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Meri.Desi Net을 운영하는 raSpberRy입니다.
 2011년에는 무려 세 편의 인도영화가 개봉되었습니다. 상업적, 대중적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이와 달리 아쉬운 점도 많았던 한 해 였습니다.
 2011년 국내 인도영화의 판도를 돌아보고 이에 대한 소고를 적어보기로 했습니다. 
 긴 글이나마 봐주시고 귀를 기울여 주신다면 아마 앞으로는 조금 더 달라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1. 인도영화 설 곳이 없다



 3년 전만 해도 인도영화 마니아들은 인도영화들이 개봉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개봉이 이루어진 지금 우리는 온전한 영화를 볼 수 없다는 아쉬움과 불편함을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올 여름 ‘세 얼간이’ 사건을 통해 영화가 상업적인 이유로 편집이 되었고, 해당 영화사로부터는 진실하지 못한 대답을 듣게 되었습니다. 다행이도 의식이 있는 일부 극장들의 배려로 온전한 버전을 보게 되었지만 앞으로도 계속 편집은 이루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저는 극장 개봉에 대해서는 나름 타협적인 입장을 취했습니다. 다른 아시아권 국가인 대만이나 홍콩에서와 같이 소수의 개봉관에서 개봉하더라도 꾸준히 그 명맥을 이어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지만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는 와이드 릴리즈(대규모 개봉)를 선호하는지라 온전한 버전의 영화를 상영하고 차분히 관객의 입소문을 기다리기엔 위험하고 무리수가 따른다는 판단 하에 오리지널 버전을 상영하는 극장은 일부 상영관으로 제한하되 반드시 두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지요.

 ‘세 얼간이’는 그런 최소한의 배려를 받았지만 앞으로 개봉할 다른 인도영화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또 편집의 마수를 피해가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최소한의 권리만이라도 보장 받았으면 하는 바람은 있지요.



2011/07/11 - [인도영화 이야기/영화 잡담이련다] - 영화 '세 얼간이'의 무편집 상영을 요청합니다!
2011/07/06 - [인도영화 이야기/영화 잡담이련다] - 세 얼간이 러닝타임의 진실
2011/07/03 - [인도영화 이야기/영화 잡담이련다] - 영화 '세 얼간이' 보이콧 하겠습니다!


 그런데 인도영화의 권리문제는 유독 1차 배급인 극장에 걸리는 문제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문제의 발단은 부산국제영화제때 상영된 ‘신이 보내준 딸’과 ‘바스코 다 가마’였습니다. 두 영화 모두 편집되어 상영되었습니다.

2011/10/18 - [인도영화 이야기/영화 잡담이련다] - To. BIFF... 영화제에 편집된 영화 상영? 영화제가 어떻게 그래요!


 부산국제영화제라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에서 편집된 영화를 상영한다는 것을 보고는 이제는 영화제라는 성역에서마저 제대로 된 인도영화를 만나기 힘들다는 것을 느꼈을 때 문득 제 자신이 작년에 영화제를 통한 인도영화의 수요를 증명함으로서 수입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키고 합법적인 인도영화 접촉의 출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던 것을 떠올렸습니다. 인도영화 팬들이 영화제마저 믿지 못한다면 다시 불법 루트로 인도영화를 접촉해야 하는 것일까요?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닙니다. 최근 다운로드 서비스나 IPTV 루트를 통해 인도영화들이 유입되고 있는데 이마저도 온전한 인도영화를 만나기 힘든 상황입니다. 최근 다운로드 서비스를 시작한 ‘세 얼간이’는 인도판이 아닌 140분짜리 우리나라 편집판이 서비스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모 IPTV를 통해 방영되고 있는 ‘하우스 풀’은 원본 영화에서 19분이 편집된 채 서비스 되고 있습니다. 서비스 업체의 입장은 본사에서 허가한 소스가 그 버전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영화로 서비스를 하기 위해 본사와 연락을 취한다던지 하는 생각은 안 해본 것일까요?

 저는 인도영화의 합법적인 유입을 바라왔습니다. 하지만 지금 현실은 받아들이기엔 좀 아니다 싶을 정도입니다. 일단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 측의 배려가 부족하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문제에 대한 대안은 인도영화 마니아들이 목소리를 내는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사실 ‘세 얼간이’가 140분인지, ‘하우스 풀’이 19분이 삭제된 영화인지는 누군가 이야기 해주지 않으면 알 수 없으니까요. 이런 흐름이 계속되면 합법적인 인도영화 소비를 추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패배주의가 일어나고 불법루트에 의한 영화 접근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라고 봅니다. 저는 그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2. 인도영화의 버블을 막기 위해선


 인도영화들의 잇따른 성공으로 업계의 관심이 다소 높아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표가 낮은 만큼 경계해야 할 부분이 바로 버블현상입니다.

 버블은 내적인 버블과 외적인 버블로 나뉘는데 우선 외적인 버블은 인도에서 진행되고 있는 고비용 영화 제작 붐입니다. 최근 인도에서는 100 Crores가 넘는 흥행작들이 터져 나오면서 영화의 규모도 갈수록 커지는 분위기인데, 할리우드 못지않은 영화를 만드는 야심은 이해할 수 있지만 단순히 비용이나 스타 시스템만으로 영화가 완성되지는 않거든요. ‘세 얼간이’가 기존 인도배급지역이 아니었던 우리나라나 홍콩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던 이유는 대중들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내러티브를 지닌 영화였기 때문이지 관객들이 스타나 스케일을 기대하고 영화를 선택했던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쉽게 설명하면 같은 밀가루 반죽이 있으면 인도인이라면 맛있는 난을 만들면 되는데 빵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죠. 사실 빵은 제과점(할리우드)이 잘 만드는데 짜이 집을 별다방처럼 꾸미고 서양식 빵을 만들어서 팔고자 하는 모습을 보면 조금은 안타깝다는 생각도 들곤 합니다.



 허나 외적인 버블은 인도 영화산업의 이야기니 대한민국에 사는 일개 영화팬이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그나마 내적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최근 저는 모 IPTV 채널에서 발리우드 영화 섹션이 생겼다고 하기에 좋아라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 보니 볼 게 없더군요. 뭐 그 중에는 국내 개봉을 마치고 2차 시장으로 뜨는 영화들도 올라왔지만 함께 서비스 되는 영화들... 좀 난감했습니다. 고개가 갸우뚱 해지더군요. 분명히 이 영화들도 돈을 주고 사왔을 텐데 말이죠.


 저는 이런 상황에 있어 러시아의 이야기를 해드릴까 합니다. 한 때 러시아에도 잠깐이나마 발리우드 열풍이 불어 닥친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붐을 이용해 싸고 질 낮은 영화들을 들여온 결과 러시아 사람들의 인도영화에 대한 반감을 키웠다고 합니다.

 반면 독일의 경우는 검증되고 유명한 영화들을 선별해 들여온 까닭에(지금은 별별 영화들이 다 들어왔긴 하지만) 속된말로 볼류(한류를 빗대 쓴 표현)가 형성되고 심지어 독일에서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는 샤룩 칸이 최근작인 ‘DON 2’를 독일 로케이션으로 찍을 정도로 저변이 확대되었다고 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것과 같이 지금까지 고작 세 편이 성공했을 뿐입니다. 앞서 개봉 예정으로 소ㅊ개해 드린 영화들이 개봉 시에는 어떤 반응을 얻게 되고 또 이 열풍이 계속 이어질지는 아직까지는 알 수 없습니다.


 업계에 있는 사람이 아닌 까닭에 함부로 이야기하기는 조심스럽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초기에 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low risk low return) 전략을 쓰는 것은 어떨까 생각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블랙’ 같은 영화를 예로 들 수 있는데 사실 높은 마케팅 비용에 와이드 릴리즈로 개봉되었기에 어떤 의미에서는 하이 리스크 계열의 영화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시장의 안착단계에 있기 때문에 너무 크게 가는 건 그만큼의 위험을 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모델은 마치 아트시네마 계열 극장에 걸리는 다른 비주류 영화들처럼 3-4만 명 정도의 관객 동원으로도 성공이라고 말 할 수 있는 모델인데 사실 말은 쉽지 그런 작품들을 찾기는 쉽지 않겠죠. 결정적으로 잘 알려진 인도영화들은 상업영화인 까닭에 아트시네마 계열의 극장에 걸릴 확률은 없고, 그렇다고 일반 개봉관에 걸자니 장시간의 러닝타임이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여담이지만 ‘인셉션’ 148분, ‘밀레니엄’ 158분은 허용되지만 인도영화 150분은 길다고 하는 마당이니...)


 일본영화는 문화 개방이 시작된 이후 올 해인 2011년만 45편의 작품이 개봉되었습니다. 중화권 영화도 많이 위축되긴 했지만 그래도 한 해 15편의 작품이 개봉되었죠.

 처음에 미야자키 하야오가 수장으로 있는 지브리 애니메이션이 국내에 들어올 때 생각이 납니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도 이미 퍼질 대로 다 퍼진 애니메이션이 국내에 들어와서 무슨 흥행을 기대할 수 있었을까 했지만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기점으로 일본 개봉과 너무 떨어지지 않는 시점에 국내에 배급-개봉 되었죠.



 인도영화도 초반에는 다소 굴곡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내 이름은 칸’과 ‘세 얼간이’의 성공과 ‘청원’의 실패가 전부라고 인도영화 시장의 전부라고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조금 더 대중들에게 존재감이 확인되면 그 땐 어느 정도 시장 안착으로 이어질 수 있으리라 예상됩니다.




 

3. 콘텐츠 콘텐츠 콘텐츠




 '내 이름은 칸'이나 '세 얼간이'가 개봉되었지만 그 이후에 인도영화가 명맥을 이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되는 이유는 아마도 이미 개봉된 영화로 인도영화의 맛을 알고 더 많은 인도영화를 원하는 잠재된 관객들이 그들의 정보를 충족할 수 있는 공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죠.

 최근 저는 대형 포털사이트 영화 데이터베이스 정보에 시놉시스와 이미지를 보냈지만 업데이트가 잘 되었던 과거와는 달리 출처가 불분명한 정보는 업데이트 할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습니다. 그 결과 인도영화들은 아무리 기본적인 메타 데이터만 있는 영화라 하더라도 더 이상의 업데이트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죠.

 또한 영화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되었다 치더라도 분명히 영화를 불법 다운로드 등으로 미리 본 관객들도 있을 텐데 실질적으로 이들이 별점 평을 남긴다든지 하는 부분이 없던 까닭에 새로 인도영화에 관심이 있어 웹상을 표류하는 잠재적인 수요자(내지 마니아)들이 자신이 찾는 인도영화에 대해 적절한 정보를 얻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델리 6’라는 영화를 검색해 봅니다. 나름 인도영화 팬들 사이에서 슬리퍼 히트를 기록한 영화인데 실제로 검색해 보면 리뷰도 부족하고 특정 포털사이트의 별점 평도 별로 없지요. 그나마 샤룩 칸 주연의 ‘옴 샨티 옴’ 같은 경우는 선택받은 케이스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한마디로 드문 케이스)

 그렇다고 소위 우리나라에 용하다하는 영화 파워 블로거들 사이에서 인도영화가 회자되는 것도 아닙니다. 2011년 상반기 히트작중 하나였던 ‘내 이름은 칸’은 상위 영화 파워블로거 50인 사이에서 단 한 차례도 언급되지 않았으니까요. 솔직히 ‘세 얼간이’ 사태도 영화평론가 이동진씨가 언급하지 않았다면 그냥 묻혔을 일이었겠죠.

 사실 인도영화가 저변이 낮은 관계로 인도영화라는 콘텐츠 자체로 대중들의 관심을 환기시키기란 쉽지 않습니다. (제 블로그만 봐도 알 수 있죠. 엥? 기준이 너무 구리다구요? ㅋㅋ) 파워 있는 누군가와 함께 하면서 깔때기를 꽂든지, 아니면 인도영화가 힘을 얻게 되거나, 인도영화나 한 개인이나 집단이 우세해지면 되겠지요. 하지만 셋 다 힘들고 그나마 첫 번째 조건이 현실적이긴 한데 그 또한 쉽지가 않습니다.


 가장 안정적이고 좋은 방법은 누군가 꾸준히 노출이 가능한 공간에 지속적으로 인도영화 관련 콘텐츠를 업데이트 하는 것이죠. 가장 노출이 보장되는 공간은 네이버 블로그라고 하던데 저는 개인적인 이유와 기술적인 이유로 그쪽으로 옮겨가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다만 저 말고 누군가 많은 분들이 블로거로 활약해주기만 바랄 뿐이죠. 그런 의미에서 제 제휴블로거 S님이 계속 포스팅을 해주시는 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혹여 전혀 기대하지 않은 검색어로 제 블로그에 들어오셨던 분께서 인도영화에 관심을 가져주시면 그보다 더 좋을 게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전까지는 언젠가 그런 일이 생기기를 바라며 열심히 포스팅을 해야겠죠. 그리고 한 편으로 저와 비슷한 동지를 만나게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4. 45만보다 값진 4천 5백



 2011년 국내 인도영화 유입에 있어 가장 값진 수확이 있었다면 바로 ‘세 얼간이’의 인도 버전의 상영일 것입니다. 이 사건은 ‘세 얼간이’의 개봉 이상으로 인도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큰 사건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한 인도영화 전문가는 ‘세 얼간이’가 천만 관객쯤 들면 인도영화의 온전한 버전이 정착되지 않을까 하는 발언을 한 바 있는데 이 이야기는 ‘우리나라 영화 시장 구조로 온전한 인도영화를 볼 수 있는 방법은 없으니 기대를 접어라’라는 이야기로 해석할 만 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170분짜리 인도 버전의 영화가 개봉되었다는 것의 의미는 인도영화의 원본 버전을 상영해 줄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과, 예술영화 전용관도 그 중에서 한정된 2개의 개봉관에서 상영되었음에도 같은 규모로 개봉된 다른 아트하우스 영화와 비교했을 때 성공적인 4,500명의 관객을 동원했다는 점(개봉 주에는 극장 점유율이 60%를 상회했다) 이것은 ‘우연한 감상’보다 ‘찾아가는 관객’의 개념이 더 큰 아트하우스 계열 영화 이 영화가 인도영화였기에 찾아서 본 관객의 수요가 분명 존재한다는 점입니다.(심지어는 이 영화의 인도버전을 극장에서 보고자 상경한 관객도 있을 정도)

 비록 영화제기는 하지만 2009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야외상영작이었던 샤룩 칸의 ‘신이 맺어준 커플’ 같은 경우는 상당히 많은 관객들이 자리를 채웠다. 슬슬 인도의 장시간의 맛살라 영화도 상영 공간만 확보된다면 간을 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전망을 해 볼 수 있습니다.


