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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0.08 영화 'Guru'를 말한다


 * 이 글은 2012년 3월 27일에 작성되어 2013년 3월 27일에 마이그레이션 되었습니다.

 

 

 

 

 



 Based on true story



 영화는 인도의 대기업인 Reliance사를 일으킨 디루바이 암바니(Dhirubhai Ambani)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물론 마니 라트남측은 이 사실을 부인했지만 영화의 주인공 구루칸트 데사이가 구루바이라 불리는 것이나, 폴리에스터 산업으로 거상이 되었다는 점은 그와 닮은꼴이 많습니다.



 영화 ‘구루’의 미학적 성취

 


 

 영화 ‘구루’는 진중한 드라마를 추구하는 만큼 미장센에 있어 미학을 추구하기가 수월한 영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그런 성과를 일궈냅니다. 이 영화에 삽입된 ‘Mayaa Mayaa’나 ‘Barso Re’ 같은 맛살라 장면은 말할 것도 없고 아날로그적인 타이포그래피로 이루어진 오프닝 시퀀스는 A. R. 라흐만의 음악과 어우러져 상당히 인상적인 결과물을 낳았습니다.

 이런 마니 라트남 감독의 미학적 성취는 유독 ‘구루’에서만 드러난 것은 아니고 그의 다른 작품에서도 많이 나타납니다. 이를테면 1998년도 작품 ‘딜 세’의 경우 영화에 삽입되었던 달리는 기차 위의 군무로 유명한 뮤지컬 시퀀스 ‘Chaiyya Chaiyya’는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발리우드 영화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장면입니다.

 인도 내에서도 다른 작가 감독들은 맛살라 장면이 정서를 해친다 하여 정통드라마로 승부수를 던지는 가운데 마니 라트남의 경우는 오히려 드라마가 강한 영화를 만듦에도 이런 맛살라 장면의 미학을 살리는 몇 안 되는 감독으로 유명합니다.



 ‘이 영화를 말한다’에서 진짜 말하고 싶었던 것

 


 영화 자막을 하면서 이렇게 영화에 동화되지도 못하고 인물과 함께 호흡할 수도 없었던 영화는 까리나 카푸르와 샤히드 카푸르가 출연했던 ‘Milenge Milenge’ 이후로 오랜만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것은 바로 영화가 다루고 있는 인물의 묘사나 평가에 대한 부분이 지나칠 정도로 영웅주의적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마니 라트남 감독을 소개하면서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우리의 반대편에 있는 사람이나 상식선에서 생각하기 쉽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고정된 시각이나 평가를 거부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그런 점에서 어쩌면 ‘구루’는 자본주의라는 사회에서의 재벌 1세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에 대한 역발상, 이를테면 ‘이들도 그냥 돈 번 것은 아니다’ 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인터미션 전까지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습니다. 인도의 초기 자본주의 기득권 세력에 맞서 영리하게 저항했던 구루의 이야기가 펼쳐졌는데, 그도 성장하면서 자신의 권력을 이용하는 이로 변모하게 되지요.


 

 


 “상대방이 틀렸다는 것을 입증하는 순간 사람들은 나에게로 돌아선다. 물론 내 옳고 그름을 입증할 필요는 없다. 목표는 반대급부가 아닌 여론 획득이니까.” (‘땡큐 포 스모킹’ 인용)

 차라리 영화가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의 주관이나 시각이 빠지고 인물의 삶을 덤덤하게 그려나갔다면 불만은 없었겠지만 한 쪽을 우월하게 만들기 위해 다른 한쪽을 깎아 내리는 방식을 사용함으로서 주인공 구루의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신문기자 샴 삭세나가 구루의 비리를 캐내기 위해 기사를 조작하는 일은 아무리 상대방의 비리가 팩트일지라도 벌써 팩트를 입증하기 위해 거짓을 사용했기 때문에 언론의 신뢰도에 입각해 팩트가 아닌 것이 되고 맙니다. 설령 나중에 그의 비리를 증명한다 해도 이미 신뢰도는 떨어졌기 때문에 사람들은 구루가 진짜 비리를 저지른다 해도 구루를 더 믿게 되는 것이죠. 

 한 편, 영화 속의 구루는 실제로 어떤 범법행위에 가담했음을 보여주지 않고 비슷한 상황이 발생해도 자신의 잘못에서 벗어나있고 오히려 그런 행위를 질책함으로서 고전적인 강직한 인물로 그려져 정신적으로도 우월한 위치에 있는 사람으로 그려지고 있기도 하죠. 

