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올 해도 개봉작, 미개봉작 10편씩을 뽑아봤습니다.

 예전만큼은 영화제나 시네마테크에 잘 안다니다 보니 올 해는 흥미 위주의 작품들이 많이 선정되었다는 생각이 드는데 한 편으론 제 취향이 독특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 국내 개봉작 >>

 

 

#1


Social Network



 

 이 영화를 극찬하는 이들은 숨막힐 듯한 연출력, 속도감과 드라마를 극찬하지만 사실 평론가적 기질을 버리고 봐도 사람 사이의 네트워크에 관련된 이런 저런 모습들을 오랫동안 그리고 많이 봐 온 나로서는 누군가 인간관계에 대한 문제를 다뤄주기를 바라왔었고 비슷한 영화들은 많지만 이렇게 재미있고 심도있게 다뤄진 영화는 아마 훗날에도 이 영화만 기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가공되었긴 하지만 실화라는 사실이 놀라운데 과묵하지만 생각을 알 수 없는 ‘천재’와 영악한 ‘비즈니스맨’ 근면하지만 재능은 없는 ‘친구’ 그리고 그들과 얽힌 여러 사람들의 면모와 그들의 이런 행동은 왜 이렇게 되었을까에 대한 모습을 보는 것들이 재밌었다. 
 잠깐, 인물과 그에 얽힌 사람들의 구조를 보는 것은 다른 영화에도 익히 있는 구조인데 왜 이 영화만 재미있게 보았을까? 마크 주커버그라는 거물의 실화를 다룬 이야기라서? 물론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단순히 이 영화는 그런 가십에 집중하는 편은 아니다.


  내가 본 ‘소셜 네트워크’ 속의 마크 주커버그는 마치 감독 데이빗 핀처를 바라보는 시선과 같았다 완벽해서 재수 없는 차가운 천재의 모습, 그 때문이었는지 그의 영화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지만 한 편으론 정교한 기계를 보는 것 같았지 따뜻한 파이의 냄새를 맡는 느낌은 아니었다고 본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의 영화에서, 물론 있긴 했지만, 기술적인 혁신이나 완벽함 보다는 오히려 인간사이의 문제도 잘 다루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점에서 ‘소셜 네트워크’를 올 해 최고의 영화로 올리고 또한 데이빗 핀처 감독에게 감사하고 싶다. 어떻게 보면 이 영화에서 표현된 사람들의 아름답고 추한 관계 우리가 모두 한 번 쯤은 겪었을 모습들이다. ‘소셜 네트워크’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 아니었을까.



 


 

#2

Un prophete



 

‘예언자’는 단순히 범죄 영화 정도로 그려지기 쉽지만 백지 상태의 한 사람이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지적인 재미가 느껴지는 영화다.



  이 영화는 범죄영화의 모습을 하고 있긴 하지만 학습과 그 활용이라는 측면에 있어서 장르영화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는 작품으로 감각적인 영상과 음악은 동시대의 관객을 만족 시킬 뿐 아니라 ‘대부’를 잇는 하나의 클래식으로 자리 잡을 무서운 영화다.

 


 

#3

Inception



 

 꿈에서 꿈으로 들어가는 많은 영화들이 있었다. 그 많은 꿈속의 연기자들의 활약을 그린 영화들이 임무수행에 집중이 되어 있었던 반면 ‘인셉션’은 하나의 가정을 위해 꿈에 대한 개념을 정리해 나간다.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고 정말 나오려면 기술이 꽤나 멀듯한 이 이야기는 실제 코딩(꿈에 들어가는 것)에 대한 교본처럼 그려지고 있는데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그것을 잘 펼쳐낸다.



  ‘인셉션’이 잘하고 있는 것 또 한가지는 방금 언급한 ‘교본’의 역할이다. 다분히 철학적이고 작가주의적인 영화는 현학적인 상징과 은유를 등장시키고 개념을 정의해 이론서처럼 포장할 것이다. 그리고 ‘인셉션’ 이전의 코딩을 다룬 영화들은 등장인물들의 미션 자체에만 집중해 오락적인 요소를 드러내겠지만 ‘인셉션’은 그 두가지를 적절히 잘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4

Daybreakers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의 기초적인 도식화에 식상함을 느낄지 모르지만 오랜만에 등장한 고딕 호러라는 점이 반가웠고, 현대 사회를 우화적으로 그린 영화라는 점에서 상당히 주목할만한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만약 우리가 피를 필요로 하는 뱀파이어고 오늘과 내일의 생존을 거는 시기에 우리의 기존 삶에 혁신을 가져 올 것을 찾지 못한다면 종말은 외적 요인이 아닌 내부적인 갈등에 의해 이루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이 영화는 정말 ‘호러’가 맞다.

 

 

#5



 

 아름답게 살고 싶지만 아름답지 않은 세상을 사는 한 낭만주의적인 노인의 이야기를 그리는데 불안한 사회의 불안한 주인공이라는 설정은 이제 약간은 식상한 설정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창동 감독은 자신의 문학적인 노련함으로 충분히 아름답고 또 사회적이며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가슴 뭉클하게 만드는 영상시 한 편을 스크린에 써 내려갔다. 하지만 상처를 받을 아름다운 사람들의 생각에 너무 가슴이 먹먹해진다.

 



#6

부당거래




 이상하게 잘 만든 영화일수록 부조리한 사회에 중지(中指)를 날리기 보다는 현실에 씁쓸한 수긍을 하게 만든다는 생각이 든다. 약자를 업신여기는 범죄영화들도 그렇고 이 영화 역시 그렇다. 하지만 모두가 자신에게 즐겁지 않으면 귀를 막아버리는 사회에 ‘부당거래’는 철저히 재미로 부당한 현실의 모습을 만화경처럼 보여준다.