 오리지널 인도영화 상영은 꿈이라고 하지만 영화만 좋다면, 그리고 숨어서(!) 활약하는 인도영화 마니아들만 동해준다면 비록 우리나라 실정상 와이드 릴리즈는 힘들겠지만 긴 러닝타임의 영화도 수용해 줄 수 있는 극장과, 소수라 하더라도 고정적으로 좌석을 채워줄 수 있는 관객들이 공존한다면, 그리고 그 적은 관객이라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의 시장이 가능하다면 얼마든지 인도영화는 우리나라에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





5. 그것이 ‘인도영화라서 보는 관객’을 만나기까지



 중화권 영화들이 국내 1차 시장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음에도 계속 영화화 되는 것은 꾸준한 수요와 2차 판권에의 안전성 때문인데요, 그것은 철저히 스타 시스템으로 가는 오락영화의 구조를 갖춘 이 영화 산업에 동참하는 관객들이 이연걸이나 유덕화 같은 스타들에 익숙하며, 견자단 같은 새로운 액션 스타를 맞이할 준비를 갖추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지금 그 새로운 시장이 인도영화 시장이고 인도영화도 현재의 중화권 영화들 못지않게 큰 스케일과 스타 시스템을 자랑하고 있지만 아직 우리의 대중들이 그들을 받아들일 만큼 국내에 콘텐츠가 활성화 되어 있지도 않은 편이고 결정적으로 대중들과 인도영화 사이를 이어줄 매개체가 없다는 것은 치명적인 흠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인도영화에도 고정적인 수요가 형성이 된다면 당연히 인도영화는 정착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그 과정까지 가는 데 좋은 콘텐츠와 대중들의 인지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할 것은 당연한 이야기지요.





6. 자유로울 수 없는 부분 불법 다운로드


 제가 농담을 진담처럼 받아들인 것인지 모르겠지만 인도영화 마니아 10만 양병설이란 게 있었습니다. 이론인 즉 인도영화를 많이 많이 배포해서 사람들이 인도영화를 많이 많이 다운받아 보면 인도영화 팬이 많이 많이 생긴다는 그런 이론입니다. 실제로 이 게릴라전으로 ‘가지니’는 2009년 우리나라 불법 다운로드 순위 10위 안에 들어갈 정도로 유명세를 탄 영화가 되었죠.


 다운로드를 하는 이들에게 물어보면 일단 대부분은 ‘우리나라에 들어오지 않으니 볼 수가 없다’인데 사정은 이해합니다. 사실 할리우드 영화같이 많은 나라에 직배가 되는 영화가 아니고서야 DVD를 구입해서 본다고 하더라도 기본으로 영문 자막 정도가 제공되는 정도니 한국어권을 사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품을 사도 이것으로 영화를 보기가 편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니면 남인도 영화처럼 구매하기 쉽지 않은 부류의 영화들도 있지요.

 애정이 있으니 불법으로라도 보고 싶겠지만 그렇다고 하드디스크에 저장해 둔 많은 영화들이 애정의 척도가 되지 않고 그 중에 소위 살아남는 영화로 남는 경우도 없을 것입니다. 소유와 접근 이론으로 보았을 때 다운로드는 물리적으로는 소유지만 행태 상으로는 접근일 뿐이죠. 이런 문화적인 토대가 주는 위기는 첫째. 영화를 쉽게 받아들이는 행위. 대개 빨리 해치워야 할 상대로서의 영화가 되고, 둘째. 다운로드가 습관이 되면 만약 영화가 개봉된 뒤에도 이미 본 영화를 왜 또 봐야 하는지에 대해 불필요하게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일부 인도영화 팬들 사이에서는 다운을 받더라도 개봉 후엔 극장에서 보겠다는 이도 있지만 다운로드를 행하는 모든 이들이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결국 문화적으로나 산업적으로 불법 다운로드는 이롭지 못한 결과를 낳습니다. 찬성론자들은 그렇게라도 영화가 배포되어짐으로서 영화가 알려지는 것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지명도의 문제지 그것이 문화 소비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죠.

 특히 개봉을 앞둔 영화나 DVD등의 매체가 나온 영화까지 버젓이 공유의 대상이 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내가 비록 구하기 힘들고 한글 자막이 없어서 어둠의 경로를 이용했다고 하면 정식으로 볼 수 있는 경로가 생긴 뒤에는 그것을 이용하는 것은 인도영화 팬으로서의 권리라고 생각합니다. 권리를 포기함으로서 문화의 정착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죠.

 제가 아는 몇몇 분은 다운로드를 하면서도 미디어를 구입하시기는 하는데 대부분의 다운로드 족에게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돈 주고 그걸 왜 사’였습니다. 인도영화 팬들이라고 딱히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좋은 영화가 나오면 극장으로 가고, 매체를 사주고, 합법적으로 접근해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하면 반드시 인도영화는 팬들에게 보답합니다.





7. 인도영화는 제 3의 영화다


 영화 관련 좌담회에서 요구하는 참석자의 기준은 한 달에 많아야 2-3편의 영화를 보는 사람입니다. 영화 마니아가 아니고 일반 대중들은 기껏해야 한 달에 많아야 두 편 내지 세 편의 영화를 보는 것이죠. 안타깝게 이들이 선택하는 영화는 정해져 있다고 봅니다. 저는 냉정하게 첫 번째와 두 번째 영화는 할리우드 직배사나 국내 대형 배급사들의 와이드 릴리즈 영화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세 번째 경우가 애매합니다. 관객들이 볼 수도 있고 안 볼 수도 있는 영화인데 잘만 노리면 틈새를 공략할 수 있는 것이 세 번째 영화라고 봅니다.

 인도영화는 일반적으로 직배나 대형 배급망을 타기 쉽지 않고, 혹여 그런 호사를 누리더라도 감독이나 배우의 지명도가 떨어지기 때문에(아무리 인도에선 날고 기는 3대 Khan이 주연이더라도 솔까말 국내에선 듣보잡) 결국 순수하게 영화적인 콘텐츠로 승부수를 던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블랙’이나 ‘내 이름은 칸’, ‘세 얼간이’는 성공했고 ‘청원’은 실패했습니다. 그렇다고 ‘청원’의 평점이 낮은 것은 아니었지요. 심지어 저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느꼈던 반응을 보고서는 ‘이 영화는 시네필들에게는 어필을 못할지언정 대중들에겐 먹히겠는걸!’하는 생각까지 했는데 결과는 좋지 않았죠.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우선 개봉 시기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블랙’이나 ‘세 얼간이’는 여름 블록버스터들이 빠지는 시점인 8월에 개봉되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첫 번째 영화와 두 번째 영화들의 힘이 부치는 시기였었고 심리적으로 가을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었죠. 한 편 ‘내 이름은 칸’은 비수기인 3월 말에 개봉했습니다.

 반면 ‘청원’은 10월에 개봉했는데 드라마장르인 가을에 개봉하기 좋은 영화라고 생각 할지 모르겠지만 당시 개봉작들을 보면 이미 개봉되어 스크린을 선점하고 있던 ‘완득이’가 있었고 ‘헬프’같은 드라마나 연인 관객을 위시한 로맨틱 코미디물이 대거 개봉되었습니다. 싸잡아서 말하기는 어폐가 있지만 비슷한 군(群)의 영화들이 스크린 전쟁을 하고 있었고 그 전쟁에서 패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오히려 드라마류 영화들 사이에서 차별화 되어 보였던 ‘리얼 스틸’ 같은 영화가 흥했죠.



 결국 인도영화는 비슷한 영화들의 경합으로 승부수를 던지기엔 리스크가 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어떻게 보면 인도영화는 다른 나라 영화와는 차별화된 그들만의 색채를 지니고 있는 다른 세계관을 가진 영화이기에 다른 영화와 똑같은 모습을 한 영화라는 요소는 자칫하면 그 영화를 묻혀져버리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8. SNS로 뛰어들어야 할 이유



 현대에 있어 정보는 ‘전문화’ 보다는 ‘신속’, ‘편리’, ‘맞춤’의 형태로 가고 있습니다. 가령 Meri.Desi Net에서는 장문의 고퀄리티 정보를 추구하지만(추구입니다. 보시는 분들에 따라서는 함량 미달일수도...) 그것이 실제로 정보를 얻고자 하는 분들에게는 그리 와 닿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영화 소개보다는 맛살라 시퀀스 하나, 스틸컷 몇 장이 현대의 정보 소비 흐름에 있어서는 훨씬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단문에 핵심만 제공하는 SNS가 인도영화 팬들에게는 더 와 닿을 수도 있습니다. 그것도 블로그 보다는 트위터 같은 매체로 말이죠.

 한편으론 다른 이들에게 인도영화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는 가장 빠른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누군가 ‘세 얼간이’에 대해 검색했을 때 아마 검색되는 대부분의 정보는 일반인의 감상평일 것 같지만 비슷한 시기에 인도영화 팬들이 ‘세 얼간이’의 원래 버전, 아미르 칸 등의 키워드로 같은 글을 올린다면 일반 관객들이 정보에 근접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단적인 예는 인도영화 협회에서 운영하는 트위터일 것입니다. (소개는 생략합니다. 각자 찾아보시기 바라요 ^^) 최신 인도영화 소식과 유명한 맛살라 시퀀스들을 링크하고 있어 인도영화에 대한 접근도를 높이고 있지만 아직 이 부분에 대해서는 부족합니다. 아마 더 많은 트위터러들이 정보를 던져야할 것 같습니다.





9. 중립적인 개인이 주는 이로운 외부효과



 올 해 일부 지인들을 통해 들은 인도영화 커뮤니티에 대한 느낌은 ‘재미가 없다’입니다. 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커뮤니티에 의존할 요소가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죠.

 제 경우는 두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고 지극히 개인적인 탓에 어떤 현상이나 집단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지만 커뮤니티에 활동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그런 요소가 있지는 않죠. 말 그대로 커뮤니티 인걸요.



 모든 분들이 인정하지는 않겠지만 과거 M본부 시절의 르네상스 시절에는 많은 사람들이 포인트를 염두에 두지 않고 능동적으로 자료를 올리고 이야기를 만들어 가던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오프라인으로 서로 만나는 사람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런 모습보다는 온라인에 치중하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즉, 온라인 커뮤니티라는 이름에 온라인의 모습에 치중할 것인가 커뮤니티라는 이름에 치중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성의 기로에 서는데 사실 두 마리 토끼를 충분히 잡을 수 있다고 봅니다.

 타이틀에서 붙였던 것처럼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소위 중립적이지만 콘텐츠를 올리는 것은 좋아하는 온라인 리액션이 강한 개인들이 많이 등장하면 할수록 소위 ‘뻘쭘한 현상’은 많이 덜 수 있지 않나 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인도영화 커뮤니티들은 온라인에서 쏟아내는 이야기보다는 오프라인에서의 결속력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당연히 소위 ‘기존의 세력’들은 새로운 인물들을 거부하지 않습니다만 새로 유입된 사람들은 ‘진입장벽’이라는 심리적인 부담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런 사람들을 방황하지 않게 붙들어 매는 사람들이 온라인만 파고드는 부류의 사람들이 아닌가 합니다. 사실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사람이 있는 만큼 정보나 온라인 활동만 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지금 4대 인도영화 커뮤니티에서는 그런 요소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아, 저요? 저는 제가 활동하는 곳에서는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저 혼자서만 되나요. 음지에 숨어있는 그런 분들을 어떻게 끌어낼 수 있을까요? 지금 인도영화 커뮤니티는 ‘열혈 온라인 회원’을 필요로 합니다.





10. 팬덤은 독이다



 제 이웃 블로거인 S님은 이미 자신의 블로그에 팬덤에 반대한다는 글을 올린 바 있습니다. 물론 인도영화는 다른 제 3국 언어와는 달리 거대 자본으로 스타시스템을 통해 만들어진 맛살라 영화가 알려지면서 주목받았던 케이스입니다. 대부분의 영화 전문가들에게는 인도영화=발리우드=맛살라 영화라는 공식이 일반화되어있고 심지어 많은 인도영화 팬들 사이에서도 그 공식은 자연스럽게 느껴질 정도지요.

 따라서 대부분 어필하는 인도영화는 맛살라 영화나 스타들을 위시한 영화들이 부각이 된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이 인도영화를 세계적으로 알리는 데 일조했다고 봅니다. 이를테면 인도영화의 저변이 높아진 독일의 경우에는 샤룩 칸의 거의 모든 작품들, 심지어는 인도에서도 소스를 구하기 힘든 작품들조차 DVD로 출시되어 있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한 편으로는 팬덤을 위시한 영화적 소양이 순수하게 영화를 영화로 받아들이는 것을 저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선택하는 영화가 단순히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의 볼룸감이나 가슴 털에 국한된다면 안타까운 일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말이 외람되어 보일수도 있습니다. 가까운 지인 분들을 만나면 인도영화의 기능적인 의미는 ‘행복해지기 위한 것’이라 합니다. 어쩌면 인도영화가 다른 이들에게 저평가되는 이유는 그들만의 세계에 입각한 영화라는 사고 때문일 수 있습니다.

