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 밖의 이야기들

평행이론인 게야...


 이상하게 요즘 들어 평행이론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미신이라기는 모하고 잘못된 처신이라기도 기막힌 이 인생의 굴레
 좀 좋은 걸로 연속되면 안 되겠니...

본 포스팅은 영화 '평행이론'과 아~무 상관 없습니다.



 * 제 개인사를 보고 싶지 않거나 이 글이 별로 재미없으실 것 같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을 위해 그림으로 정리해 본 제 평행이론 (아, 나는 친절하다 마 그런 쌩각을 가지고 있쓰민다...)

 바로 건너가기


 때는 바야흐로 3년 전으로 돌아갑니다. 2008년 한 해 동안 저는 캐나다에 있었습니다. 지금쯤이면 막 캘거리로 건너와서 보증금 없이 월세만 내서 생활하는 한 한국인 집주인 아저씨 댁에 들어가서 쥐죽은 듯 살고 있을 시기 이겠군요. 사건은 그 바로 전 시점인 밴쿠버에서의 이야기로 돌아갑니다.

 당시 저는 투잡을 뛰고 있었지요. 그런데 낮 시간에 하는 일이 좀 짜증났습니다. 주인아저씨가 엄청난 독설가였거든요. 나름 열심히 한다고 생각했는데 별로 인정을 못 받았습니다. 나쁜 분이라는 생각은 안 들었지만 슬슬 짜증이 오르고 지치기 시작했죠. 결정적으로 저는 제가 부족하면 일하는 곳에 도움을 못 준다는 의식이 강하게 자리 잡는 터라 능력 없는 사람으로 찍히느니 빨리 내가 나오는 것이 그 곳에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는 그런 이유도 있었드랬죠.

 결국 영어공부를 하고 싶다는 말에 일을 나왔습니다. 다행이도 후속으로 일 할 사람이 빨리 들어왔습니다. 그렇게 일을 정리했죠.
 투잡이다 보니 어느 정도 돈도 벌리고 캐나다에 온 김에 토론토 영화제에 한 번 가보고 싶었습니다.


 저는 토론토 영화제에 패키지 티켓이 있다는 걸 알고는 그 티켓을 구매했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해서 카드 예매로 보려하는 영화표들을 모두 사놨죠. 티켓을 사전에 취소할 수 있는 줄 알았어요. 아마 토론토영화제가 부산영화제 쯤 될 줄 알았나봅니다. 하지만 그것은 천만의 말씀... 토론토 영화제엔 그런 게 없었습니다.

 결국 돈은 엄청 들었고 패키지 티켓은 잉여로 남았죠. 엄청난 독박이었습니다. 어디 팔지도 못하는 표였지요. 
 그렇게 갔던 영화제의 프로그램. 아마 TIFF 사상 역대 최악의 프로그램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바벳 슈로더가 니뽄삘 한 번 내보겠다고 만든 ‘Inju’, 스파이크 리의 괴작 전쟁영화 ‘St. Anna’, 리암 니슨과 줄리안 무어가 나온대서 기대했던 ‘The Other Man’ 같은 영화들은 뭘 봤나 싶을 정도였구요.

 그나마 대런 애로노프스키의 ‘레슬러’와 세르비아산 판타지영화. ‘Tears for Sales’라는 정도 건졌나 싶습니다. 그나마 대부분 개봉될 영화에 대부분 밴쿠버 영화제에 픽업되었드랬죠.

 결정적으로 토론토까지 와서 나이아가라 폭포를 못 봤습니다. 토론토를 떠날 때의 제 심정은 이번 아니고도 꼭 올 거니까. 이런 마음이었거든요. 그러나 점점 제가 캐나다를 갈 수 있는 확률은 낮아지고 있어 가슴이 무척 아파옵니다. ㅜ.ㅠ


 어쨌든 영화제가 끝나고 한 달 뒤인 10월 무렵 저는 밴쿠버를 떠날 중대한 결심을 합니다.
 그런데 그 때 마침 제 노트북이 나간거에요.

 비행기 티켓을 사고 돈을 탈탈 털어보니 한 $1,600 남았나 그랬을 겁니다. 우리에겐 용산이 있지만 미국, 캐나다 이런 데는 쇼핑이 한정되어 있습니다. Best buy 같은 데를 가든지 Future Shop 같은 전자제품 전문 체인에 가야하죠. 어찌 보면 우리나라도 대기업이 주는 횡포와 폐해가 막심하지만 서구 사회는 은근 더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당시 저는 그럭저럭 싼 것을 사자는 생각이었고 $999 짜리 HP 제품을 골랐지만 이상하게 가는 매장마다 그게 없었습니다. 심지어는 방을 빼기 전날까지 컴퓨터를 보러 다녔지만 그 제품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할 수 없이 한 $1,500 정도 하는 가격의 PC를 사기로 했고 그 제품을 골랐습니다.

 그.러.나. 명시된 가격은 정가였고 아시다시피 외국에는 VAT, 즉 부가가치세라는 게 있습니다. 그것까지 하니 한 1,600 되더군요.

