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2012년 3월 27일에 작성되어 2013년 3월 27일에 마이그레이션 되었습니다.

 

 

 

 

 



 Based on true story



 영화는 인도의 대기업인 Reliance사를 일으킨 디루바이 암바니(Dhirubhai Ambani)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물론 마니 라트남측은 이 사실을 부인했지만 영화의 주인공 구루칸트 데사이가 구루바이라 불리는 것이나, 폴리에스터 산업으로 거상이 되었다는 점은 그와 닮은꼴이 많습니다.



 영화 ‘구루’의 미학적 성취

 


 

 영화 ‘구루’는 진중한 드라마를 추구하는 만큼 미장센에 있어 미학을 추구하기가 수월한 영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그런 성과를 일궈냅니다. 이 영화에 삽입된 ‘Mayaa Mayaa’나 ‘Barso Re’ 같은 맛살라 장면은 말할 것도 없고 아날로그적인 타이포그래피로 이루어진 오프닝 시퀀스는 A. R. 라흐만의 음악과 어우러져 상당히 인상적인 결과물을 낳았습니다.

 이런 마니 라트남 감독의 미학적 성취는 유독 ‘구루’에서만 드러난 것은 아니고 그의 다른 작품에서도 많이 나타납니다. 이를테면 1998년도 작품 ‘딜 세’의 경우 영화에 삽입되었던 달리는 기차 위의 군무로 유명한 뮤지컬 시퀀스 ‘Chaiyya Chaiyya’는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발리우드 영화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장면입니다.

 인도 내에서도 다른 작가 감독들은 맛살라 장면이 정서를 해친다 하여 정통드라마로 승부수를 던지는 가운데 마니 라트남의 경우는 오히려 드라마가 강한 영화를 만듦에도 이런 맛살라 장면의 미학을 살리는 몇 안 되는 감독으로 유명합니다.



 ‘이 영화를 말한다’에서 진짜 말하고 싶었던 것

 


 영화 자막을 하면서 이렇게 영화에 동화되지도 못하고 인물과 함께 호흡할 수도 없었던 영화는 까리나 카푸르와 샤히드 카푸르가 출연했던 ‘Milenge Milenge’ 이후로 오랜만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것은 바로 영화가 다루고 있는 인물의 묘사나 평가에 대한 부분이 지나칠 정도로 영웅주의적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마니 라트남 감독을 소개하면서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우리의 반대편에 있는 사람이나 상식선에서 생각하기 쉽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고정된 시각이나 평가를 거부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그런 점에서 어쩌면 ‘구루’는 자본주의라는 사회에서의 재벌 1세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에 대한 역발상, 이를테면 ‘이들도 그냥 돈 번 것은 아니다’ 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인터미션 전까지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습니다. 인도의 초기 자본주의 기득권 세력에 맞서 영리하게 저항했던 구루의 이야기가 펼쳐졌는데, 그도 성장하면서 자신의 권력을 이용하는 이로 변모하게 되지요.


 

 


 “상대방이 틀렸다는 것을 입증하는 순간 사람들은 나에게로 돌아선다. 물론 내 옳고 그름을 입증할 필요는 없다. 목표는 반대급부가 아닌 여론 획득이니까.” (‘땡큐 포 스모킹’ 인용)

 차라리 영화가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의 주관이나 시각이 빠지고 인물의 삶을 덤덤하게 그려나갔다면 불만은 없었겠지만 한 쪽을 우월하게 만들기 위해 다른 한쪽을 깎아 내리는 방식을 사용함으로서 주인공 구루의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신문기자 샴 삭세나가 구루의 비리를 캐내기 위해 기사를 조작하는 일은 아무리 상대방의 비리가 팩트일지라도 벌써 팩트를 입증하기 위해 거짓을 사용했기 때문에 언론의 신뢰도에 입각해 팩트가 아닌 것이 되고 맙니다. 설령 나중에 그의 비리를 증명한다 해도 이미 신뢰도는 떨어졌기 때문에 사람들은 구루가 진짜 비리를 저지른다 해도 구루를 더 믿게 되는 것이죠. 

 한 편, 영화 속의 구루는 실제로 어떤 범법행위에 가담했음을 보여주지 않고 비슷한 상황이 발생해도 자신의 잘못에서 벗어나있고 오히려 그런 행위를 질책함으로서 고전적인 강직한 인물로 그려져 정신적으로도 우월한 위치에 있는 사람으로 그려지고 있기도 하죠. 

 재벌의 비리나 불신이 가져온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의 재벌이라는 사람들에 대한 선입견도 어느 정도 작용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가 권력을 이용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고, 후반부 법정에서는 어느 정도 그의 잘못을 시인함으로서 그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감독 마니 라트남


 한 때, 마니 라트남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들었던 것은 사실 상업성을 기대하기 힘든 ‘라아반’과 ‘라아바난’ 프로젝트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영화 ‘구루’는 영화를 보는 내내 구루칸트 데사이라는 인물을 정서에서 계속 밀어내는 작용과 반작용의 영화였다고 봅니다. 이를테면 인물의 영웅성의 후광 효과를 일으키기 위해 절정의 순간에 일어나는 함성과 박수는 히틀러 같은 독재자 군주들의 그것과 다를 바가 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구루의 주주총회에서 샴 삭세나 옆에서 저분께 손뼉 안치냐고 묻던 아주머니가 전 얼마나 철없어 보이던지요...)


 논리에 어긋나도 분명히 먹힌다

 

 


 영화의 마지막에 청문회 위원들은 구루에게 5분의 시간을 줍니다. 그동안 구루는 일장 연설을 늘어놓는데, 언론과 대중들 앞에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 위해 영리하게 말을 아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제가 분석한 구루의 논리는 

 ‘돈을 벌 수 있다면 벌었겠죠. 허나 저만 좋자고 그런 겁니까? 제, 3백만 투자자들도 위한 겁니다.’ - 군중에의 호소 오류

 ‘돈 좀 아껴보자고, 큰 폴리에스터 더미를 머리에 이고 피도니(Pydhonie)에서 20미터를 걸어왔습니다’ - 연민에 의한 논증

 ‘당신들은 이 나라의 발전을 추문하고 있소! 또 어떤 추문으로 우릴 막을 셈이오? 말해보시오!’ - 힘에 의 논증


 논리적으로만 따진다면 구루의 발언은 위원회가 제시한 범법행위의 그 어떤 반박도 하고 있지 못합니다. 물론 그 부분은 구루의 변호사가 했겠지만 구루가 법정이 아니고 언론과 대중이 모인 공간에서 발언을 했다는 것은 나름의 철저히 계산된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 하고 싶습니다. 결론은 “너희는 약하고 병든 나를 심문하지만 사실 나 이런 사람이야!” 하는 것이죠. 대중들의 반응을 어느 정도 계산하고 한 행동이었고 위원회는 대중들을 구루의 편으로 만드는 실수를 저지름으로서 오히려 그를 부각시키고 맙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생각해봅니다. 만약 위원회에서 중간에 “논리에 어긋나니 객관적인 팩트를 가지고 발언하시오.” 라고 부탁했다고 가정했을 때 구루가 “나는 팩트는 모르오. 안한걸 나보고 어떻게 증명하라는 것이오. 주절주절~” 이랬다고 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을 거라 봅니다. 어쩌면 그 순간 사람들은 냉철한 이성보다 하나의 드라마를 기다렸을지도 모르니까요.


 레퍼런스로 보면 좋을 영화

 저처럼 영화 ‘구루’가 시원치 않았거나 혹은 인물묘사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받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저는 두 편의 영화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하나는 마틴 스콜세즈 감독의 ‘에비에이터’입니다.

 

 


 두 영화는 닮은 요소가 많습니다. 두 영화는 모두 실존했던 한 부유했던 사람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로 한 사람의 열정과 시련 그리고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장시간동안 녹아있는 영화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에비에이터’에 더 점수를 주고 싶은데요, 그것은 영화의 주인공 하워드 휴즈를 하나의 부유한 사람이나 영웅적인 면모를 가진 사람으로 그리기 보다는 순수한 열정을 가진 하나의 인격체로 그리면서 오히려 그 인물을 더 크게 그리는데 성공했다고 보기 때문이죠. 물론 윤리적인 논쟁도 피하고 말이죠.


