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영화 이야기2013.11.06 11:23

 해당 글은 2012년 8월 8일에 작성되어 2013년 11월 6일에 마이그레이션되었습니다.

 


  본 상영전은 국내에 개봉된, 혹은 개봉 예정인 영화들을 대상으로 진행됩니다.

 

 영화들은 모두 작품성을 검증받은 영화며 따라서 인도영화의 입문작으로 선택하셔도 손색이 없는 영화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인도영화의 A to Z’

 

 

 

  인도는 많은 언어가 있고 또 다양한 영화들이 존재하지만 아무래도 많은 이들에게 어필하는 영화는 힌디어권 영화인 발리우드 영화일 것이고, 인도식 뮤지컬 영화인 맛살라 영화일 것입니다.

 

  이런 소위 인도색이 있는 영화를 이야기 할 때 자주 언급이 되는 영화로 소위 인도영화 팬들 사이에서는 인도영화의 바이블이라고 불리는데, 영화 ‘옴 샨티 옴’이 이런 평가를 받는 것은 이 영화가 발리우드 맛살라 영화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잘 활용한 영화라는 점 때문입니다.

 

 

 

  영화는 의도적으로 발리우드의 전성기였던 7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성난 인도인이라 불리던 배우 아미타브 밧찬이 등장한 이 시기엔 다양한 소재,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만들어졌으며 작가 감독과 불세출의 스타들이 활약하던 시기였죠. 이 당시는 소위 7:3이라 하여 10편의 영화가 만들어지면 7편은 흥행을 한다던 시기로 인도영화 특유의 소위 총천연색 올칼라가 스크린에 펼쳐지는 영화입니다.

 

  감독인 파라 칸은 안무가 출신답게 영화 속 안무에 상당한 공을 들이는데 배우의 개성과 매력을 잘 잡아내고 좁은 공간과 넓은 공간을 막론하고 공간의 연출에 탁월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이미지의 인도영화를 만나고 싶은 관객에게 ‘옴 샨티 옴’은 최상의 선택이 될 것 같습니다.


 

 

 

 

 

‘발리우드 최고의 힐링무비’

 

  우리에겐 ‘세 얼간이’의 란초 역으로 알려진 아미르 칸의 재능이 빛나는 이 영화는 ‘세 얼간이’가 그랬듯 획일적이고 성과 위주로 변해가는 교육시스템에 '인간'을 가르치는 교육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영화가 바로 ‘지상의 별처럼’이라는 입니다.

 

  Taran Adarsh(Bollywood Hungama) 세상의 모든 부모들을 일깨우는 영화 ★★★★
 Nikhat Kazmi(The Times of India) 단순하지만 깊은 울림이 있는 이야기 ★★★★
 Rajeev Masand(CNN-IBN) 탄탄한 각본, 풍부한 감성을 지닌 영화

 

 

 

 

 아미르 칸이라는 배우 외에는 유명한 배우도 없고 저예산으로 만들어 졌으며 교육이라는 소재라는 이유로 적은 개봉관수에서 개봉되어 기대에 못 미치는 흥행으로 출발했던 이 영화는 입소문을 타고 관객들이 증가하면서 최종수익 62 Crores로 대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주인공은 신인인 다쉴 사파리가 맡고 있는데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귀엽고 엉뚱한 주인공 이샨 역을 놀랍게 잘 소화해내고 있습니다. 다쉴 사파리는 이 영화로 Filmfare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된 최연소 배우로 기록됩니다.

 

  주인공 이샨이 세상의 벽과 편견을 헤쳐 나가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통해 배움이라는 것의 의미와 우리와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그리고 가족의 사랑을 느껴보는 시간을 가져봤으면 좋겠습니다. 영화 ‘세 얼간이’를 괜찮게 보셨던 분들께는 강력 추천하는 영화입니다.

 

 

 

 


 

‘발리우드 영화를 괄목하게 만든 역작’

 

 


 다른 분들이 제게 인도영화를 알고 싶다고 할 때 솔직히 어떤 영화를 추천해 줄지 고민했습니다. 물론 인도영화에 입문한 많은 분들은 맛살라 시퀀스에 반해서 빠져든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저는 인도영화가 눈만 즐겁고 극장을 나오면서 잊혀지는 영화로 전락하는 것이 솔직히 못마땅했으니까요.

