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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7.31 'Shaitan' 발리우드 뉴웨이브로의 도약

 

 

 


 영화 ‘보니와 클라이드’는 얼핏 보면 낭만주의 범죄자들의 멜랑꼴리한 이야기로 오해받기 십상이지만 실제 영화 속에서 주인공들에게 잘 풀리는 순간은 거의 없습니다. 의도된 연출인지는 모르겠지만 범죄의 달콤함보다는 범죄자의 몰락에 대한 경각심을 보여주려 했던 교묘한 계몽영화였을지도 모르죠.


‘보니와 클라이드’는 멋진 영화고 나름 훌륭한 요소를 지닌 영화라고 평가하고 싶지만 요즘은 그렇게 만들면 문법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촌스러워서 좋은 평가를 얻기 힘들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런 ‘보니와 클라이드’같은 영화들은 요즘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을까요?

 

 


 정답은 없겠지만 아마 ‘Shaitan’같은 영화가 그런 영화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버릇없고 멋대로 구는 것을 좋아하는 다섯 명의 젊은이들, 사회적으로 민폐만 끼치는 이들에게 몰락의 순간이 찾아옵니다. 사고로 사람을 치게 된 이들은 아무도 이들을 목격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몰래 현장을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갑니다.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자신들 때문에 사람이 죽었다는 것에 대해 이들은 잠시나마 죄책감을 갖지만 이들을 그냥 놔둘 리 없죠. 사망 사고를 조사하던 한 부패경찰에게 덜미가 잡혀 이들은 위험한 거래를 하게 됩니다. 25만 루피를 내느냐 아니면 법의 심판을 받느냐.

 영화는 이런 상황의 연속입니다. 타인을 생각하기 보다는 이기적으로 살아온 잠재적 소시오패스들의 위기감을 냉소적으로 보여줍니다. 거창하게 꾸민 범죄가 위기감으로 다가오는 순간에도 제일먼저 걱정하는 건 자기 자신이겠지요. 하긴, 만약 “그래 우리가 잘못한 거야. 죄 값을 받아야 해.” 따위의 말을 얼버무린다면 요즘의 관객들에겐 닭살 돋는다는 비아냥거림을 받겠죠. 하긴 이들이 영화 속에서 보여준 면모와 비교했을 때 개연성도 없어 보이구요. 현명한 선택을 하지만 그럼에도 왠지 씁쓸합니다.

 



 감독인 비조이 남비아르 감독은 ‘블랙 프라이데이’, ‘Dev.D’ 등의 작품으로 발리우드 뉴웨이브 감독 대열에 오른 아누락 카쉬압 감독에 의해 발탁되었습니다. 작년 그가 발굴한 ‘Udaan(국내엔 ’로한의 비상‘이란 제목으로 공개)’의 비크라마디티야 모와네 감독에 이어 두 번째로 아누락의 지원을 받은 감독으로 그가 쓴 각본은 2년 만에야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11 Crores라는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꽤 신선하고 높은 퀄리티의 영화를 뽑아냈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인도영화를 통틀어 가장 실험적인 영상을 보여주는 영화 ‘Shaitan’은 사실 많은 광고나 뮤직비디오, 실험 영상들을 레퍼런스로 삼고 있습니다. 영화 초반 또 다른 주인공인 아르빈 형사의 등장은 요나스 오커런드 감독의 역작인 Prodigy의 ‘Smack the bitch up’을 연상케 하는데 꽤 흥미롭습니다. 혹자에겐 개성이 없고 과잉으로 치부될 수 있겠지만 사실 요즘 영화, 인도영화를 떠나서 어떤 새로운 개념을 도입한다든지, 실험을 한다든지, 문법을 새로 정의한다든지 하는 모습을 잘 만나기 힘들었습니다.

 이를테면, 만약 대런 애로노프스키의 ‘블랙 스완’같은 영화가 영상 실험 세대가 마구 영화계에 유입되던 당시에 만들어졌다면 뉴웨이브를 주도하는 작품 중 하나가 되었거나 혹은 아류로 금방 잊혀지는 작품이 되었겠지요. (저는 그래도 전자에 가까운 영화라고 봅니다만)

 많은 이들이 납득할만한 ‘이야기’를 갖추고 하나의 ‘도전’을 감행한다는 것은 높이 평가할 일입니다. 물론 둘 중 하나만 건진 영화들, 감독들이 있고 두 분야 모두 실패한 경우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최근 물량공세로 개성 없는 영화를 찍어내는 세계 메인스트림 영화계에 아직도 이런 도전이 있다는 것은 희망적인 일이죠.

 

 



 대부분 신인이지만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배우들도 눈여겨 볼 만합니다.

 영화를 거의 주도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칼키 코츨린의 경우 지난 2010년 Filmfare에서 연로한 연기파 배우들을 제치고 여우조연상을 수상했을 때 조금 지나치다는 평가를 내렸던 적이 있습니다. 그녀가 데뷔작인 ‘Dev.D’에서 보여준 연기는 표현력은 좋았지만 외국계 배우들의 한계점인 발성 부분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이 영화에서는 그녀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배우로서의 많은 단점들이 보완됩니다. 무엇인가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모습이나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표현은 아직 ‘Dev.D’때의 찬드의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지는 못하지만 연기에 대한 많은 노력이 묻어나고 있는 것 같은데 제작자(이자 남편인) 아누락 카쉬압의 지도가 빛을 발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웬지 아베이 데올을 닮은 닐 부팔람, 마히 길을 닮은 키르티 쿨하리는 아누락의 전작 ‘Dev.D’를 생각나게 하지만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되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Shaitan’은 영화 제목답게 어떠한 위기상황에서도 많은 이들을 생각하기 보다는 끝까지 이기적인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를 바라보는 우리들은 비록 가상의 인물들이기는 하지만 인간으로서 그들을 동정할 수도 있고 고소하다고 냉소를 보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 영화 속 총격씬에서 데브 아난드가 주연을 맡은 영화 1960년 영화 ‘Kala Bazar’의 ‘Khoya Khoya Chand’라는 노래의 리믹스가 흘러나오는 시퀀스는 영화의 백미로 꼽고 싶습니다. 아무리 서구적인 스타일의 영화라도 발리우드의 음악적인 요소를 거부할 순 없는 것이죠.

 * 얼마나 팔릴지 모르겠지만 블루레이로도 나와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인도 영화들은 계속 블루레이들이 출시되는데 발리우드는 몇 달 째 정지상태인듯.

 * 국내엔 '로한의 비상'으로 소개된 영화 'Udaan'의 주인공 라잣 바메차가 등장해서 좋은 연기를 보여줍니다. 약간 임란 칸 비슷하게 생긴 친구인데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됩니다. 지금은 악쉐이 쿠마르와 존 아브라함의 영화 'Desi Boyz' 촬영중이라고 하네요.

 

 


Posted by 라.즈.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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