 물론 그런 분위기를 금세 쇄신할 수도 없고 물리적으로 그러지 말자고 하는 것도 우습지만 영화의 단순히 일부에 국한되는 요소들이 영화의 전체를 지배하거나 분명히 이야기할만한 텍스트가 있음에도 단순히 눈요기의 요소로만 전락하는 것도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저는 인도영화 프로그램과 토크 등으로 더 넓은 시각으로서의 인도영화를 추구하려 합니다. 2012년에는 뜻을 같이 하는 분들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제 2012년입니다. 앞으로 우리나라 영화계에서 인도영화가 어떤 위치를 차지할지 모르는 일이지만 바람이 있다면 인도영화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람으로서 완전한 주류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다른 외국어권 영화와 어깨를 견줄 정도만 되도 좋겠습니다. 현재 인도영화는 기술적인 부분으로는 높게 올라서고 콘텐츠나 연출에 대한 부분도 성장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런 흐름을 알아주는 영화 관계자와 다양한 영화를 봐주는 팬들을 만나볼 수 있도록 기대해봅니다.




Posted by 라.즈.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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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영화의 성장
- 웰메이드 어린이 영화 발리우드를 두드리다.



 인도의 메이저 영화들은 모두 온가족이 볼 수 있도록 만들어진다는 견해가 있지만 정작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진 영화는 부족한 실정이었습니다. 이런 실정에 ‘꼬이 밀 가야(Koi Mil Gaya)’나 ‘지상의 별들(Taare Zameen Par)’ 같은 영화들은 이런 틈새를 잘 파고든 영화였지만 그래도 일반적으로 그 편수는 상당히 부족했습니다.

 그러다 올 해인 2011년에는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한 세 편의 영화가 개봉되었고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우선 ‘지상의 별들’의 작가 아몰 굽테가 감독, 주연, 출연까지 1인 3역을 해낸 ‘스탠리의 도시락(Stanley Ka Dabba)’은 올 해 비평가들로부터 가장 찬사를 이끌어낸 영화였고, ‘나는 깔람(I am Kalam)’역시 찬사를 이끌어 내며 첫 주연을 맡은 하쉬 마야르는 National Awards에서 아역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한 편, 살만 칸이 본격적으로 프로듀서에 도전했던 영화 ‘Chillar Party’역시 나쁘지 않은 반응을 이끌어 냈습니다.

 하지만 이들 영화들이 좋은 평가를 이끌어냈던 것과는 달리 이것이 흥행으로 이어지지는 않아 다소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고무적인 것은 발리우드에 다양한 관객층을 배려한 영화가 제작되는 동시에 좋은 영화들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앞으로도 이런 영화가 계속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011 박스오피스. 맛살라 영화 아니면 웰메이드 영화



 2012년에는 살만 칸의 ‘Bodyguard’와 ‘Ready’, 넓게 보면 샤룩 칸의 ‘Ra.One’까지 포함해  맛살라 계통의 영화들이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점령하기는 했지만 평가와는 대체로 반비례하는 양상을 뗬습니다.

 개봉된 맛살라 영화들도 평단으로부터 2점대의 박한 점수를 받고 심지어 ‘Thank You’나 ‘Rascals’같은 영화는 평단으로부터 혹독한 비난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한 편, 좋은 평가를 받은 메이저 영화들이 선전했던 한 해였는데요 'Zindagi Na Milegi Dobara', 'Rockstar', 'Delhi Belly', 'The Dirty Picture' 네 편의 영화는 잘 만든 영화들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되었습니다.

 작품성 있는 영화들이 성공하는 것은 즐겁지만 한 편으론 맛살라 영화가 인도영화를 이끌어왔던 상업영화였던 만큼 웰메이드 맛살라 영화들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인도 평단의 올 해 발리우드 주요영화 평점(클릭하면 원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발리우드는 등급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미 블로그와 일부 커뮤니티를 통해 소개드렸던 이야기로, 올해는 흥행작으로 성인용 영화인 A등급 영화들이 급부상하는 한 해였습니다.

 1월에는 ‘No One Killed Jessica ’, ‘Dil Toh Baccha Hai Ji’, 2월에는 ‘Yeh Saali Zindagi’가, 5월 ‘Ragini MMS’, 7월 ‘Delhi Belly’와 ‘Murder 2’, 11월 ‘Desi Boyz’, 12월 ‘The Dirty Picture’까지 2010년에는 발리우드 A등급 흥행작 수가 4편에 그쳤고 대부분이 저예산 인디영화들이었던 반면에 올 해는 그 편수가 두 배로 증가했고 ‘Delhi Belly’ 같은 영화는 올 해 발리우드 흥행순위 TOP 10 안에 드는 작품도 나왔습니다.

 이렇게 올 해 A등급 영화들이 선전할 수 있었던 요소로는 첫째, 다양한 소재와 발리우드내 장르영화의 정착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단순히 사랑영화나 코미디 영화가 주류였던 발리우드에 다른 형식을 지닌 영화들이 극장가에 선보였는데, 범죄 코미디(Delhi Belly)나 에로틱 스릴러(Murder 2)와 같이 철저히 성인 관객을 겨냥해서 만든 영화가 이제는 발리우드에서 ‘팔리는 영화’가 되었죠.



 둘째, 도전적인 제작자의 등장입니다. ‘세 얼간이’의 배우로 잘 알려진 아미르 칸은 작년 A등급이라는 다소 불리한 상황에 유명 배우도 하나 없던 ‘Peepli [LIVE]’를 성공시켰고 올 해는 그 명성을 ‘Delhi Belly’로 이어갔습니다. 발리우드의 여장부 엑타 카푸르는 비평은 좋았지만 흥행은 실패했던 ‘Shor in the City’로 쓴 맛을 보았지만 호러영화 ‘Ragini MMS’와 ‘The Dirty Picture’를 성공시키며 파라 칸과 함께 발리우드의 영향력 있는 여성 영화인으로서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 밖에 아누락 카쉬아프와 수닐 보라, 발리우드 B급 영화의 황제 마헤쉬 바트 등이 발리우드의 판도를 바꿀 제작자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셋째, 등급을 잊은 웰메이드 영화의 열기. 올 해 성공의 여부를 떠나 A등급 영화들은 대부분 작품성 역시 인정받았는데요. 5점을 기준으로 ‘The Dirty Pictures’가 3.2점, ‘Delhi Belly’가 3.5점, ‘Yeh Saali Zindagi’는 3.0점, ‘No One Killed Jessica’는 3.1점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넷째, 발리우드 등급 위원회의 불필요하게 높은 등급 책정. ‘No One Killed Jessica’는 성인용 등급을 받을 만한 영화가 아니었음에도 극중 라니 무케르지의 거친 입담으로 성인용 등급을 받아야 했고, 배우나 제작진은 그들의 입장을 번복하지 않음으로서 영화로서의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Delhi Belly’ 개봉 당시 등급위원회는 아미르 칸 측에 등급 조정을 위한 장면 삭제, 대사 처리를 권고 했지만 아미르 칸 측이 거절했고, 영화는 A등급으로 개봉이 되었습니다.



 발리우드의 이런 조류에 최대 수혜자로 등극한 배우는 바로 이믈란 하쉬미. 이미 삼촌인 Bhatt의 Vishesh Films 계열의 B급 영화에서 활약하며 키스보이라는 별명을 얻은 그는 상반기엔 아제이 데브간과 함께 출연한 로맨틱 코미디 ‘Dil Toh Baccha Hai Ji’, ‘추격자’의 카피 영화였던 ‘Murder 2’와 비드야 발란과 함께 활약했던 ‘The Dirty Pictures’까지 모두 A등급으로 중박만 쳐도 안정권을 바라볼 수 있던 다소 무리수가 따르던 영화들을 연속으로 히트시키면서 급부상했습니다.

 과격한 표현이 많음에도 A등급 영화에 흥행을 보장할 수 있는 남인도와는 달리 발리우드 영화들은 한 때 등급을 하나라도 낮춰 보기 위한 시도와 노력들이 있었지만 이제 발리우드의 판도는 많이 바뀌고 있는 듯합니다.


발리우드의 세대교체와 영시네마의 움직임



 올 해 세 명의 칸(Khan)은 여전히 그 위세를 떨쳤지만 이에 못지않게 많은 스타들이 발리우드 영화계의 변화하는 판도의 중심에 오르며 선배 배우들을 위협하는 한 해가 되었습니다.

 카트리나 케이프는 이미 여배우 검색 순위에서 아이쉬와리아 라이를 누른지 오래고, 비드야 발란은 과거 마두리 딕시트와 견줄만한 위치에 올랐으며 캉가나 라넛은 차기 섹시스타 자리를 노리는 배우로 등극했습니다. 이믈란 하쉬미는 리틱 로샨 영화의 열기에 끄떡하지 않았으며 임란 칸은 삼촌인 아미르 칸을, 란비르 카푸르는 사촌 누나인 까리나 카푸르의 자리를 넘보는 기대주로 성장했습니다.

 또한 과거 샤룩 칸-까졸, 카트리나 케이프-살만 칸/악쉐이 쿠마르처럼 공식화되고 식상해진 조디(Jodi, 단짝이라는 뜻의 힌디어)의 개념을 바꿔 다양한 배우들이 다양한 상대역을 만나 분위기를 바꾸는 시도가 많이 이루어졌습니다. 우선 올 해 가장 주목받은 카트리나 케이프는 ‘Zindagi Na Milegi Dobara’를 통해 처음만난 리틱 로샨과의 키스신이 화제가 되었고, ‘Mere Brother Ki Dulhan’에서는 임란 칸과 멋진 호흡을 이끌어 냈습니다.



 이처럼 새로운 얼굴들이 부각되는 것은 그만큼 새로운 영화들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최근 떠오르는 조류인 발리우드 뉴웨이브 영화들은 다른 나라의 뉴웨이브 영화들처럼 기획된 상품이 아닌 까닭에 스타시스템을 업은 대형 상업영화로 만들어지기 보다는 내러티브나 아이디어로 승부수를 던지는 영화들이 많은 까닭에 자연스레 스타 캐스팅에 멀어질 수밖에 없고, 또한 상업영화라 할지라도 공식화된 영화나 배우들이 더 이상 영화의 성공을 보장할 수 없는 까닭에 약간의 틀만 변형하거나 배우를 바꿔서 영화를 만드는 전략을 구사함으로서 새로운 영화를 만들어낸 느낌을 주는 포장술로의 전략이 새로운 배우나 배우 구성에 새로운 흐름을 준 결과가 되었습니다.

 동세대의 젊은이들을 사로잡을 이야기들이 영화로 만들어진 것 또한 젊은 배우들의 유입의 원인중 하나가 되기도 했는데요. 성공을 거둔 영화들로는 ‘Dil Toh Baccha Hai Ji’, ‘Delhi Belly’, ‘Rockstar’, ‘Pyar ka Punchnama’, ‘F.A.L.T.U’가 있습니다. 이 중 ‘Pyar ka Punchnama’나 ‘F.A.L.T.U’같은 영화는 유명한 배우가 없었음에도 입소문이 퍼져 흥행에 성공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다만 배우나 영화의 내용이 현 시대의 젊은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신선하게 바뀌는 것은 좋지만 마치 새 잔에 옛 와인을 담는 마냥 배우만 바뀌고 다루는 이야기는 구식인 영화들이 만들어지거나, ‘세 얼간이’처럼 현재의 젊은 계층을 대변하기 보다는 젊음이라는 코드 하나만으로 소비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은 조금 아쉬운 점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발리우드발 영화사의 남인도 진출 가속화



 남인도 영화들의 리메이크가 발리우드를 위협하는 듯하지만 남인도 영화계는 발리우드의 자본, 기획력이나 배급력을 따라오지는 못하죠. 이를 기회삼아 발리우드의 대형 영화사들은 슬슬 남인도 시장을 정복할 채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발리우드의 주요 영화사들의 남인도 공략 프로젝트는 어떤 것이 있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ROS의 ‘Rana’



 EROS는 사실 영화 ‘로봇’때도 제작 지원을 하려 했으나 당시 EROS사의 사정이 좋지 않아 ‘로봇’의 프로젝트는 포기해야 했는데요. 이번 영화 ‘Rana’는 적극적으로 제작과 마케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듯합니다.

 남인도를 대표하는 배우 라즈니칸트의 신작으로 그의 영화가 늘 그랬듯, 이 영화 역시 영웅적인 주인공이 펼쳐나가는 활극을 그릴 예정입니다. 라즈니칸트의 상대역으로는 발리우드 미녀스타인 디피카 파두콘, ‘다방’의 소누 수드가 내정되어 있고 우리나라에도 개봉된 바 있는 라즈니칸트의 영화 ‘춤추는 무뚜’의 감독 K. S. 라비쿠마르가 연출을 맡고, A. R. 라흐만이 음악을 맡는 이 프로젝트는 그러나 현재 라즈니칸트의 건강 사정으로 영화 제작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2012년 개봉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UTV의 ‘Grandmaster’, ‘Vettai’, ‘Mugamoodi’, ‘Masala Cafe’



 2009년 UTV는 자사의 발리우드 영화 ‘A Wednesday’를 리메이크한 'Unnaipol Oruvan'으로 비평과 흥행에 성공했고 남인도의 인력이 발리우드에 본격적으로 유입될 무렵 본격적으로 남인도 진출에 시동을 겁니다.