 재벌의 비리나 불신이 가져온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의 재벌이라는 사람들에 대한 선입견도 어느 정도 작용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가 권력을 이용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고, 후반부 법정에서는 어느 정도 그의 잘못을 시인함으로서 그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감독 마니 라트남


 한 때, 마니 라트남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들었던 것은 사실 상업성을 기대하기 힘든 ‘라아반’과 ‘라아바난’ 프로젝트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영화 ‘구루’는 영화를 보는 내내 구루칸트 데사이라는 인물을 정서에서 계속 밀어내는 작용과 반작용의 영화였다고 봅니다. 이를테면 인물의 영웅성의 후광 효과를 일으키기 위해 절정의 순간에 일어나는 함성과 박수는 히틀러 같은 독재자 군주들의 그것과 다를 바가 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구루의 주주총회에서 샴 삭세나 옆에서 저분께 손뼉 안치냐고 묻던 아주머니가 전 얼마나 철없어 보이던지요...)


 논리에 어긋나도 분명히 먹힌다

 

 


 영화의 마지막에 청문회 위원들은 구루에게 5분의 시간을 줍니다. 그동안 구루는 일장 연설을 늘어놓는데, 언론과 대중들 앞에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 위해 영리하게 말을 아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제가 분석한 구루의 논리는 

 ‘돈을 벌 수 있다면 벌었겠죠. 허나 저만 좋자고 그런 겁니까? 제, 3백만 투자자들도 위한 겁니다.’ - 군중에의 호소 오류

 ‘돈 좀 아껴보자고, 큰 폴리에스터 더미를 머리에 이고 피도니(Pydhonie)에서 20미터를 걸어왔습니다’ - 연민에 의한 논증

 ‘당신들은 이 나라의 발전을 추문하고 있소! 또 어떤 추문으로 우릴 막을 셈이오? 말해보시오!’ - 힘에 의 논증


 논리적으로만 따진다면 구루의 발언은 위원회가 제시한 범법행위의 그 어떤 반박도 하고 있지 못합니다. 물론 그 부분은 구루의 변호사가 했겠지만 구루가 법정이 아니고 언론과 대중이 모인 공간에서 발언을 했다는 것은 나름의 철저히 계산된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 하고 싶습니다. 결론은 “너희는 약하고 병든 나를 심문하지만 사실 나 이런 사람이야!” 하는 것이죠. 대중들의 반응을 어느 정도 계산하고 한 행동이었고 위원회는 대중들을 구루의 편으로 만드는 실수를 저지름으로서 오히려 그를 부각시키고 맙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생각해봅니다. 만약 위원회에서 중간에 “논리에 어긋나니 객관적인 팩트를 가지고 발언하시오.” 라고 부탁했다고 가정했을 때 구루가 “나는 팩트는 모르오. 안한걸 나보고 어떻게 증명하라는 것이오. 주절주절~” 이랬다고 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을 거라 봅니다. 어쩌면 그 순간 사람들은 냉철한 이성보다 하나의 드라마를 기다렸을지도 모르니까요.


 레퍼런스로 보면 좋을 영화

 저처럼 영화 ‘구루’가 시원치 않았거나 혹은 인물묘사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받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저는 두 편의 영화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하나는 마틴 스콜세즈 감독의 ‘에비에이터’입니다.

 

 


 두 영화는 닮은 요소가 많습니다. 두 영화는 모두 실존했던 한 부유했던 사람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로 한 사람의 열정과 시련 그리고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장시간동안 녹아있는 영화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에비에이터’에 더 점수를 주고 싶은데요, 그것은 영화의 주인공 하워드 휴즈를 하나의 부유한 사람이나 영웅적인 면모를 가진 사람으로 그리기 보다는 순수한 열정을 가진 하나의 인격체로 그리면서 오히려 그 인물을 더 크게 그리는데 성공했다고 보기 때문이죠. 물론 윤리적인 논쟁도 피하고 말이죠.


 다른 하나는 데이빗 핀처 감독의 ‘소셜 네트워크’입니다.

 

 


 역시 ‘페이스북’을 창시한 마크 주커버그라는 인물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요, 이 영화에서 ‘성공한 사람’은 존재하지만 인물 모두에게 거리두기와 비판적인 요소를 고루 녹아내면서 단지 ‘성공’이라는 것이 한 인간을 그리는 척도로 고정되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구루'가 그랬듯 한 쪽을 부각시키기 위해 다른 한쪽을 깎아내리고 있는 모습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소셜 네트워크'가 너무 거리두기나 냉소철학, 리얼리즘에 입각한 차가운 영화는 아닙니다. 사실 어느정도의 '균형'과 '중도'에서 생각해보고 있는 나름 인간적인 영화죠.


 

 


 한국사 수업을 들을 때, 조선 후기 요호부민(좋은 집에 사는 부자)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에서 꼭 언급되는 사람이 허생이라는 사람입니다. 연암 박지원의 소설 ‘허생전’에 등장하는 인물로, 현대적으로 따지면 당시 시장 경제의 헛점을 이용해 독과점으로 쉽게 돈을 버는 인물이었지만 지금에야 그런 모습이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이지, 역사적 의의로 따지면 과거 자본주의가 자리 잡지 않은 시대에는 ‘돈을 많이 버는 사람 = 능력 있고, 자본주의에 기여하는 훌륭한 사람’ 이라는 평가를 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습니다.