 

  인도영화에도 소위 ‘담론’이라는 것을 이끌만한 영화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영화들은 잘 발굴되지도 않고, 심지어는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불필요하게 여기는 경우도 많아 안타까웠습니다. 누군가 ‘인도영화는 구려’라고 할 때 ‘아니야 좋은 점도 있어’하고 이야기 해 주는 사람은 없고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게 봐서 혼자 즐긴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와중에 ‘세 얼간이’라는 영화는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완벽한 영화도 아니고 이 영화 역시 별로라고 하시는 분도 많지만 영화는 많은 평범한 관객들에게 많은 이야깃거리를 던진 영화라고 하고 싶습니다. 이 영화가 미국만큼이나 많은 영화들이 쏟아져 나온다는 인도라는 나라에서 만들어진 영화고,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익숙하지는 않지만 돌아볼만한 영화라는 인식을 주었고, 동시에 인도에서는 안일한 상업 영화로는 관객들을 만족시킬 수 없고 영화라는 것은 출연하는 배우 이상으로 연출과 각본, 그리고 콘텐츠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을 각성하게 해 준 계기를 마련한 영화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영화가 개봉된 지 4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영화 ‘세 얼간이’는 역대 인도 흥행수익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저는 이 영화의 흥행이 깨지기를 바랍니다. 그것은 많은 관객들을 만족시킬 더 좋은 영화가 나왔다는 이야기일 테니까요.

 

 

 

2010/10/17 - [인도영화 이야기/영화의 전당] - 『3 idiots』 Special : 못 말리는 세 친구의 모든 것


 

 

 

 


‘모슬렘의 시각에서 바라본 포스트 9/11 영화’

 

 

 

  포스트 9/11영화는 다양한 유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모슬렘을 악의 근원으로 만든 영화보다는 테러에 대한 자기각성 (뮌헨), 미지의 위협에 대한 저항과 극복 (우주전쟁), 위기의 상황과 인간승리 (플라이트 93, 월드 트레이드 센터), 미국 내 보수 세력에 대한 정치적 돌직구 (화씨 911) 등의 영화들이 나왔고 대부분은 바로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졌죠.

 

  그런데 몇 가지 눈에 띄는 영화가 있었는데 에롤 모리스의 다큐멘터리 ‘Standard Operating Procedure’가 있었고, 국내에 알려진 영화로는 마이클 윈터바텀의 ‘관타나모를 향하여’ 같은 영화가 대표적일 것입니다. 테러와는 관계없는 선량한 아랍인이 테러범으로 오인 받아 최악의 수용소에 갇히게 된 이야기 말이죠. 이들 영화에서는 피해자로서의 모슬렘들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영화 ‘내 이름은 칸’은 어쩌면 사건이 일어난 지 9년이나 되어 모슬렘의 시각에서 바라본 911의 이야기를 합니다. 늦기는 했지만 한 편으로는 강경책을 썼던 미국의 보수정권 당시에 쌓였던 미국의 반 모슬렘, 반 아랍 정서에 대한 이야기들을 오바마 정권에서 한풀이를 하고 싶어 그렇게 늦게 이야기를 꺼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랑이야기에 능한 카란 조하르 감독이 영화를 너무 큰 프레임으로 잡은 까닭에 영화가 전체적으로는 버거워 보이는 감이 있지만 한 편으로는 장점도 많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20년 가까이 연기 궁합을 맞춰온 샤룩 칸과 까졸의 빛나는 연기도 이 영화에 한 몫을 다하고 있지요.

 

 

 

 

 

2010/03/13 - [인도영화 이야기/영화의 전당] - 『My Name Is Khan』 Special : 마이 네임 이즈 칸의 모든 것


 


  


‘인도영화의 장르 영화적 확장’

 

 

 

 올 해 4월 일본극장가에서는 예상치 못한 신드롬 하나가 일어났습니다. 바로 인도영화 ‘로봇’ 열풍. 이 영화를 대대적으로 준비한 일본의 영화 배급사의 철저한 전략과 더불어 일본에선 샤룩 칸 보다도 더 영향력 있는 배우 라즈니칸트의 (늦었지만) 신작이라는 점이 이 영화의 일본 내에서의 성공을 가져다주었습니다.