 그 결과 2011년 올 해엔 타밀에만 두 편의 영화를 제작, 배급했는데요. 알프레드 히치콕의 ‘열차 안의 낯선 자들’을 리메이크한 ‘Muran’은 비평과 흥행에 별 재미를 못 봤지만 비크람이 주연을 맡았던 ‘신이 보내준 딸’은 타밀지역에 장기 상영되면서 흥행에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남인도시장의 가능성을 엿본 UTV측은 2012년에는 발리우드보다 오히려 남인도 시장에 더 힘을 기울일 예정인데요. 작가주의 감독 미쉬킨의 슈퍼히어로물 ‘Mugamoodi’와, 말라얄람의 연기파배우 모한랄이 주연을 맡은 범죄스릴러 ‘Grandmaster’, ‘세 얼간이’의 스타 마드하반과 남성미 넘치는 배우 아리야가 함께하는 액션영화 ‘Vettai’, 코미디 영화 ‘Masala Cafe’까지 네 편의 영화를 배급할 예정입니다.


 이 밖에 Reliance 역시 타밀의 ‘Singam’이나 말라얄람의 ‘Kutty Srank’ 등의 영화를 배급해왔지만 2012년 계획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제 대형 기업들을 중심으로 인도의 영화산업의 벽은 허물어지는 것 같습니다. 다만 이것은 영화사의 지역을 초월한 배급체계일 뿐이지, 당분간 그 지역의 영화산업으로의 특성은 계속 고수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야쉬 라즈의 할리우드 진출과 UTV의 디즈니화



 단순히 발리우드 영화사들의 진출은 인도 내에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인도의 기업들은 현재 할리우드 시장에 대한 진출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요. 그 중 인도 최대 기업인 Reliance Mediawork은 할리우드의 여러 제작사들의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는데, 이미 드림웍스의 지분을 매입한 바 있고 MGM의 인수에도 관심이 있었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죠.

 UTV의 경우는 월트 디즈니사에서 주식의 지분 대부분을 매입함으로서 할리우드 시장의 본격 인도 진출에 신호탄을 날렸습니다. 이미 UTV의 홈비디오 배급은 디즈니사에서 맡고 있고 동시에 ‘Do Dooni Chaar’, ‘Anaganaga O Dheerudu’, ‘Zokomon’과 같은 영화들을 북미시장에도 함께 서비스함으로서 인도와 미국시장을 동시에 진행했습니다. 또한 브래드 피트가 주연을 맡은 할리우드 영화 ‘World War Z’의 공동 제작을 맡아 할리우드 시장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한 편, 샤룩 칸 등의 스타들을 배출했고 발리우드 멜로드라마의 산실로 알려진 야쉬 라즈사는 본격적으로 할리우드 시장의 진출을 알렸습니다.

 야쉬 라즈의 미국지사는 배우로 잘 알려진 야쉬 초프라의 차남 우다이 초프라가 맡게 되었고 첫 작품으로 ‘트론’의 올리비아 와일드와 ‘주노’의 제이슨 베이트먼이 주연을 맡은 ‘The Longest Week’를 처음 제작, 배급할 예정입니다.


- 할리우드의 인도 시장 공략 가속화



 단순히 월트 디즈니의 UTV인수 전략만이 할리우드의 인도시장 공략에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해리 포터’, ‘분노의 질주’와 같은 할리우드 영화들이 인도 내에서 흥행에 성공을 거두었는데 영화의 편수와 그 흥행 수익이 매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또한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처럼 본격적으로 인도 시장을 노리고 만든 영화들도 생겨나기 시작하고, 이안 감독의 ‘파이 이야기’처럼 인도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제작되거나 인도 배우들을 기용한 할리우드 영화들이 제작되고 있다는 것, 여기에 스파이더맨과 같은 Marvel사의 캐릭터를 만들었던 스탠 리가 인도의 영웅 캐릭터를 구상할 정도로 상업적으로 인도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지는 프로젝트가 수면 위로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할리우드의 인도 시장 본격화는 가속화 될 전망입니다. 할리우드의 인도 바람으로 세계 관객들이 간접적으로 인도의 미풍을 맞게 되는 것은 인도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는 긍정적이지만 한 편으로는 글로벌화라는 모습에 감춰진 할리우드 영화의 철저한 계산에도 인도영화들이 그 힘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영화계의 빈익빈부익부



 올 해 메이저 영화계는 개봉 전에 계약을 체결시키며 그야말로 앉아서 수익을 챙기는 부가 판권 이익 사업에도 많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 결과

 샤룩 칸의 Sci-Fi 블록버스터 영화 ‘Ra.One’은 사전에 부수익으로 많은 비용을 챙겼는데요. Star India의 위성 방영권으로 40 Crores, T-Series가 음원으로 15 Crores, EROS Entertainment가 배급권으로 77 Crores,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남인도지역의 배급 권한까지, 이미 개봉도 하기 전에 제작비만큼의 수익을 벌어들인 셈입니다.

 이에 질세라 샤룩의 액션 블록버스터 ‘DON 2’는 Zee TV에 7년 방영 계약권으로 37 Crores, 리틱 로샨의 ‘Agneepath’는 Zee Network와 41 Crores에, 아미르 칸의 ‘Talaash’는 소니와 38-40 Crores 선에서 방영권을 협의 중에 있다고 합니다. 영화 ‘Krrish 2’의 경우에는 T-Series에서 음원으로 이미 6 Crores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반면 저예산 영화는 마땅한 상영공간을 확보하지 못하는 상태인데요. 오니르(Onir)감독의 ‘I am’ 같은 영화는 비평가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음에도 상영관을 잡지 못해 겨우 일반 메이저 영화의 개봉관 수의 1/10 수준인 75개관에서 개봉되었고 흥행은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I am’은 감독 Onir가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해 페이스북으로 기금을 마련했던 영화로 유명한데요, 이처럼 작은 영화들은 아무리 인도와 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도 흥행에 실패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면 영화의 빈익빈 부익부가 여실히 느껴지기도 합니다.


인도 지역 영화계도 대형화



 샤룩 칸의 ‘Ra.One’이 140 Crores의 제작비를 들이면서 이전 최고의 제작비를 들였던 샹카르 감독의 ‘로봇’에 도전장을 냈는데요. 많은 제작비를 들인 블록버스터급 영화들의 제작은 유독 발리우드 영화 시장에만 국한 되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발리우드에 비해 시장이 작은 타 지역영화계에서는 발리우드 상업영화에서는 일반적인 제작비 30 Crores만 들여도 상당히 높은 수준의 제작비를 들인 작품으로 꼽히는데요. ‘가지니’의 감독 A. R. 무루가도스가 감독한 무협영화 ‘7aum Arivu’는 85 Crores, 비제이가 출연한 ‘Velayudham’은 45 Crores, 올 해 최고의 흥행을 거둔 영화 ‘Mankatha’는 40 Crores의 제작비를 들였고 모두 화제 속에 개봉되어 높은 수익을 거두었습니다.

 유독 타밀 뿐 아니라 텔루구도 ‘Dookudu’, ‘Badrinath’, ‘Shakti’, ‘Anagananga O Dheerudu’ 등의 작품들이 30 Crores를 뛰어넘는 제작비를 들였고, 말라얄람의 ‘Urumi’는 33 Crores의 제작비로 말라얄람 영화사상 최고의 제작비를 들인 작품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지역 영화들이 높은 제작비를 들이는 이유는 단연 지역 언어권 영화 산업의 성장 때문이기도 하지만 특히 남인도 영화권역은 상업 영화의 흐름이나 영화인들의 활동영역 공유라는 측면에서 언어만 다를 뿐 공동체로서의 요소가 두드러지기 때문이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각 지역 언어 영화로의 리메이크 수준을 떠나 하나의 콘텐츠로 다양한 상업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동시에 지역영화의 규모를 자랑하는 하나의 흐름으로 해석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인도영화 여기서도 팔린다!



 2011년은 인도영화들이 대한민국이라는 불모지에만 어필했던 해가 아니라 다른 비개봉 권역에도 어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심어준 해입니다.

 ‘내 이름은 칸’은 20세기 폭스사의 배급을 통해 인도영화가 꾸준히 개봉되던 지역이 아닌 프랑스나 독일, 대만 등지에 개봉되었으며, 또한 우리나라는 영국에 이어 ‘내 이름은 칸’의 해외 수익 2위에 오른 나라기도 해, 호주나 뉴질랜드와 같은 개봉 권역과 비교해 높은 흥행 성적을 거두어 관심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세 얼간이’의 경우 대만에서 27주, 홍콩에서 무려 16주간 박스오피스 TOP 5 안에 들며 대성공을 거두었고 최근에는 중국에서 와이드 릴리즈로 개봉되기도 했습니다.



 인도영화, 특히 발리우드 영화들은 그 규모에 비해 마케팅 활동에 대해 그렇게 전략적이거나 활발하지 못했습니다. 북미나 동남아시아, 중동, 그리고 영국 등의 고정적인 시장으로도 충분히 사업을 꾸려나갈 수 있다는 사고방식이 앞섰는데요. 우리나라에서 영화 ‘블랙’이나 ‘세 얼간이’와 같은 영화가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자 이들이 주력으로 삼지 않았던 국가에서의 인도영화 수출의 가능성을 엿보게 되었습니다.

 UTV의 경우는 칸 영화제를 비롯한 주요 영화제에 영화사 부스를 설치하고 전략적으로 마케팅을 펼쳤습니다. UTV는 우리나라의 부산국제영화제에도 마케팅을 펼쳤습니다. 다른 영화사들 역시 계속적인 시도를 펼쳤지만 올 해의 움직임이 예년보다는 부지런해졌다고 평가할 수 있겠는데요. 자국 영화 전파에 조금은 소홀했던 이들이 이제는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마케팅을 실시했다는데 큰 의의가 있던 한 해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Hollywood Reporter지에 실린 UTV의 광고



 이런 흐름에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올 해 보다 더 많은 인도영화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미 EROS와 UTV, 최근에는 Yash Raj사 까지 국내의 영화사와 접촉 한 상태라고 합니다. 부디 좋은 작품들이 우리나라의 관객들을 만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속편, 리메이크 가속 창작은 위축



 2008년 ‘가지니’의 성공은 발리우드에 남인도영화 리메이크 열풍이라는 흐름을 만들었습니다. 또한 발리우드 영화계는 안정권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창작욕구나 참신한 작가를 발굴하기 보다는 흥행을 거둔 상업 영화들의 속편을 만드는 프로젝트에 매진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그리고 만들어질 영화들 중 속편, 리메이크 영화들의 유형을 살펴보면,

 속편
 Dabangg 2, Dostana 2, Housefull 2, Dedh Ishqiya, Don 2(개봉), Race 2, Jannat 2, Partner 2, Dhamaal 세 번째 속편, No Entry 2, Kyaa Super Kool Hai Hum(Kya Kool Hein Hum의 속편), Wanted 2, Once Upon A Time In Mumbaai 2, Ek Chaalis Ki Last Local 속편, Bhoot 속편, Krissh 2, Tanu Weds Manu 2, Raaz 3D, Dhoom 3

 남인도 영화 리메이크
 Kick, Son Of Sardar (Maryadaramana), Ek Deewana Tha (Vinnaithaandi Varuvaayaa) , Rowdy Rathore (Vikramarkudu), Dookudu, Pithamagan, Dhee, Businessman, Pranayam, Magadheera, It's My Life(Bommarillu)

 할리우드 영화 리메이크
 Players (The Italian Job), Bandaa Yeh Bindaas Hai (My Cousin Vinny), Blood Money(Blood Diamond)

 고전 리메이크
 Agneepath, Chupke Chupke, Chashme Badoor, Satte Pe Satta, Seeta Aur Geeta, Angoor, Koochie Koochie Hota Hai(Kuch Kuch Hota Hai의 리메이크)



 물론 발리우드에도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영화들도 많이 제작되지만 리메이크 영화들이 예전보다 더 많아진 것은 아무래도 도전이나 모험을 하기보다는 안전성을 추구하는 요즘 상업영화의 흐름이 그렇다보니 나온 현상은 아닌가 합니다.

 약간 아쉬운 점은 ‘아무도 제시카를 죽이지 않았다’처럼 드라마틱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 만들어진다든지, ‘데브다스’나 ‘세 얼간이’처럼 이미 책으로 출판되어 대중으로부터 검증을 받은 원작을 토대로 한 영화가 발리우드에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뜸하다는 것이죠.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세 얼간이’의 원작이었던 ‘5 Point Someone’의 원작자 체탄 바갓의 신작 소설 ‘Revolution 2020’이 UTV로부터 영화화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입니다. 2012년에도 ‘세 얼간이’처럼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좋은 영화들이 나와 인도영화의 괄목할만한 성장을 가져다주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비록 뉴스에는 들어가지 못했지만 발리우드 영화계를 대표하는 두 배우 샤미 카푸르와 데브 아난드가 올 해 세상을 떠났습니다.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지금까지를 비롯한 인도영화 열 가지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인도영화계는 지난해와 또 다른 이야기를 남기고 2012년으로 갑니다. 2012년에는 어떤 소식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즐겁고 행복한 소식이 전해지기를 빌어봅니다.



Posted by 라.즈.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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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 글은 지난 10월 29일에 있었던 영화 ‘Mere Brother Ki Dulhan’상영과 다음날인 30일에 있었던 I본부의 ‘Delhi Belly’ 등에 관련된 talk 내용으로 실제 토크는 10월 30일 ‘Delhi Belly’ 상영직후에 있었습니다. 관련 인물들은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이니셜로 처리했음을 양해 바랍니다.

 * 역시 Index 기능을 추가했고 혹시 끊었다 보실 분들이 계실 거란 생각에 top 기능을 주가했습니다. 언제든 top을 누르시면 index로 다시 올라갑니다.