 다른 하나는 데이빗 핀처 감독의 ‘소셜 네트워크’입니다.

 

 


 역시 ‘페이스북’을 창시한 마크 주커버그라는 인물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요, 이 영화에서 ‘성공한 사람’은 존재하지만 인물 모두에게 거리두기와 비판적인 요소를 고루 녹아내면서 단지 ‘성공’이라는 것이 한 인간을 그리는 척도로 고정되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구루'가 그랬듯 한 쪽을 부각시키기 위해 다른 한쪽을 깎아내리고 있는 모습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소셜 네트워크'가 너무 거리두기나 냉소철학, 리얼리즘에 입각한 차가운 영화는 아닙니다. 사실 어느정도의 '균형'과 '중도'에서 생각해보고 있는 나름 인간적인 영화죠.


 

 


 한국사 수업을 들을 때, 조선 후기 요호부민(좋은 집에 사는 부자)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에서 꼭 언급되는 사람이 허생이라는 사람입니다. 연암 박지원의 소설 ‘허생전’에 등장하는 인물로, 현대적으로 따지면 당시 시장 경제의 헛점을 이용해 독과점으로 쉽게 돈을 버는 인물이었지만 지금에야 그런 모습이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이지, 역사적 의의로 따지면 과거 자본주의가 자리 잡지 않은 시대에는 ‘돈을 많이 버는 사람 = 능력 있고, 자본주의에 기여하는 훌륭한 사람’ 이라는 평가를 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습니다.

 어쩌면 인도에서 ‘구루’같은 영화가 비판의 대상으로 자리 잡지 않고 오히려 높게 평가되는 이유는 바로 인도에 자본주의가 제대로 자리 잡고 있지 않아서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사실 먼데서 찾을 것도 없습니다. 우리도 경제대통... 중략...)


 마지막 의문...

 

 


 이 영화에 대한 비판의 발제부터 결론까지 저를 쫓아다니는 의문인, 과연 영화 ‘구루’가 재벌신화를 미화한 영화에 그친 것인가 아니면 단지 사람들의 고정적인 인물 보기에 대한 반작용으로 만들어진 영화인지에 대해서는 확답을 못 내리겠습니다.

 물론 이 영화에서 구루라는 인물이 미화가 되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이상하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충분히 거리를 두면서 볼 수 있었는데요, 제가 영상이나 드라마가 주는 최면효과 따위에 상당히 거리를 두고 영화를 보는 자세를 가지고 있어서라는 개인적인 시각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굳이 개인적인 관점의 차이 때문이 아니더라도 몇몇 사건이나 인물 묘사에 있어서는 어떤 평가나 감정을 배제하려는 경향이 있어서는 아닌가 합니다.

 이를테면 영화 초반 구루가 폴리에스터 사업에 성공하고 동업자인 처남과의 균열이 발생했을 무렵 영화는 그의 성공을 아주 좋게 묘사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관객들이 구루라는 인물에 대한 비판을 생각할 무렵 영리하게 사랑 이야기로 전환하죠.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간샴의 자살소동이 있은 뒤 구루가 샴의 집을 찾아와 자신의 죄를 증명해보라고 합니다. 그 때, 샴은 충분히 구루의 비리를 증명할 수 있었는데 구루는 교묘히 샴과 미누의 결혼 이야기로 화제를 전환하죠. (실제로 정치인들이 민감한 사항에 대한 질의를 받았을 때 화제를 갑자기 돌리면서 교묘하게 민감한 주제를 빠져나가곤 하죠)


 


 저는 프로파간다(정치선전) 영화를 본 적은 없지만 ‘구루’가 그런 류의 영화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구루’는 한 인물의 미화와 거리두기를 교묘히 조절하면서 대충 이야기만 던지고 관객들에게 그 평가를 돌리고 있기 때문이죠. 물론 저는 이 영화나 주인공 구루칸트 데사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좋은 평가를 내릴 순 없지만 마니 라트남의 드라마를 만드는 솜씨나, 예술적 감각, A. R. 라흐만의 음악과 배우들의 연기만큼은 인정하고 싶습니다.

 이 영화를 다른 분들은 어떻게 보셨을지 모르겠지만 단순히 예쁜 맛살라 장면만 보고 쉽게 봐서는 안 될 영화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Trivia

 * 영화에 삽입된 'Barso Re' 시퀀스는 2008년 Filmfare에서 안무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 아이템송 'Maiyya Maiyya'는 A.R.라흐만이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를 여행중에 한 남자가 '마야(maiyya)'라는 단어를 발음한 게 신기해서 였다고... 마야는 아라비아어로 물을 뜻하며 이 곡은 마르옘 톨라라는 레바논 출신의 가수를 초빙해 녹음했습니다. 아이템걸은 섹시스타이자 아이템 전문배우로 유명한 말라이카 쉐라왓입니다.


* 아이쉬와리아 라이와 아비쉑 밧찬은 영화 'Guru'가 개봉된 이틀 뒤인 2007년 1월 14일 약혼을 발표해 그 해 4월 20일에 결혼했다고 합니다.

* 영화 'Guru'는 캐나다에서 월드 프리미어를 가진 첫 발리우드 영화.
 
* 기자인 샴 삭세나 역은 존 아브라함이 맡을 예정이었으나 스케줄상의 문제로 타밀 출신의 마드하반으로 변경
 
* 아이쉬와리아 라이는 영화 'Guru'에서 자전거 타는 연습을 하는 장면을 촬영중에 치마가 자전거 체인에 끼어 균형을 잃고 장애물을 받는 바람에 손과 발에 큰 부상을 입었다고 합니다. 아마 'Barso Re'에 삽입된 자전거타는 장면 같더군요.

 * 아비쉑-아이쉬와리아 라이 밧찬 부부가 함께한 영화들

Dhaai Akshar Prem Ke(2000)
Kuch Naa Kaho(2003)
움 라오 잔(2006)
둠 2(2006)
구루(2007)
가문의 법칙(Sarkar Raj, 2008)
라아반(2010) 
 - Bunti aur Babli(2005)에 아이쉬와리아 라이는 아이템걸로 출연

 

 


 

 

Posted by 라.즈.배.리




 * 본 글은 지난 10월 29일에 있었던 영화 ‘Mere Brother Ki Dulhan’상영과 다음날인 30일에 있었던 I본부의 ‘Delhi Belly’ 등에 관련된 talk 내용으로 실제 토크는 10월 30일 ‘Delhi Belly’ 상영직후에 있었습니다. 관련 인물들은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이니셜로 처리했음을 양해 바랍니다.

 * 역시 Index 기능을 추가했고 혹시 끊었다 보실 분들이 계실 거란 생각에 top 기능을 주가했습니다. 언제든 top을 누르시면 index로 다시 올라갑니다.


목차



 ‘Zindagi Na Milegi Dobara’ 이후 C모님, T모님, M모님이 고정 멤버가 되어 인도영화에 대한 수다를 떨었습니다. 이틀 연속으로 (공교롭게도 임란 칸이 주연을 맡은) 발리우드 영화를 본 것도 있었고, 사실 영화가 바뀌기는 했지만 지난 10월 2일 상영을 ‘Delhi Belly’로 하려 했던 욕심 때문에 어떻게든 다시 모여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던 생각도 있었죠.

 사실 이번 토크는 ‘Delhi Belly’나 ‘Mere Brother Ki Dulhan’에 대해 딱히 할 이야기가 없었을 뿐더러 시즌 2를 마감하는 입장에서 인도영화에 대한 요즘 드는 생각과 이슈들을 한꺼번에 쏟아내는 자리로서의 모임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토크가 토픽별로 이루어졌던 것은 아니고 간간히 관련 이야기가 등장해서 그 이야기들을 종합해 봤고, 장소는 신촌 별다방(특정상표) 아트레온점, 연대 앞쪽에 있는 특정 인도음식점에서 진행했습니다. 맛난 커피를 대접해주신 C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Delhi Belly’는 잘 만들어진 영화라는 데 이견이 없었습니다. M님은 좀 늦으셨지만 미처 놓친 앞부분을 보고 싶어 하실 정도였고 C님은 나름 호평을 하셨습니다. ‘흠 잡을 데 없다’는 평가를 내리셨던 것을 보면 상당히 만족하셨던 것 같습니다. 

 사실 상영장 분위기도 전반적으로 좋았고 웃으시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코믹한 요소들이 많았는데 그 코드도 잘 잡은 영화였지요.

