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글은 2012년 7월 25일에 작성되어 2013년 11월 6일에 마이그레이션 되었습니다.
늘 공공연하게, 심지어는 인도영화 관련해서 보내는 공문서엔 늘 지긋지긋할 정도로 ‘내 이름은 칸’이나 ‘세 얼간이’의 상업적 성공에 대해 언급이 되어 있는데 사실 이 영화들의 성공으로 관심 밖이던 인도영화에 대한 수입은 배로 늘었고, 이제는 매주 케이블 채널에서 3시간 33분짜리 ‘왕의 여자(조다 악바르)’가 방영된다. 과거 인도영화 마니아들이 불법 다운로드로 영화를 보던 때에 비하면 이젠 그 환경이 많이 나아졌다고들 한다.
하지만 실제로 업계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렇게 좋은 건 아니다. 인도영화는 들여오는데 아직도 인도색에 대한 기피는 많은 편이다. 그러다보니 영화를 선별하게 되고 최대한 인도색 없는 작품을 들여오거나 회사에서 제공하는 편집 버전(그런데 편집 버전이라고 맛살라 장면이 없는 건 아니다)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는 영화에 대한 오리지널 버전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까닭에 원래 영화가 몇 분인지 모르는 경우도 태반이라고 한다.
아이러니하게 인도영화에 빠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도의 뮤지컬 영화인 맛살라영화에 빠져서 입문하게 된다. 물론 업계에선 소수의 마니아를 겨냥한 사업을 할 순 없다. 더 많은 관객들이 자사의 영화를 보게 해야 하는데 나는 무엇이 진리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그런 영화는 다수의 관객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게 매뉴얼인가보다.
결국 소위 정통 인도영화라 불리는 맛살라 영화는 아직까지는 공식 루트로 보기는 힘들다. 영화 전문가들에겐 인도의 상업영화에 반기를 드는 작가의 영화가 인정받는 가운데 어떻게 합법적인 방법으로 이런 영화를 볼 수 있을까? 영화제에서 이런 영화를 소화해주면 좋은데 앞서 언급했듯 그런 상업영화도 수용할 수 있는 영화제가 거의 남지 않았다.
솔직히 그나마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선 매 해 인도영화를 소개했지만 올 해는 한 편도 없다. 정말 들여올 영화가 없어서 그런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인도에선 꼭 상업영화만 음악을 쓰는 게 아닌데, 심지어는 맛살라 영화가 아닌 ‘Shanghai’같은 영화(* 코스타 가브라스의 ‘Z’를 토대로 만든 정치영화)조차 사운드트랙을 발매한다.
한 편 인도영화 팬들에게도 조금 아쉬움은 있다. 다양한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인도영화 마니아들을 만나면 이구동성으로 하는 이야기는 대체적으로 배우에 의해 영화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고 내가 보는 영화가 얼마나 흥행했는지, 어떤 감독이 연출했고 평론가들의 평가가 어떤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한다. 올 해 인도영화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갈렸던 ‘라 원’이 샤룩 칸이라는 이유로 비평적으로 우세했던 ‘락스타’에 비해 큰 인기를 얻었다는 사실은 이를 증명하고 있기도 한다.
또한 ‘철지난 영화’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내며 (속된말로 인도에서 개봉된 지가 언젠데 이 영화를 트나) 등을 돌린 팬들도 있는데 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이를테면 ‘옴 샨티 옴’의 야외 상영을 두고 인도영화 마니아들 내부에서도 ‘옴 샨티 옴’의 사골화라고 비판하지만 함께 즐기기에 인도영화 입문에 이만한 영화가 없다는 것도 정설이다. 특히 야외상영에서는 상영관 내에서 점잔빼면서 보던 것도 여기서는 필요 없으니 그것 역시 즐거운 일이다. 올 해 PiFan은 노래를 따라 부르며 함께 춤출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을 마련해주었다.
2013년은 ‘발리우드 특별전’을 연 지 10년이 되는 해다. 과연 내년에는 또 어떤 영화, 어떤 이벤트로 관객들을 사로잡을지 궁금하고 또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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