 

 

#7

Up in the Air



 

‘사람을 안다는 것’에 대한 떠돌이 남자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그린 수작으로 보는 이들의 뒤통수를 치는 대사들이 일품인 영화다. 이런 영화들이 가르쳐주는 진리는 역시 사람 사이의 관계 형성이 가장 어렵고 쉽게 할 수 있는 것들도 자신의 의지 때문에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끔 자명한 진리도 이야기해주면 더 빛난다는 것!

 

 

#8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박흥용의 원작을 보지 못했지만 화려한 액션과 해학적인 각본이 조화를 이룬 멋진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는 단순히 황정학과 이몽학의 대결이 아닌 목적 없이 (혹은 목적을 숨기고)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의 비극을 그리고 있다. 그들의 지극히 개인적인 열정이 충돌하고 그것이 보여준 쓸쓸함은 사실 대중들이 즐거워 할만한 내용은 아니었다고 본다. 마치 느와르 영화의 정서를 느끼게 한 잘 만든 무협극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9

된장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와 비교되었지만 개인의 어떤 천재성보다는 ‘된장’이라는 것의 의미를 시각적으로 전달해주고자 했던 초현실적인 영화로, 영화속에서 마이크로이즘이나 나노이즘에 매력을 느끼는 (나같이)특이한 관객들에겐 흥미로운 영화일 수 있다. 안타깝게 이런 영화들은 큰 틀을 놓치고 헤매는 경향이 있지만 ‘된장’이 주는 정서에 초점을 맞추고 조각난 단서를 찾아가는 스릴러가 아닌 단서가 주는 향취에 집중하면 조금 더 재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10

Centurion



 

 닐 마샬 감독의 거친 숨결이 느껴지는 작품으로 역사적 미스테리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사실 ‘디센트’를 더 큰 무대로 옮기면서 상대방을 괴물이 아닌 숙명적인 존재로 그리면서 이들의 관계에 장난을 치고 있다. 원초적이기는 하지만 전쟁과 같은 절명의 상황에 놓이는 것에 대한 체험을 해 보고 싶은 사람들은 이 영화를 추천한다. 그리고 영화는 더 나아가 그런 불안 속에서도 지킬 것들을 이야기해준다.

 

   

<< 국내 미개봉작 >>

 

#1


3 idiots



 

 2009년 1위 작품인 사부 감독의 ‘게어선’과 함께 ‘왜’라는 것에대해 적어도 나에게는 큰 해답을 준 작품으로 영화에 대한 내 대답은 ‘알리즈웰(All Izz Well)’이다.


  서점에 즐비한 처세술책들처럼 요즘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대부분 그 방법이 정해진 모양이다. 명문대학교에 들어가 대기업에 입사해 억대 연봉을 받고 그 부를 내 자손에게 물려주는 것. 물론 그렇게 사는 것도 어렵고 노력을 요한다는 건 이해한다. 하지만 그렇게 살지 않는다고 해서 얼간이(idiot) 취급을 받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영화는 인도의 명문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화의 초반에 학장인 비루는 떨어진 인도의 다른 수재들의 원서를 보여주며 제군들은 일단은 경쟁에서 승리했다고 말한다. 경쟁의 연속에 도태됨을 걱정해야하는 인간은 사회라는 거대한 기계의 노예가 되어버렸다.


  그 세 시간에 가까운 시간동안 숱한 에피소드들을 보여주며 관객들을 웃기고 또 울린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해답을 주는 것일까? 결론만 말하면 아니다. 하지만 그 에피소드가 단순히 재미만을 주려고 나타난 것은 아니다. 사실 해답은 없다. 원작자인 체탄 바갓, 각본가이자 감독인 라즈쿠마 히라니가 보여준 것이 해답이라곤 볼 수 없다. 인간은 불완전하고 따라서 그들이 제시한 답이라 할 순 없을 것이다.


 다만 그것은 ‘해답’이라는 말 대신 ‘대안’이라는 말로 쓰인다. 란초가 우주선에서 쓰기 위해 만년필을 개발한 사실을 연필을 쓰면 된다고 비웃지만 비루는 연필을 쓰다 심이 무중력에 떠다니며 기계들을 고장 낼 수 있다고 말한다. 즉 영화는 어떻게 살든 자기 자신에게 후회하지 않는가라고 했을 때 그렇다는 대답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이 정답이라고 말한다. 물론 우리는 영웅을 그리워하기 때문에 천재에 가슴마저 따뜻한 란초에게 더 눈길이 가는 것일 뿐.



 

 

#2

告白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이 이번에도 물건 하나를 뽑아냈다. 한정된 공간과 인물들 만으로도 상당히 시각적이고 청각적으로 영화에 몰입하는 효과를 끌어내는 이 작품은 충격적인 소재의 이야기를 정말 소름 돋게 하고 있다.

  테츠야 영화의 장점은 배우들을 상당히 잘 살려내고 있다는 것인데 창백할 정도로 건조하고 공포스러운 마츠 다카코와 무서운 신예 오카다 마사키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사건 못지않게 인물의 변화와 그들의 행동에 주목하게 만드는 영화인만큼 감정선을 완벽하게 표현해야 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는 이 두 주인공은 놀랍게도 그들의 역할을 소화해 냄으로서 오히려 배우의 후유증을 걱정해야 하는 지경이다. 마치 ‘악마를 보았다’의 최민식처럼.




  잘 만든 소설을 원작이 트렌드인 일본영화에서 ‘고백’이 주는 의미는 흥행 이상일 것이다. 등급이나 이야기에 관계없이 잘 만든 영화에 관객들이 찬사를 보인다는 것에서 하나의 희망이 보인다. 조만간 우리나라에서도 만날 수 있다하니 기대하시길.

 


 

#3

Mr. Nobody




 자코 반 도마엘이 오랜 시간 고뇌했지만 이미 찰리 카우프만 같은 작가들이 그 세계를 형성해 놓았기에 다소 식상해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심각한 철학으로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하지는 않는다. ‘사랑의 가능성’에 대한 한 남자의 소고는 누구의 스타일과 비교하기는 억울한 도마엘 감독의 노력이다. 너무도 경쾌한 ‘Mr. Sandman’이 슬프게 들리는 영화.