 개인적으로는 잘 만든 영화라는 데 이의는 없지만 개인적으론 범죄 코미디의 차진 맛이 잘 느껴지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C님께서 하신 말씀이 나름 일리가 있는 게 개인적으로 한글로씨의 자막이 나쁘지는 않았다고 보지만 영화가 정통인도영화가 아닌 약간 할리우드 스타일의 영화였던 만큼 장르영화에 더 익숙한 사람이 자막을 만드는 게 더 좋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 시각은 자막의 문제라기보다는 상황 자체의 몰입이 강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으니까요. 인물들이 ‘의도적인 범죄’보다는 ‘무고한 연루’에 의한 피해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가이 리치의 영화나  비샬 바드와즈의 ‘카미니’같은 영화와 비교할 수도 있겠지만 ‘카미니’의 캐릭터에 대한 개성이나 애착, 그리고 이야기의 오밀조밀함 까지는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 점이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것이죠.


 T님께서 이 영화의 성공 여부에 대해 여쭤 보셨는데요. 7월 1일 개봉한 이 영화는 25 Crores의 제작비로 89 Crores의 수익을 거두었습니다. 이는 물론 전 세계적인 수익이고 인도 뿐 아니고 북미지역 등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었죠. 전날에 봤던 ‘Mere Brother Ki Dulhan’은 인도에서만 60 Crores에 가까운 수익을 거두었습니다.

 영화 ‘Delhi Belly’가 국내 개봉했을 때 먹힐 것인가에 대한 부분에선 대체로 긍정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짧은 러닝타임, 누구나 재미를 느낄 스토리라인이 강점이 되겠지요.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개봉되어 성공한 인도영화들을 살펴보면 ‘블랙’, ‘내 이름은 칸’, ‘세 얼간이’를 꼽을 수 있겠는데 이 영화들이 사실 인도영화기 때문에 또는 인도의 유명한 배우가 나오기 때문에 성공했다기 보다는 누구나 봐도 공감할 만한 드라마가 있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봅니다. 사실 우리 같은 인도영화 마니아들이나 샤룩이나 아미르의 스타성에 대해 주목하게 되지만 인도영화에 덜 노출이 된 관객들에게는 배우의 스타성이나 인도영화만이 가진 아우라가 잘 먹혀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거든요.

 결국 아직까지는 우리나라에 인도영화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는 그런 ‘공감대’류의 영화가 먹힌다는 생각에는 저 역시 동의하는 바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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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Delhi Belly’를 이야기하면서 아미르 칸을 빼 놓을 수 없겠죠. 배우이자 지금은 성공한 제작자로 명성을 얻은 아미르 칸은 ‘세 얼간이’ 등으로 유명해진 소위 발리우드를 이끄는 삼대 칸 중 한명이죠. 요즘의 그는 트렌드에 이끌려 다니기 보다는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면서도 흥행을 놓치지 않는 노련한 제작자로서의 활약을 많이 보여주고 있죠.

 실제로 그가 세운 aamir khan productions에서 제작된 영화중엔 상업적으로 실패한 영화가 단 한 편도 없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상업적인 성공만을 거두었을 뿐 아니라 영화의 내적으로도 탄탄한 영화들을 많이 선보였었죠.

 그의 영화들은 진보적인 성향을 지닌 영화들이 많았다고 봅니다. 하지만 톱스타의 자리에서 그런 영화에 시도를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Rang De Basanti’같은 영화는 애국주의를 표방하는 것 같지만 사실 정치 비판영화에 가까웠고, 본격적인 남인도 영화의 진격을 알린 ‘가지니’, 물론 ‘세 얼간이’도 말할 나위 없는 영화였지요.

 그런 점에서 작년 ‘Peepli Live’나 ‘Delhi Belly’ 같은 영화들은 신인 감독, 덜 유명한 배우, 정통 맛살라 영화에서 약간 혹은 많이 비껴나간 이야기들을 선택해 사람들에게 선보인다는 것은 상당히 모험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특히 위에 언급한 두 영화는 A등급(인도 성인용 등급; ‘Peepli Live’같은 경우는 다소 부당하다는 이야기가 있음에도 불구)을 받았음에도 비평과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이처럼 ‘상업적인 기획 영화’가 아닌 웰메이드 영화도 얼마든지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그를 지지하지 아니하지 아니하지 않을 수 없었기에 아미르의 그런 노력은 계속 인도영화에 대해 어떤 계속적인 기대를 걸 수 있는 희망을 주었다고 봅니다.


 하지만 M님께서는 아미르 칸의 영화에 대해 약간은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계셨는데, 대표적인 예로 ‘지상의 별들처럼’이나 ‘세 얼간이’의 경우에 아미르가 맡은 캐릭터는 소위 혼자 똑똑한 사람의 모습이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하면서 그의 영화의 어떤 계몽주의적 분위기에 대한 거부감을 표명하셨습니다.

 개인적으로 아미르 칸이라는 배우와 그의 영화를 보면, 영화내적으로나 외적으로 인도영화계에서 소위 난 사람이라는 평가를 할 만 합니다. 그의 2000년대 이후 작품 세계는 대체적으로 사회적인 의식을 가지고 있는 작품들이 많기 때문이죠. 실제로도 사회적인 관심을 환기하는 약간은 참여적인 활동을 많이 했지요.

 영화 속에 보여지는 그의 이미지는 인도라는 다소 낙후된 사회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메시아적 존재의 모습으로 포장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그의 영화에는 그런 엘리티즘적인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봅니다. 이를테면 일제 강점기에 우리나라를 팔아먹는데 일조했던 개화기적 지식인들의 면면과 아미르 칸의 영화나 행동을 보면 입으로만 떠드는 요즘말로 입진보적인 모습을 보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인도영화에서 느끼고 싶어 하는 부족하더라도 인간적인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관객에게 아미르 칸 같은 배우의 존재는 다소 부담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토크를 하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인도영화 팬들과 감성을 교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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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로봇’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면서 불가피하게 개봉 판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원래 러닝타임인 177분에서 144분으로 33분의 러닝타임이 단축되었습니다.

 이런 언급이 다소 논란이 될 수 있지만 이상하게 영화 ‘로봇’의 편집 본에 대해서는 크게 불만을 느낄 수 없었는데요. 제가 ‘세 얼간이’ 때 열렬하게 항의를 했던 것에 비하면 이런 행위는 일종의 변절(?)일까요? 그렇다기 보다 두 영화를 비교해 보면 좋은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 얼간이’의 경우 소위 코리안 에디션이라 불리는 버전은 영화의 내용 자체를 축소했기 때문에 불만을 가졌던 것입니다. 또한 인터내셔널 버전 언급을 했던 수입/배급사의 깔끔하지 못한 태도역시 불만이었지요. 또한 ‘세 얼간이’는 모든 시퀀스들이 각각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소위 ‘버릴 게 없는’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를 단순히 러닝타임 축소를 위해 편집을 했다는 사실이 기분이 좋지 못했던 것이죠.

 한 편 ‘로봇’의 경우는 영화를 이미 두 번이나 스크린으로 봤지만 딱히 어떤 시퀀스가 날아갔다는 느낌을 크게 못 받았습니다. 어떤 분께서 언급하셨지만 영화 ‘로봇’에는 같은 이야기의 반복이 심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아마 편집에서도 그런 것들이 반영되었던 것 같습니다.


 인도영화의 긴 러닝타임은 제 포스팅인 ‘인도영화에 대해 알고 싶은 10가지’에도 조사결과를 보고했지만 맛살라 시퀀스가 주는 양감도 있는데 맛살라 시퀀스를 뺀다고 해도 드라마만으로도 족히 2시간을 훌쩍 넘기는 영화들이 있죠. C님과 M님께서 언급하신 카란 조하르의 영화가 대표적일 것입니다.