 

  대개 이 영화는 엉뚱한 로봇 합체 액션 시퀀스가 유튜브에 떠돌면서 화제가 되었는데요. 사실 영화의 그런 황당한 액션 시퀀스는 영화 후반 20여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동안의 과정은 마치 ‘아이언 맨’에서 토니 스타크가 수트를 제작하는 것처럼 주인공인 바시가란 박사가 휴머노이드인 치티를 만드는 과정과 그에 대한 에피소드로 채우고 있죠.

 


 코믹한 장면이 많아서 코미디처럼 느껴질지 모르지만 사실은 말리 쉘리의 고전 ‘프랑켄슈타인’을 인간의 도구에 관한 이야기로 재해석한 영화라고 하고 싶습니다. 친구였던 휴머노이드 치티가 인간의 욕망으로 이용당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영화죠.

 

  어쩌면 이 영화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바로 내지르는 돌직구 스타일의 영화인데, 인도의 주류 영화들은 주로 이런 문법을 따르고 있어 세련된 스토리텔링을 좋아하는 시네필들에겐 인도영화의 촌스러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영화로 여겨질지 모르지만, ‘로봇’은 촌스러울 정도로 솔직하게 하고 싶은 말을 모두 내지르는 대신 영화 속에 던졌던 이야기들을 애매하게 처리하지 않고 완벽하게 마무리하는 미덕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2013/10/08 - [인도영화 이야기/영화 잡담이련다] - 아, 로봇!

 

 

 

 


 상영작 프로그램을 보면 같은 영화인데 다른 버전으로 상영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내 이름은 칸’과 ‘로봇’의 경우가 그런데요. 어떤 분께서는 그냥 풀버전으로 상영하면 안 되나 하고 의문을 가지시는데 사실 이렇습니다.

 

 

 


 보시면 ‘내 이름은 칸’과 ‘로봇’의 개봉 버전과 오리지널 버전의 포맷이 다릅니다.

 

 안타깝게 우리나라에선 개봉할 때 편집판으로 개봉을 한 탓에 좋은 퀄리티로 볼 수 있는 버전은 안타깝게 편집 버전이고 다소 떨어지는 버전은 풀버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세 얼간이’야 다행히 일부 아트하우스에서 풀버전으로 상영이 된 버전이 있어 이 포맷을 공수해 왔습니다.

 

  ‘내 이름은 칸’은 조금 아쉬운 게 예전에 모 기관을 통해 블루레이 소스를 통한 풀버전 상영을 요청했다가 수입사에 단칼에 거절당했습니다. 인도에서 출시된 블루레이 소스가 퀄리티가 좋은 편이라 영상자료원에서 상영해도 무리는 없지만 영화사에서 허가를 내주지 않기 때문에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론 ‘내 이름은 칸’의 주인공 리즈반처럼 다른 인도영화 마니아들이 다 본 인도판을 꼭 스크린으로 보겠다고 바보같이 버텨왔었는데 이번에도 틀린 것 같네요. 죽기 전엔 원판을 볼 수 있으려나요 ㅎㅎ

 

 

 

  ‘로봇’의 경우는 다행이 작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썼던 버전이 있어 상영이 가능하다고는 하는데 개봉판보다는 약간 퀄리티가 떨어지는 것이 흠입니다. 영화만 즐기시고 싶으신 분들은 편집판도 무리는 없지만 맛살라 시퀀스를 모두 즐기시고 싶으신 분은 풀버전으로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


 

 

 


 

‘발리우드 영화 미학의 거장 산제이 릴라 반살리의 정점’

 

 


  예전에도 관련 글을 쓴 적이 있지만 산제이 릴라 반살리 감독은 우리나라에 소개된 영화가 많은 감독 중 한명입니다. ‘블랙’은 우리나라 인도영화 개봉작중 가장 큰 성공을 거두었고 ‘사와리야’와 ‘데브다스’가 DVD로 발매되어 있습니다. 물론 이 영화들이 감독의 대표작이기도 하고요.