 

 

#4

стилаги(Hipsters)




 러시아에도 격동의 시대가 있었을까? 마치 ‘헤어스프레이’가 세대의 고정관념에 반항했듯 이 영화는 서구의 문물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졌던 러시아 사회를 비판한다. 어떻게 보면 단순히 목표의식 없이 문화를 즐기는 낙천적인 인물들의 일방적인 반항의 모습과 사회 인식이 영화속에서 줄타기처럼 그려지지만 시종일관 유쾌함을 잃지 않는다. 영화는 오히려 ‘철들었음’이라는 이름의 변절 보다는 그런 낙천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아니었을까?

 

 

#5

維多利亞壹號 (Dream Home)



 

‘이사벨라’를 만든 팡호청은 원래 하려던 이야기를 숨기고 엉뚱한 것을 보여주는 스타일의 영화를 만드는 감독인데 ‘드림 홈’은 정말 웃기면서도 충격적이다. 마치 ‘사회성’을 ‘지닌 데드 얼라이브’랄까 홍콩의 한 막장여인의 이야기 같지만 서브프라임 사태나 재개발, 하우스 푸어 등의 사태를 지켜보는 우리에게 이 우화가 낯선 이야기는 아닌듯 하다.

 

 

#6

Love Sex aur Dhokha



 

 올 해 볼리우드에서 튀어나온 가장 희한한 영화로 상당히 싸구려의 느낌을 주려하고 영화속 인물과 영화를 보는 관객 모두를 조롱한다. 바로 지극히 ‘개인적인’ 영상장비들을 통해 말이다. 영화의 카메라들은 영화속에서 사실을 훔쳐봄으로서 관객이 기대했던 볼리우드식 해피엔딩의 진실을 냉정하게 비트는 진실의 카메라고 이에대한 반응은 ‘Wow’ 아니면 ‘So What!’일 것이다. 물론 ‘So What!’ 쪽이 더 많긴 했지만.

 

 

#7

Raavanan



 

 데칼코마니는 가운데를 접어 대칭의 그림을 만드는 기법이지만 그 왼쪽과 오른쪽이 같은 것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라아바난’(타밀판)은 못난 쌍둥이인 '라아반'(힌디판)에 대한 마니의 숨겨진 대답이랄까. 사람들이 어떤 인물이나 사건을 보는 시각을 비틀고자 했던 그는 이렇게 자신의 이름을 걸고 정말 비싼 실험 하나를 감행했다.

 

 

#8

惡人



 

 사건의 진실보다 무서운 사람의 편견에 대해서 츠마부키 사토시, 후카츠 에리, 키키 키린같은 멋진 배우들이 생애 최고의 열연을 펼치고 있는 영화로 또한 스릴러의 분위기와 함께 사랑이야기를 어색하지 않게 표현하고 있는 작품으로 보여주는 영화마다 성장하는 모습이 느껴지는 이상일 감독의 연출력또한 볼 만 하다.

 

 

#9

Shadow



 

 비록 도식적이고 기초적인 은유기는 하지만 전쟁에 대한 참상을 공포영화적인 감수성에 담아낸 고통 체험영화로 감독은 80분동안 악마적인 고문과 절망과 희망의 계속적인 이미지와 느낌들을 영화속에 던져내고 있는데 그 면모가 상당히 효과적이다. 앞으로의 작품 활동이 기대되는 호러영화 감독.

 

 

#10

Ishqiya



 

 물질적인 욕망과 성적인 욕망을 가지고 한탕을 노린 두 범죄자의 이야기로 전원을 배경으로 팜므파탈이 등장하는 시골 느와르라는 우아한 영화. 인도의 작가감독 비샬 바드와즈의 수제자 아비쉑 초베이의 이 놀라운 데뷔작은 한정된 표현, 한정된 공간, 한정된 자본 속에서 기대하지 못한 것 이상의 결과물을 냈다.



 매 년 영화 관람 편수가 줄어들고 있어 영화적인 호기심은 많이 줄어든 것 같지만 편 수 못지않게 깊이있는 관람과 자기 색채가 확실해 진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드네요. 여러분들은 2010년 한 해 좋은 영화들 많이 보셨나요?

그럼 2011년도 좋은 영화와 함께 하시길




Posted by 라.즈.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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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영화 전문 블로그 Meri.Desi Net의 시즌 1을 마감하며 준비한 오늘 순서는 바로 볼리우드에서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감독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우리 영화와 감독들입니다.


 들어가기 앞서 우리의 감독들과 작품을 소개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국내 저작권이 있는 이미지들을 쓰게 되었습니다. 몇몇 월드 스타 감독님들은 다행이 외국 사이트에서 가져올 수 있었지만 행여, 혹 이 글을 보시게 되고 당사자 분이 불편해 하신다고 하거나 사진의 권리를 가지고 계신 분이 이 사진을 쓰지 않기를 원하시면 이미지를 삭제하거나 다른 이미지로 교체하는 방향으로 바꾸도록 하겠습니다.



 이 포스팅은 인도영화에 대한 작가적 시각으로의 접근과 이를통해 인도영화에 대해 멀게 느낀 분께는 접근의 폭을 넓히고 인영팬들에겐 다양한 시각을 제공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포스팅에 소개되는 감독님들은 꼭 제 선호도에 의해 뽑힌 것은 아니고 인도와 우리나라에서 각각 두드러진 활약을 보인 분들 중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하는 작가와 영화를 꼽은 것입니다. 분명 이 포스팅에 소개되지 않은 다른 감독님들께는 죄송한 말씀 올립니다. 제가 싫어서 누락시킨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마니 라트남 - 시(2010)


 마음이 여리고 약한 주인공과 주인공을 둘러싼 사악하기 보다는 ‘부조리’한 세상. 영화 ‘시’는 개인과 사회와의 관계를 상당히 날카롭게 보여주고 있는 작품으로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했습니다. 물론 모 기관에선 0점이라는 처참한 점수를 주었는데 말이죠.