목차



 ‘Zindagi Na Milegi Dobara’ 이후 C모님, T모님, M모님이 고정 멤버가 되어 인도영화에 대한 수다를 떨었습니다. 이틀 연속으로 (공교롭게도 임란 칸이 주연을 맡은) 발리우드 영화를 본 것도 있었고, 사실 영화가 바뀌기는 했지만 지난 10월 2일 상영을 ‘Delhi Belly’로 하려 했던 욕심 때문에 어떻게든 다시 모여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던 생각도 있었죠.

 사실 이번 토크는 ‘Delhi Belly’나 ‘Mere Brother Ki Dulhan’에 대해 딱히 할 이야기가 없었을 뿐더러 시즌 2를 마감하는 입장에서 인도영화에 대한 요즘 드는 생각과 이슈들을 한꺼번에 쏟아내는 자리로서의 모임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토크가 토픽별로 이루어졌던 것은 아니고 간간히 관련 이야기가 등장해서 그 이야기들을 종합해 봤고, 장소는 신촌 별다방(특정상표) 아트레온점, 연대 앞쪽에 있는 특정 인도음식점에서 진행했습니다. 맛난 커피를 대접해주신 C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Delhi Belly’는 잘 만들어진 영화라는 데 이견이 없었습니다. M님은 좀 늦으셨지만 미처 놓친 앞부분을 보고 싶어 하실 정도였고 C님은 나름 호평을 하셨습니다. ‘흠 잡을 데 없다’는 평가를 내리셨던 것을 보면 상당히 만족하셨던 것 같습니다. 

 사실 상영장 분위기도 전반적으로 좋았고 웃으시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코믹한 요소들이 많았는데 그 코드도 잘 잡은 영화였지요.

 개인적으로는 잘 만든 영화라는 데 이의는 없지만 개인적으론 범죄 코미디의 차진 맛이 잘 느껴지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C님께서 하신 말씀이 나름 일리가 있는 게 개인적으로 한글로씨의 자막이 나쁘지는 않았다고 보지만 영화가 정통인도영화가 아닌 약간 할리우드 스타일의 영화였던 만큼 장르영화에 더 익숙한 사람이 자막을 만드는 게 더 좋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 시각은 자막의 문제라기보다는 상황 자체의 몰입이 강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으니까요. 인물들이 ‘의도적인 범죄’보다는 ‘무고한 연루’에 의한 피해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가이 리치의 영화나  비샬 바드와즈의 ‘카미니’같은 영화와 비교할 수도 있겠지만 ‘카미니’의 캐릭터에 대한 개성이나 애착, 그리고 이야기의 오밀조밀함 까지는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 점이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것이죠.


 T님께서 이 영화의 성공 여부에 대해 여쭤 보셨는데요. 7월 1일 개봉한 이 영화는 25 Crores의 제작비로 89 Crores의 수익을 거두었습니다. 이는 물론 전 세계적인 수익이고 인도 뿐 아니고 북미지역 등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었죠. 전날에 봤던 ‘Mere Brother Ki Dulhan’은 인도에서만 60 Crores에 가까운 수익을 거두었습니다.

 영화 ‘Delhi Belly’가 국내 개봉했을 때 먹힐 것인가에 대한 부분에선 대체로 긍정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짧은 러닝타임, 누구나 재미를 느낄 스토리라인이 강점이 되겠지요.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개봉되어 성공한 인도영화들을 살펴보면 ‘블랙’, ‘내 이름은 칸’, ‘세 얼간이’를 꼽을 수 있겠는데 이 영화들이 사실 인도영화기 때문에 또는 인도의 유명한 배우가 나오기 때문에 성공했다기 보다는 누구나 봐도 공감할 만한 드라마가 있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봅니다. 사실 우리 같은 인도영화 마니아들이나 샤룩이나 아미르의 스타성에 대해 주목하게 되지만 인도영화에 덜 노출이 된 관객들에게는 배우의 스타성이나 인도영화만이 가진 아우라가 잘 먹혀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거든요.

 결국 아직까지는 우리나라에 인도영화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는 그런 ‘공감대’류의 영화가 먹힌다는 생각에는 저 역시 동의하는 바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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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Delhi Belly’를 이야기하면서 아미르 칸을 빼 놓을 수 없겠죠. 배우이자 지금은 성공한 제작자로 명성을 얻은 아미르 칸은 ‘세 얼간이’ 등으로 유명해진 소위 발리우드를 이끄는 삼대 칸 중 한명이죠. 요즘의 그는 트렌드에 이끌려 다니기 보다는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면서도 흥행을 놓치지 않는 노련한 제작자로서의 활약을 많이 보여주고 있죠.

 실제로 그가 세운 aamir khan productions에서 제작된 영화중엔 상업적으로 실패한 영화가 단 한 편도 없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상업적인 성공만을 거두었을 뿐 아니라 영화의 내적으로도 탄탄한 영화들을 많이 선보였었죠.

 그의 영화들은 진보적인 성향을 지닌 영화들이 많았다고 봅니다. 하지만 톱스타의 자리에서 그런 영화에 시도를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Rang De Basanti’같은 영화는 애국주의를 표방하는 것 같지만 사실 정치 비판영화에 가까웠고, 본격적인 남인도 영화의 진격을 알린 ‘가지니’, 물론 ‘세 얼간이’도 말할 나위 없는 영화였지요.

 그런 점에서 작년 ‘Peepli Live’나 ‘Delhi Belly’ 같은 영화들은 신인 감독, 덜 유명한 배우, 정통 맛살라 영화에서 약간 혹은 많이 비껴나간 이야기들을 선택해 사람들에게 선보인다는 것은 상당히 모험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특히 위에 언급한 두 영화는 A등급(인도 성인용 등급; ‘Peepli Live’같은 경우는 다소 부당하다는 이야기가 있음에도 불구)을 받았음에도 비평과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이처럼 ‘상업적인 기획 영화’가 아닌 웰메이드 영화도 얼마든지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그를 지지하지 아니하지 아니하지 않을 수 없었기에 아미르의 그런 노력은 계속 인도영화에 대해 어떤 계속적인 기대를 걸 수 있는 희망을 주었다고 봅니다.


 하지만 M님께서는 아미르 칸의 영화에 대해 약간은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계셨는데, 대표적인 예로 ‘지상의 별들처럼’이나 ‘세 얼간이’의 경우에 아미르가 맡은 캐릭터는 소위 혼자 똑똑한 사람의 모습이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하면서 그의 영화의 어떤 계몽주의적 분위기에 대한 거부감을 표명하셨습니다.

 개인적으로 아미르 칸이라는 배우와 그의 영화를 보면, 영화내적으로나 외적으로 인도영화계에서 소위 난 사람이라는 평가를 할 만 합니다. 그의 2000년대 이후 작품 세계는 대체적으로 사회적인 의식을 가지고 있는 작품들이 많기 때문이죠. 실제로도 사회적인 관심을 환기하는 약간은 참여적인 활동을 많이 했지요.

 영화 속에 보여지는 그의 이미지는 인도라는 다소 낙후된 사회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메시아적 존재의 모습으로 포장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그의 영화에는 그런 엘리티즘적인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봅니다. 이를테면 일제 강점기에 우리나라를 팔아먹는데 일조했던 개화기적 지식인들의 면면과 아미르 칸의 영화나 행동을 보면 입으로만 떠드는 요즘말로 입진보적인 모습을 보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인도영화에서 느끼고 싶어 하는 부족하더라도 인간적인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관객에게 아미르 칸 같은 배우의 존재는 다소 부담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토크를 하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인도영화 팬들과 감성을 교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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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로봇’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면서 불가피하게 개봉 판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원래 러닝타임인 177분에서 144분으로 33분의 러닝타임이 단축되었습니다.

 이런 언급이 다소 논란이 될 수 있지만 이상하게 영화 ‘로봇’의 편집 본에 대해서는 크게 불만을 느낄 수 없었는데요. 제가 ‘세 얼간이’ 때 열렬하게 항의를 했던 것에 비하면 이런 행위는 일종의 변절(?)일까요? 그렇다기 보다 두 영화를 비교해 보면 좋은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 얼간이’의 경우 소위 코리안 에디션이라 불리는 버전은 영화의 내용 자체를 축소했기 때문에 불만을 가졌던 것입니다. 또한 인터내셔널 버전 언급을 했던 수입/배급사의 깔끔하지 못한 태도역시 불만이었지요. 또한 ‘세 얼간이’는 모든 시퀀스들이 각각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소위 ‘버릴 게 없는’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를 단순히 러닝타임 축소를 위해 편집을 했다는 사실이 기분이 좋지 못했던 것이죠.

 한 편 ‘로봇’의 경우는 영화를 이미 두 번이나 스크린으로 봤지만 딱히 어떤 시퀀스가 날아갔다는 느낌을 크게 못 받았습니다. 어떤 분께서 언급하셨지만 영화 ‘로봇’에는 같은 이야기의 반복이 심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아마 편집에서도 그런 것들이 반영되었던 것 같습니다.


 인도영화의 긴 러닝타임은 제 포스팅인 ‘인도영화에 대해 알고 싶은 10가지’에도 조사결과를 보고했지만 맛살라 시퀀스가 주는 양감도 있는데 맛살라 시퀀스를 뺀다고 해도 드라마만으로도 족히 2시간을 훌쩍 넘기는 영화들이 있죠. C님과 M님께서 언급하신 카란 조하르의 영화가 대표적일 것입니다.

 그의 영화는 데뷔작이었던 ‘꾸츠 꾸츠 호타 헤’를 비롯해 모든 영화들이 긴 러닝타임을 자랑하는데 그나마 ‘내 이름은 칸’의 경우는 160분으로 많이 줄였고 인터내셔널 버전으로 또 126분으로 단축시켰으니까요. 어떤 관객들은 카란의 영화를 비롯한 다른 인도영화를 보면서 양적인 규모를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일부 관객들에게는 그 긴 러닝타임이 루즈하게 보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 C님의 의견은 영화가 길어도 밀도만 있다면 러닝타임은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 무리가 없는 요소라고 언급하시며 이를 증명하는 작품으로 야쉬 초프라의 ‘비르-자라’를, M님은 카란 조하르의 ‘까비 알비다 나 께흐나’를 언급하셨는데 개인적으로는 두 작품 모두 보지 못했던 탓에 어떤 말씀을 드리기는 모하나 (제 경우는 아쉬토슈 고와리케의 ‘라간’같은 영화가 그런 작품이었던 것 같고요) 최근의 인도영화들이 긴 러닝타임 만큼의 밀도를 보여주고 있지 못하다는 데는 동의합니다. M님이 말씀하신 ‘느긋한 그들의 인생관’을 느끼기엔 우리가 너무 쫓겨 다니면서 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습니다.


 영화 ‘로봇’에 대해 이야기 하는 만큼 배우로서의 아이쉬와리아 라이(이하 애쉬)와 그녀의 영화 속 역할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그녀가 영화 속에서 보여주었던 모습도 그랬지만 실제 그녀의 이미지가 상당히 강한 까닭에 아무나 그녀의 역할을 조율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 코미디 프로의 ‘나 못 해!’를 외치는 여배우처럼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C님은 ‘둠 2’ 같은 영화에 불만을 가졌는데 M님이 ‘둠 2’에서의 애쉬의 이미지를 구체화 한 내용에 따르면 역할이 가진 이미지를 잘 조율하지 못했던 까닭에 약점 잡힌 도둑과 동료를 속여야 하는 서브 캐릭터의 역할을 치고 올라오는 바람에 캐릭터의 균형이 무너졌다고 평가를 하셨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재밌게 봤고 그렇게 독보적인 위치는 아니었던 것 같지만 듣고 보니 나름 일리 있는 평가였다는 생각도 듭니다) 심지어는 ‘가증스럽다’는 평가까지...

 마니 라트남의 ‘라아반’이나 (이 역할에 대한 평가도 다소 갈렸지만) 고와리케의 ‘조다 악바르’ 같은 영화에서의 애쉬가 주는 캐릭터의 이미지는 다소 안정적이었다고 평가 되는데요. 어떻게 보면 기가 오른 스타를 잘 조율하지 못하는 역량이 딸린 감독들의 끌려 다니는 연출 때문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이래서 인도영화도 연출이 중요해요. 스타의 위치가 너무 세다 보니 영화가 배우에 끌려 다니는 오점이 발생하곤 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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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즌 1의 마지막에도 언급했고 자주 읊조리는 대사기도 하지만 저는 현재의 인도영화에서 위기를 느낀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물론 ‘내 이름은 칸’이나 ‘세 얼간이’에 대한 세계적인 성공에 비추어 볼 때 제가 하는 걱정은 기우(奇偶)에 가깝다고 보시는 분도 계시지만 위에 언급한 두 영화들 역시 영화의 내적 요소가 탄탄한 것과는 별개로 여전히 스타 시스템에 크게 기댄 영화라는 점은 다른 발리우드 영화들과 다를 바 없으니까요.

 샤룩 칸이나 아미르 칸이 대단한 배우기는 하지만 이 배우들이 관객들을 극장으로 이끈 것은 아니죠. 인도영화의 저변이 낮던 우리나라 영화에 이 배우들의 팬덤을 이용했을 리는 만무하니까요.


 인도영화가 스타시스템에 기댄 영화들을 양산해 온 것에 대한 최대의 문제는 퀄리티보다는 스타성에 기댄 기획영화들을 양산했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일부 인도영화 팬들은 영화를 보는 일차적인 목적이 스타였던 까닭에 자칫 깊이 있는 영화 감상은 못했을 수 있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어떤 분은 꼭 영화 감상에 깊이가 있어야 하냐고 묻지만 저는 있어야 한다고 보고 인도영화의 저변이 낮았던 이유 중 하나가 인도영화의 존재의 이유를 찾아주는 노력을 소홀히 한 것 때문이고 보니까요. 단지 다양성이나 상대적 가치로서만 정당화 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팬덤이라는 것은 한 편으로는 양날의 검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배우가 가진 능력이 인도영화라는 것에 관심을 갖게 만든 것은 인정해야 하니까요.

