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글은 2012년 10월 28일에 작성되어 2013년 11월 7일에 마이그레이션되었습니다.
가끔 지금 시대에 국한된 이야기로 '영원한 것'을 영화에 담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듭니다. 이를테면 내가 살아보지 않은 시대에 만들어진 '동경 이야기' 같은 영화는 고전적인 일본인이나 그들의 의상, 행동양식이 나오면 '아 그런가보다'하고 넘어가지만 내가 살아본 시대, 혹은 근거자료를 많이 봐온 시대에 동시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들은 뭔가 촌스럽기 마련이죠. 아니 어쩌면 '동시대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것 자체가 촌스러워 보일지 모릅니다. 이를테면 70년대 '올칼라' 시대에 나팔바지를 입은 주인공이 "꺄불면 혼날테야~"하고 상대방을 윽박지르는 모습만 봐도 간지러울 지경인데 말이죠, 아미르 칸이 주연을 맡았고 지금은 배우로서 왕성한 활동을 보이는 파르한 악타르가 스물 여덟의 나이로 데뷔해 영재소리를 들었던 영화 'Dil Chahta Hai'는 2001년 만들어져 소위 막 '뉴 밀레니엄'시대에 들어온 젊은이들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Koi Kahe Kehta Rahe'에서 보여진 나이트 클럽 영상은 마치 우리나라에선 90년대 말 히트를 쳤던 클론 같은 댄스그룹이 보여주었던 전형적인 클럽을 배경으로 한 뮤직비디오의 모습을 따고 있는데 저는 재밌었지만 지금의 감각으로 돌아보면 약간은 오글거릴만한 장면이었을 것입니다. 2000년 초반의 인도영화들을 거의 보지 못했지만 듣기에는 그 영화들 역시 일반적인 인도영화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작품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남자와 여자의 사랑과 시련 그리고 행복한 결말(대개 결혼)로 이어지는 전통적이고 고전적인 사랑의 이야기에서 인도에서도 뉴밀레니엄 세대들의 사랑의 이야기를 그리고자 했다는 것은 관객들에게 신선하고 새로운 모습을 주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나 합니다. IMDB의 높은 평점에 비해 영화는 지극히 평범한 세 남자의 우정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지만 아무래도 이 영화가 기존의 인도영화와 달리 평가되는 것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이야기라는 단선적인 구조에서 벗어나 남자들간의 우정이라든지 지고지순하면서 애절한 전형적인 인도영화식 사랑이야기의 틀에서 벗어난 솔직한 젊은 세대의 사랑이야기를 다루어 인도영화속의 사랑이야기에 대한 텍스트를 바꿔놓았기 때문에 이렇게 높은 평가를 받는건 아닌가 합니다.
감독 파르한 악타르는 기존 발리우드의 공식을 완전히 받아들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이야기를 주고자 하는 안정적인 방식을 취했습니다. 이를테면 사랑과 결혼이라는 기본적인 구조를 받아들이되 현대의 젊은이들이 생각하는 '결혼'에 대한 인식을 녹아냈죠. 물론 샤룩 칸의 클래식 '용감한 이가 신부를 얻는다' 같은 영화도 일찍부터 연애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했지만 지금까지도 연애와 결혼에 대한 젊은 인도인들의 욕망은 영화로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더 나아가 이혼한 중년 여성과의 사랑을 그리는 것은 다소 파격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파격적인 소재를 다루었지만 자극적이지 않고 감성적으로 접근했던 것은 관객들에게 이 영화를 충분히 받아들일 만한 요소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록 10여년이 지난 영화지만 동시대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동시대의 유행같은 것에서 느껴지는 촌스러움은 있을지언정 시간이 지나도 변치않은 테마를 다루고 있기에 이 영화가 높게 평가되는 것 같습니다. 우연이었는지 파르한 악타르는 누이인 조야 악타르와 함께 딱 10년 뒤에 영화 'Zindagi Na Milegi Dobara'가 만들었고 두 영화는 약간 다른 분위기이기는 하지만 발리우드 영화의 수준을 한 층 더 나아가게 한 작품이라는 데는 같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Verdict 동시대적인 이야기로 영속적인 테마를 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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