 그의 영화는 데뷔작이었던 ‘꾸츠 꾸츠 호타 헤’를 비롯해 모든 영화들이 긴 러닝타임을 자랑하는데 그나마 ‘내 이름은 칸’의 경우는 160분으로 많이 줄였고 인터내셔널 버전으로 또 126분으로 단축시켰으니까요. 어떤 관객들은 카란의 영화를 비롯한 다른 인도영화를 보면서 양적인 규모를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일부 관객들에게는 그 긴 러닝타임이 루즈하게 보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 C님의 의견은 영화가 길어도 밀도만 있다면 러닝타임은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 무리가 없는 요소라고 언급하시며 이를 증명하는 작품으로 야쉬 초프라의 ‘비르-자라’를, M님은 카란 조하르의 ‘까비 알비다 나 께흐나’를 언급하셨는데 개인적으로는 두 작품 모두 보지 못했던 탓에 어떤 말씀을 드리기는 모하나 (제 경우는 아쉬토슈 고와리케의 ‘라간’같은 영화가 그런 작품이었던 것 같고요) 최근의 인도영화들이 긴 러닝타임 만큼의 밀도를 보여주고 있지 못하다는 데는 동의합니다. M님이 말씀하신 ‘느긋한 그들의 인생관’을 느끼기엔 우리가 너무 쫓겨 다니면서 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습니다.


 영화 ‘로봇’에 대해 이야기 하는 만큼 배우로서의 아이쉬와리아 라이(이하 애쉬)와 그녀의 영화 속 역할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그녀가 영화 속에서 보여주었던 모습도 그랬지만 실제 그녀의 이미지가 상당히 강한 까닭에 아무나 그녀의 역할을 조율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 코미디 프로의 ‘나 못 해!’를 외치는 여배우처럼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C님은 ‘둠 2’ 같은 영화에 불만을 가졌는데 M님이 ‘둠 2’에서의 애쉬의 이미지를 구체화 한 내용에 따르면 역할이 가진 이미지를 잘 조율하지 못했던 까닭에 약점 잡힌 도둑과 동료를 속여야 하는 서브 캐릭터의 역할을 치고 올라오는 바람에 캐릭터의 균형이 무너졌다고 평가를 하셨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재밌게 봤고 그렇게 독보적인 위치는 아니었던 것 같지만 듣고 보니 나름 일리 있는 평가였다는 생각도 듭니다) 심지어는 ‘가증스럽다’는 평가까지...

 마니 라트남의 ‘라아반’이나 (이 역할에 대한 평가도 다소 갈렸지만) 고와리케의 ‘조다 악바르’ 같은 영화에서의 애쉬가 주는 캐릭터의 이미지는 다소 안정적이었다고 평가 되는데요. 어떻게 보면 기가 오른 스타를 잘 조율하지 못하는 역량이 딸린 감독들의 끌려 다니는 연출 때문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이래서 인도영화도 연출이 중요해요. 스타의 위치가 너무 세다 보니 영화가 배우에 끌려 다니는 오점이 발생하곤 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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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즌 1의 마지막에도 언급했고 자주 읊조리는 대사기도 하지만 저는 현재의 인도영화에서 위기를 느낀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물론 ‘내 이름은 칸’이나 ‘세 얼간이’에 대한 세계적인 성공에 비추어 볼 때 제가 하는 걱정은 기우(奇偶)에 가깝다고 보시는 분도 계시지만 위에 언급한 두 영화들 역시 영화의 내적 요소가 탄탄한 것과는 별개로 여전히 스타 시스템에 크게 기댄 영화라는 점은 다른 발리우드 영화들과 다를 바 없으니까요.

 샤룩 칸이나 아미르 칸이 대단한 배우기는 하지만 이 배우들이 관객들을 극장으로 이끈 것은 아니죠. 인도영화의 저변이 낮던 우리나라 영화에 이 배우들의 팬덤을 이용했을 리는 만무하니까요.


 인도영화가 스타시스템에 기댄 영화들을 양산해 온 것에 대한 최대의 문제는 퀄리티보다는 스타성에 기댄 기획영화들을 양산했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일부 인도영화 팬들은 영화를 보는 일차적인 목적이 스타였던 까닭에 자칫 깊이 있는 영화 감상은 못했을 수 있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어떤 분은 꼭 영화 감상에 깊이가 있어야 하냐고 묻지만 저는 있어야 한다고 보고 인도영화의 저변이 낮았던 이유 중 하나가 인도영화의 존재의 이유를 찾아주는 노력을 소홀히 한 것 때문이고 보니까요. 단지 다양성이나 상대적 가치로서만 정당화 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팬덤이라는 것은 한 편으로는 양날의 검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배우가 가진 능력이 인도영화라는 것에 관심을 갖게 만든 것은 인정해야 하니까요.

 대표적인 배우로는 단연 샤룩 칸을 들 수 있죠. 그의 영화는 대부분의 나라에 수출이 되었고 많은 나라의 팬들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특히 독일의 경우는 인도에서 출시되지 않은 작품들까지 출시되었으니 그 위력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인도영화의 스타 시스템은 인도영화의 힘을 불어넣어 준 동시에 편향성을 안겨주었다고 결론내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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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인도 및 발리우드 영화 개봉권역에 동시 개봉된 영화 ‘Ra.One’에 대한 주제로도 이야기가 진행되었습니다. ‘Ra.One’은 영화 개봉 전후에 많은 이야기를 남기기도 했지요.

 영화가 개봉된 뒤에 ‘Ra.One’은 평론가들과 대중들에게 극단적인 호평과 혹평을 동시에 끌어냈습니다. 종합해 보면 영화의 특수효과나 배우 샤룩 칸에 대해서는 인정하는 분위기였지만 영화의 스토리나 연출은 비판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결국 이 영화에 대해 어떻게 접근 하냐에 따라서 영화의 호불호는 심히 갈릴 것으로 봅니다.

 샤룩의 팬인 M님의 경우는 샤룩의 팬이기 때문에 당연히 영화에 대한 기대를 가지게 되지만 팬이 아닌 경우에는 배우의 스타성에 대한 기대감을 일단 접고 영화를 보기 때문에 이 영화가 영화적으로 얼마나 관객의 기대를 충족 시키냐가 영화의 평가를 좌우할 것 같습니다.

 제 경우는 오락영화도 기본적으로 영화적인 만듦새가 갖춰져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었는데요. 제가 비교했던 영화는 ‘트랜스포머’와 ‘다크나이트’ 였는데, 같은 많은 비용을 들인 영화지만 전자는 흥행은 했지만 비난을 피할 수 없었고, 후자는 대중과 비평가들의 지지를 받고 흥행에도 성공했기 때문이죠.

 ‘Ra.One’은 제 사견으로는 속된 말로 망할 영화는 아니라고 하고 싶지만 그래도 내심 영화를 만드는 이들에게나 인도인들 혹은 샤룩 칸의 팬들에게 ‘Ra.One’이 무엇을 대표하는 하나의 아이콘이 되는 영화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렇게 많은 비용과 좋은 배우를 쓰는 프로젝트라면 좋은 각본에 검증된 감독을 기용해 웰메이드 스타일의 오락영화를 만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어쩌면 영화 ‘Ra.One’은 아직 인도영화가 연출이나 각본 같은 영화적인 요소보다는 스타 시스템과 외형에 기댄 영화들을 만들고 있다는 아쉬운 증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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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옴 샨티 옴’은 최근 특정 커뮤니티에서 디피카 파두콘에 대한 칭송 내지 찬양을 하는 분들이 나타남에 따라 더 크게 부각된 영화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즐거운 영화의 재수입 소식도 들었고요. 이 영화로 인도영화의 걸음마를 시작하신 분도 계시고 여성 관객은 샤룩 칸, 남성 관객들은 디피카 파두콘 때문에 인도영화에 빠져드신 분들도 계십니다.

 물론 저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인도영화 다섯 편 안에 꼽을 정도로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올 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상영되었을 때는 두 번이나 감상을 했죠.

 그런데 ‘옴 샨티 옴’ 때문에 인도영화에 빠져드는 분들은 많이 만났는데 과연 개봉 때도 이 영화는 먹힐 영화인가가 궁금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정말 궁금했는데 확답을 듣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하도 궁금해서 인도인인 음식점 사장님한테 영화 ‘옴 샨티 옴’의 장점을 물으니 샤룩과 디피카 말고 다른 말씀은 없으시더군요. 과연 배우가 영화에서 발산하는 아우라 이외에 관객들에게 어떤 것을 어필할 수 있을까 말이죠.

 이 영화는 상업영화긴 하지만 나름 노련한 감각을 지닌 영화였지만 그것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영화의 맛살라 시퀀스들이 가진 그 나름의 의미나 장치 예술적인 부분을 인도영화를 조금 더 아는 사람들이 자신 있게 읽어줄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있지요.