 대표적인 배우로는 단연 샤룩 칸을 들 수 있죠. 그의 영화는 대부분의 나라에 수출이 되었고 많은 나라의 팬들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특히 독일의 경우는 인도에서 출시되지 않은 작품들까지 출시되었으니 그 위력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인도영화의 스타 시스템은 인도영화의 힘을 불어넣어 준 동시에 편향성을 안겨주었다고 결론내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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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인도 및 발리우드 영화 개봉권역에 동시 개봉된 영화 ‘Ra.One’에 대한 주제로도 이야기가 진행되었습니다. ‘Ra.One’은 영화 개봉 전후에 많은 이야기를 남기기도 했지요.

 영화가 개봉된 뒤에 ‘Ra.One’은 평론가들과 대중들에게 극단적인 호평과 혹평을 동시에 끌어냈습니다. 종합해 보면 영화의 특수효과나 배우 샤룩 칸에 대해서는 인정하는 분위기였지만 영화의 스토리나 연출은 비판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결국 이 영화에 대해 어떻게 접근 하냐에 따라서 영화의 호불호는 심히 갈릴 것으로 봅니다.

 샤룩의 팬인 M님의 경우는 샤룩의 팬이기 때문에 당연히 영화에 대한 기대를 가지게 되지만 팬이 아닌 경우에는 배우의 스타성에 대한 기대감을 일단 접고 영화를 보기 때문에 이 영화가 영화적으로 얼마나 관객의 기대를 충족 시키냐가 영화의 평가를 좌우할 것 같습니다.

 제 경우는 오락영화도 기본적으로 영화적인 만듦새가 갖춰져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었는데요. 제가 비교했던 영화는 ‘트랜스포머’와 ‘다크나이트’ 였는데, 같은 많은 비용을 들인 영화지만 전자는 흥행은 했지만 비난을 피할 수 없었고, 후자는 대중과 비평가들의 지지를 받고 흥행에도 성공했기 때문이죠.

 ‘Ra.One’은 제 사견으로는 속된 말로 망할 영화는 아니라고 하고 싶지만 그래도 내심 영화를 만드는 이들에게나 인도인들 혹은 샤룩 칸의 팬들에게 ‘Ra.One’이 무엇을 대표하는 하나의 아이콘이 되는 영화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렇게 많은 비용과 좋은 배우를 쓰는 프로젝트라면 좋은 각본에 검증된 감독을 기용해 웰메이드 스타일의 오락영화를 만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어쩌면 영화 ‘Ra.One’은 아직 인도영화가 연출이나 각본 같은 영화적인 요소보다는 스타 시스템과 외형에 기댄 영화들을 만들고 있다는 아쉬운 증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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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옴 샨티 옴’은 최근 특정 커뮤니티에서 디피카 파두콘에 대한 칭송 내지 찬양을 하는 분들이 나타남에 따라 더 크게 부각된 영화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즐거운 영화의 재수입 소식도 들었고요. 이 영화로 인도영화의 걸음마를 시작하신 분도 계시고 여성 관객은 샤룩 칸, 남성 관객들은 디피카 파두콘 때문에 인도영화에 빠져드신 분들도 계십니다.

 물론 저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인도영화 다섯 편 안에 꼽을 정도로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올 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상영되었을 때는 두 번이나 감상을 했죠.

 그런데 ‘옴 샨티 옴’ 때문에 인도영화에 빠져드는 분들은 많이 만났는데 과연 개봉 때도 이 영화는 먹힐 영화인가가 궁금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정말 궁금했는데 확답을 듣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하도 궁금해서 인도인인 음식점 사장님한테 영화 ‘옴 샨티 옴’의 장점을 물으니 샤룩과 디피카 말고 다른 말씀은 없으시더군요. 과연 배우가 영화에서 발산하는 아우라 이외에 관객들에게 어떤 것을 어필할 수 있을까 말이죠.

 이 영화는 상업영화긴 하지만 나름 노련한 감각을 지닌 영화였지만 그것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영화의 맛살라 시퀀스들이 가진 그 나름의 의미나 장치 예술적인 부분을 인도영화를 조금 더 아는 사람들이 자신 있게 읽어줄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있지요.


 어찌 보면 영화 ‘옴 샨티 옴’을 이해하지 못하는 관객들도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저 유치하고 춤과 노래가 나오는 영화 정도로요. 그렇다고 완벽한 오락을 전달해주는 것도 아닙니다. C님은 영화가 루즈해지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하셨는데 저 같은 경우는 처음으로 감상했을 때 후반부에 약간 그런 느낌을 받았고, 어떤 분은 초반 70년대 재현이 촌스럽다고 하신 분도 계셨지요.

 하지만 영화 자체가 가진 발리우드 맛살라 영화 자체에 대한 애정과 인도식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자부심으로 자신감 있게 영화를 꾸려나가며 그들의 장점을 최대한 쏟아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가치가 있습니다. 우리는 단지 ‘Dard-e-Disco’의 샤룩의 식스팩 때문에 이 영화가 최고라고 말하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물론 그 부분이 옵션이 되긴 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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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에 다른 지인 분을 만났지만 인도영화에서 논의되는 부분이 고작 배우의 아우라 뿐이라 팬클럽에 들어온 느낌이라고 회의감이 든다고 하시던 분을 만났습니다. 단순히 인도영화 마니아라는 이미지가 특정 배우나 맛살라 시퀀스를 보기 위해 몰려드는 바보라는 이미지가 박혀 있다면 저로서는 무지 화가 날 일입니다.

 과거 저는 공포영화 동호회에 있었던 적이 있습니다. 물론 지금도 공포영화들을 보는 것을 좋아하고요. 그런데 누군가가 공포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 비인간적인 모습들을 보기 좋아하는 변태라고 이야기한다면 기분이 좋을 리 없죠. 이를테면 ‘데드 얼라이브’라는 영화가 2차 대전 이후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대한 반영을 하고 있는 영화라는 설정이 왜 필요했는지에 대한 언급을 소위 마니아 집단에 있던 몇몇 인물들이 이야기하지 않았다면 공포영화는 그저 필요한 이유를 느끼지 못할 사디즘의 영화로 사람들에게 인지 되었겠죠.

 인도영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인도영화를 재미있게 보고 또한 의미 있게 볼 어떤 ‘다리’역할을 하는 무엇인가 또는 누군가가 지금 필요한 시점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평론가들이 갑자기 튀어나와서 인도영화를 부각시켜줄 것이라 보진 않습니다. 그들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일단 우리가 주로 언급하는 인도영화는 상업영화고 평론가들은 상업적인 관점보다는 ‘작품’이 중시된 영화에 더 초점을 맞추는 것이 우선일 것이니까요.

 어떤 분께서 ‘인도영화를 전파시키는 법’이라는 내용을 언급하신 적이 있는데, 내용인즉슨 누군가 ‘인도영화가 왜 좋아요?’라고 물으면 맛살라 동영상을 쓱 보여주면 상대방이 ‘아!’ 하고 넘어온다는 것이었는데 저는 그 이야기를 듣고 웃음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그래도 안 넘어오면 어쩌죠?’ 그러니 그 분은 ‘그런 사람들은 일단 제껴. 우리 편을 많이 만들어야지.’

 많은 인도영화 마니아들이 인도영화에 대한 애정을 정통 맛살라 영화에서 출발했다는 점, 그리고 요즘같이 빠르게 무엇인가를 진행시켜야 하는 시대에 그런 보여주기식 요소가 먹힐 수도 있겠지만 어떤 깊이가 주는 가치는 잃어버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분께서는 ‘인도영화는 즐겁고 나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보는 것이니 너무 분석적으로 가지 말자’는 말씀을 하시지만 영화라는 것이 너무 기분풀이식의 일종의 도파민 역할만 한다면 그것은 개인적인 가치에서 그치지 영화적인 가치를 가지게 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뭐 그렇게 받아들이시는 분들의 욕구를 해칠 생각은 없지만 한 편으로 저는 인도영화도 다른 영화와 똑같이 봐주는 저 같은 사람도 있어야 하지 않나 하고 생각해 봅니다.

 2008년 ‘블랙’을 수입했던 회사는 마케팅에서 ‘인도’라는 단어를 아예 빼버렸습니다. 인도영화 팬으로서는 그런 모습이 ‘인도’라는 모습을 부끄러워하는 비겁한 모습 같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썩 좋지는 않더군요. 하지만 지금 ‘내 이름은 칸’과 ‘세 얼간이’의 성공과 함께 본격적으로 마케팅에도 ‘인도’라는 단어가 들어가고 맛살라 장면도 개봉 영화에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정식으로 ‘인도영화’의 정체성이 드러나게 된 것이죠.

 과연 이렇게 인도영화가 부각되는 시점에 순수하게 인도영화라는 소재만으로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의미에서 이 토크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시즌 2를 마치면서 3회로 이 이야기는 잠시 끝을 맺지만 다음에는 더 재미있고 흥미로운 이야기로 인도영화도 이렇게 볼 수 있구나 하는 단순한 흥미 이상의 무엇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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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님이 언급하신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Melvilasom’은 보고 싶긴 합니다. 개인적으로 인도영화를 좋아해도 그것만 특별하고 애지중지해서 보는 게 아니고 오히려 다른 영화들과 같은 시각에서 보기 때문에 탄탄하면 된다는 생각에 더 궁금해지는 영화기는 합니다.




 * 이번 토크의 명대사는 ‘분명히 봤는데 본 기억이 안 나는 영화는 좋은 영화가 아니다.’ 가 아닐까 합니다. 그러나 이 연사는 그럼에도 ‘Wake Up Sid!’는 좋은 영화라고 외칩니다. (아니면 말구요 ㅋㅋㅋ)

 * 시즌 1 끝에 한 번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라고 언급했던 내용이 있었습니다. 예능 프로그램을 이용한 성우의 세계 + 주말의 명화 프로젝트 + 인도영화 이원 상영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검증 결과 흥미도가 크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사실 저는 꽤 괜찮은 생각인 것 같았는데 다른 분들이 보시기엔 상당히 별로였던 듯... 아쉽지만 쓸 만한 아이디어를 생각해 보도록 하죠. 그래도 TV 야외광장 이원상영 프로젝트 이것도 좀 부족한가요?

 * 'Delhi Belly'에서 ‘놀기만 하고 일만 하면 바보가 된다.’는 대사는 C모님과 저만 키득거렸네요.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샤이닝’에 나온 대사였거든요.



 * 'Delhi Belly' 이야기를 하나 더 하자면 C모님께서 언급하신 덴마크 출신의 배우 킴 보드니아. 개인적으로는 처음 보는 배우라서 이미지가 약간 유도 키에르와 비슷해 보였다는...
 물론 'Delhi Belly'에서 하는 게 딱히 없었지요. 저는 못 봤지만 최근 수잔 비에르의 ‘인 어 베터 월드’에서도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이 배우를 모르는 관객들에게 그의 존재는 마치... ‘세 얼간이’에 아미르 칸더러 누가 유명하다고 해주기 전까진 모르는 그런 느낌? 그 느낌을 역으로 받으니 우리 인도영화 팬들이 열광하는 배우들을 일반 관객들이 볼 때의 그 느낌을 조금은 알 것 같네요.

 * 토요일 상영작이었던 영화 ‘Mere Brother Ki Dulhan’에 대한이야기도 별로 없었네요. 그저 그런 맛살라 영화며, 주인공들이 너무 어려움 없이 난관을 극복한다. 그 정도? 개인적으로는 약간은 마초적인 남자주인공들(살만 칸, 악쉐이 쿠마르)의 서브캐릭터 정도였던 카트리나 케이프의 외적 성장과 영화 캐릭터의 동반 성장을 언급하고 싶었지만 분위기는 그냥 카트리나 케이프 예쁘다 정도... 아... 예...

 * 역시 T님은 말이 많은 분이 아닌 까닭에 멘트에 대한 언급이 없습니다. 말하는 것 보다는 듣는 걸 더 좋아하시는 분이셔서일수도... 하지만 언젠가 T님을 위한 스페셜 시간을 한 번 만들어 보고 싶다는 마 그런 쌩각을 가지고 있쓰민다...

 * 엔돌핀으로 유명한 이상구 박사의 등장은 1989년이었네요. 그 때, 나 태어났나? 저는 티아라와 같은 세대 ㅋㅋㅋ

 * 영화 ‘Ra.One’을 언급하면서 내년에 ‘Yutham Sei’를 만든 신진 작가주의 감독 Myshkin이 라이징 스타 Jeeva를 기용해 슈퍼 히어로 영화를 만든다고 했는데 개인적으로 이 프로젝트에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인도에도 이처럼 실력을 인정받은 감독들이 많이 등장해 좋은 프로젝트를 맡았으면 좋겠습니다. ‘세 얼간이’의 성공을 보면 왜 스타 못지않게 감독의 위치가 중요한지 인도영화 산업계가 눈을 떴으면 하는 바람이 있네요.


 세 차례의 토크에 모두 참여해 주신 C모님, M모님, T모님께 감사드립니다.
 다시 만날 때까지 건강하시고, 이 토크 중계를 보신 인도영화에 관심과 애정이 있는 다른 분들도 사석에서 만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감사합니다.




Posted by 라.즈.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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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의 지역마다 언어가 있고 그 지역만의 영화산업이 있는 만큼 인도의 추석이라 할 수 있는 인도 최대의 명절, 디왈리 시즌에도 그들만의 영화가 개봉되기 마련인데요. 발리우드 쪽은 샤룩 칸의 Sci-Fi 대작 ‘Ra.One’이 대기 중입니다.

