 좋은 콘텐츠를 받아들인다면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여전히 높은 점유율!
인도영화는 PiFan의 효자종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개막식 매진을 시작으로, 7월 16일자 ‘로봇’은 80% 이상, 7월 17일자 ‘옴 샨티 옴’은 100%에 가까운 좌석 점유율을 보였고, 7월 19일자 ‘다방’은 그날 평일 상영작중 가장 먼저 매진이 되었고, 7월 21일 목요일 ‘로봇’역시 매진, 영화제 마지막 날인 7월 25일자 ‘다방’역시 매진 사례를 기록하면서 PiFan에서의 인도영화의 인기를 과시했습니다.
2010년 PiFan 화제작이자 최근 개봉을 앞둔 모 인도영화를 빗대 한 관객은, ‘인도영화는 영화제에서 보는 게 갑(甲)’이라는 표현을 썼는데요. 영화제의 인도영화의 열기를 느낄 수 있어 즐거운 이야기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극장에 개봉되기도 쉽지 않고, 개봉 된다 해도 온전한 영화를 볼 수 없는 아쉬움이 느껴지는 표현이라 생각하니 가슴이 짠해지네요.
PiFan이 한 물 간 인도영화를 틀 수 밖에 없는 이유
제목은 PiFan을 비꼬는 것 같지만 사실상 PiFan의 프로그램 선정을 옹호하는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왜 이미 퍼질 대로 퍼진 영화들을 영화제에서 상영하는가에 대한 의문에 대한 답변을 하고 싶었습니다.
비교적 최신 영화를 상영하는 것이 원칙인 영화제 특성상, 영화제에 상영되는 영화들은 적어도 전년도 페스티발 시즌 이후에 공개되거나 혹은 미공개된 영화들이 엔트리에 들어가기 마련입니다. (쉽게 표현하면, 올 해의 경우 2010년 7월 중순이후 현지나 타 영화제에서 공개된 영화 내지 아예 공개가 되지 않은 영화가 되겠죠.)
인도영화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요. 아무리 ‘로봇’이나 ‘다방’같이 현지에서 대박이 났다고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3개월 내지 6개월 내에는 DVD같은 2차 매체로 출시가 됩니다. 2차 매체에 뜨는 순간은 바로 불법 동영상이 도는 시점이죠.
그렇다면 이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11년 영화제에선 2011년 상반기 영화를 상영하면 되지 않겠냐고, 논리적으로는 좋은 생각이지만 안타깝게 상반기 시즌에 상영되는 인도영화는 대부분 주목받지 못하는 영화들인데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대개 화제가 되는 인도영화들은 연말에 공개됩니다. 관례적으로 그렇기도 하고 EID, 디왈리 같은 인도의 명절도 하반기에 있다 보니 ‘진짜’라인업은 하반기에 몰리게 되죠.
또한 인도의 상반기는 크리켓 시즌이라 다소 극장의 좌석 점유율이 저조한 편입니다. 운좋게 이 시기에 ‘내 이름은 칸’같은 영화가 개봉될 때도 있지만, 대개 3월에서 4월경에 개봉되는 대부분의 영화들은 배급의 덕을 못 본 작은 영화나 실험적인 영화, 아트하우스 계열의 영화들이죠.
영화제에 프로그램을 선정되기 위해서 대개 영화를 픽업하는 시점은 3월에서 4월경인데 최신성을 생각해서 이 시기에 개봉하는 영화를 선정할 때 영화제의 관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화제작을 고르기는 수월치 않습니다.
또한 영화가 흥행을 거둔 것, 현지에서의 영화의 평가 등도 좋은 요소가 될 수 있는데 미개봉작을 픽업하자면 리스크가 크니 흥행이나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영화들, 소위 검증된 영화들을 고르다보니 대개 전년도 영화를 고를 수밖에 없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몇몇 인도영화 팬 분들은 ‘이미 집에서 봤다’고 귀찮다고 영화제에 안 오시겠다고 하시는 분도 뵈었는데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솔직히 같은 인도영화 팬으로서 안타깝습니다. 올 해 상영된 모든 인도영화들은 발품을 팔아서라도 충분히 스크린에서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단순히 큰 스크린으로 내가 좋아하는 인도영화를, 또 배우를, 큰 스케일로, 좋은 음향시설로 본다는 것 이상으로 하나의 애정을 표현하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한 상영관에서 그 정서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 역시 즐거운 일이죠. 분명 인도영화는 집에서 혼자 보는 것과는 다른 어떤 독특한 맛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즐거운 기운이 사라지지 않게 계속 영화제에서 인도영화가 상영되도록 바라고 있습니다.
아무튼 올 해도 좋은 영화를 선정해주신 프로그램팀 여러분, 또 보러와주신 관객님들, 열심히 애써주신 자원봉사 여러분, 그리고 앞으로 인도영화를 수입하실 또 수입하신 영화사 관계자 분들, 저변확대를 위해 오늘도 신도들을 챙기시는 인도영화 팬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내년에는 더 즐겁고 신나는 영화제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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