 어찌 보면 영화 ‘옴 샨티 옴’을 이해하지 못하는 관객들도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저 유치하고 춤과 노래가 나오는 영화 정도로요. 그렇다고 완벽한 오락을 전달해주는 것도 아닙니다. C님은 영화가 루즈해지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하셨는데 저 같은 경우는 처음으로 감상했을 때 후반부에 약간 그런 느낌을 받았고, 어떤 분은 초반 70년대 재현이 촌스럽다고 하신 분도 계셨지요.

 하지만 영화 자체가 가진 발리우드 맛살라 영화 자체에 대한 애정과 인도식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자부심으로 자신감 있게 영화를 꾸려나가며 그들의 장점을 최대한 쏟아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가치가 있습니다. 우리는 단지 ‘Dard-e-Disco’의 샤룩의 식스팩 때문에 이 영화가 최고라고 말하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물론 그 부분이 옵션이 되긴 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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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에 다른 지인 분을 만났지만 인도영화에서 논의되는 부분이 고작 배우의 아우라 뿐이라 팬클럽에 들어온 느낌이라고 회의감이 든다고 하시던 분을 만났습니다. 단순히 인도영화 마니아라는 이미지가 특정 배우나 맛살라 시퀀스를 보기 위해 몰려드는 바보라는 이미지가 박혀 있다면 저로서는 무지 화가 날 일입니다.

 과거 저는 공포영화 동호회에 있었던 적이 있습니다. 물론 지금도 공포영화들을 보는 것을 좋아하고요. 그런데 누군가가 공포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 비인간적인 모습들을 보기 좋아하는 변태라고 이야기한다면 기분이 좋을 리 없죠. 이를테면 ‘데드 얼라이브’라는 영화가 2차 대전 이후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대한 반영을 하고 있는 영화라는 설정이 왜 필요했는지에 대한 언급을 소위 마니아 집단에 있던 몇몇 인물들이 이야기하지 않았다면 공포영화는 그저 필요한 이유를 느끼지 못할 사디즘의 영화로 사람들에게 인지 되었겠죠.

 인도영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인도영화를 재미있게 보고 또한 의미 있게 볼 어떤 ‘다리’역할을 하는 무엇인가 또는 누군가가 지금 필요한 시점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평론가들이 갑자기 튀어나와서 인도영화를 부각시켜줄 것이라 보진 않습니다. 그들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일단 우리가 주로 언급하는 인도영화는 상업영화고 평론가들은 상업적인 관점보다는 ‘작품’이 중시된 영화에 더 초점을 맞추는 것이 우선일 것이니까요.

 어떤 분께서 ‘인도영화를 전파시키는 법’이라는 내용을 언급하신 적이 있는데, 내용인즉슨 누군가 ‘인도영화가 왜 좋아요?’라고 물으면 맛살라 동영상을 쓱 보여주면 상대방이 ‘아!’ 하고 넘어온다는 것이었는데 저는 그 이야기를 듣고 웃음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그래도 안 넘어오면 어쩌죠?’ 그러니 그 분은 ‘그런 사람들은 일단 제껴. 우리 편을 많이 만들어야지.’

 많은 인도영화 마니아들이 인도영화에 대한 애정을 정통 맛살라 영화에서 출발했다는 점, 그리고 요즘같이 빠르게 무엇인가를 진행시켜야 하는 시대에 그런 보여주기식 요소가 먹힐 수도 있겠지만 어떤 깊이가 주는 가치는 잃어버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분께서는 ‘인도영화는 즐겁고 나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보는 것이니 너무 분석적으로 가지 말자’는 말씀을 하시지만 영화라는 것이 너무 기분풀이식의 일종의 도파민 역할만 한다면 그것은 개인적인 가치에서 그치지 영화적인 가치를 가지게 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뭐 그렇게 받아들이시는 분들의 욕구를 해칠 생각은 없지만 한 편으로 저는 인도영화도 다른 영화와 똑같이 봐주는 저 같은 사람도 있어야 하지 않나 하고 생각해 봅니다.

 2008년 ‘블랙’을 수입했던 회사는 마케팅에서 ‘인도’라는 단어를 아예 빼버렸습니다. 인도영화 팬으로서는 그런 모습이 ‘인도’라는 모습을 부끄러워하는 비겁한 모습 같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썩 좋지는 않더군요. 하지만 지금 ‘내 이름은 칸’과 ‘세 얼간이’의 성공과 함께 본격적으로 마케팅에도 ‘인도’라는 단어가 들어가고 맛살라 장면도 개봉 영화에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정식으로 ‘인도영화’의 정체성이 드러나게 된 것이죠.

 과연 이렇게 인도영화가 부각되는 시점에 순수하게 인도영화라는 소재만으로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의미에서 이 토크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시즌 2를 마치면서 3회로 이 이야기는 잠시 끝을 맺지만 다음에는 더 재미있고 흥미로운 이야기로 인도영화도 이렇게 볼 수 있구나 하는 단순한 흥미 이상의 무엇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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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님이 언급하신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Melvilasom’은 보고 싶긴 합니다. 개인적으로 인도영화를 좋아해도 그것만 특별하고 애지중지해서 보는 게 아니고 오히려 다른 영화들과 같은 시각에서 보기 때문에 탄탄하면 된다는 생각에 더 궁금해지는 영화기는 합니다.




 * 이번 토크의 명대사는 ‘분명히 봤는데 본 기억이 안 나는 영화는 좋은 영화가 아니다.’ 가 아닐까 합니다. 그러나 이 연사는 그럼에도 ‘Wake Up Sid!’는 좋은 영화라고 외칩니다. (아니면 말구요 ㅋㅋㅋ)

 * 시즌 1 끝에 한 번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라고 언급했던 내용이 있었습니다. 예능 프로그램을 이용한 성우의 세계 + 주말의 명화 프로젝트 + 인도영화 이원 상영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검증 결과 흥미도가 크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사실 저는 꽤 괜찮은 생각인 것 같았는데 다른 분들이 보시기엔 상당히 별로였던 듯... 아쉽지만 쓸 만한 아이디어를 생각해 보도록 하죠. 그래도 TV 야외광장 이원상영 프로젝트 이것도 좀 부족한가요?

 * 'Delhi Belly'에서 ‘놀기만 하고 일만 하면 바보가 된다.’는 대사는 C모님과 저만 키득거렸네요.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샤이닝’에 나온 대사였거든요.



 * 'Delhi Belly' 이야기를 하나 더 하자면 C모님께서 언급하신 덴마크 출신의 배우 킴 보드니아. 개인적으로는 처음 보는 배우라서 이미지가 약간 유도 키에르와 비슷해 보였다는...
 물론 'Delhi Belly'에서 하는 게 딱히 없었지요. 저는 못 봤지만 최근 수잔 비에르의 ‘인 어 베터 월드’에서도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이 배우를 모르는 관객들에게 그의 존재는 마치... ‘세 얼간이’에 아미르 칸더러 누가 유명하다고 해주기 전까진 모르는 그런 느낌? 그 느낌을 역으로 받으니 우리 인도영화 팬들이 열광하는 배우들을 일반 관객들이 볼 때의 그 느낌을 조금은 알 것 같네요.

 * 토요일 상영작이었던 영화 ‘Mere Brother Ki Dulhan’에 대한이야기도 별로 없었네요. 그저 그런 맛살라 영화며, 주인공들이 너무 어려움 없이 난관을 극복한다. 그 정도? 개인적으로는 약간은 마초적인 남자주인공들(살만 칸, 악쉐이 쿠마르)의 서브캐릭터 정도였던 카트리나 케이프의 외적 성장과 영화 캐릭터의 동반 성장을 언급하고 싶었지만 분위기는 그냥 카트리나 케이프 예쁘다 정도... 아... 예...

 * 역시 T님은 말이 많은 분이 아닌 까닭에 멘트에 대한 언급이 없습니다. 말하는 것 보다는 듣는 걸 더 좋아하시는 분이셔서일수도... 하지만 언젠가 T님을 위한 스페셜 시간을 한 번 만들어 보고 싶다는 마 그런 쌩각을 가지고 있쓰민다...