 

  반살리 감독은 내러티브보다는 미장센으로 승부하는 감독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미학적인 부분에 심혈을 기울이다 보니 그의 영화는 많은 비용이 투입되기도 하는데요. ‘청원’의 경우에는 발리우드 블록버스터급 영화의 제작비에 가까운 60 Crores의 제작비가 투입되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영화 청원은 ‘안락사’를 소재로 한 영화지만 이를 통해 인간승리를 그리는 영화는 아닙니다. 극한의 상황에 놓인 인간의 마지막 순간을 통해 진정한 인간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라고 보고 싶습니다. 많은 인도영화 팬들을 확보한 배우 리틱 로샨이 비주얼 지향적인 배우에서 연기자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이 영화의 또 하나의 성과이기도 하지요.

 

  저는 35mm 버전과 디지털 버전을 둘 다 보았는데, 개인적으론 반살리 감독의 색감이 잘 살아있는 디지털 버전이 좋았습니다. 이번에 영상자료원에서 상영되는 버전은 디지털이며, 영화가 마음에 드셨다면 인도에 블루레이가 출시되어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2011/10/05 - [인도영화 이야기/영화의 전당] - BIFF특집, 산제이 릴라 반살리 감독 이야기

2011/10/15 - [인도영화 이야기/영화의 전당] - 청원(Guzaarish) : 이기적이었던 생의 마지막 순간에 느끼는 진정한 인간관계

 

 

 

Posted by 라.즈.배.리

 

 

 인도영화팬들을 비롯해 발리우드 영화를 접하는 많은 이들이 가장 작품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감독은 산제이 릴라 반살리일 것입니다. '블랙'같은 영화는 비록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뒤에 개봉되었지만 성공을 거두었고, ‘사와리야’같은 작품이 국내에 출시되어 있기 때문이죠.

 또한, 아마 ‘내 이름은 칸’이 개봉되기 전까지 배우 샤룩 칸 하면 생각나는 영화는 ‘옴 샨티 옴’이나 ‘데브다스’같은 영화일 것입니다. 이처럼 산제이 릴라 반살리의 발리우드 영화계에서의 입지나 인도영화를 접하는 이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큰 편이겠죠.

 


 일전에 그의 영화세계를 다루던 리뷰에서 산제이 릴라 반살리에게 영화 ‘청원’의 의미는 새로운 도전이라고 언급했던 바 있습니다. 언제나 빛을 중심으로 한 미장센이나 웅장한 느낌을 주려하는 그의 귀족적 표현은 변함이 없지만 1년에 가까운 제작기간이 걸렸고, 리틱 로샨과 같은 배우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자기 자신까지 괴롭히면서 만든 하나의 미술품과 같은 영화죠.

 내러티브에 대해서는 크게 구애받지 않으려 하는 감독이긴 하지만 솔직히 영화 ‘청원’은 내러티브의 구조를 느끼면서 감상했습니다. 초현실적 느낌을 주려했던 촬영이나 유화적인 느낌을 주려한 요소들, 공들인 의상이나 세트에 대한 분석과 평가는 제 전공도 아닐뿐더러 미장센을 중점으로 보는 평론가적 자질을 가진 관객들의 몫으로 돌리는 게 좋을 것 같긴 합니다.

 그렇다고 한 편으로는 이 영화가 ‘안락사’라는 소재가 주는 감동스토리로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물론 내러티브를 중시하는(아니 내러티브라기보다는 내용을 중시하는) 관객들에겐 먹힐 수 있지만 제가 보기에 ‘청원’은 ‘블랙’이 그랬듯 감독이 자신의 가치관을 교묘히 아름다운 영상으로 주입시키려 하는 모습이 들어 그 정서적인 불순함을 느꼈기 때문이죠. 아, 그것은 제가 안락사를 반대한다는 뜻이 아니고 (웁쓰...) 반살리 감독이 세련된 영상을 다루는 만큼 뭔가 열린 사고나 열린 결말을 보여주는 사람일 거라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라는 말이죠.