 어쩌면 인도에서 ‘구루’같은 영화가 비판의 대상으로 자리 잡지 않고 오히려 높게 평가되는 이유는 바로 인도에 자본주의가 제대로 자리 잡고 있지 않아서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사실 먼데서 찾을 것도 없습니다. 우리도 경제대통... 중략...)


 마지막 의문...

 

 


 이 영화에 대한 비판의 발제부터 결론까지 저를 쫓아다니는 의문인, 과연 영화 ‘구루’가 재벌신화를 미화한 영화에 그친 것인가 아니면 단지 사람들의 고정적인 인물 보기에 대한 반작용으로 만들어진 영화인지에 대해서는 확답을 못 내리겠습니다.

 물론 이 영화에서 구루라는 인물이 미화가 되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이상하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충분히 거리를 두면서 볼 수 있었는데요, 제가 영상이나 드라마가 주는 최면효과 따위에 상당히 거리를 두고 영화를 보는 자세를 가지고 있어서라는 개인적인 시각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굳이 개인적인 관점의 차이 때문이 아니더라도 몇몇 사건이나 인물 묘사에 있어서는 어떤 평가나 감정을 배제하려는 경향이 있어서는 아닌가 합니다.

 이를테면 영화 초반 구루가 폴리에스터 사업에 성공하고 동업자인 처남과의 균열이 발생했을 무렵 영화는 그의 성공을 아주 좋게 묘사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관객들이 구루라는 인물에 대한 비판을 생각할 무렵 영리하게 사랑 이야기로 전환하죠.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간샴의 자살소동이 있은 뒤 구루가 샴의 집을 찾아와 자신의 죄를 증명해보라고 합니다. 그 때, 샴은 충분히 구루의 비리를 증명할 수 있었는데 구루는 교묘히 샴과 미누의 결혼 이야기로 화제를 전환하죠. (실제로 정치인들이 민감한 사항에 대한 질의를 받았을 때 화제를 갑자기 돌리면서 교묘하게 민감한 주제를 빠져나가곤 하죠)


 


 저는 프로파간다(정치선전) 영화를 본 적은 없지만 ‘구루’가 그런 류의 영화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구루’는 한 인물의 미화와 거리두기를 교묘히 조절하면서 대충 이야기만 던지고 관객들에게 그 평가를 돌리고 있기 때문이죠. 물론 저는 이 영화나 주인공 구루칸트 데사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좋은 평가를 내릴 순 없지만 마니 라트남의 드라마를 만드는 솜씨나, 예술적 감각, A. R. 라흐만의 음악과 배우들의 연기만큼은 인정하고 싶습니다.

 이 영화를 다른 분들은 어떻게 보셨을지 모르겠지만 단순히 예쁜 맛살라 장면만 보고 쉽게 봐서는 안 될 영화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Trivia

 * 영화에 삽입된 'Barso Re' 시퀀스는 2008년 Filmfare에서 안무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 아이템송 'Maiyya Maiyya'는 A.R.라흐만이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를 여행중에 한 남자가 '마야(maiyya)'라는 단어를 발음한 게 신기해서 였다고... 마야는 아라비아어로 물을 뜻하며 이 곡은 마르옘 톨라라는 레바논 출신의 가수를 초빙해 녹음했습니다. 아이템걸은 섹시스타이자 아이템 전문배우로 유명한 말라이카 쉐라왓입니다.


* 아이쉬와리아 라이와 아비쉑 밧찬은 영화 'Guru'가 개봉된 이틀 뒤인 2007년 1월 14일 약혼을 발표해 그 해 4월 20일에 결혼했다고 합니다.

* 영화 'Guru'는 캐나다에서 월드 프리미어를 가진 첫 발리우드 영화.
 
* 기자인 샴 삭세나 역은 존 아브라함이 맡을 예정이었으나 스케줄상의 문제로 타밀 출신의 마드하반으로 변경
 
* 아이쉬와리아 라이는 영화 'Guru'에서 자전거 타는 연습을 하는 장면을 촬영중에 치마가 자전거 체인에 끼어 균형을 잃고 장애물을 받는 바람에 손과 발에 큰 부상을 입었다고 합니다. 아마 'Barso Re'에 삽입된 자전거타는 장면 같더군요.

 * 아비쉑-아이쉬와리아 라이 밧찬 부부가 함께한 영화들

Dhaai Akshar Prem Ke(2000)
Kuch Naa Kaho(2003)
움 라오 잔(2006)
둠 2(2006)
구루(2007)
가문의 법칙(Sarkar Raj, 2008)
라아반(2010) 
 - Bunti aur Babli(2005)에 아이쉬와리아 라이는 아이템걸로 출연

 

 


 

 

Posted by 라.즈.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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