 * 엔돌핀으로 유명한 이상구 박사의 등장은 1989년이었네요. 그 때, 나 태어났나? 저는 티아라와 같은 세대 ㅋㅋㅋ

 * 영화 ‘Ra.One’을 언급하면서 내년에 ‘Yutham Sei’를 만든 신진 작가주의 감독 Myshkin이 라이징 스타 Jeeva를 기용해 슈퍼 히어로 영화를 만든다고 했는데 개인적으로 이 프로젝트에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인도에도 이처럼 실력을 인정받은 감독들이 많이 등장해 좋은 프로젝트를 맡았으면 좋겠습니다. ‘세 얼간이’의 성공을 보면 왜 스타 못지않게 감독의 위치가 중요한지 인도영화 산업계가 눈을 떴으면 하는 바람이 있네요.


 세 차례의 토크에 모두 참여해 주신 C모님, M모님, T모님께 감사드립니다.
 다시 만날 때까지 건강하시고, 이 토크 중계를 보신 인도영화에 관심과 애정이 있는 다른 분들도 사석에서 만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감사합니다.




Posted by 라.즈.배.리

 

 

 몇 해 전만 하더라도 인도영화는 그저 영화제에서나 볼 수 있는 변방의 영화였습니다. 그나마 해당 영화제의 프로그래머가 영화를 픽업해 주지 않으면 그 기회조차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죠.

 이제는 그나마 영화제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양한 국가의 영화에 그 장을 연다는 영화제 자체의 취지도 있고 한 편으로는 인도영화가 나름 영화제에서 소위 ‘팔리는 영화’로 인식되어 있다는 점도 있지요.


 특히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시아영화의 메카로 자리 잡고자 했던 까닭에 오래 전부터 인도영화에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소위 인도영화 팬들이 찾는 발리우드 영화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인도 내의 다양한 언어권 영화들을 대상으로 상업영화와 작가 감독의 비율을 어느 정도 맞춰가면서 영화를 소개해왔습니다.

 그런데 올 해 부산국제영화제의 인도영화들은 영화제의 잘못인지 아니면 필름을 보내 온 인도내의 회사의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상당히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이미 말씀드렸듯 우메쉬 쿨카르니 감독의 ‘신을 본 남자’의 상영 취소라든가(심지어 김지석 프로그래머께서 트위터 등을 통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까닭에 그 아쉬움은 더합니다) 산제이 릴라 반살리의 내한 취소 같은 경우가 아쉬웠다고 이미 일전에 글을 남겼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또 다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인도영화쪽 지인들의 제보에 따르면 영화 ‘신이 보내준 딸(Deiva Thirumagal)’과 ‘바스코 다 가마(Urumi)’가 편집된 버전이 상영되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두 영화 모두 160분 정도의 러닝타임을 하고 있는데 실제 부산 국제영화제 상영당시 ‘신이 보내준 딸’은 145분 정도, ‘바스코 다 가마’는 130분 정도의 러닝타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지요. 그런데 사실을 확인하고 나니 참 섭섭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명 두 영화는 우리나라에 개봉할 영화는 아닙니다. 개인적으로는 재미있게는 봤지만 개봉할 경우 이 영화들이 수익성은 불투명하다고 보거든요. 영화제가 이 영화의 반응을 통해 우리나라에 해당영화를 개봉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 같은 건 없었을 것으로 봅니다. (그런 배려가 있다고 하기도 우습구요)

 그런데 사실 영화제 영화는 영화제가 끝나고 영화의 세일즈를 목표로 하고 상영되는 것은 아니지요. 물론 부산 영화제에는 마켓이 있고 일부 영화는 마켓을 위한 스크리닝까지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일종의 행사일 뿐 실제 픽업되는 영화들은 그 영화 자체로 전문가나 관객들의 반응, 평가 등을 위해 상영이 되는 것이죠. 그것이 페스티벌로서의 일차적인 목적이니까요. 그런데 그 나라에서 상영되던 온전한 버전을 보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나요. 모두 ‘영화제’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관객들 대부분이 인도영화는 길다는 사실도 용인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신이 보내준 딸’은 필름 상태까지 좋지 않았죠)

 영화제 측은 해당 영화에 대한 정보를 몰랐을 수도 있습니다. 안타까운 사실이긴 하지만 영화제 팀에 소속된 분들이 모두 본인들이 픽업하는 영화들의 정보를 바삭하게 다 아는 것은 아닙니다. 대개 어느 영화제를 막론하고 영화제 측에서 관심을 두는 부분은 이름만 들으면 다 아는 유명한 어떤 영화가 어떤 판본이 있다더라, 자국에는 필름이 유실되었으나 다른 나라에는 있다더라 뭐 이런 것들이죠. 허나 글쎄요... 아직 인도영화는 그 정도의 노력을 들일만 한 세계의 영화는 아니었나 봅니다.




 이런 안타까운 소식을 들으니 현지에서 개봉 된 뒤 1년이나 지나 부산국제영화제의 이미지 치고는 신선도가 다소 떨어지는 ‘청원(Guzaarish)’ 같은 영화를 상영한 게 차라리 나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가 '나름' 있지만 굳이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생각해 봅니다. 바로 작년의 경우를 말이죠. 부산국제영화제측은 2010년 영화 ‘라아반’과 ‘라아바난’을 갈라프레젠테이션으로 올리고 마니 라트남 감독, 배우 아이쉬와리아 라이, 아비쉑 밧찬, 비크람을 초청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 영화가 상영되었던 베니스 영화제를 포함해 어느 나라에도 이 네 명의 게스트를 모두 초청하거나 이 영화의 두 가지 버전을 모두 상영했던 적이 없습니다. 이런 사례가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올 해는 굉장히 실망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제는 그 순간을 놓치는 것이 아깝기 때문에 영화팬들이 발품을 팔아 영화를 보고 축제를 즐기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올 해 소개되었던 작가주의 영화나 유명 감독의 영화에 비하면 크게 주목을 끌지 못할 작품들이겠지만 이제는 영화제에서조차 온전한 필름을 보지 못하면 온전한 인도영화는 정말 어디서 감상해야 하는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 확인한 내용으로는 '신이 보내준 딸'은 극중 주인공 크리슈나가 딸에게 신발을 사주는 장면이 편집되었다고 하더군요. '바스코 다 가마'의 경우 타부라는 타밀-발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유명 배우의 카메오 장면을 비롯해 다수의 장면이 필름에서 사라졌다고 하구요. 
 (확인한 바로는 뭄바이 필름 페스티벌에 상영된 '바스코 다 가마'의 판본은 155분입니다. 25분 어디갔나요?)

 * 영화제가 다 끝난 마당에 이런 글을 써서 뭐하겠습니까만, 또한 부산국제영화제 측에서 제 글을 보실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부산국제영화제 하면 성역 아닌가요? 가뜩이나 국내에 개봉도 잘 안되고 개봉되도 편집의 마수를 벗어나지 못하는 인도영화... 이제는 영화제도 못 믿는 건가요? 솔직히 마음 같아서는 프로그램팀에 전화해서 입장을 들어보고도 싶지만 그냥 소심하게 글로만 적어봅니다.

 

 

Posted by 라.즈.배.리


 이제 포스팅도 몇 개 안남았습니다. 올 해도 한 해를 결산하는 의미에서 2010년 감상한 인도영화 중 가장 좋아한 영화 열 편을 꼽아봤습니다. 


10. Rakht Charitra


 텔루구의 정치인 라빈드라의 비극을 영화화한 ‘Rakht Charitra’는 지금까지 내가 본 인도영화중 가장 센 영화였다. 영화 속에 등장하던 각종 폭력장면이 불편하다가도 이내 드는 생각은 내가 인도가 아닌 대한민국에서 태어나서 다행이란 생각이 아니었다. 정치가 아직은 민주적이고 지킬 수 있을 때 스스로 지켜야 이런 비극이 없다는 것이었다.


 

9. Udaan

 


 시카고 선 타임즈의 유명 평론가 로저 이버트의 말대로 정말 세계의 어느 누가 봐도 공감대를 살만한 한 소년의 성장 극으로 대중적이기 보다는 작가 중심적이긴 하지만 볼리우드에 깔끔한 연출과 각본을 보여주는 상당히 좋은 작품이 하나 나와서 기분이 좋다.

 달리기 같은 상징적인 소재들이 마음에 들고 영화 전반에 감도는 색감들이 인상적이다.