 발리우드에 이어 인도 영화산업의 2인자 자리에 올라있는 타밀영화계에서도 대작 한 편이 디왈리 시즌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데요. 오늘 소개해 드릴 영화는 바로 액션, Sci-Fi 대작 ‘7aum Arivu’입니다.




 때는 바야흐로 14세기 중국 남북조시대. 선종을 창조한 보디다르마. 바로 달마대사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수행을 통한 참선을 주장했던 달마에 대한 설은 많이 있습니다. 달마도를 벽에 붙이면 수맥을 막고 악귀를 쫓는다는 등의 설 같은 것이죠. 물론 ‘7aum Arivu’는 불교 영화가 아닌 까닭에 흥미중심의 ‘설’에 가깝게 접근합니다.

 무술에 능하고 선을 추구하는 히어로 같은 인물로 말이죠. (실제로 달마는 소림사에 몸담았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가 무술을 배웠는지는 알 수 없지요 ^^)

 영화는 불교적인 이미지를 활용해 ‘환생’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려 합니다. 그 주인공은 21세기에 사는 한 서커스 단원을 통해 이루어지지만 그들을 위협하는 존재와 맞서야 합니다.







* 포스터를 누르시면 커집니다.


 감독은 ‘가지니’로 발리우드에 성공적으로 입성한 감독 A. R. 무루가도스로 영화는 제작단계에서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셉션’을 차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지만 역시 ‘가지니’때처럼 ‘전혀 몰랐다’고 응수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기계를 이용해 타인에게 접속하는 설정이 있나본데 ‘가지니’가 그랬듯 몇 가지 설정이 가진 혐의(!)를 제외하면 완전히 다른 영화가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연기력과 스타성을 갖추며 타밀을 대표하는 스타가 된 수리야가 2005년 판 ‘가지니’에 이어 오랜만에 감독과 함께 작업하는 이 영화는 수리야의 1인 3역이 기대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14세기의 달마대사와 악에 맞서게 된 서커스 단원 그리고 그를 움직여야 하는 과학자까지 영화 속에서 1인 3역을 맡고 있습니다.

 수리야의 파트너로는 타밀의 대배우 카말 하산의 딸이자 백그라운드 보컬, 배우로 활약 중인 미녀스타 쉬루티 하산이 출연해 삽입곡인 ‘Yellae Lama’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배우는 베트남 출신의 배우 조니 트리 응위엔입니다. 이 미남스타는 극중 수리야를 위협하는 악역을 맡게 될 조니는 우슈, 합기도, 태권도 등 동양의 무술을 연마하고 ‘스파이더 맨’과 ‘엑스멘 퍼스트 클래스’에서는 스턴트로, 태국의 액션영화 ‘똠 얌 꿍(우리나라에선 ‘옹박 2’로 개봉했던)’의 액션을 지휘했던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밖에 ‘가지니’를 비롯하여 ‘내 이름은 칸’, ‘둠 2’와 같은 수준 높은 촬영을 보여 준 라비 K. 찬드란이 촬영을, 남인도의 인기 작곡가이자 최근 ‘Force’로 발리우드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Harris Jayaraj가 음악을, ‘로봇’, ‘KO’ 등의 작품의 액션을 지휘했던 남인도의 액션 전문가 Peter Hain이 액션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남인도 최고의 스타와 스탭들이 함께 하는 이 영화의 제작비는 84 Crores로 ‘로봇’이후 남인도 영화사상 최고의 제작비를 들인 영화기도 합니다. 독특하고 눈을 사로잡을 예고편만큼이나 재미있는 작품이 나왔으면 하네요.


Posted by 라.즈.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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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쩐쩔

    수리야의 새 영화 소식은 그렇잖아도 슈루티 기사를 통해 접했습니다. 슈루티가 나온다는것이 좀 마음에 걸리지만 ^^; (예쁘지만 연기력이 뛰어난 아가씨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 이런 내용인줄 몰랐었는데, 내용이 제법 흥미롭네요. 수리야가 어떤 똘똘한 연기를 보여줄지 그리고 새로이 합류하게 된 베트남 청년이 어떤 활약을 해줄지 기대해도 좋을것 같네요. ^^

    2011.10.14 15:15 [ ADDR : EDIT/ DEL : REPLY ]
    • 슬슬 인도도 Sci-Fi 영화 강국이 되려나요?
      우리나라에서 '7광구' 같은 영화 만드는 것에 비하면 상태가 좋아보입니다. ^^;;

      2011.10.14 15:31 신고 [ ADDR : EDIT/ DEL ]



 * 본 글은 지난 10월 2일에 있었던 영화 ‘KO’의 블라인드 모니터링에 관한 talk 내용으로 관련 인물들은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이니셜로 처리했음을 양해 바랍니다.

 * 역시 Index 기능을 추가했고 혹시 끊었다 보실 분들이 계실 거란 생각에 top 기능을 주가했습니다. 언제든 top을 누르시면 index로 다시 올라갑니다.


 


 지난 10월 2일 일요일에는 Meri.Desi Net에서 영화 ‘KO’의 블라인드 모니터링이 있었습니다.
 
이번 상영회는 지난 번 ‘Zindagi Na Milegi Dobara’때 처럼 C모님, T모님, M모님이 참석하셨습니다. ㅊ모님께도 말씀을 드렸으나 아마 잊어버리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구요...

 사실 원래는 ‘Delhi Belly’를 상영할 목적이었지만 제가 가지고 있는 소스가 영상과 음성이 안 맞는 점, 그리고 영화의 표현상의 문제 때문에 한글자막을 완벽히 구현해야 했던 점 때문에 잠시 보류했습니다.

 영화 ‘Aarakshan’과 ‘KO’사이에서 갈등하던 중, 둘 다 정치적인 소재기는 하지만 그래도 ‘KO’쪽이 즐거이 영화를 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이 영화를 택했습니다. 철저히 상영작에 대해 준비하지 못한 점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사실상 장소 대여는 5시 20분부터였지만 혹시 늦게 오실 것을 고려해(소위 코리안 타임) 5시로 공지했는데 참석하신 모든 분들께서 일찍 도착하셔서 감사하고 또 죄송했습니다. (한 10분 기다렸거든요 ^^)

 그것보다 더 죄송했던 것은 사운드 쪽 문제였는데요. 당초 ‘KO’의 타이틀 소스가 블루레이였던지라 더 좋은 음질로 구현하고 싶은 마음에 저희 집에서 쓰는 가정용 사운드를 가져오려다 미니 블라인드 상영회고 또 장소가 협소해서 그럴 필요 있나 하고 생각했지만 사운드 시스템이 안 좋았던 고로 상영이 지체가 되었습니다. 결국 부실을 옮겨 TV를 통해 상영을 하게 되었던 점 여러모로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름 일찍 준비한다고 했으나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겨 불편을 끼쳤던 점 역시 사과드리겠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음향에 대한 부분도 제가 직접 챙겨오도록 하겠습니다. (토즈 홍대점 듣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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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 아쉰은 남인도의 한 언론사의 인턴 사진기자입니다. 어느 날 은행 강도들의 범행 현장과 결정적인 사진을 촬영해 큰 공을 세우죠. 기세가 오른 아쉰은 대선 기간에 유력한 대권 후보 정치인들을 촬영하지만 그들의 어두운 면을 다루면서 이슈화 시킵니다.

 한 편, 젊은 정치를 추구하는 바산탄이 눈에 들어옵니다. 권모술수와 돈이 오가는 정치판에 젊은 이미지 하나만을 내세운 깃털청년당(제가 임의로 붙인 당명입니다)의 당대표로 선거 유세를 하지만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데요. 그들이 위기에서 시민을 구해내고 지역 주민들을 보살피는 모습이 언론에 등장하면서 점점 지지기반을 확보하게 됩니다.

 그러던 깃털청년당의 전당대회 날, 군중이 모여든 가운데 연설을 시작하려 하지만 아쉰의 동료에게 폭탄테러 제보를 받고 아쉰은 바산탄을 구하는 데는 성공하지만 동료는 사망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테러와 동료의 죽음 뒤에는 거대한 음모가 숨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15 Crores의 제작비를 들여 전세계적으로 70 Crores의 흥행 대박을 거둔 이 영화는 개봉당시 많은 호평을 얻었고 현재 IMDB 8.0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아쉰 역을 맡은 미남스타 지바(Jeeva, 혹은 Jiiva로 표기)는 인기 급상승중인 배우로 현재 ‘로봇’의 감독 샹카르의 ‘세 얼간이’리메이크작인 ‘Nanban’을 촬영하고 있지요.

 영화가 끝나고 이번에는 M님께서 인도음식점을 추천해주셔서 그곳에서 간단한 식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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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차피 실험성이 강한 영화도 트는 소규모 토크 상영회라 나름 볼 만 하다고 느낀 남인도 영화를 선정했지만 반응이 딱히 좋지 못해 하나의 실험의 장이었다는 결과 말고는 뭔가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던 이번 상영회...


 솔직히 변명을 해 보자면... 제가 이 영화를 택한 이유는... 물론 ‘델리 벨리’를 제대로 가져오지 못했던 것도 있지만 이 영화가 앞서 언급한 영화 감상 후 어떤 이야기를 끌어낼 기능적인 요소가 있었던 것도 있었고(토크 후기를 써야하니까요 ㅋㅋㅋ) 개인적으론 영화 ‘KO’가 남인도 영화의 수준을 조금 끌어올린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남인도 영화에 적응을 못하는 인영 팬들의 사정을 들어보면


 1. 마초에 아저씨 같고 콧수염 그득한 본격 남인도 배우들 
 →보완: 아쉰역의 지바의 출현으로 남인도 남주들의 격이 높아짐


 2. 남인도식 황당액션 
 →보완: 초반 아쉰의 오토바이 곡예 정도를 제외하고는 헐리웃 영화에서도 봐온 하드보일드 액션


 3. 너무도 황당한 전개
 →
보완: 몇몇 인도식 오그라드는 설정만 제외하면 나름 신경 써서 만들었다는 생각이...


 남인도 영화의 관객들의 기본 성향이 있기에 대중영화로서 너무 급격한 변화는 할 수 없었겠지만 발전적인 시도들이 많았던 영화였다고 봅니다.  뭐 그러나 그건 제 생각이었고 아직은 좀 남인도 영화는 우리에게 먼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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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부분은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지 못하신 분은 스킵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주제는 C님께서 언급하신 부분입니다. 대선시즌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영화 ‘KO’에서는 인도가 우리나라 못지않게 특정 집권당들이 우세하다거나(사실 그건 어느 나라나 비슷하겠지만)이나 뇌물이 오가는 선거, 후보자의 도덕성 문제, 마타도어(흑색선전) 등이 난무하는 모습들이 여과 없이 드러납니다.

 아미타브 밧찬이 조로증에 걸린 소년으로 나왔던 영화 ‘Paa’에서 대선 후보로 출연했던 아비쉑이 보디가드들을 대동하고 다니는 장면이 나오며, ‘라즈니티’에서는 상대편 당수를 총격으로 살해하는 내용이 등장합니다.

 발리우드 영화라 다소 미화되었을 수도 있고 원래 북인도 상황이 더 나은 것처럼 보일수도 있지만 적어도 제가 지금까지 봐온 남인도영화에서의 정치적 현실은 다소 충격적이었습니다.

 이를테면 실제 텔루구의 정치인 파리탈라 라빈드라의 삶을 그린 영화 ‘Rakth Charitra(피의 정치사)’에서는 정치 깡패들이 상대 진영 세력의 마을을 점거해 정당 지지자들을 학살하는 장면이 그려집니다. 그 공포스런 모습을 보면 아직 정당과 정치인을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것을 다행스럽게 여길 정도죠.


 사실 몇몇 영화인들은 정치적인 소재를 만들면 위협을 받는다고 합니다. ‘랑 데 바산티’를 찍었을 때의 아미르 칸 역시 (개인사까지 겹쳐) 여러모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이야기들이 영화의 소재로 쓰일 수 있는 것을 보면 정치상황이 불안한 인도가 이런 점에서는 우리나라보다는 더 자유롭구나 하는 생각도 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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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접적으로 영화의 만족도를 조사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대체적으로 분위기는 어두웠습니다. C님의 경우에는 영화의 내러티브에 크게 실망하셨는데요. 영화 러닝타임인 165분 동안 정치와 언론과 사랑 이야기가 밀도 있게 그려지지 못하고 변죽만 울리다가 말았다고 혹평을 하셨습니다.

 맛살라 장면들도 영화의 전개에 자연스럽게 전환되는 것이 아니라 너무 갑작스럽게 진행되어(인도영화의 맛살라 장면에 적응을 못하는 관객들이 대체적으로 겪는 정신적인 충격이랄까요...) 적응을 할 수 없었고, 인터미션이자 사건의 전환점인 전당대회 폭파사건 이후 영화는 관객이 영화에 몰입할 기회를 얻었지만 그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결국 영화는 적색군들의 테러가 시작되는 결말 30여분 지점에 와서야 힘을 얻는다는 평가를 하셨습니다.

 M님의 경우에는 인도영화기에 용인될 수 있는 많은 부분은 그렇다 치고 영화의 로맨스 부분이 너무 약했다는 평가를 하셨습니다. 신문사의 세 인턴인 아쉰과 레누와 사로 사이의 로맨스의 밀고 당기는 부분이 약했고, 특히 왜 아쉰은 귀염둥이 사로가 아닌 레누를 택했냐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셨다는... (참고로 M님은 여성분이십니다... ㅋㅋㅋ)

 우리의 T님은 전날 무리를 하셨던 것도 있고 영화가 취향이 아니셨는지 자다 깨다를 반복하셨다는 안타까운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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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들어 제가 자주 쓰는 말은 ‘헤게모니’라는 단어입니다. 아무래도 서울시장 선거가 코앞에 있고 최근 안철수씨의 출마 이야기 때문에 한 사람의 정치적인 혹은 그 외의 영향력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해 보게 되었으니까요.