 언제나 사회 문제를 정면으로 내세우고 인물의 선과 악에 대해 자기 주관이 뚜렷한 마니 라트남 감독에게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를 추천해 주고 싶습니다. 단지 영화 ‘시’는 대한민국에서만 일어난 이야기에 지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과거 ‘봄베이’같은 영화들이 그랬듯 무슬림과 힌두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양극화되고 편견으로 가득한 세계를 순수한 개인을 통해 그리려 했던 마니 라트남이라면 이 영화를 관심 있게 보지 않을까요.


 

마니 라트남과 이창동


 마니 라트남 감독과 이창동 감독은 각각 인도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작가주의 감독이며 전문적으로 영화를 공부한 인물도 아니라는 점과 자신의 작품들이 영화제를 통해 많이 알려지는 감독으로 이것은 작품성이 높은 작품들을 만드는 감독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두 감독은 배우들을 잘 다루는 감독으로 이창동 감독은 설경구를, 마니 라트남 감독은 아비쉑 밧찬을 배우로 성장시켰다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한 편 완벽주의를 기하다 보니 배우들을 지치게 할 때도 있는데요. 이창동 감독 같은 경우는 설경구에게 같은 씬의 연기를 여러 번 반복 시켰다는 이야기가 있고 마니 라트남 감독의 경우는 영화 ‘라아반’에서 아비쉑 밧찬과 비크람에게 위험한 연기를 시켜 촬영장에 긴장감을 주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데요. 배우들은 완벽주의자를 만나 촬영 때는 고생하지만 한 편으론 그 배우들을 주목받게 하고 최고의 영화를 만들어내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안타깝게 두 감독은 자국에서의 명성과는 달리 영화 흥행 운은 없는 편인데요. 하지만 늘 존경받고 다음 작품을 기다리게 하는 작가 감독으로 팬들에게 남아있습니다.



 

아쉬토슈 고와리케 - 태극기 휘날리며(2003)


 어떤 나라에 시련이 있었다는 역사는 한 편으론 그것을 잘 극복했음을 보여줍니다. 몽골의 침공이 한족들을 위협했을 당시 나관중은 ‘삼국지’라는 방대한 역사 소설을 통해 그런 것들을 잘 보여주었죠.


 비록 외국인들이 자랑스러운 우리의 모습보다 ‘6.25 전쟁’같은 것들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 섭섭하긴 하지만 강제규 감독은 ‘쉬리’와 ‘태극기 휘날리며’를 통해 분단국가의 모습을 통해 한민족의 이야기를 세계에 보여준 유일한 감독으로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인도에도 이런 ‘민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감독이 있습니다. ‘라간’, ‘조다 악바르’ 등 만드는 영화마다 큰 스케일이 느껴지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 아쉬토슈 고와리케 감독에겐 대한민국의 강제규 감독의 영화가 눈에 들어올 것입니다.

 그 중 ‘태극기 휘날리며’ 역시 한 시대를 배경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스타 배우와 거대한 스케일이 느껴지는 영화여서 소위 시네마스코프적인 영상을 보여주고자 노력하는 고와리케 감독에게 적절한 선택일 것입니다.



 

아쉬토슈 고와리케와 강제규


 고와리케의 영화엔 ‘민족성’이라는 것이 담겨있습니다. 그의 영화엔 각기 다른 배우들이 출연하고 그려지는 시대역시 대부분 다르지만, 그의 영화는 거대한 스케일과 민족의식이라는 것, 두 가지를 담고 있죠.


 강제규 감독은 비록 자신의 영화는 헐리웃의 기술을 표방하고 있었지만 그 속에는 민족성을 담고 있었습니다. 가끔은 너무 표면적이고 계산적으로 드러나 그런 마케팅을 싫어하는 영화 팬들의 반감을 사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세 편의 영화 ‘은행나무 침대’,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를 통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감독이 되었습니다.

 이런 점은 고와리케 감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인도의 식민지 시대를 다루었던 ‘라간’이나 인도 역사의 가장 빛났던 시절의 이야기를 그린 ‘조다 악바르’, 계급과 민족구제로 제목부터 민족성을 나타낸 ‘스와데스’ 같은 작품들에 그런 모습들이 크게 반영이 되었습니다.


 유럽이나 미국 같은 서구에서도 이런 영화를 보여주는 감독은 있겠지만 유달리 최근 중국의 펑샤오강이나 태국의 차트리렐름 유콘 등 아시아에는 자신의 민족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주고자 하는 감독들이 많이 활약하는 것 같습니다.

 고와리케는 이제 부다(Buddha)를 강제규 감독은 2차 대전 징집된 한국인을 다루는 대작을 준비 중인데 비슷한 시기에 선보이는 두 영화, 과연 어떤 영화가 나올 지 기대됩니다.



 

산제이 릴라 반살리 - 형사(2005)


‘데브다스’의 색채는 전반적으로 붉은 톤이 강하고 ‘블랙’에서는 영화 제목답게 검은 빛과 푸른빛이 주로 영화 속에서 사용됩니다. 최근 만든 ‘Guzaarish’는 컴퓨터 그래픽 같고 안개 같은 하얀색 빛이 인물들을 감도는데요. 이런 색채를 통해 영화를 보여주는 산제이 릴라 반살리 감독에겐 어떤 감독의 작품이 어울릴까 생각한 결과 저는 주저하지 않고 2005년 이명세 감독의 ‘형사’를 꼽았습니다.