 

8. Once Upon A Time In Mumbaai

 

 


 낭만주의 갱스터물이라는 독특한 향취를 지닌 이 범죄 로맨스 영화는 인물간의 대결이나 조직범죄에 대한 면모를 기대한다면 조금 실망스러울 수 있지만 각기 다른 두 세계에서의 사람간의 관계는 어떻게 구축되는가에 초점을 맞춰 영화를 감상한다면 꽤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영화다.


 

7. My Name Is Khan


 

 카란 조하르 감독이 이야기했듯 ‘내 이름은 칸’은 러브 스토리고 사랑을 이야기할 때의 감성을 정말 잘 표현한다. 때문에 나는 중반까지는 별을 만점을 주고 싶다. 다만 칸의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는 태생적인 결함 때문에 내 이 영화에 대한 애정으론 감당할 수 없는 감독의 메시지까지 받아들여야 했고 그것이 기분 좋게 만드는 이 영화를 최고로 칠 수 없는 이유가 된다.


 

6. Raajneeti

 

 


 대하드라마처럼 찍기는 짧고 보통 영화보다는 길고 묵직해야 하는 이 영화의 욕망은 생각보다는 평범한 각본을 낳게 했지만 이런 대단하지 않은 각본을 대작으로 빛나게 해 준 것은 배우들 하나하나의 노력 때문이었다고 본다. 나나 파테카, 아제이 데브건, 아르준 람팔이 절제된 연기로 영화의 격을 높여주고 있다. 배우가 살린 대표적인 볼리우드 영화로 보고 싶다.



 

5. Dabangg


 

 영화 ‘다방(Dabangg)’은 단순히 오락 액션물로 치부하기엔 아까운 작품이다. 최근 ‘카미니’나 ‘Ishqiya’ 등의 영화들에서 우타 프라데쉬(Uttah Pradesh) 지역이 난민과 하층민, 그리고 범죄의 온상이자 정치의 도구로 많이 등장하는데 ‘Dabangg’ 역시 그런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영화의 주인공인 출불 판데이를 비롯해 두 명의 여인을 제외하곤 주요 인물들이 이기적이고 심지어는 자신의 욕망을 위해 살인과 폭력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른다. 비록 그 모습이 심각하기 보단 오락영화로 희석되긴 했지만 정치와 경찰권의 횡포를 안티히어로를 주인공으로 가족이라는 모습 하에 우회적으로 또 우화적으로 그리고 있다.



 


 영화 ‘Dabangg’의 인물들과 사건은 남인도 오락영화에선 종종 볼 수 있는 캐릭터와 내용인데 볼리우드식으로 매끄럽게 변환되고 허를 찌르고 맛깔 나는 대사들과 연기력을 갖춘 볼리우드 중견 배우들의 연기력이 어우러져 영화를 가치 있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인도영화 팬들 사이에서 ‘느끼대왕’으로 낙인찍힌 살만 칸의 독특하고 코믹한 캐릭터가 영화의 맛을 더해주었다.



 

4. Ishqiya


 '옴카라', ‘카미니’ 등의 영화를 만든 볼리우드 범죄영화의 명장 비샬 바드와즈의 수제자이자 공동 각본가인 아비쉑 초베이의 입봉작으로 물건이 하나 나왔다.


 볼리우드 메이저 영화 치고는 20 Crores라는 많지 않은 예산으로 꾸린 이 영화는 기존 볼리우드 영화의 화려함을 기대했다면 작은 소 범죄극에 지나지 않겠지만 적어도 각본의 탄탄함이나 배우들의 열연만큼은 올 해 어떤 영화보다 뛰어나다.



 

 한탕을 노렸으나 덫에 걸린 두 범죄자가 물질적인 욕망과 성적인 욕망을 위해 그들의 옛 동료의 미망인에게 접근하지만 오히려 영리한 그녀에게 압도당한다는 이야기도 재밌지만 무엇보다 그 미망인을 연기한 비드야 발란이 맡은 팜므파탈 캐릭터는 인도식 느와르 영화의 놀라운 변주를 보여준다.

 

 한정된 표현, 한정된 공간, 한정된 자본 속에서 기대하지 못한 것 이상의 결과물을 냈다.

 볼리우드 영화임을 잊고 하나의 영화로 봐주길 원한다면 적극 추천한다.


 

3. Raavanan



 마니 라트남 감독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정말 비싼 실험 하나를 감행했다. 마니 라트남 감독이 액션 감독으로 변신했다는 기대를 안고 영화를 선택한 관객들은 상당한 실망감을 안겠지만 그가 사회를 보는 시선과 영화적인 시도는 절대 변하지 않는다.

 

‘Ayitha Ezhutu’와 ‘Yuva’를 동시에 만들었지만 지금의 ‘라아바난(타밀버전)’과 ‘라아반(힌디버전)’의 분위기와는 다를 것이다.

 라아반은 라마야나에 나온 악당의 이름인데 강자이자 주인공의 역사에서 패자는 당연히 악역으로 묘사되기 마련이다. 마치 영화 ‘300’에 등장한 크세르크세스가 위압적인 전제군주처럼 묘사되는 것과 비교해보면 그럴 만도 하다.

 


 마니 라트남 감독은 같은 이야기를 대사의 생략, 연출의 변화를 통해 같은 이야기도 얼마나 다르게 보이게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나름 비싼 실험을 감행했는데, ‘라아반’에는 공감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라아바난’에선 어느 정도의 개연성을 찾게 되었다.

 영화 ‘라아바난’은 또한 독창적인 영상을 선보이고 있다. 인도영화는 물론 최근 그 어떤 영화에서도 보기 힘들었던 화려하고 독특한 미장센을 선보이고 있는데 공통점은 없을지 모르지만 이명세 감독의 ‘형사’같은 영화도 생각났다. 단순히 극적인 구조의 평이함, 내러티브 부족 등으로 비판받기엔 아까운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2. Love Sex aur Dhokha

 

 


 가끔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가’ 하고 비아냥거림을 듣는 영화들이 있다. 형이상학적이고 관념적인 영화는 그렇다 치지만 ‘Love Sex aur Dhokha (이하 LSD)’ 같이 극적 구조가 명확한 영화들은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결론만 말하면 훔쳐보기에 대한 작가 디바카 배너지의 의식이고, 우리는 그것을 훔쳐보고 있다. 심각하게 포장한 아마추어리즘에 영화가 장난 같아 보일 수는 있다. 몇몇 인영 팬들에겐 관객모독 영화로 낙인찍히기도 했다.

 

 영화 ‘LSD’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어떤 도구를 이용해서 영화를 찍더라도 의식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파라노말 액티비티’같은 영화가 무섭지 않다면 그 영화 자체가 무섭지 않은 것이지 캠코더로 찍었기 때문이 아닐 것이다.




 ‘LSD’가 이야기하려 했던 것은 사실주의고 볼리우드의 허구성을 비웃고 있다. 많은 인도영화 팬들이 샤룩 칸의 영화를 좋아하지만 현실에선 그런 샤룩이 이룬 해피엔딩을 이룰 수 없고 겉으로는 사랑 이야기 같지만 알고 보면 그 남자는 한 번의 성관계를 원하고 있으며, 폭로는 정의의 표현이 아닌 이슈 메이킹과 돈벌이의 연장이다.

 

 물론 관객은 그걸 알고 나서 ‘So What!’을 외친다. 혹자는 이런 모습을 보기 위해 인도영화를 본 게 아니라고 인도영화를 보는 게 아니라고 말하지만 우리나라에 강우석 같은 감독이 있으면 한 편으로 홍상수 같은 감독이 존재하는 게 인도에선 말이 안 되라는 법이 없다.

 사실 이런 영화는 우리나라 감독이 찍어도 비난받기는 매한가지겠지만.

 



1. 3 idiots

 

 


 2010년 한 해는 그야말로 ‘알리즈웰’을 외치는 한 해였다.

 영화라는 매체가 주는 기능은 현대는 오락적인 기능이 심화된 느낌이다. 재미가 없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메시지가 강하거나 미학적인 성격이 강한 영화도 존중되어야 하지만 다른 사람이 많이 봐주기를 바라는 영화라면 그 영화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3 idiots’는 표면적인 재미와 함께 누군가는 이야기해주길 바랐던 이야기를 해 준다.