 그 뿐이 아니었습니다. 무슨 보장 서비스라는 게 있는데 3년짜리가 한 $300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제가 컴퓨터를 험하게 쓴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에라 모르겠다 하고 3년 보장 프로그램을 들었고 따라서 총합 한 $2,000 나왔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제 카드의 한도는 200만원이었던 까닭에 그 비용을 모두 결제할 수 없었고 제 통장의 돈 대부분 + 카드 복합결제를 해 버렸죠. 그리고 캘거리에 가서 벌면 된다는 긍정적인 사고로 캘거리를 떠났지만 그 이후엔 제가 어떻게 살았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뭐 지금까지 목숨은 부지하고 있습니다만...)




 그리고 현재 2011년.
 최근에 맡은 일이 참 경악스러웠습니다. 
 들이는 노력에 비해 미친 보수를 받았어요. 능력별로 받는 돈이니 어디 노동부 같은 곳에 신고할 순 없는 일이었구요. 이대로 가다간 나나 사업자 측이나 피보겠구나 싶어서 나왔습니다. 서로 lose하는 게임은 할 필요가 없는 거거든요.

 결국 이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이어져 직장을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더 길게 이야기하면 찌질 해지니 여기까지 하고, 요양(!)도 좀 할 겸 부산국제영화제에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물론 집에서는 걱정을 많이 하시니 휴가(!)를 명받았다고 이야기했죠.


 여튼 영화제를 갔는데 딱히 재밌다는 생각은 못 들었습니다. 솔직히 힘들었지요. 대용으로 쓰고 다녔던 제천 영화제 가방은 끊어지고, 추워서 입은 가죽 재킷은 짐이 되고, 심지어 캐리어를 보관하던 사물함 열쇠를 잃어버려 하루 동안 씻지를 못했습니다. 떡진 머리에 계속 모자를 쓰고 다녔죠.

 결정적인 순간은 아마 이때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한국의 로이 톰슨 홀(토론토 국제영화제의 갈라 프레젠테이션 전용관)이라 불릴 만한 영화의 전당 구석 의자에 노트북이나 하려 앉았을 때 먹통이 된 노트북을 망연자실하게 바라보면서 3년 전 이맘때의 제 모습을 떠올렸을 때지요.

 모든 것이 먹먹하기만 하던 때 봤던 영화들이 정신 못 차리는 서구의 하층민 계열 사람들이었어요. 무슨 생각으로 사는지 모르고 어떤 이들은 약이나 술에 취해 살더군요. 등장인물 중에는 심지어는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들도 있었구요. 뭔가 생산적인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제 모토로 보면 저들의 몰락은 정해진 수순이라는 생각도 들었지요.

 제 자신이 땡볕에 진흙을 찾아 사투를 벌이며 기어가는 지렁이와 같다고 생각하는 순간 여기서 놀고 있는 게 싫어졌습니다. 일이 하고 싶어졌어요. 돈 버는 일이 제일 하고 싶었지만 그것 아니고라도 뭔가를 하고 싶어졌습니다. 더구나 체류 마지막이었던 11일에는 산제이 릴라 반살리 감독까지 안와서 더 있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지요.

 결국 12일의 모든 영화들도 취소하고 합천 해인사에 들르겠다는 플랜도 포기했지요. 대장경판은 100년 후에나 볼 수 있다는데, 어쩌면 토론토에 가서 나이아가라를 안보고 온 것과 비교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비록 그 순서는 다르지만 뭔가 3년 전 더럽게 안 풀리던 시점과 평행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3년 전의 저는 지금은 뭔가 나아지고 대단한 사람이 되어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지요. 추구하고 있는 것은 있지만 하나도 성공했던 게 없었어요.

 그 3년 전을 생각하면서 차라리 3년 전처럼 스타벅스 같은 커피숍에나 취직할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단순한 서빙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내 서비스를 직접 전달 받을 수 있는 그런 게 제 적성에 맞는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웬만해서 입은 열지 말라고 충고하더군요)


 제 평행이론을 그림으로 정리해 보면 이런 그림이 나옵니다.



 이대로라면 다음 코스는 둘 중 하나입니다. 2008년, 이력서 제출에도 별 반응이 없었고 더구나 경제 한파로 캐나다에도 실업자들이 증가해 저 같은 외국 인력은 일자리를 구할 수가 없었지요. 쫄쫄 굶어서 돈이 바닥날 무렵 스타벅스에 취직하게 됩니다. 지금부터 커피숍 알바자리를 구해봐야 하는 건가요? 그래도 몇 군데 제 전공쪽 업무로 면접 보는 곳은 있긴 합니다만...

 웬만해선 개인사에 대한 이야기를 쓰지 않으려 합니다. 하지만 가끔 쓰고 싶은 때가 있어요. 하긴 얼마나 쌓인 게 많았으면(!) 그럴까도 생각해주세요. 웬만해서는 이 블로그에 그런 이야기들은 잘 안 쓰니까요. (사실 영화와 전혀 관련 없는 제 지인, 그럴 리는 없겠지만 제 전 직장 쪽 분들 포함한 분들이 보시면 좀 그러니까요. 가족들이 본다면 난리 나는 거구요...)

 ...괜히 썼나? 뭐 미니 홈피에 자기 애인하고 거시기한 이야기 올리는 애들보단 건전하지 않나요? 나름 인간 raSpberRy에 대한 페이소스도... 뭐라구요? 아니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