 헤게모니라는 단어는 이탈리아의 공산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가 했던 말입니다. 사실 어원은 그리스어로 장수의 지위를 나타내는 말이지만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하나의 권력계층화나 패권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론적으로는 상당히 어려운 말이지만 표면적으로는 그렇다는 겁니다)

 예전에는 강제로 계급을 나누어 통치했지만 자본과 같은 물질이 우선시되고 인권에 대한 개념이 과거에 비해 높아지다 보니(써놓고 나니 정말 그런가요? ㅡㅡ;;) 강압적 권위만으로는 권력을 취득할 수 없기에 어떤 합의나 자연스러운 입지 획득 등으로 권력을 취득하는 것을 말하죠.

 특히 정치라는 것은 쇼기 때문에 공중파에서 망언을 하거나 추태를 부리고도 위원자리에 떡하고 앉아있는 사람들을 보면 저 사람이 나쁜 이미지라도 일단 언론에서 많이 뜨긴 했지 하면서 그 사람의 헤게모니를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우울한 일이죠)

 그런 점에서 영화 ‘KO’는 언론이 주는 정치가에 대한 이미지의 조정, 심지어 영화의 제목인 ‘왕 만들기’처럼 한 정치인의 헤게모니 획득에 대한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얼핏 보면 그냥 오글거리는 로맨스와 맛살라와 액션이 있는 남인도식 영화겠지만 사실은 정치와 언론이 합작해 낸 호러영화(!)라고 봐야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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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서 들은 이야기인데 성인 인도인의 대화 중 절반은 정치고, 절반은 영화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를 정면으로 다룬 영화는 요즘에서야 메이저 영화계에서 부각되는 듯합니다. 프라카쉬 자 감독의 ‘라즈니티’나 지금 소개해드리는 이 영화 ‘KO’의 성공을 보면 이제 인도에서도 폴리테인먼트(politainment; politics와 entertainment의 합성어) 영화들이 점점 수면위로 올라오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교 대상이 될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의 나꼼수 같은 방송이 뜨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

 남인도의 영화를 보면 불안한 치안, 부패한 정치인, 고리대금업자와 조직 폭력배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합니다. 물론 영화의 마지막엔 (대부분) 그들을 단죄하고 정의롭고 행복하게 영화를 마무리하는 영화들이 많죠. 남인도 영화들에서 나타나는 이런 모습은 우리에게 두 가지 점을 시사해줍니다. 하나는 남인도의 정치나 사회적인 모습들이 영화에 투영될 정도로 심각하다는 점과 (그나마 상업영화기 때문에 많이 미화가 되었다고 봅니다) 다른 하나는 그래도 그런 현실을 망각하는 것 보다 자각하는 길을 택하고 있다는 것이 긍정적이라는 점입니다.

 예전에 개인적인 자리에서 C님께서 하신 말씀 중에 시국이 어수선한 사회에서의 엔터테인먼트는 자각보다 망각의 경우가 많다는 대목이 기억납니다. 어쩌면 인도의 관객들에겐 라훌이나 라즈같은 부잣집 도련님이 등장하는 사랑타령 맛살라 영화가 인도인들에겐 더 나은 엔터테인먼트일 수 있겠지만 과연 영화의 기능이 단지 ‘그 시간 동안 시름을 잊는 것’에 그친다면 그것은 어쩌면 편협한 상업주의라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KO’가 인도의 정치를 ‘세 얼간이’가 교육의 현실을 고치는 직접적인 역할을 하진 않지요. 하지만 그런 영화들을 보고 관객들이 인도 사회의 올바른 정치를 논하거나 ‘세 얼간이’를 보고 교육의 현실에 대해 관객들이 이슈를 만든다면 성숙한 관람으로 발전하는 모습이 되지 않을까 희망을 걸어보게 됩니다.

 최근 우리나라에는 공지영씨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도가니’가 화제입니다. 물론 연출과 같이 영화 내적인 부분에서는 비판을 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이 영화의 순기능이 있다면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부당한 폭력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이 환기되었다는 것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더 좋은 영화가 많은 이들의 공감대를 형성해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영화의 순기능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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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번 맞춰보시죠... 정치적 살인, 폭탄 테러, 총격 액션 등의 내용이 들어간 이 영화의 등급은? 성인용인 A? 준성인등급인 U/A?

 놀랍게도 이 영화의 등급은 U등급입니다. 전체관람가라는 거죠. 저는 어렸을 때부터 빨간딱지 영화를 봐서 등급에 관대하다고 생각함에도 적어도 영화 ‘KO’는 U/A 정도는 줘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사실 남인도 영화가 폭력에 관대하다는 이야기는 여러 인도영화 팬들에 의해 이야기 되던 부분입니다. 그런 탓에 남인도영화는 A등급을 받은 영화들이 많죠. 하지만 그럼에도 영화가 흥행하기 때문에 그런 폭력적인 코드들을 너무 자연스럽게 넣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어쩌면 이는 서구인들이 우리나라 영화들을 봤을 때의 느낌과도 비슷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서구의 관객들이 찾는 많은 우리나라 작가들의 영화들에서는 폭력적인 코드가 두드러진 작품들이 많이 있으니까요. 이 영화들을 본 서구의 관객들이 ‘한국 영화는 다 그러냐’는 오해를 하는데 물론 그런 영화들은 대한민국에서 나오는 영화의 일부겠죠. 남인도 영화도 폭력적이지 않은 영화들이 많이 있겠지만 그래도 우리에게 자주 노출된 영화들은 그런 코드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오늘 소개한 영화 ‘KO’에도 전당대회 폭파 장면이나 후반 액션 장면에서 폭력적인 장면이 드러납니다. 이를 보고 M님께서는 ‘인도영화에서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본 기분이 든다’는 표현을 쓰셨지요.

 저는 2008년을 떠올려 봅니다. 당시 아미르 칸의 영화 ‘가지니’가 개봉되었을 때 한 때 인도에서는 등급 논란이 있었습니다. 영화 ‘가지니’의 폭력적인 장면이 성인용 등급에 적합하다는 여론이 많았기 때문이었죠. 항간에는 아미르 칸이라는 톱스타가 출연했기에 특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논란도 있었죠. (아이러니하게 이 영화는 남인도인 타밀영화의 리메이크 작품입니다)

 어떻게 보면 여과 없는 폭력은 어떤 이에겐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어떤 이에겐 폭력을 무감각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남인도 영화들의 폭력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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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님께서 언급하신 내용 중에 인도영화에서의 여성들의 모습에 대해 언급하신 부분이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영화 ‘KO’같은 경우에는 신문사에 일하는 나름 인텔리전트라 부를 수 있는 젊은이들이 등장하지만 아무리 그런 직업군의 인물들이라고 하더라도 인도영화에서 그려지는 여성은 수동적이거나 남자 주인공의 서브 역할에 머물러 있어 상당히 아쉽다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그러고 보면 많은 인도영화에서 여성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남성에 비해서 작다는 것을 많이 느꼈습니다. 그나마 인도영화에서 나름 독립적인 여성상을 구축했다고 여겨지는 아이쉬와리아 라이조차도 ‘로봇’같은 영화에서는 남성 캐릭터인 바시가란 박사나 치티에게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도 하죠.

 저는 보지 못했지만 여성 운동적인 이미지를 가진 ‘Lajja’같은 영화나 패션모델의 이야기를 다룬 ‘Fashion’ 같은 영화에서 다소 스스로 자신의 지위를 획득하고자 하는 여성의 모습을 그리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많은 인도영화에서 여성의 독립적인 이미지를 보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도에서는 다른 나라 못지않게 여성 감독들도 많이 나타나고 여성 정치인들도 많이 등장하는데 아이러니하게 영화 속에서 여성의 지위획득에 대한 이야기는 상당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그래도 사회가 성숙해지면서 점점 나아질 거라고 봅니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영화라는 매체를 이끄는 많은 사람들 중에는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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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urder 2, 최종병기 활... 표절 이야기

 영화 ‘KO’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상영회 전날에 개인적으로 ‘추격자’를 따라한 영화 ‘Murder 2’를 보았던 이야기를 했습니다. 영화 ‘Murder 2’는 실제로 보니 추격자의 내러티브를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영화 ‘Murder 2’에 나름 플러스 요인이 있다면 그나마 살인마의 캐릭터가 좀 더 사이코처럼 구축이 되고 관객들로 하여금 ‘저 녀석은 혐오스럽고 나쁜 놈’이라는 감정을 바로 끌어올릴 정도로 프라샨트 나라얀이라는 배우가 꽤 좋은 연기를 보여준 반면 마이너스 요인은 무수히 많은데요, 물론 영화를 베꼈다는 것 자체가 좋은 소리를 못 들을 일이지만 그래도 베끼려면 제대로 베껴야지 ‘추격자’가 가진 극적인 긴장감이나 짜임새는 가져오지 못하고 그나마 구축한 살인마 캐릭터도 ‘왜 저 녀석이 저런 끔찍한 일을 저지르게 되었는가.’ 에 대한 개연성이 너무 부족했으니까요.

 사실 이 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은 인도에는 대놓고 노출 연기를 할 수 없으니 므흣한 연출들로 눈요기를 하기 위해 이 영화를 선택하지 않았나하고 저만 생각해봅니다. 물론 그 성인영화로서의 요소가 흥행이 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겠죠.

 최근 우리나라에도 박해일 주연의 액션 활극 ‘최종병기 활’이 멜 깁슨의 2006년 작품 ‘아포칼립토’를 표절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저는 두 영화를 모두 봤지만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 잘 파악을 못했는데요, 표절을 주장하는 네티즌들의 비교분석과 과거 (‘최종병기 활’의)김한민 감독이 ‘아포칼립토’를 ‘최종병기 활’을 만드는 레퍼런스로 삼았음을 언급했던 부분이 증거로 남고 있습니다. 현재 ‘최종병기 활’측은 표절설을 부인하고 있다고 하구요.

 인도의 표절문제는 국제적으로 지탄받아야 할 부분이라고 인도영화 팬인 저도 언급을 했던 내용이지만 나름 인도보다는 영화 내적인 콘텐츠가 더 탄탄하다고 느끼는 우리영화에도 이런 이야기가 들리니 약간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는 아직도 두 영화가 어떤 점에서 표절이라고 해야 할지는 감이 안 오기는 합니다만)

 * 토마스 하우웰 나오는 영화 나중에 시간되면 보고 싶긴 하네요.
 
* 일본침몰 미국판 포스터.
 * 음식점에서 들었던 노래 중 T님께서 궁금해 하시는 노래는 Ganpat이라는 노래입니다. 영화 ‘Shootout at Lokhandawala’에 나왔던 노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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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인도영화를 상영작으로 한다는 것은 나름 도전적인 시도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정말 도전이었군요. 그래도 앞서 말씀드렸던 것 처럼 기존의 안습이었던 남인도 영화들에 비해서 격을 많이 높인 영화였다고 봅니다.

 안타깝게 남인도 영화나 예술 계통의 인도영화를 여러분께 선보이기는 시기 상조인가요?
 그래도 오락적인 영화를 보고 나서도 여주의 외모나 남주의 가슴털 말고도 많은 이야기가 오갈 수 있다면 그야말로 보람된 시간이 아닐까 합니다.

 남인도영화의 공개는 아쉬웠지만 그래도 시도는 계속 해 볼 생각입니다. (어떻게든...)

 다음 상영은 정기 상영으로 10월 29일에 잡혀있습니다.
 발리우드 영화고 신나는 맛살라 영화로 할 생각입니다. 많이 와주셨으면 좋겠어요...





 

Posted by 라.즈.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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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쩐쩔

    개인적으로 남인도 영화는 정말 취향이 아니지만 이 영화는 재미있게 봤습니다.
    긴장하면서 봤었죠. 깃털당 개자슥 이라고 욕을 해대면서 ㅋㅋㅋㅋㅋ
    하지만, 아무리해도 적응하기 힘든게;; 무슨 그래픽으로 뜯어붙인듯한 뜬금없는 뮤지컬 시퀀스!
    이건 적응이 아직도 안돼요. 유난스럽게 극의 흐름을 망치는 느낌이 드는 곡들이 많아서리.

    2011.10.13 16:50 [ ADDR : EDIT/ DEL : REPLY ]
    • 남인도 영화의 뭐... 어쩔 수 없는 돋아나는 과정이구나 싶은 뭐... (아 표현할 방법이 엄네... ㅋㅋㅋ)

      2011.10.13 16:33 신고 [ ADDR : EDIT/ DEL ]
  2. 타니야

    모처에서 금요일에 상영한대요.
    시간 내서 다시 봐야겠어요. 라즈베리 님 상영회에는 잠가루가 뿌려졌나?? -_-;;;;; ㅋㅋㅋㅋ

    2011.10.13 16:54 [ ADDR : EDIT/ DEL : REPLY ]
  3. mimicry

    맛살라 장면을 즐겁게 본 건 저뿐인가 보군요! 군무는 미묘했지만 사랑의 순간을 찍은 커플댄스가 안무도 귀엽고 배경구도도 좋아서 마음에 들었는데요. ㅎㅎ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2011.10.13 21:19 [ ADDR : EDIT/ DEL : REPLY ]
    • 맛살라 장면... 배경은 좋았어요.
      토크에 언급은 안되었지만 북유럽과 중국로케가 인상적이었다는...

      2011.10.13 22:51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