 서점에 즐비한 처세술책들처럼 요즘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대부분 그 방법이 정해진 모양이다. 명문대학교에 들어가 대기업에 입사해 억대 연봉을 받고 그 부를 내 자손에게 물려주는 것. 물론 그렇게 사는 것도 어렵고 노력을 요한다는 건 이해한다. 하지만 그렇게 살지 않는다고 해서 얼간이(idiot) 취급을 받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영화는 인도의 명문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화의 초반에 학장인 비루는 떨어진 인도의 다른 수재들의 원서를 보여주며 제군들은 일단은 경쟁에서 승리했다고 말한다. 경쟁의 연속에 도태됨을 걱정해야하는 인간은 사회라는 거대한 기계의 노예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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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세 시간에 가까운 시간동안 숱한 에피소드들을 보여주며 관객들을 웃기고 또 울린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해답을 주는 것일까? 결론만 말하면 아니다. 하지만 그 에피소드가 단순히 재미만을 주려고 나타난 것은 아니다. 사실 해답은 없다. 원작자인 체탄 바갓, 각본가이자 감독인 라즈쿠마 히라니가 보여준 것이 해답이라곤 볼 수 없다. 인간은 불완전하고 따라서 그들이 제시한 답이라 할 순 없을 것이다.


 다만 그것은 ‘해답’이라는 말 대신 ‘대안’이라는 말로 쓰인다. 란초가 우주선에서 쓰기 위해 만년필을 개발한 사실을 연필을 쓰면 된다고 비웃지만 비루는 연필을 쓰다 심이 무중력에 떠다니며 기계들을 고장 낼 수 있다고 말한다. 즉 영화는 어떻게 살든 자기 자신에게 후회하지 않는가라고 했을 때 그렇다는 대답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이 정답이라고 말한다. 물론 우리는 영웅을 그리워하기 때문에 천재에 가슴마저 따뜻한 란초에게 더 눈길이 가는 것일 뿐. 하지만 그래도 보고싶다. 그런 인간적인 천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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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언급

 

 개봉시기를 놓쳐 올 해에 보게 된 인상깊은 영화 두 편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Wake Up Sid!


 신인인 아얀 무케르지 감독이 각본, 연출을 맡고 무서운 신예 란비르 카푸르가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개봉당시 인도의 많은 평단으로부터 찬사를 받았던 작품입니다. 일단 철 없는 부잣집 도련님이 집을 나와 자립을 한다는 내용이 끌려 이 영화를 선택했는데요. 시드라는 철부지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한 란비르 카푸르와 신선하고 재미있는 각본이 잘 만난 영화라는 평가를 내리고 싶습니다.



Naan Kadavul 


 마니 라트남이 극찬한 타밀의 작가주의 감독 Bala가 만든 이 작품은 상당히 독특하고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마치 멕시코의 알레한드로 조도롭스키의 영화를 보는 것 처럼 아름다우면서 동시에 과격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이 영화는 자신을 신이라 생각하는 무법자와 신에게 버림 받았다고 생각하는 장애인 천민들의 이야기를 통해 Bala 감독은 구원에 대한 자기 문답을 하고 있습니다. 조도롭스키의 '엘 토포'나 '성스러운 피' 같은 작품을 좋아하신다면 강력 추천합니다. 




Posted by 라.즈.배.리


 2010년에 수많은 영화들이 개봉되었고 또 사랑받았습니다. 영화속의 명장면들은 그 영화의 거울과도 같습니다. Meri.Desi Net은 올 해 가장 인상깊었던 영화속 열 장면을 꼽아봤습니다.


 * 알파벳 순서대로 정했으며 DVD및 블루레이에서 캡춰한 장면을 그대로 실었습니다. 따라서 클릭하시면 원본 사이즈로 보실 수 있습니다.




3 idiots

"I quit"

 


 세 친구들의 신명나는 ‘All Izz well’ 구호를 단숨에 재로 만들어버리는 장면으로 한껏 고조된 관객들의 감정을 순식간에 뒤틀어놓는 장면입니다. 또한 '3 idiots'가 신나고 재미있는 영화지만 동시에 현실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비판적인 의식을 가지는 생각하는 영화라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Dabangg

"Blood Splatting"



‘원티드’에 이어 살만 칸의 남인도풍의 액션을 보여주는 이 영화에서 주인공 출불 판데이가 악당 체디 싱과의 한판 승부를 벌이는데요. 체디가 강력하게 선방을 날리지만 출불이 얼굴에 묻은 비를 체디의 얼굴에 튕겨내며 기선을 제압합니다. 이 장면은 살만 칸의 카리스마가 어우러져 볼리우드 액션 영화의 길이 남을 명장면을 연출해냅니다.



 

Ishqiya

"Thumb Sucking"

 


 올 해 가장 관능적인 장면으로,‘Ishqiya’를 소개할 때면 팜므파탈이 등장하는 시골 느와르라고 이야기하는데 비드야 발란은 전형적인 시골여인의 이미지를 완전히 틀어 볼리우드 뿐 아니라 전원을 배경으로 한 영화의 캐릭터의 전형을 완전히 바꾸어 버립니다. 특히 이 장면은 인물에게 성적인 마력을 주어 다른 인물들을 제압하는 위력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Kites

"Assault in the Rain"

 


 주인공 J가 감정을 폭발하며 총격을 가하는 이 장면은 어쩌면 식상한 슬로우 모션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영화 ‘Kites’가 영화적인 완성도보다는 영상미에 심혈을 기울인 영화라는 점에 있어 상당히 미학적인 시퀀스였다고 보겠습니다.



 

Love Sex aur Dhokha

"Last Scene of Chapter I"

 


 'Love Sex aur Dhokha'의 첫 번째 챕터의 두 주인공은 자신들이 샤룩 칸 영화의 라즈와 심란이 되기를 바랐겠지만 마지막 시퀀스는 영화에서 벗어나 현실을 심하게 깨닫게 해 줍니다. 아무리 인도에서 연애결혼이 늘어났다고 해도 10여 년 전 영화와 여전한 현실은 필름과 비디오카메라 사이에서 그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겠지요.




 

My Name Is Khan

"Repair Almost Anything"

 




 대통령을 만나 자신의 메시지를 전하려는 주인공 리즈완이 여행을 위해 돈을 버는 수단으로 다른 이들의 고장 난 기계들을 고쳐주지만 사실 고치려 했던 것은 사람들의 무슬림에 대한 의식이었을 것입니다.





Once Upon A Time In Mumbaai

"Pee Loon"


 

 
  투박하고 다듬어지지 않은 악(惡)을 지닌 주인공 쇼아입에게 유일하게 인간적인 감성이 남아있다면 바로 이것일 것입니다. 창 밖에 서로 손을 맞대고 교감하는 이 장면과 노래 'Pee Loon'으로영화 'Once Upon A Time In Mumbaai'는 감성적인 갱스터물이 어색하지 않고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런 장치를 사용합니다.



 

Pyaar Impossible

"Disguised Alisha"

 


 패션리더에 차가운 볼리우드 여인의 전형인 프리얀카 초프라에게 전혀 없던 이미지를 만들어낸 이 시퀀스는 한 여배우에게 기대하지 않은 변신에 대한 즐거운 목격을 하게 만듭니다. 이 장면에서 만큼 프리얀카 초프라는 다소 오덕스러운 모습에 철저히 빙의되는데요. 이런 어쩌면 이벤트성 강한 장면에서도 이 배우의 디테일한 연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Raajneeti

"Last Scene"

 


 어떤 장면인지는 자세히 묘사하지 않겠지만 이 장면은 정치적인 비극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승자와 패자가 명확히 갈리는 세계에서 과연 이 둘의 관계는 단순이 적이었고 욕망을 위해서는 누군가가 희생해야 한다는 결말이 이 영화의 비극적인 모습을 크게 부각시킵니다.



 

Raavan

"Cigarett Burn"

 


‘Raavan’에는 독특한 미장센들이 나타나는데요. 마치 자연다큐를 보는듯한 인도의 정글을 보여주는 것을 예로 들 수 있겠지만 실내장면에 있어서도 밝은 조명을 사용하여 그 안의 사물이나 인물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경관이 비라 일당과 인질이 된 아내 라기니의 사진이 담긴 신문에 담배자국을 내는 장면인데 이 장면이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Posted by 라.즈.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