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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영화 이야기/영화의 전당

좀비야 내가 간다(Go Goa Gone): 너무나도 허전한 인도 최초의 좀비영화

 

 

 

  여섯 곡의 노래와 사랑이야기라고 불리던 인도영화는 최근 장르적인 시도를 많이 하기 시작했다. 물론 표절 스릴러의 제왕인 산제이 굽타나 무스탄 형제가 일찍이 인도영화에 ‘장르적’ 시도를 많이 했긴 했지만 그렇다고 인도영화가 다양해졌을까? 뭔가 질적인 계기가 있었을 것이다. 신진 감독군의 등장도 그렇지만 특히나 어디서 따온 영화가 아닌 오리지널 스토리로 현대의 관객을 자극했기 때문은 아닌가 한다.

 영화계에서 영화 제작이야 썰이 풀려서 제작자들이 솔깃해지면 너도 나도 비슷한 영화를 만든다고 하지 않던가. 발리우드 사이에서 떠돌던 얘기지만 야쉬 라즈사의 ‘뉴욕’, 샤룩 칸의 히트작 ‘내 이름은 칸’, 그리고 ‘세 얼간이’의 라즈쿠마르 히라니가 포기했던 프로젝트인 ‘문나바이 찰로 아메리카’가 비슷한 소재를 다루었다는 설이 있다. 대부분 한 쪽이 죽어야 하는 도플갱어의 운명과는 달리 문나바이 속편만 자취를 감추었고 나머지 두 영화는 살아남았다.

 이상하게 2011년에는 인도영화에서 좀비영화를 만들겠다는 이야기가 많이 떠돌았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뭄바이’, ‘더티 픽쳐’ 등으로 흥행 제작자 반열에 오른 엑타 카푸르가 준비하던 ‘Rock the Shaddy’와 세프 알리 칸이 준비하던 ‘Go Goa Gone(이하 좀비야 내가 간다)’프로젝트는 비슷한 때 이야기가 나왔다. ‘Rock the Shaddy’의 제작 유무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좀비야 내가간다’는 완성에 이르러서 최초 인도의 좀비영화의 ‘원조’마크를 달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알고 급조해서 만든 ‘Rize of the Zombie’라는 영화가 개봉 일정에 있어서는 먼저 선수를 치기는 했지만. 


 


 세상의 모든 최초가 뤼미에르의 ‘열차의 도착’처럼 기억되면 얼마나 좋으련만, ‘좀비야 내가 간다’는 최초라서 더 귀감이 되는 영화는 아니고 그냥 ‘의의’를 지닌 영화 정도로 남을 것 같다. 일단 영화의 제작자가 앞에 있다고 가정해보고 ‘이 영화가 좀비영화인데 인도영화라서 다른 점’이 뭐냐고 물으면 그들에겐 딱히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오히려 ‘그런 것 생각 안하고 재미있게 찍으려 했어요.’ 라는 대답이 나올 것만도 같다.

 서구적 장르영화 + 타깃은 젊은 관객이라는 점을 잘 활용해서 요즘 간간이 나오는 그런 발리우드 청춘물처럼 찍으려고 했다. 이를테면 주인공중 한 명인 비르 다스가 출연한 ‘델리 벨리’처럼 말이다. 전개가 빠르긴 하지만 하릴없는 청춘의 일상을 보여주는데 시간을 할애했던 것은 좀비 소동을 통해 이들에게 변화를 주려 했던 까닭이다.

 그런데 입버릇처럼 ‘내가 배운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만 그들이 배운 것은 상당히 피상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아마도 영화 속에는 마리화나와 마약이 등장하는 까닭에 요즘 발리우드의 영화 규정인 ‘금연’이나 ‘음주’에 대한 자가 단속을 영화 속에서 하고 싶었나보다. 뭐 취지는 좋지만 담배 피우는 시퀀스마다 ‘담배는 몸에 해로와요’라는 문구를 넣는 것이 얼마나 유치한가. 오히려 역으로, 문구만 넣으면 담배 피우는 시퀀스를 마구 넣을 것만도 같다. 하지만 뭐 이런 건전한 발상이 있다 해도 영화를 보다 보면 ‘뽕질과 흡연으로 망가진 청춘은 좀비가 되어 돌아올 수 없어’ 같은 교훈을 주고자 이런 영화를 만든 것 같지는 않다.

 보리스(자신은 바리스라 부르는 세프 알리 칸의 캐릭터)의 존재 역시 이 영화에선 노련한 총잡이 그이상도 이하도 아닌 듯하다. 관객들은 이 캐릭터를 통해 뭔가 좀비들이 탄생한 음모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하고 이것을 풀어줄거라 기대할텐데 너무 싱겁게 끝내버린다. 한 마디로 개폼만 잡다가 끝나는 셈.

 


 인도영화의 등급심의 때문인지 좀비영화에서 기대하는 화끈한 고어가 있는 것도 아니고(그래도 과거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 인물들이 척살 당하는 너무 리얼하게 보여주는 남인도영화의 폭력 시퀀스에 비해선 아무것도 아니긴 하지만) 캐릭터들도 뭔가 재미를 주려다가 말고, 문제는 영화가 왠지 그렇게 흘러 갈 듯한 기분이 들면 정말 그대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다만 몇몇 기지에 넘치는 시퀀스나 대사만이 영화의 재미가 되고 있긴 하다.

 물론 앞서 언급했듯, 일부 시퀀스나 대사에서 느껴지는 재미는 쏠쏠하긴 하지만 그것은 단지 부분에 불과할 뿐 영화 전반을 커버해주지 못한다. 오히려 심야에 봤던 ‘매니악 캅’같은 영화는 만듦새는 ‘좀비야 내가간다’보다 떨어져도 뭔가 꽉 차는 B급 영화만의 재미를 충분히 주었던 것을 보면 영화의 각본가이자 감독인 라즈와 DK는 노력을 좀 더 해야 할 것 같다. 전작 ‘Shor in the City’에선 탄탄한 저예산 영화의 본보기를 보여주었던 그들의 작품이라 하니 놀랍기도 하고 한 편으론 슬프기도 하다.

 혹자는 이런 심심하고 어설픈 부분도 넓은 아량으로 봐주는 경향이 있는데 특히나 그런 봐주기식 평가에서 ‘인도영화인데 뭘’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면 팬으로서는 더 안타깝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때문에 내자식 끌어안기보다는 읍참마속하는 심정으로 이 영화에 더 냉정한 평가를 해 본다.


Verdict: 너무나도 허전한 인도 최초의 좀비영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