‘데브다스’가 비극적인 사랑을, ‘블랙’같은 영화가 장애를 극복한 인간을 보여주는 듯 하지만 사실상 반살리 감독에게 스토리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영화를 더 많이 보여주고자 하는 매개체였을 뿐 그의 영화는 내러티브 보다는 형식미에 더 집중을 한 모습을 많이 보입니다. 그 때문인지 2007년 ‘사와리야’가 개봉되었을 때 많은 이들이 반살리 감독에 대한 실망감을 표현했지만 지금까지 그가 보여주고자 하던 세계를 더 작가주의적으로 표현했을 뿐 언젠가는 감독이 선보이고 싶어 했던 영화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산제이 릴라 반살리와 이명세


 이명세 감독의 문법은 늘 독특했습니다. 대부분 인물과 인물의 관계나 사건을 각본보다는 미장센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감독이었는데요. ‘인정사정 볼 것 없다’는 독특한 영상미로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았고 이후 ‘형사’와 ‘M’을 통해 그의 화면담기는 초현실주의를 향해 갑니다. 때문에 ‘형사’같은 영화는 내용이 엉망인 최악의 영화라는 평가를 들었죠. ‘M’의 경우는 이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세계를 더 심화시켰죠.

 

 물론 이명세 감독이 추구하는 영상이 독특한 편집 기법을 통한 초현실주의라면 반살리 감독은 세트를 활용한 귀족적인 미장센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반살리 감독은 이명세 감독의 영화보다는 류성희 미술감독이 참여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가 더 끌릴 수도 있을 것 같지만 반살리 감독이 단순히 장치만의 장면연출을 추구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이명세 감독의 연출은 새로운 경험으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카란 조하르 - 내 사랑 내 곁에(2009)


 2009년 김명민, 하지원이 주연한 ‘내 사랑 내 곁에’를 보았을 때 만약 샤룩 칸이 김명민이 했던 역할을 맡게 된다면 꽤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미 ‘DON’에서 혼수상태(!)를 보여준 적도 있고 ‘내 이름은 칸’의 리즈반처럼 결함을 가진 사람을 연기하면서 연기변신을 꿈꿨던 걸 보면 말이죠.


 하지만 감독은 누가 좋을까 고민했습니다. 만약 맡게 된다면 카란 조하르 감독은 어떨까 하고 생각해봤습니다. 물론 샤룩을 누구보다 잘 아는 감독이기 때문도 있지만 관객들에게 감정을 잘 어필하는 감독이기도 하죠. 또한 카란의 영화가 주인공을 중심으로 주변인에 대한 시선을 잊지 않는다는 점에서 ‘내 사랑 내 곁에’는 두 주인공뿐이 아닌 병실을 배경으로 여러 사람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카란 조하르와 박진표


‘너는 내 운명’같은 영화도 그랬지만 어쩌면 극한의 신파라고 할 수 있는 관객을 대상으로 한 감정선의 자극에 있어서 카란 조하르 역시 일가견을 보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에는 많은 사랑 이야기가 있지만 볼리우드 메이저 영화, 특히 카란의 영화는 영화 속의 사건들이 명확하고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좋은 소재를 이용합니다. 이를테면 가족을 등지고 사랑을 선택하는 이야기(‘까비 꾸시 까비 감’)나 불륜(‘까비 알비다 나 께흐나’)같은 이야기 말이죠.

 

 박진표 감독은 ‘그 놈 목소리’를 제외하곤 데뷔작인 ‘죽어도 좋아’ 이후부터 모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진하게 그려냅니다. 어떻게 보면 박진표 감독에게 있어 ‘그 놈 목소리’는 카란 조하르의 ‘내 이름은 칸’ 같은 역할을 하고 있죠. 관객들에게 기막힌 사연이 담긴 사랑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맞아 떨어졌는지 두 사람의 영화는 지금까지 네 편이 만들어졌고 모두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도 말 할 것 없죠.

 

 또한 은근히 영화 속에 사회성을 드러냅니다. 카란 조하르는 주로 NRI(비 거주 인도인, 즉 교포)를 소재로 인도인의 정체성을, 박진표 감독은 에이즈 환자에 대한 편견, 자본과 사랑 사이의 갈등을 영화의 사랑이야기를 통해 표현하려 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두 감독 모두 다음엔 어떤 작품이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카란 조하르의 영화 ‘Agneepath’는 카란의 영화 중 가장 어두운 영화가 될 것 같고, 박진표 감독은 늘 어두운 그늘 아래 놓인 연인들을 그렸으니 말이죠. 그러나 어떤 영화를 만들어도 두 감독은 이전처럼 또 이슈를 만들 것 같다는 생각은 드네요.



 

비샬 바드와즈 - 타짜(2006)


 도박은 언제나 범죄를 부르는 세계로 멋진 범죄영화들은 도박이라는 소재를 많이 이용했습니다. 닮은꼴은 아니지만 비샬 바드와즈의 ‘카미니’는 스탠리 큐브릭의 ‘킬링’을 생각나게 하고 최동훈 감독의 ‘타짜’는 장 피에르 멜빌의 ‘도박꾼 밥’을 생각나게 합니다.


 왜 그런가 생각해보면 역시 눈먼 돈이 등장하고 이에 따른 사람들의 그릇된 욕망이 나타나기 때문이겠지요. 영화 ‘카미니’의 찰리가 그랬듯 견물생심이라고 돈은 악마 같은 것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찰리의 기타 케이스나 고니의 돈가방은 ‘이런 바닥에서 결국 마지막에 갖는 사람이 임자’ 라는 진리를 보여주지만 영화에선 묘한 변수들을 보여줍니다.


 

비샬 바드와즈와 최동훈


 비샬 바드와즈와 최동훈 감독은 ‘범죄영화’만으로 각국을 대표하는 감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다양하지만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등장하고 스타 배우들을 다루는 솜씨 못지않게 연기파 배우들을 발굴하는 노련한 안목도 가지고 있습니다.


