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는 운명적인 그 무엇인가가 작용한다. 어떻게 보면 발리우드의 사랑 이야기가 현실과는 동떨어진 바보들의 장난처럼 보이는 이유가 바로 그런 것 때문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혹자는 그것을 순수하다고 여기겠지만 인간의 가치관이란 시종일관 변하기 마련인데 사랑에 대한 가치관만 시대를 초월해 고정적이라고 봐야 할까요?
그런 의미에서 영화 ‘Milenge Milenge’는 고전적인 운명론적인 가치관을 내세워 철지난 어리석은 사랑이야기라는 평가를 피할 순 없을 것 같습니다.
운명을 믿지 않는 여자 프리야가 어느 날 타로점 한 번에 가치관이 흔들리고 운명적인 사랑을 기다리는 사람이 됩니다.
사실 이 타로 점은 인물이 처한 상황이나 그녀의 성격,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일 등 마치 타로 점과 흡사한 구조의 인물의 배경과 사건을 빠른 시간 안에 구성하는 재치를 발휘하는 듯하지만 안타깝게 그 내용은 어리석고 어이가 없어서 이 초반 구성에서 많은 보는 이들을 지치게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를테면 타로 점을 통해 디테일한 예언적 결과를 얻을 수 없으며, 또 설령 그런 결과를 얻는다고 해도 주인공인 프리야가 바로 가치관을 바꿀 만큼의 행동변화를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것이죠.
일단 이렇게 어처구니없게 시작한 이야기는 계속 상식 이하의 인물의 행동과 사건으로 진행되다 전반부에 주인공 이미의 거짓행각이 드러나면서 프리야와 이미 두 사람 사이는 파국을 맞습니다.
‘운명’이라는 중심 소재를 끌고 온 만큼 그 결말도 ‘운명’이라는 틀 속에 사건과 인물을 집어넣어야 하는데 후반부는 할리우드 영화 ‘세렌디피티’를 그대로 가져오는데 창의적인 노력을 발휘한 것은 아니고 소재를 끌어오되 더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를 진행시킵니다.
말도 안 되는 인도영화들을 여럿 보았지만 그래도 순박한 사람들의 모습이나 나름 그 속에서의 진정성(?) 같은 게 느껴져서 그냥 그러려니 했지만 어쩔 수 없이 다른 생각으로 결코 동의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제 경우는 가치관에 대한 부분이 가장 큰 경우인데, 물론 인도사람들의 가치관을 다른 나라 사람인 제가 왈가왈부 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솔직히 몇몇 부분에 있어서는 참을 수 없는 칙칙함을 느끼곤 합니다.
이를테면 ‘신이 맺어준 커플’ 같은 영화는 인도의 보수적인 결혼관을 억지로 예쁘게 포장해 놓은 불순한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인물들의 행동을 보면서 ‘저것은 영화일 뿐’ 이라는 나름의 소격효과를 느끼게 되더군요. 세상은 변하고 있는데 아직도 저런 사고를 가지고 있다니 하면서 놀라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Milenge Milenge’의 남녀들은, 물론 좋게 보면 한 사람만 사랑하는 지고지순함을 미덕으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사랑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고 결국엔 해피엔딩을 맞게 될 거라는 고전적 발리우드식 이야기의 전형으로 이 영화를 볼 순 있겠지만 나이만 요즘 세대의 주인공들이고 가치관은 옛날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 얼간이’같은 영화들이 등장하고 나서 느꼈던 점은 인도에서도 동시대의 관객들이 요구하는 눈높이가 예전과는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Milenge Milenge’를 비롯해 이제 발리우드에서도 운명론적이고 고전적인 사랑만세 이야기는 점점 막을 내리는 추세인 듯합니다.
* 이 영화의 캐스팅은 2003년도에 이루어 져서 촬영이 계속 지연되다가 'Jab We Met'을 찍을 때 쯤 완성이 되었다고 하나 당시 두 사람은 깨지고 후반 녹음과 맛살라 장면을 찍어야 하는데 이 부분 역시 차질이 있었다는군요. 결국 영화의 완성은 한 2009년쯤 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가끔 인도에선 이렇게 몇 년 만에야 개봉하는 영화들이 있는데 대부분의 결과는 안좋더군요...
* 영화속 샤히드의 모습은 가끔 라이언 필립을 생각나게 할 때가 있는데요. 그냥 저 혼자만 그렇게 받아들이겠습니다 ㅋㅋㅋ
'인도영화 이야기 > 영화의 전당'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도영화에서 만나는 촘촘한 스릴러 'Yutham Sei' (0) | 2011.12.15 |
---|---|
[Exclusive] 영화 『Zindagi Na Milegi Dobara』의 모든 것 (0) | 2011.12.08 |
[톡! 톡! 톡!] Meri.Desi Net 시즌 2 마지막 토크 (0) | 2011.10.31 |
신이 보내준 딸(Deiva Thirumagal) : 법정(法廷) 드라마로는 아쉬운 부정(父情)의 드라마 (2) | 2011.10.16 |
청원(Guzaarish) : 이기적이었던 생의 마지막 순간에 느끼는 진정한 인간관계 (0) | 2011.10.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