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 사전의 원래 목적은 세상에서 쓰인 모든 용어를 담는데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이 사전은 욕이나 비속어도 포함하고 있고 또한 사장된 말도 담고 있다고 합니다.
뜬금없이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어쩌면 '지고지순한 사랑'이라는 말은 이제는 이 세상에서 사라져가는 단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사랑이야기는 어쩌면 인간에게 '희망'이라는 단어와 연관이 되어있는 까닭에 다소 나름의 비현실성을 지니고 있는데, 지금은 관객들은 아무리 사랑이야기를 보러 극장을 찾는다고 해도 요즘 사람들은 현실주의자가 된 까닭에 사랑이야기 조차도 다소 현실적인 이야기를 더 선호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런 까닭에 '지고지순한 사랑'처럼 비현실 쪽에 가까운 키워드를 지닌 이야기에 적응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합니다. 영화를 리얼리즘의 관점으로 보면 아예 사랑이야기는 보지 않아야 진정한 리얼리스트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아무리 어떤 사랑이야기가 '실화를 바탕으로'한 이야기라 한들 그 텍스트 자체는 비현실적인 얼굴을 하고 있기 때문이니까요.
현대인이 지극히 현실적이라 할지라도 감성을 잊은 존재는 아닌 까닭에 ‘사랑’이라는 테마는 여전히 관객들을 자극하는 소재임은 분명합니다. 다만 다소 시대와 함께 그 사랑에 대한 관점이 변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죠.
영화 '비르-자라'를 보기 전에 전 일단 선입견부터 가졌습니다. 제가 현실이 아닌 이상 사랑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을뿐더러 고 야쉬 초프라 감독은 발리우드에서 50여 년 동안 ‘사랑’이라는 테마만으로 영화를 만든 감독이기 때문이죠.
서로를 미치도록 사랑하는 연인 그리고 사랑하는 여인을 지켜주기 위해 22년 동안 수감 생활을 견딘 한 남자. 사랑이야기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그 감수성에 동참하겠지만 시놉시스만 들어도 오글거려서 몸살을 일으킬 것 같은 저 같은 관객은 못 견뎌하니까요
이런 영화를 190분이나 보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걱정이 되었습니다. 물론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도 오글거리는 사랑의 향연이죠. 소위 ‘국경을 초월한 사랑’이라는 테마는 참 낡아 보이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에 힘입은 ‘운명론’에 대한 에피소드가 펼쳐지는데 굳이 세 시간이 넘을 필요가 있나 싶었는데 영화는 꽤 흡입력이 있습니다.
그것이 단순히 관객을 사로잡을 맛살라 시퀀스가 있기 때문만은 아니고 전형적인 기승전결 구조기는 하지만 느림의 미학과도 같은 서서히 다가오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감이라든지 두 사람을 위기로 몰아넣을 복선들이라든지 하는 장치들이 큰 이야기에 맞물려 영화는 마치 웅장한 소리를 내는 100년 된 괘종시계 같은 느낌을 전해줍니다.
인도영화에 입문한지 얼마 되지 그리 오래되진 않았지만 인도영화에 빠지는 사람들이 어떤 영화를 추구하고 있는지 ‘비르-자라’를 보고 나면 약간 수긍이 갑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절대사랑을 외치는 인도영화도 요즘 사라져가고 있는 이 때 그런 영화로 인도영화 팬들을 모았던 한 거물 감독의 빈자리는 더 크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Verdict 사랑으로 현실을 뛰어넘을 수 있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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