 두 감독은 맛깔 나는 각본 못지않게 대사를 잘 쓰기로도 유명합니다. 물론 많은 분들이 아는 최동훈 감독의 대사들, 비샬 영화의 대사들이 비속어가 들어가 굳이 쓰진 않겠습니다만 등장하는 인물들의 입담이 관객들을 스크린에 주목하게 만드는 묘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치 타란티노의 영화가 그렇듯 한 가지 사건을 두고 많은 이들이 얽혀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다른 이에게 영향을 주고 그런 계획된 의도가 다른 이에겐 뜻하지 않는 변수로 작용하는 장난 같은 범죄의 이야기를 인물들 사이의 욕망의 분출을 통해 표현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독특한 이력이 있다면 비샬 바드와즈는 어린이 영화에 관심을 가져 ‘Blue Umbrella’ 같은 작품을, 최동훈 감독은 판타지 영화에 관심을 가져 ‘중천’의 각본을 쓰고 ‘전우치’를 감독하게 되는데요. 그런 외도가 나쁘진 않지만 그래도 두 사람은 범죄 영화에서 더 빛을 발하는 것 같습니다.



 

아누락 카쉬압 - 친절한 금자씨(2005)


 사실상 ‘친절한 금자씨’는 박찬욱 영화의 정수도 아니고 어떻게 보면 '사이보그지만 괜찮아' 만큼이나 독특함을 지닌 영화라고 보고 싶은데요. 그럼에도 ‘복수는 나의 것’이나 ‘올드보이’ 같은 작품들도 훌륭하지만 굳이 이 작품을 고른 이유는 박찬욱 감독의 건조한 정서가 잘 반영된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많지 않지만 독특한 대사, 뒤틀려있지만 박찬욱 영화에서 가장 차가운 지성을 가진 이금자라는 캐릭터를 아누락 감독이 그런 인물들에 관심을 가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누락 카쉬압과 박찬욱

 

 아누락 카쉬압이 인도영화에 끼친 영향과 박찬욱 감독이 대한민국에 끼친 영향은 바로 문법구조의 변화입니다. 두 감독은 어떠한 메시지를 주고 그것을 따라가기 보다는 작가의 의식을 영상으로 투영하는 데 더 관심을 기울인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런 까닭에 가끔 독특한 구조와 극히 뒤틀린 인물들이 등장하는데요. 박찬욱 감독은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인물(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을, 아누락 카쉬압은 허상뿐인 마초 캐릭터(No Smoking, Dev.D)를 중심인물로 등장시켜 영화의 전반을 불안한 시각으로 그려냅니다.


 독창적인 영상미로 자신의 영상세계를 구축한다는 점에서도 공통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올드보이’의 장도리 액션이라든지, ‘Dev.D’에서의 고속촬영 같은 것들을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람 고팔 바르마 - 악마를 보았다(2010)


 최근 람 고팔 바르마의 피의 정치사를 다룬 영화 ‘Rakht Charitra’를 보고 나서 김지운 감독의 ‘악마를 보았다’와 비교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두 영화의 정서는 사뭇 다르고 단순히 인물들 사이의 건조한 폭력을 보여주었다는 점 때문은 아닙니다.


 과도한 영화작업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마치 호기심 많은 공학도가 기계들을 분해하고 조립하듯 바르마 감독 역시 새로운 기술이나 기법에 대해 과감한 시도를 하는 감독으로 최근 우리 영화에서 기술적으로 가장 빛나는 시도가 돋보였던 작품 중 바르마의 취향에 걸맞을 것 같은 영화가 바로 ‘악마를 보았다’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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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 고팔 바르마와 김지운


1998년 ‘Satya’는 인도 영화계에 상당한 센세이셔널을 불러일으켰고, 김지운 감독 역시 같은 해 ‘조용한 가족’으로 우리나라에 ‘잔혹극’이라는 신조어를 낳으며 화려하게 데뷔합니다. 이후 두 사람은 여러 가지 시도를 하지만 호러와 범죄영화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자신의 영화에 늘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것이죠.

 

 최근 만든 두 작품만 놓고 보아도 ‘악마를 보았다’의 360도 회전 촬영이라든지, ‘Rakht Charitra’의 레드 원 카메라 촬영처럼 자신의 영화에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자 하는 시도를 계속 만들어 냅니다.


 하지만 두 사람에게 그런 시도가 꼭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감독의 영화는 나름의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고 때론 화제를 낳기도 합니다. 이런 계속되는 시도가 자국의 영화에 대한 수준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를 걸어볼 만합니다.



 

파르한 악타르 - 짝패(2006)


 영화 ‘DON’을 보면서 볼리우드엔 참 많은 영화들이 등장했고 천하의 샤룩 칸도 변화를 위해서 이런 영화를 찍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멜로물보다는 장르영화의 팬인 저로서는 쌍수 들고 환영할 일이지만요.


 우리영화는 과거 군사정부 시절의 3S 정책에 일명 성인용 빨간딱지 영화들이 많이 양산되었습니다. 불륜과 성적억압을 다룬 영화들이 극장에 걸리면서 많은 이들이 헐리웃 영화로 발길을 돌렸고 ‘한국영화는 안 본다’는 말이 생길 정도였죠.


 하지만 밀레니엄 전, 박찬욱, 봉준호, 그리고 류승완 같은 이전에는 못보던 영화를 만드는 인물들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특히 류승완 감독은 임권택(!), 김효천 감독과 같은 과거의 한국의 액션영화를 이끈 감독들의 영화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그 영화들을 자기 영화의 세계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 중 영화 ‘짝패’는 액션을 중심으로 한 장르영화에 일가견이 있는 류승완표 영화의 정점으로 단순히 ‘DON’같은 영화에서 액션을 좀 강조했으면 하고 보여주려는 의도는 아닙니다. 바로 과거의 영향과 현재 자신의 반영이라는 결과가 바로 이들의 영화라는 것이죠.