 사실 ‘감동’이라는 코드로 보면 영화 ‘청원’은 무엇을 감동받아야 할지 모르는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케팅에서는 이 영화를 한 남자의 권리를 위한 투쟁같이 그리겠지만 사실 뚜껑을 열어보면 관객들로 하여금 그런 감정을 끌어내려는 시도를 하기 보다는 의외로 결말부까지 천천히 그의 모습을 따라가는 하나의 모노드라마적 감성이 더 크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청원’이 좋았던 점은 바로 영화에서 보여지는 인간관계의 구조적인 변화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인간의 영향력을 그래프를 그리듯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는 사고로 14년 동안을 얼굴만 움직이고 산 전직 마술사 에단의 이야기에서 시작됩니다. 사건의 시작이고 영화의 관계의 구도가 본격적으로 전환점을 이루는 단계니까요.

 



 에단이 ‘안락사’라는 거대한 폭탄을 터뜨리기 전에 그는 어떤 인물이었을까요. 우선 14년 전, 마술사였을 때의 그는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스타의 위치에 있었습니다. 마치 우리가 TV의 스타들을 보듯 잘 알지는 못하지만 명성과 이미지 등의 요소 때문에 좋아하게 되는 사람이었죠.

 사고 후 그는 라디오 DJ를 시작하며 사람들에게 조금은 친화력 있는 존재로 다가옵니다. 그 단적인 예가 자살을 극복하고 한 아이의 아빠가 된 한 청취자의 이야기를 통해 나타나죠.


 하지만 안락사 문제가 불거지면서 에단은 지극히 이기적이고 자기방어적인 인물로 돌변합니다. 아니, 그게 그의 본성이었을 수도 있죠. 여하튼 안락사에 대한 청원을 하면서 동시에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안락사에 대한 의견을 투표로 받습니다. 하지만 그의 시도는 안락사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들로 돌아옵니다.

 그런데 만약 에단이 민주적인 사람이었다면 그들의 의견을 수렴했겠지만 그의 표정이나 말투를 통해 그것은 형식적인 쇼였음이 드러납니다. 마지막에 자신을 응원해주는 옛 조수의 전화에 감동을 받으니까요.

 


 예전에 저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 회원이 자신의 고민을 올린 글을 보았습니다. 그 분께서는
 카운슬링을 해 달라는 말을 하더군요.
 글을 읽어보고 나서 저는 있는 그대로 충고를 해 주었더니 그 분께서 대뜸 발끈하시더군요. 제가 뭘 잘못했을까 생각해보니 제 지인께서 하시는 말씀이,

 “그 사람은 사실 카운슬링을 받고 싶은 게 아니고 자기편을 확인하고 위로를 받고 싶은 것이다.”
라고 하시더군요.

 


 에단의 안락사 이야기를 통해 에단은 잠시 동안 자신의 사회적 파장으로 연결된 ‘그저 자신을 아는 사람’ 정도와 교류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이 원치 않는 결과를 얻게 되자 에단은 자신의 이기적인 모습을 고수하고 철저히 혼자로 남게 되지요.

 하지만 자신의 편이 되어 주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그들과 부대끼면서 에단은 자신의 테두리에 있는 새로운 사회를 경험하게 됩니다. 비로소 스타와 팬이나 사회적인 파장을 불러오는 이슈메이커와 대중들의 관계를 철저히 버리고 자신만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게 된 것이죠.

 사실 이조차도 얼마나 많은 관객들이 긍정적으로 볼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현대의 전화기 속에 담긴, 트위터의 팔로워로 등록되어 있는, 실제로는 네트워크가 되지 못할 수많은 얽힌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 볼 만합니다.

 그런 점에서 영화 ‘청원’은 사람과 사람에 대한 진정한 인간관계의 면모가 영화 속 사건들과 함께 잘 묘사되고 있습니다. 

 

 넓지는 않지만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들...
 주인공 에단의 웃음은 그런 의미 아니었을까요.

“내가 헛살지는 않았구나...”하고 말이죠.





Posted by 라.즈.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