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글을 쓰는 때는 2013년 11월 14일입니다. 아마 이번 주에 일반 관객들은 ‘더 파이브’나 ‘친구 2’를 보러 갈 것이고, 영화 마니아들은 ‘카운슬러’에 관심이 쏠릴 것입니다. 한 편, 이와는 달리 중국영화 ‘혈적자’나 할리우드 B급 영화 ‘스시 걸’은 허수 개봉을 해 놓고 IPTV에 '극장개봉작' 따위의 프리미엄을 받을 것입니다.

 이런 영화 개봉의 양극화 속에 갈 길을 찾지 못하고 정말 최소한의 스크린만 배정된 영화가 있습니다. 일본영화 ‘변태가면’인데요. 인도영화 블로그에서 웬 일본 영화 얘기인고 하니... 이 영화는 개봉한 게 용하다 싶긴 하면서도 한편으론 인도영화가 개봉될 때의 모습을 보는듯해 가슴이 짠하기도 하단 말입니다. 


 영화 ‘변태가면’은 정서적으로 변태성과 영웅심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한 청년이 여자 팬티를 뒤집어쓰면서 파워업이 되어 악에 맞선다는 다소 황당한 내용의 영화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다소 인지도가 있는 오구리 슌이 제작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었지요.

 딱히 이 영화 자체를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론 이 영화가 참 아리송하긴 했거든요. 재미가 있었다기도 그렇다고 재미가 없었다기도 모호한 영화였으니까요. 아마 저 말고도 많은 분들이 이 영화의 키치함에 대해 50대 50으로 재미와 짜증으로 갈렸을 거라 봅니다.

 특정 영화들을 거론하고 싶지는 않은데 대중들은 이상하게 내러티브가 엉망이어도 결론에 가서는 훈훈한 감동을 주는 영화들을 더 선호합니다.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병맛으로 일관된 영화를 보면 쓰레기를 봤다고 욕을 하겠지요.

 인도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모든 인도영화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인도색이 강하네, 갑자기 노래는 왜 튀어나오냐 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지요.(그래서 영화사들이 내린 특단의 조치는 가위질이었지만)

 

편집 개봉에 극장에도 잘 못걸렸던 비운의 <옴 샨티 옴>


 결국 ‘이런 영화는 관객에게 외면당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영화는 개봉관에서 밀려납니다. 다른 메이저 영화들이 개봉해야 하니 너희는 자리를 비켜주기를 너무도 자연스럽게 요구받았달까요. 그런데 이런 영화들은 그렇다고 예술영화관으로 가기도 모합니다. 결국 어디에도 이들 영화를 받아주는 데가 없습니다. 마치 범죄소굴을 빠져나온 방탕한 연인마냥 ‘그래 가자 하늘로~’ 하는 절박함이 묻어나 있습니다.

 뭐, 감상적인 표현은 접어두고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결국 이런 영화를 수용해 줄 공간은 거의 0에 가깝지 않나 합니다. 어찌 보면 예전 홍콩영화들은 비평가들로부터 황당하고 폭력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남성들의 로망을 채우며 슬리퍼 히트라는 개념을 명확화 시켜주었지만 이제는 홍콩영화도, 그들을 받아줄 개봉관도 존재하지 않는 듯합니다. 결국 개봉관의 열린 사고가 필요한데 믿을 걸 믿어야지요...

 그나마 대안이 있다면, 당장은 아니지만, 지금 모 극장에서 하는 TOD(Theater on Demand) 같은 프로그램이 활성화 되어 더 많은 영화에 기회가 돌아간다면 가능할지 모르는 일입니다. 소위 상업성이라는 명목 하에 고의적으로 저주받은 영화가 다시 관객과 소통하는 진풍경이 벌어질 날도 머지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 생각이 한낱 몽상에 가깝다고 보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하지만 결국 수요가 가시적으로 집약된다면 관객이 다시 영화의 주인이 되어 영화를 부활시키는 일이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면 일본영화 ‘변태가면’ 그리고 극장에서 천시받은 인도영화들, 그리고 스러져간 혹은 회생의 기회도 얻지 못하고 2차 매체로 낙향할 다른 영화들도 다시 스크린에서 볼 날이 오겠지요. 그때가 오면 관객이 되어주시겠습니까?

 

 

 

 

 

Posted by 라.즈.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