 

파르한 악타르와 류승완

 

일부 감독들이 작가로서는 존중받지만 대중들에게는 멀어지는 것처럼 볼리우드의 다른 뉴웨이브 작가들 역시 인도의 시네필들의 호응은 얻겠지만 대중들과 호흡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파르한 악타르와 류승완은 그런 의미에서 가장 대중적이면서 동시에 볼리우드의 새로운 조류를 형성한다는 점에 있어 공통점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의 영화 스타일은 사뭇 다르지만 나름 두 감독은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자신의 영화에 각본을 쓰고 연출을 맡는 것이야 다른 감독도 하는 일이고, 훈남이라 부를 외모에 몇몇 영화에는 배우로 출연하기도 했죠. (대부분 자신이 제작한 영화지만)


 파르한 악타르 같은 경우는 노래를, 류승완 감독은 무술을 하고 상당한 말재주를 지니고 있어 류승완 감독은 관객과의 대화를 자주 열고 파르한은 자신의 이름을 건 토크쇼를 진행하는 이력이 있습니다.


 이런 공통점도 있지만 두 사람을 비교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두 사람의 영화에 젊음이 느껴진다는 것이죠. 비슷한 때 파르한은 ‘딜 차타 헤’로, 류승완은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놀라운 데뷔를 했듯 지금도 꾸준한 작품 활약으로 자신의 개성을 보여주기를 기대해 봅니다.




라즈 쿠마 히라니 - 라디오 스타(2006)


 좀 거칠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인간미가 느껴지는 라디오 방송을 하는 한 남자, 이 사람을 통해 사람들은 기쁨을 느끼고 또 우리가 알지 못했던 무엇인가를 가슴속에 남겨줍니다.


 이것만 놓고 본다면 ‘라게 라호 문나바이’와 ‘라디오 스타’는 닮은 점이 많습니다. 물론 두 영화의 극적 구조나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크게 다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슴이 훈훈한 웃음을 전해준 감독과 그런 영화가 있었는가를 생각해 볼 때 이준익 감독의 ‘라디오 스타’가 가장 사람들의 마음에 와닿는 영화였다고 생각이 됩니다.



 

라즈 쿠마 히라니와 이준익


 훈훈한 외모에 안정적인 연출력을 보여주는 두 감독의 영화에는 자연스러운 휴머니즘이 묻어있습니다. 물론 히라니 감독은 코미디 장르에서, 이준익 감독은 사극에서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고 싶어 하는데 비교적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이준익 감독의 경우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같은 영화가 전작들에 비해 무거운 감은 있지만 곳곳에 해학과 자연스러운 웃음을 배치함으로서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주는데 이는 라즈 쿠마 히라니 감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히라니 감독 최고의 흥행작인 '못 말리는 세 친구'에서는 웃음을 유발하는 부분과 감정을 이끌어 내야 하는 시점을 잘 알고 있는데 그 요소들을 따로 혹은 또 같이 담아내면서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그 점은 이준익 감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결론적으로 두 감독이 ‘해학적’인 영화를 만든다는 것이 비교의 중심이 될 것입니다. 아무리 인도식 유머코드, 우리식 유머코드의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웃음’이라는 것은 다를 수 없다고 봅니다. 앞으로 두 사람이 또 어떤 수준 높은 웃음의 세계를 대중들에게 보여줄 지 기대됩니다.



 

파라 칸 -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옴 샨티 옴’의 명장면 ‘Deewangi Deewangi’엔 수많은 스타들이 등장합니다. 샤룩 칸의 인맥도 있지만 오랜시간 볼리우드의 상업영화에서 안무를 담당한 파라 칸 감독의 볼리우드에서의 위력을 볼 수 있는 그런 장면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두사부일체’, ‘색즉시공’등 충무로의 상업 코미디 영화를 주로 만들던 윤제균 감독이 본격적으로 제작자로 뛰어들어 성공을 거둔 영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은 이미 그보다 먼저 나왔던 ‘러브 액츄얼리’와도 비교 되고 니킬 아드바니의 실패작 ‘살람 에 이쉬크’와 비교한 그렇게 매력적인 아이템은 아닐지 모릅니다. 다만 카메오를 비롯해 상당히 많은 인물을 어떻게 다루는가와 상업영화 제작의 성공적인 예로서 파라 칸 감독에게 좋은 예가 될 것입니다.


 

파라 칸과 윤제균


 두 사람의 데뷔작은 공교롭게 학교로 위장취학(!)을 하는 다른 신분의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각각 테러리즘(‘메 후 나’)과 교권과 학교비리(‘두사부일체’)를 그리고 있고 두 영화 모두 성공했습니다.

 

 윤제균 감독은 CF에서부터 대중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방식을 주로 사용했습니다. 물론 그의 영화는 철저히 상업적이고 통속적이어서 영화팬들이나 평론가들이 좋아할만한 영화는 아닙니다.

 

 파라 칸 역시 안무가 출신이라는 다른 이력을 가진 파라 칸 감독 역시 ‘메 후 나’나 ‘옴 샨티 옴’에서 염두에 두고 있던 목표는 대중들이 보고 즐거워 할만한 영화를 만드는 것인데요. 그 의도는 상당히 성공한 듯 보입니다. 그렇게 썩 나쁘지도 않고 그렇다고 수작이나 걸작이라고 해 줄 정도는 아닌, 그야말로 상업적 감각이 탁월한 영화가 어떤 영화인지를 보여주는 예가 됩니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은 윤제균 감독이 자신의 영역이 아니지만 다뤄보고 싶은 영화들을 기성 감독을 기용해 제작자로 활약하며 성공을 거둔 영화로 유독 여풍이 센 인도의 영화계에 성공한 감독인 파라 칸의 다음 활약은 프로듀서가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Posted by 라.즈.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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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의 이야기들2010. 6. 2. 14:05


 오늘 '유령작가'를 보고 왔습니다.


 로만 폴란스키가 히치콕 흉내를 내려고 벼른 영화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약간은 연극적이고 고전적인 인물묘사와 클래식 스릴러 영화의 분위가 풍기는 스코어 등을 활용해가면서 걸작 한 편을 남겼네요.

 더구나 의문으로 가득한 현대의 정치사까지 얽혀 스릴러 이상으로 하나의 점을 남기고 있습니다.

 별 다섯 개가 아깝지 않을 영화였습니다.
 감독과 각본이 주가 되는 영화다 보니 이완 맥그리거나 피어스 브로스넌처럼 연기가 떨어지지 않은 배우들이 열연을 펼침에도 그렇게 배우가 부각되지 않는 것은 내러티브 중심의 영화 보기를 배우나 캐릭터에 치중한 감상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시는 분들에게는 상당히 플러스 요소가 될 듯 합니다.



 이런 나름의 벅찬 감정을 안고 엘리베이터를 탔지만 같이 영화를 본 두 명의 10대 소녀 두 명이 영화에 대해 탄식을 늘어놓더군요.

 "아 짜증나. 돈 아까워."
 "영화를 어떻게 저렇게 만드냐? 재미없어 ㅡ,.ㅡ"


 
 특히나 어제 몇몇 지인들을 만나서 '산업은 커지는 반면 사람들의 영화보는 눈은 낮아지고 있다'는 탄식을 늘어놓았습니다. 어떤 역사학자의 말처럼 그냥 나아갈 뿐이라고 믿고 싶지만 최근 일련의 영화 산업의 명암을 지켜볼 때 작가와 작품이 강한 영화들이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시'같은 영화는 어둡고 사회적인 소재라 재미가 없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만,
 설마 '유령작가'같은 미스테리와 스릴이 넘치는 영화까지 이런 평가를 받으리라곤 생각치 못했습니다. 10대가 남긴 그런 반응으로 상처를 받는 게 우습기는 합니다만 그 친구들이 성인이 된다고 해도 뭔가가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를 못하기 때문에 더 아쉬운 것이 아닐까 합니다.


 최근 저는 특정 커뮤니티에서 한 회원을 탈퇴시켰습니다.
 저는 피가되고 살이 되는 쓴 소리라고 하지만 그냥 그 분께는 기분이 나쁜 소리더군요.
 
 제인 캠피온 감독의 'Bright Star'라는 영화였는데, 평이 이런식이었습니다.

 '볼게 없어서 그리고 컴퓨터 하드 용량 잡아먹어서 얼른 없앨려구 어제 마저 봤답니다.
 내용이 너무 뻔하고,  어떤 극적인 요소가 결핍되었고 등등...스킵으로 봤거든요'

 이 글에 저는

 '싫다면서 보시는 이유와 스킵하면서 진정한 감상이 가능할까요?'

 하고 덧글을 달았더니 횡설수설 하면서 클럽을 떠났더군요.  
 화가의 입장과 그 그림을 보는 사람의 입장이 같을까 하면서
 건강한 의견 교환이 아닌 '난 니 말에 상처 받아서 떠나' 라고 응수하니 저만 나쁜 사람이 되더군요.


 
 그나마 제인 캠피온의 'Bright star'같은 영화는 그녀의 전작들이 잘 수입되었고 아트시네마 게열 배급사들이 눈독을 들이는 영화겠지만 변방의 영화나 수익성에 따라서 Go 와 Reject가 쉽게 결정되는 영화들이 사실 예전보다 쉽게 결정내려지고 중소하고 영세한 배급사의 영화들은 속된말로 계속 발리는 실정입니다.

 저는 인도영화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개봉도 안 시켜줘서 볼 기회도 없는 영화에 대해 애착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또 어떻겠습니까. 갈 수록 영화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은 1차적이고 표면적이며 단편적으로 변하고 있는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솔직히 저도 인간이기 때문에 이해가 안되고 재미가 한 개도 없다 느껴지는 영화는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왜'라고 생각하면서 영화를 본다면, 하다못해 재미없던 영화가 왜 나에게 재미를 주지 못했는지라도 파악할 수 있다면 우리의 영화라는 매체에 대한 기본적인 의식은 바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작품성'이라는 이름으로 승부수를 거는 영화들은 그렇습니다.
 '시'같은 영화에 '아바타'같은 재미를 기대하고 볼 수는 없는 일이죠. 눈으로만 볼 때 그 영화는 아름답지고, 신나지도 않고 어둡고 칙칙한 영화니까요.
 
 점점 극장이라는 공간은 현실 도피 공간으로 변해가고 관객들은 머리를 깨끗이 청소해 주는 영화에 마음을 쓰지 뭔가를 파헤치고 인간에 접근하는 이야기는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흐름이 더 많아질 수록 영화가 가진 가치는 한 없이 추락하게 됩니다.

 너무도 아쉽습니다.

Posted by 라.즈.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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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댓글입니다

    2010.06.02 14:45 [ ADDR : EDIT/ DEL : REPLY ]
    • 답글 감사합니다만
      그분이 제 블로그를 들어오지 않고
      많은 분들이 아는 사실이라도 아이디는 언급하지 말아주셨으면.

      솔직히 좀 건설적이지 못한 대화가 오가지 못한데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영화라는 걸 너무 쉽게 보는 풍토가 싫어요.

      2010.06.02 15:37 [ ADDR : EDIT/ DEL ]
  2. 루즈벨트

    어디에나 운영자의 의견과 다른 의견들은 존재하기 마련이지만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서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이 달라지는 듯 합니다

    사람이 많은 카페의 경우에도 실제로 활발히 활동하는 회원의 수는 극히 제한적이니 사람이 적은 카페는 실질적으로 운영하기가 더더욱 어려울 것입니다 게다가 이렇게 내키지 않는 상황들도 자주 발생을 하고요

    사람많은 곳에 말도 많은 법이어서 어느 정도의 선에서 타협과 묵인이 이뤄져야 하는 지가 고민이 될 수도.

    2010.06.23 15:17 [ ADDR : EDIT/ DEL : REPLY ]
    • 뭐 제가 운영하는 커뮤니티 아닌데요 ㅋㅋㅋ
      사실 영화를 오락으로 보는 것까지 어쩔 수는 없는데요
      모든 것을 그런 기준으로 보는것은 좀 아니다 싶더라구요
      그냥 그랬습니다 ㅋ

      2010.06.23 17:01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